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093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06.23 19:18
조회
721
추천
16
글자
12쪽

변혁 (2)

DUMMY

남상미는 비서실장의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는 새 주먹을 꽉 쥐고 비서실장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 쿠당탕~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옆에있던 이철진의 제지로 주먹이 비서실장에게 닿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며 비서실장은 계속해서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참으세요! 저 새끼, 저거, 일부러 그러는 거에요! 여기서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언론이 좋아할 테니까! 그럼 남검사님이 더 힘들어져요!"


남상미는 이철진이 필사적으로 막아선 덕분에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취조실에서 나섰다.


"그나저나 어떡하죠? 긴급구속은 48시간 뒤엔 풀어줘야 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없네요."


이철진의 말에 남상미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그리고 이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누님. 언론이 아주 난리도 아니던데요? 괜찮아요?


남상미는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며 걱정해주는 이상혁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비서실장이 쉽게 실토할 것 같지 않아서 뭐라도 밖에서 증거를 찾아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 그러면 이렇게 준비 해 주세요.


남상미는 이상혁의 말에 미심쩍으면서도 원하는 대로 해주마고 했고, 적당한 핑계를 대서 지검에 갇혀있는 비서실장을 근처의 구치소로 옮겼다.





**




이상혁은 비서실장이 구금된 구치소로 찾아가 남상미의 배려로 카메라가 없는 방에서 비서실장과 마주했다.


"뭐야, 너는?"


비서실장은 나이가 어린 이상혁을 보고 어이없어 하며 툴툴거렸다.


"여자 다음에는 어린애인가. 내가 어쩌다가 이런 것들하고.."


그리고 무언가 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이상혁을 바라보며 쌍욕을 입에 올리다 말고 말을 멈췄다. 이상혁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는 초점이 잠시 사라졌다가 공포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잘 들어. 너는 잠시 후 들어오는 사람이 묻는 말에 사실대로 실토하는거다. 그러지 않으면 너는 영원히 지옥 속에서 고통받을 거야. 알았어?"


비서실장은 이상혁이 귓가에 대고 작게 말하는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새겨들었고, 마지막 질문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상혁은 비서실장에게 걸린 공포 암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문 밖에서 대기하던 남상미를 불렀고, 교대로 들어온 남상미는 영상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후 순조롭게 취조를 진행했다.





**




- ... 다시는 나대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처리하세요.


남상미는 비서실장의 핸드폰에 녹음되어 있던 내용을 들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김지호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니 꽤나 충격적이었다.


구치소에서의 취조결과 속 시원한 실토와 녹취록들을 얻었고, 이것은 그 중 하나였다. 반면 비서실장과 진동식의 대화에서는 진동식을 엮어내기에는 역부족인 내용들밖에 없었다.


- 김지호 차장검사가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 작업?


- 네. 자신의 직속 부하인 남상미라는 년입니다. 정신 차릴 정도로 제대로 손 좀 봐주라는 요청입니다.


- 흐음~.


- 그럼 그렇게 처리 하겠습니다.


- ...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으면 허락으로 생각하고 진행하는 방식인 듯 싶었다. 남상미와 이철진은 녹취록에 대한 감상평을 입 밖으로 가볍게 내뱉었다.


"이래서는 진동식은 못 끌어내겠는데요?"


"그러게요. 이 자식 약아빠져가지고 자신한테 불리할 수 있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네요."


"이런 대화 내용을 일일이 녹취로 남겨둔 비서실장도 어이없어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녀석들인거죠."


"충분히 증거가 확보된 자들부터 칩시다."


"그러시죠."


둘은 굳은 표정으로 마지막 대화를 주고받은 후 곧바로 김지호와 송수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사가 직속상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청하자 언론들이 놀라서 떠드는 가운데, 법원에서는 수색영장을 내주었고 남상미는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했다.


"니가 어떻게 나를!!"


결국 추가증거를 확보한 남상미에 의해 긴급구속이 결정되었고, 수사관에게 양 팔을 붙잡힌채 검찰청을 빠져나가던 김지호는 남상미를 발견하고는 절규를 했다.


