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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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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07.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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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혁 (5)

DUMMY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남상미는 강남의 구석진 호프집에 앉아 김주원과 이상혁을 상태로 신세를 한탄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자극은 되겠지 싶었는데 언론까지 똘똘 뭉쳐서 저렇게 행동을 하니 나만 나쁜년이 되었지 뭐야.."


언론과 검찰이 며칠 동안 남상미를 공격하자 남상미야 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남상미의 예상 시나리오는 언론이 아무리 썩었다고 해도 거대한 진실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일정 부분이라도 보도가 되면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검언경 유착은 생각보다 질겼다.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온몸을 불사른 남상미는 타다 만 재처럼 무기력한 상태였다.


"수고했어요, 남검사."


김주원은 남상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다가 별안간 이상혁을 째려보며 말했다.


"야이 인정머리 없는 새꺄. 너는 남검사가 불쌍하지도 않아? 어째 그렇게 평온하냐?"


그러자 이상혁은 화들짝 놀란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답했다.


"에이~ 그럴리가요~. 저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고 있어요~."


"그런 놈이 아까부터 핸드폰만 흘끔거리고 있어?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기에 그러는지 들어나 보자."


김주원이 역정을 내자 남상미가 김주원을 말렸다.


"그러지 마요. 그나마 이상혁이 있었기에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미 열이 오른 김주원이 다시 한 번 뭐라 하려 했으나, 이상혁이 갑자기 핸드폰의 화면을 켜며 말했다.


"시간 됐네요."


덕분에 화를 내려던 김주원과 그를 말리던 남상미도 순간적으로 주의가 집중되며 핸드폰의 화면을 쳐다보았고, 이상혁은 그런 그들에게 실시간 뉴스속보를 틀어 보여주었다.


- ..... 저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 사법기관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준 사법기관인 검찰이 벌인 행동은 국민들의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임의용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검찰을 개혁하고자 합니다."


영상에서는 현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임기 마지막해에 들어선 임의용의 긴급 기자회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임의용이 단상에서 내려가자 법무부장관이 단상에 올라 그 동안의 법무부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이 사건에 대해 옹호했던 검찰총장에게 개입 자제를 지시하고 검찰 간부들과 검사들을 모두 직무배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거기에 깜짝 쇼처럼 끈 떨어진 남상미에게 이 사건에 대한 특검의 지휘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영상을 본 남상미와 김주원의 입이 떡 벌어진 가운데 이상혁은 얼마전 임의용을 만난 때를 회상했다.


=== 회상씬 ===


"대통령님."


임의용은 저택의 서재에서 쉬던 와중에 들린 낯설지만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저 기억 나십니까?"


이상혁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밝은 곳에 서서 임의용이 자신을 기억해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물론 기억하지. 중국에서 나를 밀착 경호했던 그 친구 아닌가."


임의용은 이상혁이 어떻게 자신의 사저에 들어왔는지는 일언반구 묻지 않고 반겨주었다. 이미 중국에서의 경호 과정에서 몇 가지 신비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인가, 내 목숨을 구해준 친구인데 당연히 기억해야지."


이상혁은 임의용의 인사치레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없으니 용건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혹시 지난번에 했던 약속 아직 유효합니까?"


"약속?"


임의용은 이상혁과 헤어지기 전에 무엇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원하는 것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아아.. 그렇지. 기억나네. 그래, 그 얘기를 하기위해 여기까지 찾아왔는가? 그 때 내가 개인 번호도 알려줬을 텐데. 혹시 번호를 잃어버렸는가? 하지만 지금 자네를 보니 그런 것 쯤 다시 알아내는 것은 별 일 아닐듯 싶은데."


"물론 그 번호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제가 드릴 부탁은 전화로 말씀드릴 수 없는 내용이라 그렇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검찰 개혁에 대한 주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것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이루어졌다.


결국 이상혁의 부탁은 자신이 조사한 정보를 제공할테니, 남상미를 지원사격하여 검찰개혁을 이루자는 내용이었다. 임의용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으나 아무리 애를 써도 하기 어려웠던 개혁 중 하나인 검찰개혁의 단초를 제공하는 이상혁의 제안이 무척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동안 임의용이 개혁을 하려할 때마다 야당과 여당 국회의원이 하나로 합심해서 대통령의 행보를 막아왔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상혁이 제공한 자료들을 활용하면 충분한 명분을 얻을 수 있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임의용의 몫이었다.


