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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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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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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07.1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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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혁 (8)

DUMMY

이상혁의 말에 뜨끔한 이사들은 헛기침을 했고, 몇몇 이사들은 서둘러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했다. 당연하게도 경제란의 기사는 온통 SH와 이상혁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얼마전 언론에서 보도한 주가 방어를 해주는 개미가 당신들이었군."


"그렇죠. 진세황과 진동식이 연일 철퇴를 맞는 상황 덕분에 우리가 주식을 열심히 매입해도 주가가 오르질 않더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언론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언제 언론을 응원해봤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응원했네요."


-끄응~


황일섭은 이상혁의 말에 속이 상하는 듯 불편한 소리를 냈고, 조금전 까지만 해도 정승헌을 연호하던 이사들의 시선이 이상혁을 향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상혁의 우호지분만 45%다. 거기에 국민연금을 포함하면 무려 65%. 이는 진세황이 아니라 진세황 할아버지가 돌아오더라도 흔들 수 없는 지배구조인 셈이었다. 시장에 풀린 주식의 65%가 회수된다면 주가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아야 정상이기에 평상시라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작금의 상황은 악재가 겹친 성일에 외국인들의 무지, 그에 따르는 기관과 개미들의 공포감 확산, 사내 이사들의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이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이상혁은 맥이 풀린채 앉아있는 황일섭을 보며 말했다.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공시를 띄우고 달려왔습니다. 성일그룹의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을 직접 뵙고 인사드리려고 말이지요."


그러나 황일섭이나 성일을 위하던 실력있는 이사들은 허탈감에 빠져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승헌에게 꼬리치던 이사들이 바로 대답을 했다.


"아유~ 그럼요~. 당연히 오셔야죠~. 이사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주주님~."


"이 사람아 대주주님이라니. 격하게 환영합니다, 회장님~."


이상혁은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고 입을 열어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엉뚱한 방해 때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이럴수는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던 신임 비서실장이 비명을 지르며 이상혁에게 달려들었다. 당장 지금도 이사진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데, 진동식이나 진세황이 언론을 위시한 기득권 세력의 비호를 받고 풀려나면 자신의 권력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이상혁이 망쳐버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출세가도를 달리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상혁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몸집이 탄탄한 비서실장이 이상혁에게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자 이사들은 깜짝 놀라면서 자리에 얼어붙었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정신줄을 놓고있던 경비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뛰어들 때엔 이미 충돌 직전이었다.


이상혁은 비서실장이 달려드는 모습에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그를 맞이했다. 비서실장은 양 팔을 앞으로 내밀며 이상혁을 붙잡아 밀치려고 했지만, 이상혁은 그의 손을 슬쩍 피하며 몸을 돌려 한 팔을 잡고 그대로 업어치기를 했다.


- 휙~ 쿠당탕~


비서실장은 맨 바닥에 허리부터 떨어져 큰 충격을 받고 기절했고, 이상혁을 보호하려던 경비들은 멍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상혁은 손을 탁탁 털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사들을 둘러보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무섭게 달려들길래 습관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네요. 어쨌거나 이거 정당방위 맞지요?"


그러나 이사들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고, 윤소희가 여전히 머쓱한 표정으로 서있는 이상혁을 밀어내며 말했다.


"성일그룹 계열사의 1대주주인 SH전자의 CEO 윤소희입니다. 지금 당장 이사회에 참석할 자격은 없지만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권한은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주총을 소집하여 신임 CEO 선출과 현재 이사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에 대해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묘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비서실 직원에게 말했다.


"방금 들으신 대로 가장 빠른 날짜를 잡아서 임시주총을 잡아주세요."


비서실 직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윤소희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이사회의 의결을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 사이에 무언가 꼼수를 부리기 위해 그룹에 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윤소희의 선전포고에 장내가 얼어붙었고, 이에대해 만족한 표정을 짓던 윤소희는 이상혁에게 눈짓하고 밖으로 나갔다.


"에.. 우리 CEO가 좀 깐깐하지요? 저는 말로만 대주주지 사실 저 친구한테 꼼짝도 못해요."


이상혁이 분위기를 조금 풀어보겠다고 한 마디 하는데 윤소희가 다시 들어와서 낮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말했다.


"상혁아."


"알았어, 알았어. 지금 간다."


이상혁은 들어올 때의 당당함은 모두 버리고 무언가 어설픈 모습을 보이며 윤소희를 따라 나갔다. 하지만 그런 한 편의 해프닝을 보면서도 그들이 나갈 때까지 모두는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둘이 나간 이사회장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고, 이사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웅성거렸다. 그리고 이사회 전에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실력있는 이사들은 황일섭의 근처로 모여 뜻을 물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황일섭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저들이 그룹의 지배권을 가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소. 그렇다면 둘 중 하나요. 인정하던가 떠나던가."


