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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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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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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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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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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혁 (4)

DUMMY

서울중앙지검장실에는 긴장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염동성과 남상미는 서로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의 눈을 노려보며 기싸움을 하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이게 마지막 기회다."


염동성의 나직한 한 마디에 남상미가 반대의 뜻을 표했다.


"싫습니다. 이 정도까지 증거가 나왔는데 묻으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너 지금 상관의 지시도 무시하고 있고, 공보준칙도 어긴채 네 멋대로 인터뷰도 하고 있어. 너 혼자 정의로운 척 하지말고 그만 끝내."


"음.. 저는 제 자신이 정의로운지 까지는 모르겠는데요, 저라고 완벽하게 법을 지키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저 개인적으로 검사는 자잘한 범죄를 저지르는 좀도둑을 잡기보다는 대형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 우두머리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치안은 우수한 경찰인력이 담당하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이런 일을 외면하면 대한민국에서 이들을 단죄할 사람이 없습니다."


염동성은 남상미의 말에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너 자꾸 그러고 있으면 네가 다쳐. 그리고, 나는 우리 검찰 조직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야. 너랑 조직이랑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조직을 택한다. 잘 생각해. 지금 대검에서는 너 쳐내라고 난리인데, 내가 마지막으로 설득 해보겠다고 일단 보류시켰어. 하지만 내가 막아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염동성의 말에 남상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수사사실 공표 금지를 어긴 것에 대해 징계가 나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건을 덮을수는 없습니다."


염동성은 남상미의 말에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다른 한 손은 나가라는 듯 휘휘 저었다.




**




- 리포터: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대검찰청은 남상미 부장검사가 맡고있던 성일그룹에 관련된 수사를 형사 3부에 재배당하고 남상미 부장검사는 부산지검으로 발령냈습니다. 일종의 좌천인 셈인데요. 법조계에서는 남상미 부장검사의 무리한 수사방식과 수사사실 공표금지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한 조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성일 그룹에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인권과 공정을 생각한 대검의 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남상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TV 뉴스소리를 들으며 상자에 자신의 개인 짐을 천천히 챙겨 넣었고, 전영미와 이철진이 이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남상미만 부산지검으로 발령났기 때문이었다. 남상미의 손발을 자르기 위한 조치였다.


"아니, 왜들 그렇게 쳐다봐요? 제가 짤린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제 신경은 그만 쓰시고 이 건을 마무리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남검사님이 복귀하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철진의 대답에 이어 전영미가 약간 울먹거리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그치만.."


결국 전영미가 말을 잇지 못하자 남상미가 전영미를 품에 안아 다독거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나 아직 안 죽었어요. 그리고 부산으로 내려가도 제 신분은 유지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 복귀를 위해 불필요한 일 벌이지 마시구 몸 사리세요. 한 10년 지방으로 돌고 나면 다시 올라올 기회도 있겠죠."


전영미는 남상미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고, 이철진은 일부러 힘차게 말했다.


"자자, 남검사님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우리는 일 좀 하겠습니다. 검사님도 이 방을 다른 검사님이 차지하기 전에 돌아오실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해주세요!"


그러자 남상미는 피식 웃은 후 호응했다.


"하여간.못 말리겠네요. "





**




- 저건 좀 문제있는거 아니야? 그래도 그 동안의 공적이 있는데 어떻게 한 순간에 남상미를 내치냐?


- 그러게. 검찰 좀 미친듯? 이젠 대놓고 성일 편을 드는구나?


- 뭐래는거냐. 인권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강압수사를 진행하니까 그런거지. 너그들은 전부 그동안 속고 살아온거야 이 등신들아.


- 나중에 지들도 저런 식으로 털려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ㅉㅉ.


인지도가 높은 남상미의 좌천은 여론를 다시 한 번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었고, 대검은 이례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리포터: 대검찰청은 남상미 부장검사의 부산지검 발령은 수사사실 공표금지를 어기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서 약자를 보호하고 인권을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성일그룹의 비위 사실은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고 저희 방송국의 취재결과 확인되었습니다. 검찰이 앞으로의 수사도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성일그룹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었고, 성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한민국의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견해의 뉴스를 연일 내보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MBS의 김화진 기자는 이런 언론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 김화진: ...... 이처럼 상당히 사실적인 증거영상을 전 국민이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한창 수사중인 남상미 검사를 좌천시킨 검찰도 이상하지만, 언론에서조차 이 증거는 무시한채 성일그룹에 별다른 혐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최소한 영상의 사실 여부는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화진 기자의 심층분석에 여론이 또 한 번 흔들렸으며,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도 완전 난장판이었다.


