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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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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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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울 (7)

DUMMY

대선 5일전.


"저 임의용은 하늘에 맹세코 성추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 전직 비서가 어떤 의도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릅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에서 여론 지지도가 떨어지자 절박해진 임의용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리고 급변하는 분위기 속에서 중도를 행하려는 언론사들도 있었다.


- 전직 청와대 비서: 물론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통령님의 평소 행실을 보면 성추행을 할 분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김화진 기자: 혹시 고소인과 같이 생활하는 동안 성추행에 대한 어떤 낌새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예를 들면 표정이 어둡다거나, 무언가에 불안해한다던가 등이요.


- 전직 청와대 비서: 글쎄요... 저는 그 당시 그분이 굉장히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대통령님에 대해 항상 자랑스러워 하시고 자신이 현 대통령님의 비서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늘 느껴졌었죠.


전직 청와대 비서의 답변을 들은 김화진 기자는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며 마무리 멘트를 내보냈다.


- 김화진 기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성추행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오랫동안 위계에 의한 강압적인 성추행을 하고 SNS를 통해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내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한 대통령에게 며칠 남지않은 임기마저 사치라며 당장 탄핵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 뚜렷한 물적 증거나 정황 증거가 전혀 없으니 함부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MBS는 고소인과 함께 근무했던 전직 청와대 비서관을 수소문해 단독 인터뷰를 내보냈고, 두어 개 정도의 언론사만 이 인터뷰를 보도하며 따라붙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언론사는 계속해서 고소인의 입장을 확대 재생산하며 임의용 대통령에게 커다란 성추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 그럼 그렇지. 우리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데~


- 뭐야, 이거. 정권 찬양방송에서 또 협잡질이냐? 이 정권 문제있는거 드러나서 곧 교체될 것 같으니까 발악하는 거야?


- 꽃뱀 맞네, 뭐. 항상 견제를 당해오던 대통령이 그런 짓을 할 여유가 있었겠냐?


- 웃기는 소리들 하지마. 결국 남자들이 문제야. XX를 잘못 놀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야!


이러한 언론 보도들에 힘입어 여론이 무척 시끄러워졌음은 당연지사. 하지만 압도적인 보도량으로 인해 여론은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성단체들과 고소인의 대리인은 재차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




대선 3일전.


기자회견장에는 상당한 숫자의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플랭카드에는 '현직 대통령의 성폭행 피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이라고 적혀 있었다.


"피해자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증거를 제시하라 하며 꽃뱀이나 고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일부 언론과 유명 인사들의 패악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가진 자들의 횡포가 힘없고 연약한 여성들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했을지를 반증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 여성 단체들은 기득권 세력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확보하고 있는 수많은 증거들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고소인 대리인의 발표에 한 기자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꽃뱀이라 함부로 단정하고 몰아가면 안 되는 것처럼 대통령님을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가해자라 단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자 옆에있던 한 여성단체의 대표가 분노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그럼 기자님은 지금 피해자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겁니까? 기자님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남성들 때문에 연약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런게 전부 2차 가해라구요!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추악한 행동을 당장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질문을 했던 기자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고, 기자단 사이에서 묘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MBS의 김화진 기자가 손을 들었다.


"성폭행과 성추행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단어있데, 대통령님은 가벼운 스킨쉽 등을 이유로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랭카드에 성폭행이라고 적어 놓으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김화진의 질문에 이번에는 다른 여성단체장이 부드러운 말투로 답변을 했다.


"김화진 기자님이라고 하셨지요? 기자님은 왜 여성의 몸으로 남성들의 편을 들고 계시는 것이지요? 기자님은 사회생활을 하실 때 남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셨나보죠?"


여성단체장은 잠시 말을 끊고 김화진 기자를 위아래로 슬쩍 훑은 후 덧붙였다.


"제가 보기에는 그러기에는 조금 모자라 보이시는데.. "


이에 김화진이 발끈하려 하자 여성단체장이 재빨리 한마디를 더 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고 힘없는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을 때 2차가해를 막아줄 방법을 고민해주세요."


김화진은 여성단체장의 말에 기가찬 듯 한 표정으로 잠시 서 있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언론사들의 형식적인 질문이 오간 후 기자회견이 마무리 되었다.






기자회견 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은 다시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지 맙시다, 파렴치한 남자놈들아!


- 무슨 헛소리냐? 고소녀의 주장만 있지 실질적으로 제시한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 피해자가 저렇게 눈물로 호소하는데 증거가 없다니! 그럼 피해자가 대통령한태 누명이라도 씌웠다는 거야?


- 눈물로 호소하면 전부 진실이냐? 그럼 나도 눈물로 호소하면 너 성추행범 될 수 있겠네?