"......"


무거운 얘기에 일제히 침묵을 지키는 이사들이었다.


"나는 따르겠소."


"!!"


황일섭의 너무도 빠른 폭탄선언에 모여있던 이사들의 눈이 커졌다.


"애초에 총수 일가에 충성하는게 아니고, 내가 평생을 몸담아온 성일그룹에 애정이 있는 것이었으니 못할게 무에 있소? 더구나 진세황 회장과 그 맏아들 진동규의 실정은 다들 알지않소? 최근 진동식이 조금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나 그도 결국 그룹의 비호아래 살아온 철부지요. 그에 비하면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여 회사를 키우고, 우리 성일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견딘 후 역으로 뒤통수를 칠 정도로 배짱있고 실력있는 SH의 젊은 친구들에게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이사들은 황실섭의 말에 상당히 수긍하는 듯 했으나 선뜻 찬성의 뜻을 표하지는 않았다. 각자 입장이 다르듯 사고방식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만 하고 돌아갑시다. 어차피 임시주총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면 안 되지 않소. 유급 휴가가 생겼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소."


"그러시죠."


황일섭을 위시한 이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혼란 속에서도 각자의 결론을 내릴 것이었다.




**




얼마 후 열린 주주총회장에 참석한 이상혁과 윤소희는 회사를 장악하기 위한 첫 순서로 대표이사를 바꾸고 정보조직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윤소희가 SH와 성일그룹의 공동 CEO로 나서고, 진호그룹 회장 백진호의 도움으로 MBA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상식을 사내이사로 지명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윤소희는 막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친구들과 어색한 미소를 짓고있는 박상식에게 매우 반기며 한 마디를 했다.


"너, 잘 왔다. 내일부터 나 좀 도와줘. 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아."


그렇게 박상식은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윤소희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고, 임시 주총에서 이사 명함을 팠다. 그룹이 커진만큼 윤소희 혼자 관리가 어렵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지만 윤소희는 QJ그룹의 사람이었기에 예상하지 못한 일을 대비해야 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임시 주총 뒤 바로 이어진 이사회에서 그룹 명칭 변경을 예정했다. 성일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있기에 당장 바꾸지는 않지만, 서서히 SH라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 최종적으로는 SH그룹으로 통일하는 것이 기본 골자였다.


정보조직의 수장은 당연히 김광수로 통일했다. 성일의 정보 전략 담당이었던 미래기획부를 개편하고 SH의 정보부와 합쳐버렸다. 이는 그 중요성 때문에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시행하였으며 미래기획부의 인물들 중 전 성일 오너일가에 너무 물들어 고쳐쓸 수 없는 사람들은 전부 해고하거나 한직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소위 성일그룹 내 불순분자들을 걸러낼 예정이었다. 어떤 일이든 내부 정리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성일그룹의 이사들 중 확연하게 문제가 드러난 인물들부터 쳐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확인해 교체해 나갈 생각이었다. 그 중 황일섭을 위시한 실력파 이사들은 대부분 협조적이었고, 이들이 새로 태어나는 성일 그룹을 위한 변혁을 주도해나갈 것이었다. 진동식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한 수가 이상혁을 위해 쓰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성일 그룹은 추후 이들에 의해 문어발식으로 늘려가던 사업 확장을 멈추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내실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게 된다.




**



- 새롭게 성일그룹의 CEO가 된 SH그룹의 CEO 윤소희씨는 이사진들을 교체하며 성일그룹의 지휘부 장악을 시도했다는 평입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성일그룹의 주인이 바뀐 사건에 대해 평가하며 묘하게 부정적으로 비출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곤 했다.


"되게 불안한가보네. 성일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국내 권력의 질서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되나봐?"


이상혁의 말에 윤소희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저것들이 성일에서 받아먹던 콩고물이 얼만데. 그리고 성일이 가지고 있던 힘을 알기에 더욱 저러는거고."


"뭐, 그래봐야 성일이 정계나 언론, 사법계에 깔아놓은 자원을 우리가 활용하기는 어렵지. 무슨 계약관계도 아닌데 우리가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은 없잖아."


"그런 것들하고 관계를 주고받고 싶지도 않아. 그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국 그 쓰레기들한테 계속적으로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우린 지금까지 그런거 안 해도 잘 살아 왔잖아? 그리고 그거 결국은 우리 약점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윤소희의 말에 이상혁은 키득거리며 화답했다.


"크큭. 그렇지. 역시 윤소희답네. 아예 저것들이 우리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못하게 회사의 힘을 키우자. 그거면 돼."


"맞아."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TV 화면을 흘끗 보고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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