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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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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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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07.0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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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혁 (7)

DUMMY

성일은 진세황과 진동식을 모두 잃고 비리에 연루된 고위 간부들까지 한꺼번에 구속되는 바람에 일시적인 혼란사태에 빠져있었다. 진세황과 진동식만 구속되었다면 그나마 의사결정이 어느정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겠지만, 너무 많은 지휘부가 빠지자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내분에 빠져 기우뚱거리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성일의 혼란을 곧 성일이 망하고 나라도 망할 것처럼 보도했고, 따라서 정부에서 빠르게 진세황과 진동식을 구속상태에서 풀어주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


"지랄도 풍년이다."


TV 보도를 보며 욕설을 내뱉은 이상혁은 윤소희와 김광수를 통해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




언론의 대대적인 보호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여론은 대기업의 비리에 대해 CEO를 제대로 구속시킨 것을 두고 시원해했다.


- 나이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맨날 하는 휠체어 코스프레도 안 먹히죠?


- 성일이 무너진다고 나라가 망하겠냐. 언론 수준 하고는~ ㅉㅉ.


- 근데 이게 얼마나 가겠어? 늘 그렇듯이 둘 다 곧 대통령 특사로 풀려나는 거 아닐까? 잘 잡아둬봐야 6개월?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성일은 내홍에 휩싸여있었고, 외국인들까지 팔자에 가세하며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을 쳐 어느새 반토막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한국 분위기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야말로 한국사에 유례없는 정부의 성일 때리기에 예전 삼진처럼 한 순간에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었다. 따라서 성일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하락하는 중이었다. 외국인이 무지막지하게 팔아대니 공포감이 전염된 개미들까지 마구잡이로 투매를 했고, 결국 주가는 전고가의 30퍼센트 수준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드디어 하락을 멈추고 버티기 시작했다.


- 리포터: 성일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의해 대체적으로 예전의 30프로 수준으로 하락하였습니다만, 성일이 이대로 무너질리 없다고 믿는 개미들에 의해 주가방어가 시작되었고 오늘 드디어 하락을 멈추었습니다. 이대로 반등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암울한 분위기의 성일은 오늘 긴급이사회를 개최하였다.


웬만한 기업의 강당으로 사용할만한 거대한 회의실에 즐비한 자리는 절반 정도 차 있었고,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사진들은 끼리끼리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가 소집한 이사회인가요?"


"글쎄요, 저도 잘.."


"혹시 주식 좀 파셨나요?"


"팔아야죠, 조금이라도 건지려면. 지금 이렇게 바닥을 다지는 것을 보면 이제 다시 사야하나 싶기는 한데.."


대화를 들어보면 성일그룹의 주식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사진들도 주가방어를 포기하고 주식을 팔아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만으로 설명하기에 어려웠던 주가하락이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대화가 듣기 싫어도 들리는 일부 이사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속으로 짜증을 내었다.


'위기 상황에서 주가 방어를 위해 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저런 것들도 같은 이사라고, 쯧.'


황일섭 이사는 한심스러운 이 상황을 개탄하며 앞으로의 성일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20대에 성일전자에 입사하여 배경없이 이사까지 올라온 입지전적인 인물로 성일그룹 내부에서 인정받는 실력자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렇게 올라오는 동안 동료 직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가졌고, 상당한 신망을 얻고있는 인물이었다. 다만, 실력보다는 정치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줄을 댄 적이 없기에 시기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고, 주변에서는 말단 이사직까지 올라온 것이 한계라고 보고 있었다. 만약 성일그룹의 진세황이나 진동규가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쓸줄 알았다면 이런 인물을 고립되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진동규가 퇴출되어 진동식으로 바뀌고 나서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었으며, 황일섭도 그 수혜자중이 하나였다.


성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굳이 모이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서 주변을 응시하며 분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사태 해결에 대해 큰 고민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 벌컥~


그렇게 각자 동상이몽에 빠져있는데 회의실 문이 강하게 열렸고, 그 소리는 회의실의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자신있게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진세황의 비서실에 근무하는 자로, 이번에 구속된 비서실장의 측근 중 한 명이었다.


"먼저, 이렇게 자리를 함께해주신 이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단상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은 비서실 직원이 말을 시작하자 일부 이사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다.


"뭐야? 설마 당신이 이사회를 소집했어?"


"그러게. 대체 무슨 권한으로 소집한거야? 나 원, 어이가 없어서는.. 회사가 망하려니까 별 놈이 다 설치네.."


비서실 직원은 이사들의 항의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잠잠해지자 입을 열었다.


"저는 지난주에 회장님의 비서실장으로 승격되었으며, 지금 이 회의는 회장님 대리 자격으로 소집하였습니다. 그러니 정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실에 모인 이사들은 진세황 회장의 대리 자격이라는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진세황의 비서실장이라면 밉보여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가만히 기다렸다.


"회장님이 자리를 비우신 동안 정승헌 이사님께서 대행을 맡아 일을 처리하라 지시하셨습니다."