- ㄴㄴ. 남자가 하면 안 됨. 여자가 하면 됨.


- ㅅㅂ. 인정.


- 바르고 고운말 좀 씁시다. 말은 자신의 인격이에요.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 것으로 볼때 신빙성이 매우 높아요. 억지 쓰지 마시죠들.


- 저도 미리 스토리 좀 짜면 저 정도는 거짓말로 일관된 진술을 할 수 있습니다만?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실이니까 일관되게 말을 할 수 있는거지. 거짓이면 결국 구멍이 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증거도 있잖아요! 시크그램 비밀채팅방 초대한 사진!


- 에.. 그럼 제가 님한테 비밀채팅방에 초대만 하면 성추행 증거가 되는 건가요? 그런 구멍 투성이의 증거와 진술밖에 보이지 않으니 그 정도는 저도 할 수 있다고 한 건데요?


- 하.. 뭐 눈엔 뭐밖에 안 보인다고 님은 거짓말쟁이인가 보군요.


- 아뇨, 기초적인 의문에도 2차가해라며 입을 막아버리는 당신들의 행태가 거짓 진술의 구멍을 막고, 그것을 일관된 진술로 포장하는 거죠. 애초에 논리랑 개념을 밥말아드셨더만.


- 이봐요. 조금 점잖은 것 같아서 상대해줬더니, 이제보니 막말이나 하는 ㅅㄹㄱ임을 여태 숨기셨네요. 더이상 말을 섞으면 내 입이 더러워져서 그만 해야겠어요.


- ㅋㅋ. 불리해지니 발을 빼죠? 더구나 기자회견의 행태 좀 보쇼. 여성 인권을 수호한다는 단체의 회장이란 자가 같은 여성인 김화진 기자의 온몸을 훑으며 외모를 평가하고 비하했잖아요. 그게 어딜 봐서 여성 인권을 중하게 여기는 태도인가요? 그런걸 개념을 밥말아먹었다고 하는 거예요.


- 증거는 잔뜩 있다고 했잖아!


- 그 증거를 왜 공개하지 않는데?


- 2차 가해가 될 수 있으니까!


- 아.. ㅅㅂ. 그놈의 2차가해..


- 야, 니들 나가서 싸워. 어차피 임의용은 끝났어. 그리고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불러 달라는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들 난리야?





**




대선 2일전.


기자회견 다음날 전국 여성 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 플랭카드가 걸리고 대통령 및 2차가해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은 우리 여성들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임의용 대통령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리고 여성 위주의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글로 시끌시끌했다. 그러다보니 이 사태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도 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지기 시작했고, 임의용 대통령 입장에서는 보통 골치아픈 일이 아니었다. 당장 내일 모레면 선거날인데 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으음.. 내 관운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침통한 표정의 임의용 대통령의 말에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얼굴을 굳히고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끝까지 해보지 않으면 결과가 모른다는 말이 허망할 정도로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을 향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 사실이던 아니던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 관리를 잘못했다는 뜻이지요.


한 방송에서 여당 중진 의원이 인터뷰를 한 내용이었다. 이제는 여당 의원들도 슬슬 대통령과 손절하는 자들도 나올 지경이었다. 당장 무죄를 증명할만한 증거들이 나온다고 한들 그 소식이 널리 퍼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걷힐 시점이면 대선은 이미 끝나있을 터였다. 따라서 증거가 나오려면 어떤 언론사도 무시할 수 없고, 이 내용을 들은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에게 전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임팩트가 있어야 대선 패배를 막을 수가 있었다.


이 때 TV에서 또랑또랑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 방송중에 잠시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남상미 차장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고지하지 않았습니다만, 모니터 바깥까지 전해지는 검찰측의 비장함을 볼 때 무언가 큰 일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화면 속에서는 아나운서의 말대로 비장함이 감도는 얼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검찰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 가운데 남상미가 차분한 모습으로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상당히 큰 일이 벌어진 것 같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아나운서의 말에 미동도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임의용 대통령만이 자신의 임기는 끝이 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안위는 걱정이 되어서 고개를 들어 TV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드디어 검찰 관계자들이 남상미의 뒤로 물러섰고, 남상미는 보고있던 서류 뭉치를 단상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카메라를 쏘아보았다.


좌중은 남상미의 카리스마에 위축되는 느낌을 받으며 그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지 궁금해했고, 곧이어 화면 속에서 남상미의 입이 열리자 놀라움을 넘어 경악에 사로잡혔다.


- 검찰은 일본의 사주를 받은 극우 재계와 몇몇 인사들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확인 했습니다.


작가의말

내일 한 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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