"내가 너를 키워준게 얼만데 이렇게 나를 뒤통수를 쳐!!"


하지만 남상미도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애간장이 끓는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당신 때문에 젊은 목숨이 사라졌잖아! 왜 그건 생각 못 해!!"


김지호는 남상미의 말에 한 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사고였잖나."


그러자 남상미도 크지않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그 사건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




김지호와 송수일이 구속되자 언론에서는 이 희대의 사건을 연일 재조명하기 바빴다. 검사에 의해 검사가 수갑을 찬 사건은 정말 흔치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관이 사망했다는 점은 대중에게도 큰 충격이었고, 덕분에 이제 성일그룹의 비서실장이 같이 구속된 건과 맞물려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프레임은 쏙 들어간지 오래였다. 오히려 진동식이 구속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의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 ㅉㅉ. 항상 윗대가리들은 절대 안 잡혀가지.


- 맞아. 저걸 비서실장이 혼자 결정했겠나? 당연히 진동식이나 진세황의 허락이 있었으니까 진행된 일일텐데, 문제 생기면 밑에서 다 뒤집어쓰고 감방 들어가니 원.


- 검찰은 저걸 안 잡는거냐, 못 잡는거냐.


- 그래도 갓상미는 욕하지 마라. 갓상미가 설마 일부러 안 잡겠냐?


- 인정. ㅇㅇ


그리고 언론들은 이러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연일 애를 쓰고 있었다.


- 리포터: 이른바 검사 습격사건에 대해 인터넷에서 성일그룹 지휘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어 가는 것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동료 비서들의 진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료비서1: 원래 비서실장님이 좀 독단적인 면이 있으셨어요. 그래서 위에서 지시하지 않더라도 그게(어떤 일을 진행하는 것이) 그룹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보고하지 않고 진행하곤 했어요.


- 동료비서2: 그 분 입장에서는 그게 충심의 표현이었던 거죠. (진동식) 기획부장님은 이 상황을 모르고 계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리포터: 이와 같이 저희 팩트체크에 의하면 성일그룹 지휘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을 수 있다. 아니, 몰랐을 개연성이 더 크다는 것이 내부의 의견입니다.


언론들의 이례적인 강력한 방어에 더해 인터넷의 댓글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SNS를 시작으로 성일그룹을 옹호하는 글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 세계에서도 손꼽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을 근거없이 욕하고 흔들어놓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 맞다. 성일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기업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일에 딸린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생각해봐라. 그 사람들 전부 짤리면 나라 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들에 힘입어 여론이 흔들렸고, 그것에 대한 반대 글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 국익 같은 소리하네. 말은 그럴듯 하지. 그런데 성일이 무슨 국익에 도움을 주냐? 국민들을 상대로 컸으면서 어느 정도 크니까 국민을 호구로 보는 기업이 되었잖아?


- 인정. 우리가 왜 성일그룹의 제품을 해외에서 역수입해서 쓰는지 잘 생각해봐. 그리고 쟤네들 이미 글로벌 기업이야. 지분을 외국인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어.


- 성일 망한다고 나라가 망한다고? 성일 회장 사라져도 성일이 망하지는 않아. 어차피 일은 그 밑에 애들이 하는거니까.


이렇게 여론이 혼탁해지자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머리만 아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싫증내기 시작했다. 따라서 진동식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잠잠해지고 있었다.


"역시 성일의 힘은 크군."


남상미가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넣은 후 자조섞인 말투로 꺼낸 말이었다. 결국 진동식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점점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져가는 사건을 바라보며 뱉은 푸념이었다.


"이젠 우리가 몸을 사려야 할 때입니다. 성일에서 자신들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엄청난 반격이 들어올 것입니다."


이철진의 말에 남상미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반격이라.. 뭘까요? 저 좌천이라도 당하려나요? 아니면 이번에는 진짜로 저를 제거하려 할까요?"


