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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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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764

작성
20.10.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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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울 (8)

DUMMY

"검찰은 일본의 사주를 받은 극우 재계와 몇몇 인사들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확인 했습니다."


기자들은 남상미가 뱉은 말에 경악에 휩싸였다. 검찰에서 이런 류의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상상을 감히 누가 했을까. 기자회견장은 어수선하다는 말 정도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남상미는 그런 분위기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멈추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성그룹과 여당인 인권수호당의 한성화 의원, 야당인 애국애민당의 000의원, 000의원 등 3명이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이들은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현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각종 반정부 시위나 단체에 뒷돈을 대왔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선에 개입하여 야당의 대통령을 당선시키려는 목적으로 공작을 벌였습니다."


아성그룹은 성일그룹보다 약간 규모는 작지만 국내 굴지의 재벌 미디어 그룹이다.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 산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였으며, 영화관 사업을 대부분 먹어 치운 후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여 영화팬들의 원성을 사고있었다. 하지만 영화관, 영화배급, 제작 등 전반에 걸친 지배력 때문에 영화계에선 반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기존의 성일그룹 오너일가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으며, 윤소희의 본가인 QJ그룹은 같은 미디어 그룹이지만 아성그룹에 비하면 크게 손색있는 기업이었고 주력은 드라마 및 방송 쪽이었다.


남상미의 말이 잠시 멈추자 기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며 발언권을 신청했고, 바로 다음 내용을 발표하려던 생각을 바꾸어 한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공작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남상미는 기자의 말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들은 현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성추문에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대선의 판도를 바꾸려 했습니다. 얼마전 전직 청와대 비서의 고소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은 여성 변호사를 내세워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비서에게 접근했고 거액의 대가를 제시하고 대통령님을 음해했습니다. 그리고 여성단체들을 움직여 여론을 크게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모두 아시는 것처럼 재선이 확실시되던, 각종 개혁정책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대통령이 크게 타격을 입어 낙선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선거기간이 임박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론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채 말이지요."


남상미의 대답에 웅성거리던 기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발언의 뜻은 알겠습니다만 증거는 있습니까? 지금 이 발표만으로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충분하게 검토하고 이렇게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했겠지만, 만약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남 차장님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말입니다."


남상미는 기자의 질문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도쿄를 양분하는 일본의 조직 쿠라사기가 관리하고 있는 기업이 아성그룹에 자금을 송금했고, 아성그룹은 그 자금을 해당 국회의원들과 지금 나서는 여성단체들, 그 외 반정부 시민단체들에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단체들에 송금하고, 언론에 나서서 매우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했지요. 그 송금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하십니까? 물론 다른 증거들도 있습니다."


도쿄를 양분할 정도이므로 쿠라사기가 일본 정부나 기득권 세력과 어느정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짐작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남상미의 말에 기자는 입을 다물었고, 이번엔 남상미가 그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외교 문제를 왜 본인이 걱정하십니까? 그것 보다는 제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일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건 엄연한 내정 간섭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자라면 당연히 이 일에 분노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도하여 정부에 힘을 실어줄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해당 기자는 무언가 말을 하고싶은 듯 입가가 씰룩씰룩 했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벌개진 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기자가 질문을 했다.


"그 사실에 대해 어떻게 확인하셨나요? 그런 정도의 거래라면 아마도 은밀하게 하려 했을텐데요, 당연히 대놓고 자신들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을 거라 예상됩니다만. 그런 엄청난 사실을 알아내려면 무척 어려웠을텐데 그 모든걸 밝혀낸 과정에 대해 무척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내는 시간도 매우 오래 걸렸을텐데 왜 대통령 성추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바로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다면 선거판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요. 혹시 증거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닙니까?"


"한 마디로 그런 고급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혹시라도 대선의 패배가 확실시 되어가는 이 타이밍에 판을 뒤집으려고 불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급조한 기자회견 아니냐? 뭐 이런 뜻인가요?"


남상미가 역으로 묻자 질문을 한 기자는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 몰랐는지 허를 찔린 표정으로 우물쭈물 했다. 그리고 남상미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답변을 했다.


"며칠 전에 제보가 있었습니다."


남상미는 갑작스러운 이상혁의 전화와 함께 만나서 전달받은 USB 파일,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에 자신도 경악했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엄청난 내용에 놀란 우리 중앙지검은 현재 상황의 급박함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밤을 새워 사실확인을 했습니다. 일본의 조직 쿠라사기와 아성그룹 간의 자금 전달에 사용한 해외 계좌추적은 국정원에 요청하여 확인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힌 것들은 중앙지검의 명예와 제 직을 걸고 사실입니다."


