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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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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10.0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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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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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울 (6)

DUMMY

"이런 씨~"


한진원은 이아영의 말에 한 손을 치켜들며 때릴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이아영은 그런 그의 모습을 흔들림없이 지켜보다가 한 마디 했다.


"방송에서 한 번쯤 보셨죠? 저 싸움 잘 해요. 일반인이랑 드잡이질 할 수준은 아니에요. 먼저 치면 정당방위가 무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러자 한진원은 한동안 손을 치켜든 채로 어쩌지 못하며 갈등을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기다리다 지친 이아영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보니 깡도 없네요. 남자 구실 못 하겠어요."


한진원은 이아영의 말에 이성을 잃고 손바닥을 내리쳤고, 그의 손은 뒤로 돌아 방심하고 있는 이아영의 연약한 얼굴을 칠 것만 같아보였다.


"꺄악~!"


술집 안에 있던 여학생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오현아나 오강태도 너무 놀라서 숨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아영은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고 몸을 슬쩍 숙여 한진원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려차기로 한진원의 얼굴을 올려찼다.


- 퍽~!


- 쿠당탕~!


한진원은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당해 나가떨어졌고 사람들은 이아영이 맞을 뻔 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강렬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진원을 쓰러트린 이아영은 한진원을 따라다니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저 사람 얼른 데려가세요. 그리고 이거 정당방위 증언해줄 증인과 영상이 잔뜩 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라고 하시구요."


요즘은 무슨 일만 벌어지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이 몇 명은 꼭 있었고, 그렇기에 빼도 박도 하지 못할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는 경고였다. 결국 한진원은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말도 지어내기 어려울 터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당시의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이아영의 인기는 올라가고 한진원은 천하의 찌질이로 등극해 아빠인 한성화를 망신시키는 계기가 된다.


한진원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부축을 받아 술집에서 사라졌고, 술집 안은 방금 전에 일어났던 액션 활극을 안주로 더욱더 활기를 띠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




"으음.."


여당 4선의원인 한성화가 술집에서 이아영에게 맞아 떡이 된 후 실려나가는 영상을 본 후 보인 첫 반응이었다. 특별하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기분이 나쁜 것이 분명해보이는 모습이었다.


보좌관은 그런 한성화의 심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전부."


"알겠습니다."


보좌관은 만약을 대비해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는 한성화의 말을 용케 알아듣고 고개를 숙였다.





**





"그 언니가 또 곤란해졌나봐."


"왜? 저번에 그 일 다 해결했잖아."


아영의 말에 의문을 표하던 상혁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혹시.. 한성화 그 양반이 직접 나섰나?"


오현아의 소속사는 영세한 규모의 매니지먼트 회사였고, 현재 몇몇 배우를 더 키우고 있지만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즉, 현재로서는 실질적으로 오현아가 회사를 먹여살리는 기둥이었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여당의 다선 현역 국회의원의 압력에는 별 수 없었다. 한성화의 의중을 들은 보좌관은 곧바로 소속사에 전화를 넣었고, 그 후 소속사에는 오현아의 스케줄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 물론 오현아 외에 다른 연예인들의 스케줄도 올 스탑이었다. 따라서 잘못하면 이대로 회사가 쓰러지겠다고 판단한 소속사 사장이 오현아에게 제발 한 번만 사정을 봐달라고, 회사에서 나가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린다는 것이었다. 회사 사정을 뻔히 아는 오현아 입장에서는 오죽하면 자신과의 계약 해지를 원할까 싶어서 싫은 소리도 한 마디 못한채 곤란해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게 말이 돼? 아무리 회사 사정이 딱해도 그렇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금껏 회사를 먹여살린게 얼만데.. 오현아도 참 고역이겠다. 배신감도 많이 들테고."


"그렇지, 당연히. 그런데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함께하던 사장뿐만 아니라 스텝들 표정까지 어두워지니까 언니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봐."


"하~ 가족처럼 생활하던 스텝들까지 눈치를 줄 정도면 아무리 강단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 '내가 잘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 사람 셋이 모이면 나머지 하나 바보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니까."


"맞아.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잘못은 언니가 아니라 한성화 그 할배가 하고 있는거야. 무시해, 언니.' 라고 말은 해주고 있는데,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힘든가봐. 일단 곧 계약해지는 하기로 했나봐. 그런데 다른데 받아준다는 곳이 없어서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될 판이야."


"히야~ 그거 정말 국회의원이라는 거 위세가 대단하네~"


"글치. 그래서 현동 오빠한테 언니를 우리 회사로 데려오자고 했어."


이상혁은 이아영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뭐? 너네 회사는 무슨 용가리 통뼈야?"


"킥.. 어차피 그 할배가 우리 회사에도 압력을 걸어서 내 스케줄도 몽땅 취소거든. 나야 뭐 그동안 바빴으니까 당분간 휴가를 즐기기로 했어. 그리고 같은 처지인 언니도 데려와서 당분간 같이 놀려고. 히히~"


"그래. 그래라."