- ㅋㅋㅋ.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는 영상을 보고도 별다른 혐의가 없대.


- 옛날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고 뭉개던 영상과는 달리 완전 고화질이던데. ㅎㅎ.


- 이것도 영상만으로는 얼굴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는거 아닌가 몰라.


- 니들 다 미쳤구나. 검찰을 못 믿으면 누굴 믿을래? 양아치 경찰? 쓰레기 유튜버? 헛소리들 작작하고 대검의 공식 발표를 믿어라.


- 요즘 AI 좋다던데, 저거 합성 영상인듯.


- 그러니까 영상의 사실여부는 확인해야 된다는 거 아니냐.


- 응. 안해.






하지만 김화진 기자의 영향력도 잠시. 기성 언론 대부분이 총공세를 이어가자 결국 대중은 성일을 믿기 시작했고, 남상미가 잘못한 것으로 결론이 지어지고 있었다. 물론 일부에서 정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대세는 성일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남상미가 공익제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은 공익제보라고 하니 무언가 큰 건이 터질 것 같은 예감에 성일편을 들어야 하기에 남상미의 의견을 되도록이면 실어주지 않던 언론들까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늘 그래왔듯이 여차하면 성일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해서 프레임을 씌워 기사를 쓸 것이었다.


단상에 선 남상미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 기자회견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성일그룹 사건을 재배당 형식으로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시간이 지난 후 성일그룹은 무혐의로 유야무야 풀려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국민들의 법 감정에 맞지않는, 매우 불공정한 사법처리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러한 상황을 막고자 추가 징계를 감수하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기자들의 반응을 살핀 남상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수사해서 포착한 혐의들과 그 입증자료들을 공개하겠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 뿐이며, 아직 혐의가 입증될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들은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도높은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갈취, 탈세, 불법증여 등 성일이 벌인 여러가지 불법행위에 대해 상세하게 브리핑을 이어갔다. 남상미는 그동안 압수수색 등 부하 검사들까지 총동원해서 조사했던 자료를 종합해서 챙겨 부산으로 내려왔고, 전영미 이철진과 공조하며 밤샘 작업을 하여 이런 성과를 낸 것이었다.


언론 기자들은 누가 보아도 빼도박도 못할 정도의 증거들이 나열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 증거면 불법 혐의를 피할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것을 보도하자니 성일을 깎아내리는게 되고 보도하지 않으려니 보도하는 언론들만 화제를 몰아갈 것이 예상되기에 딜레마에 빠진 것이었다.


남상미는 그러한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성일의 불법 행위입니다. 모두 암암리에 떠돌던 소문이 진실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성일을 옹호하는 것은 국민의 자잘한 불법은 가혹하게 처벌하면서 권력을 가진 자의 불법은 눈감아주는 불공정한 사법처리가 21세기에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고 사법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살과 뼈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이번 사건에서 저에게 압력을 가하고, 저를 내침으로써 수사에 영향을 주려고 한 사람들, 그리고 이번 수사결과로 드러난 성일과의 유착관계에 있던 검찰 관계자들의 명단을 밝히겠습니다."


남상미는 이어서 성일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져야하는 검찰 관계자들 몇 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들 중에는 대검에서도 상당한 위치의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 말을 듣고있는 기자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사안을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도 큰 일이기 때문이었다. 고위 인사들이 어떤 의도성을 가지고 행동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남상미의 수사를 방해한 것은 명백했고, 그것 만으로도 여론이 시끄러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명단은 보도자료를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사법정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남상미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왔고, 기자들은 한 마디라도 더 듣기위해 남상미의 뒤를 쫓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날 언론들은 결국 다시 한 번 성일 편을 들어주었다. 남상미의 기자회견에 대해 보도는 했지만, MBS와 소수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상미가 이번 좌천성 인사 때문에 자신이 몸담은 검찰 조직에 앙심을 품고 보복적인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거기에 더해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남상미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검찰 조직원들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식으로 옹호했다. 그러자 여론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혼란에 빠졌고, 연일 남상미가 검찰을 공격한 것이 나쁜지 검찰이 남상미를 내친 것이 나쁜지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남상미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의 진실여부는 중요치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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