- 웅성웅성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정승헌 회장대행님~"


"히야~ 오늘따라 얼굴에서 빛이 나십니다요~"


비서실장의 말에 회의장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고, 그 와중에 벌써 정승헌에게 줄을 대려고 재빠르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승헌은 매우 정치적인 인물로, 10퍼센트의 실력과 90퍼센트의 정치력으로 이사에 오른 자였다. 따라서 항상 진세황과 진동규에게 입안의 혀처럼 굴어왔으며, 그 주변을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자들로 채워넣고 있었다. 이런 인물들이 고위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일그룹이 잘 굴러가는 것은 그렇지 않은 인물들이 노력해온 덕분이었다. 얼마전까지 진동규의 그늘에 가려있던 진동식은 정승헌의 그런 양면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받아주는 척 하며 황일섭같은 인물을 조금씩 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혹시라도 진동규가 복귀할 여지를 없애는 중이었다. 아마 이대로 시간이 흘렀으면 진동식이 다음 회장으로 가는 반석을 굳건하게 세우고, 흔들리던 성일그룹도 탄탄대로를 달렸을지도 몰랐을 일이었다.


황일섭은 비서실장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감고 등을 의자에 기댔다.


'성일이 진정 회복 불가능의 길로 들어서는구나.'


그는 속으로 장탄식을 하며 성일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의 눈에는 선장을 잃고 좌초하여 나락으로 떨어지는 성일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회의실 이곳저곳에 그와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린 사람들이 존재했다. 일부는 성일의 미래를 걱정해서이고, 일부는 자신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한탄하는 와중에도 신임 비서실장은 그 외에도 몇 가지의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정승헌은 충성을 다하겠다며 뭐든 말만 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회의가 30분정도 흘러가는 중이었다.


-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상혁과 윤소희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고 문 밖에는 안내를 담당하는 여비서들과 경비들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뭐야 당신들은?"


비서실장은 너무도 당당하게 들어오는 둘의 모습에 조금 황당해 하면서도 정체에 대해서 물었고, 이상혁은 가볍게 대답했다.


"성일그룹 계열사들의 2대 주주인 이상혁입니다."


그리고 비서실장이 이 답변에 대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몇몇 이사들이 고함을 쳤다.


"뭐야, 저것들은! 경비! 당장 안 끌어내!"


"누가 이사회중에 함부로 외인을 들이래! 미쳤어?!"


하지만 이사들이 화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경비들은 움직이지 않고 난처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이사들이 잠잠해질 때 쯤, 황일섭이 말문을 열었다.


"2대 주주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입니다. 이 시간 현재 성일그룹 계열사 전체 주식의 10프로를 소유하고 있는 이상혁입니다. 아, 그리고 언론에서는 실질적인 성일그룹의 오너라고도 하더군요. 제가 주식 과반을 소유하고 있는 SH전자에서 25프로로 1대주주고 우리측 이사들이 각자 1~2프로씩 해서 10프로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내가 이사회장에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해도 그런 공시가 없었는데 그 무슨 망발이오?"


주식회사의 주식을 단일 소유자가 5% 이상 소유할 시에는 반드시 공시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이상혁은 황일섭의 말에 빙그레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거기에 대해서는 약간의 꼼수를 썼습니다. 지인들을 통해서 주식을 매입 했거든요. 성일전자를 비롯해 온갖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그룹의 주가 전체가 이 정도로 바겐세일을 하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수가 있어야죠. 여기에도 주식을 매도한 분들 많이 계시죠?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한 명당 공시기준인 5프로를 넘지 않도록 분산 매입을 하여 이사회에 들어오기 전에 합치고 공시를 했다는 뜻이었다. SH전자와 이상혁, 그리고 그 친구들은 H폰으로 벌어들였던 엄청난 돈을 이번에 성일 그룹 계열사 주식 매입에 쏟아부었다. 국내 최고 그룹인 성일을 통째로 먹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악명높은 순환출자 방식의 원조격인 성일그룹 오너일가 진세황과 진동식이 보유한 주식은 5프로가 채 안된다. 나머지는 계열사들의 자금을 이리저리 돌려서 보유하여 지배하는 구조다. 거기에 정부의 국민연금도 20프로 정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 그룹 오너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국민연금은 정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1대주주니 2대주주니 하는 거에 끼워넣어서 말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정도 규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상한 구조에 대해 평소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이상혁에게 이번에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보고 번뜩 든 생각이 성일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점 공략이었다. 실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얼마 없고, 외국인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상황에서 외국인이 투매하고 기관이 투매하고 이사들이 투매를 하여 주가가 30프로 미만으로 하락했다. 즉 시장에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자금도 탄탄하겠다 성일을 직접 먹어버리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일은 오너일가가 문제가 있지만 그룹 자체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거대 그룹이었고, 사내 유보금만 해도 폭락한 현재 주가의 80%에 필적할 정도로 많았다. 한 마디로 지금 가격으로 성일의 지배권을 가지게 되면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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