이아영의 말에 피식 웃은 이상혁은 한성화를 처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띠리리리리~


그 때 전화벨소리가 울렸고 이상혁은 김주혁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오~ 오랜만입니다, 형사님."


- 오랜만이고 뭐고 너 무슨 짓을 한거냐?


"무슨 짓이라뇨?"


- 경찰이 SH 시큐리티와 SH 전자를 타겟으로 비리를 캐고 있다는 소식이 내 귀에 들려.


"예?"


SH 전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속으로는 조폭이 본업인 SH 시큐리티는 얘기가 다르다. 경찰이 마음먹고 움직이면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는 법인데, SH 시큐리티는 사실상 법을 어기는 폭력 집단이기에 경찰이 털어버리는 순간 버틸 재간이 없다.


"갑자기 왜?"


- 이유는 모르겠지만 윗선에서 압력이 들어왔다던걸.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당 국회의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아.


국회의원이라는 말에 이상혁의 머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한성화.."


- 누구?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새어나온 이름에 김주혁이 반문하자, 이상혁은 급하게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여당 의원 한성화일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소식이 있으면 부탁합니다, 형사님."


- 어, 야, ...


그리고는 손을 급히 놀려 정보부장 김광수에게 전화한 후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경찰이 우릴 노린다는 첩보가 있다. 여당 의원 한성화를 조사해봐. 아마도 거기서 압력을 넣었을 확률이 높아. 한성화랑 연결된 경찰 고위 간부들도 조사하고."


- 네, 알겠습니다.


이상혁은 전화를 끊고나서 사나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한성화라.. 이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울고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안 그래도 오현아와 이아영을 건드려서 해결은 해야하는 상황인데 자신을 직접 건드리자 이상혁은 단순한 해결을 넘어서 한성화를 무너트리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더구나 SH가 조사를 받는 마당에 이미 먹고 먹히는 전쟁이 되어버린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설립이래 처음으로 SH 시큐리티가 대 핀치에 몰린 상황이었다.




**




대선 10일전. 임기 막판에 올린 성과 덕분에 순조롭게 재선가도를 달려가는 임의용 대통령의 지지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2년 전까지 청와대 비서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던 미모의 여비서가 대통령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것이었다. 그녀는 임의용 대통령의 임기 초반부터 약 3년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수행했었고, 집안 사정으로 퇴직을 했던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대리인을 내세워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었다.


- 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


- 밝혀진 대통령의 충격적인 비밀.


갑작스러운 호재에 극우성향 친일언론들은 연예계 찌라시 제목같은 느낌의 기사제목을 달아대며 신이 나서 보도를 했고, 여타 언론들은 이 내용을 확대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성추행범 임의용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여성단체들은 청와대 근처에 몰려와 시위를 했고,


"우리는 파렴치한 성 범죄자인 임의용 대통령이 스스로 선거판에서 물러서기를 요구합니다. 이 상황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즉각 자리에서 내려와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길 요구합니다."


하루만에 전직 비서의 대리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대리인은 성추행 증거로 대통령이 전직 비서를 시크그램 비밀채팅방에 초대한 화면캡처를 내세웠다.


"성 범죄자 임의용은 피해자를 시크그램 비밀채팅방에 초대해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내고, 내밀한 대화를 시도하는 등의 행동으로 피해자를 성추행 했습니다. 저는 여성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이러한 대통령의 행동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언론들은 대서특필을 했으며 설마 하던 국민들은 대리인과 여성단체들이 자신있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에 대통령을 욕하기 시작했다.


- 어휴~ 대체 대통령씩이나 되어서 창피하게 뭐하는 짓이냐?


- 그러게. 추하다, 추해~.


- 임의용 대통령 그렇게 안 봤는데, 문제가 많은 사람이네~.


여성들은 흥분했고, 맘카페 등등 여초 카페들은 대통령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 세상에~ 어떻게 대통령이 저럴수가~


- 이 나라 남자들이 이 모양이니까 여성들이 고통받는 거에요. 우리 모두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시죠~.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여성으로~.


대통령 선거를 겨우 10일 남기고 터진 호재에 야당 인사들은 입이 귀에 걸려서 임의용 대통령을 공격했고, 당황한 여당도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눈치만 볼 뿐이었다. 여기서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가는 임의용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자들도 우루루 떨어져나갈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여성들은 화가 나면 무섭게 몰려들어서 난타하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면 위험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유롭게 지켜볼만한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는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거짓말이 아닌가 싶지만 시간내로 무언가 찾아내서 증명할 수도 없었다. 매일 수천건의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싶지만, 언론들은 고소인의 주장을 보도하는 것 뿐이기에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기 보다 오보에 가깝기 때문에 정정보도 요구 정도밖에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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