이상혁은 그룹의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경찰을 움직여 SH를 공격하는 한성화 의원과 그 주변을 캐다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이런저런 상황에 놀랐고, SH가 처한 위기를 해소할 겸,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임의용 대통령을 도울 겸, 지금의 사태를 벌인 일본과 엮인 자들을 처리할 겸, 겸사겸사 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상미를 택한 것이었다. 이상혁은 증거자료들을 건넬 때 온갖 시스템을 해킹하여 자금을 전달하는데 관계되는 사람들의 신상정보와 일시, 방법까지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수준으로 자세하게 만들어 건넸고, 남상미와 국정원은 당연하게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들은 국정원까지 들먹이며 사실을 확인했다는 말에 더 이상 사실유무를 의심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고, 언론사의 성향을 떠나 1면 톱에 실어야 할 소식인 만큼 보도본부에 속보를 알리느라 분주해졌다. 지금은 극우 성향 언론이라도 일본편을 들어서는 안 될 때였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나중에 슬그머니 다시 편을 드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었다.


모든 방송에서 일제히 현직 국회의원과 극우성향 재벌이 일본의 사주를 받아 합작한 대선개입에 대해 속보를 내보냈고, 이번에는 정말로 모든 국민이 놀라서 시끌시끌해질 지경이었다. 이날은 이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누구도 말을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분개해 이를 갈았다.


- 어휴, 나쁜새끼들.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어떻게 일본하고 붙어먹냐?


- 지금이 일제시대냐? 21세기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흔들어?


- 우리가 그동안 몰라서 그랬지 항상 일본은 암중에서 우리나라를 조종했었대요. 그러던 것이 이번에 처음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일본 말을 안듣는 정부가 탄생한거죠.


- 하.. 니미.. 이런건 몰랐네..


- 와.. 나는 현 정부 싫지만 이번건 정말 쉴드가 안 된다..


- ㄴㄴ. 니들 다~ 속고 있는거야. 이번 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당선되고 중국에 나라를 들어 바치려는 자들로 이루어진 정부야. 니들은 중국몽도 몰라?


- 하.. 저건 또 머냐? 가서 아닥하고 잠이나 쳐자지?


- 어휴.. 정부에 세뇌되어 생각없이 사는 벌레들. 중국애들이 대량으로 우리나라에 잠입해서 선거권 얻고 이번 정부 지원한 거잖아~! 중국이 우리나라 먹으려고 하는거 몰라?


- ... 무뇌아는 상대 못 하겠네.. 중국이 문제있는 것은 맞는데, 지금 니가 하는 말은 그냥 그 감정을 이용해서 국민 선동하는 거잖아. 그냥 일본이고 중국이고 다 우리나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지 뭔 이번 정부가 중국에 나라를 바치냐? 그전 정권애들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는 중이었던거지. 그리고 이번 정부 들어서 자기들 죄가 드러날까봐 시선 돌리려고 중국 이용하는거고. 제발 팩트를 봐라 쫌.


- ㅉㅉ, 벌레는 벌레끼리 붙어먹어라. 수고.







그리고 처음엔 별 관심 없다가 남상미의 폭탄 선언에 고개를 들어 방송을 시청하던 여당 선거캠프의 인원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괴상한 표정들을 지었다. 이것은 분명히 선거에는 엄청난 호재임에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일본의 손아귀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님."


대통령 비서실장인 박시후가 다가와 임의용을 불렀고, 임의용은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저 남검사한테 연락해요."


"네."


박시후는 잠시 후 전화기를 가져와 임의용에게 건넸고, 임의용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남검사님, 이 상황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거지요?"


그리고 전화기 속의 남상미 역시 침착하게 대답했다.


-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최소한 방금 기자회견에서의 내용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국정원에서 조사한 내용들은 따로 보고가 올라갈 것으로 압니다.


"어, 그래, 수고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통화를 마친 임의용은 박시후를 보며 말했다.


"국정원장에게 확인해봐요."


"네."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짧게 통화를 마친 박시후는 임의용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임의용은 그런 그의 모습에 결기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당장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주세요. 이젠 그냥은 못 넘어갑니다."


해방이후 그동안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지금의 야당이 정권을 잡아온 결과 수많은 친일파들이 기득권 세력에 포함이 되어있었고, 그들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과거가 아프게 다가오는 임의용이었다.


"네."


박시후는 그런 그의 모습에 짧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으며, 그런 그의 뒷모습을 쫓던 임의용은 창밖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나라는 아직 멀었어."


20세기를 거쳐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국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기형적인 나라 대한민국. 그렇다고 주변을 둘어보아도 중국, 러시아 등 만만한 나라가 하나도 없는 어려운 환경을 가진 대한민국. 이제는 정규전으로는 압도하기에 논외로 쳤지만 여전히 방심하면 안 되는 분단국가 북한. 그런 나라인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한층 피로함을 느끼는 임의용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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