"고맙네. 이건 나야말로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어."


=== 회상씬 끝 ===


그 날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났고, 임의용은 다음날 바로 법무부장관과 독대하여 한참동안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상혁의 USB를 들고나온 법무부장관이 그 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친 후 기습적인 기자회견을 연 것이었다.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법무부장관이 지시한 사건이었다.


- 검찰의 독립성을 이렇게나 훼손하려 하다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독재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우리가 아무리 여당이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TV에 출연하여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언론은 임기 1년도 남지않은 대통령이 레임덕을 막기 위해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견을 내놓았다.


- 이번 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아무리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렇게 세세한 내용에 대해 직접 지휘한 전례가 없습니다!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일이라는 시각에서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지휘를 받는 당사자인 검찰총장은 지휘서신을 받자마자 집무실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했다.


그리고 검찰 안팎에서 대통령이 무리한 주문을 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면서 법무부장관의 지휘 철회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총장이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시되던 때였다. 그렇게 국민의 관심이 완벽하게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 3일만에 나타난 검찰총장은 폭탄 선언을 했다.


- 저는 법무부장관의 이번 지휘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무부장관은 법에 명시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사건 하나에 대해 자세하게 지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수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의 말을 여기까지 들은 기자들은 검찰총장이 이번 지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고 버틸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쾌재를 불렀다. 이대로 검찰이 무너지면 기득권들의 카르텔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전은 이제부터였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제가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거부하지는 않겠습니다. 법에 정해진 것을 따르지 않는 자가 검찰을 지휘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시간부로 검찰총장을 사퇴하도록 하겠습니다. 법무부장관의 사건지휘를 따르는 일은 제 후임자의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조직이 최우선인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기준 하에서는 원리원칙주의자였던 강직한 인물이었다. 즉, 사회 초년생부터 검사생활을 시작하여 반평생을 몸담았던 검찰조직에 강한 애정이 있는 올곧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법과 원칙을 지키며 행동을 해왔고, 많은 범죄자들을 처벌해왔다. 다만 그 신념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이 국민의 생각과 약간 다를 뿐이었다. 그는 검찰 조직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위협에 대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모든 힘을 사용해 막는 것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행동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사용하기에 대한민국 검찰의 힘은 매우 막강했기에 항상 성공적으로 외압을 막아왔었다.


하지만 이번은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법에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의 권력을 사용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검찰총장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 자신이 평생 지키며 살아왔던 법과 원칙을 지켜야하지만, 그러자면 검찰 조직의 운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이와 같은 수를 내놓은 것이었다.


검찰총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언론은 속보를 띄웠고, 검찰총장의 행동에 대한 각종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어떤 분석을 하더라도 이미 결정된 일을 뒤집을 수는 업었다. 결국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은 사퇴를 단행하였고, 법무부장관의 지휘사항에 대한 처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로 이관되었다. 물론 갑작스럽게 직무대행을 맡은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지휘에 거부하기란 매우 힘들었고, 이 조치는 바로 시행되었다. 남상미는 현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 드는 칼을 들고 검찰의 썩은 부분을 도려낼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바뀌지 않던 정권을 이번 임의용 대통령이 처음으로 바꾸었고, 국민들의 기대감은 그만큼 컸다. 하지만 임의용은 스스로 개혁하라는 것을 주문했을 뿐 직접적으로 메스를 들지는 않았었고, 이번에야말로 사회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에 들떴던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가 임기말이 되면서 현재는 체념상태였었다. 따라서 현 여당의 정권재창출은 실패할 것이고 다시금 현 야당이 집권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기껏 투표로 정권을 바꿔줬는데 결국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된 국민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조치로 여론은 다른 방향에서 들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세상에~ 나라가 진짜 바뀌려나~


- 미쳤다.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 대통령 하나 잘못 세우는 바람에 온 국민이 피해를 입는구나.


- 대통령님이 드디어 일을 하시는구나~. 뽜이팅~.


- 새로운 독재정치의 서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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