이철진은 남상미의 질문에 당치도 않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거라뇨. 그 무슨 험악한 말씀을. 그건 누가봐도 성일이 제일 먼저 의심받을 텐데 그런 짓을 하겠어요? 아무리 공룡 기업이라도 현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모른척 하고 넘기기는 어려워요. 더군다나 검사들 중에서도 스타검사인 남검사님을 말이죠. 아마 다른 방법으로 압력이 들어오겠죠. 윗선에서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키거나, 진급을 누락시키거나, 유배를 보내거나 등으로 말이죠."


"흐음~"


"사실 제일 먼저 하는게 뒷조사일텐데, 제일 확실한 방법은 비리에 엮어서 검사님을 잘라버리는 거니까요. 근데 남검사님이 그럴만한 약점이 있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흐음~."


남상미는 알듯말듯한 표정과 함께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고, 이철진과 전영미는 그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 까똑~


그 때 남상미의 핸드폰이 울렸고, 모든 일이 귀찮은 남상미는 이를 무시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그런 그녀를 가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 까똑~, 까똑까똑까똑~


"에이~ 씁~"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남상미는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켜세우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 링크: 진동식과 진세황의 대화


- 이거 봤어?


- 안 봤으면 빨리 확인해봐.


- 대박이다.


- 얼른!!


"뭐야 얘는 진짜."


남상미는 동료 검사의 성화에 투덜거리며 링크를 열어보았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영상에 집중했다.


- 남상미인가 하는 계집 건은 어떻게 되었나?


- 예, 늘 하던대로 비서실장이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 위로금은 충분히 지급했고?


- 물론입니다. 당연히 입을 닫을 겁니다. 우리까지 연루되어 구속되면 자신은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 테니까요. 그것보다는 혼자 뒤집어쓰고 적당한 시기를 봐서 우리가 꺼내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 흐음~. 그 계집 정말 골치아프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그 계집 때문에 잘못하면 검찰이 망하겠어.


-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김지호가 움직인 김에 그년을 처리하려 했었는데 아쉽습니다.


- 뭐든지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한다. 앞으로는 이번 일처럼 어설프게 처리하면 안 되는 법이야. 제대로 처리를 못 하니까 남상미 그 계집이 멀쩡하게 입을 놀리고 다니잖아. 다음 번에는 이번처럼 실수하지 말고 확실하게 처리해.


- 알겠습니다. 조만간 기회를 봐서 재기하기 어렵도록 망가뜨리겠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오는 남상미였다.


"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천에서 난 히어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공지 및 글의 사실성 18.08.31 10,636 0 -
255 서울 (11) +3 20.11.07 518 12 11쪽
254 서울 (10) +2 20.10.24 446 12 12쪽
253 서울 (9) +2 20.10.20 486 8 12쪽
252 서울 (8) 20.10.17 495 10 12쪽
251 서울 (7) 20.10.17 476 11 11쪽
250 서울 (6) 20.10.06 550 10 11쪽
249 서울 (5) 20.10.03 521 11 11쪽
248 서울 (4) 20.10.03 496 11 11쪽
247 서울 (3) +2 20.09.17 568 11 12쪽
246 서울 (2) +2 20.09.12 587 13 12쪽
245 서울 20.08.26 678 12 11쪽
244 국군의 날 특집방송 20.08.19 696 10 15쪽
243 변혁 (12) 20.08.12 668 10 11쪽
242 변혁 (11) 20.08.04 644 10 11쪽
241 변혁 (10) 20.07.27 650 9 11쪽
240 변혁 (9) 20.07.23 670 12 11쪽
239 변혁 (8) 20.07.14 744 13 11쪽
238 변혁 (7) 20.07.09 697 12 12쪽
237 변혁 (6) 20.07.06 751 12 12쪽
236 변혁 (5) +2 20.07.04 711 14 11쪽
235 변혁 (4) 20.07.01 732 16 11쪽
234 변혁 (3) +1 20.06.25 744 15 12쪽
» 변혁 (2) 20.06.23 722 16 12쪽
232 변혁 +2 20.06.20 766 14 11쪽
231 사기 (8) 20.06.19 697 12 12쪽
230 사기 (7) +1 20.06.06 735 14 11쪽
229 사기 (6) 20.06.02 668 15 11쪽
228 사기 (5) 20.05.28 675 14 12쪽
227 사기(4) 20.05.24 707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