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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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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20.07.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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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혁 (6)

DUMMY

특임검사로 임명된 남상미의 행동은 전격적이었다.


지난번에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듯, 명분같은 것은 크게 개의치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수사는 뭐든지 했다. 일단 원 사건이 검찰 수사관이 사망한 건이다 보니 이 건에 대한 조사에 한해서는 압수수색 영장도 시원시원하게 나왔고, 남상미는 휘하의 인력을 풀로 가동해 검찰 수뇌부의 사무실도 전부 털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범죄혐의들과 성일 자료에서 나왔던 또다른 범죄 혐의들까지 전부 수사팀을 할당해 철저하게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언론에서는 연일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 리포터: 성일그룹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진행하는 남상미 검사의 특검팀은 이 기회에 성일그룹을 재기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없이 진행되는 압수수색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별건수사는 잘못된 수사관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힐 정도입니다. 더구나 성일그룹 간부의 가족들까지 수사범위에 포함시키는 이러한 행태는 가족을 이용하여 협박하는 가족 인질극이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인권을 중요시하는 임의용 대통령이 원한 결과일까요?


- 야당 대변인: 임의용 대통령의 실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사기업을 탈탈 털어서 무너뜨리는 행위는 30년 전 삼진그룹이 정부에 밉보여서 무너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일어났던 일이란 말입니다. 더구나 가족과 지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사를 하다뇨! 어떻게 인권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이 가족 인질극을 벌입니까! 결국 성일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아 스스로의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겠다고 이런 대담한 행각을 벌이는 것 아닙니까! 임의용 대통령은 즉시 자신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국민앞에 사과하고 이 모든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5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며, 임기가 끝날때 여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


- 여당 대변인: 이번 사태는 여당으로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대통령님은 지금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디 인권을 존중하고 협치를 중요하게 여기시던 본래의 대통령님으로 돌아오셔서 조용히 임기를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에 대한 남상미의 대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녀는 수사 브리핑에 나와 당당하게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 남상미: 먼지털이식 수사요? 저는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뿐입니다. 법원 역시 우리가 제시하는 압수수색 영장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기에 영장을 승인하는 것입니다. 별건 수사라구요? 저는 그냥 검찰 수사관 사망사건을 수사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비리나 범죄의 정황들이 자꾸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별건 수사라는 말을 듣지 않기위해 그 많은 범죄사실을 전부 모른척 묻어버리는게 검사로서 할 일인가요? 성일그룹의 범죄혐의가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어떡합니까? 가족 인질극이라구요? 저는 성일을 타겟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가족과 지인들의 비리, 범죄정황이 자꾸 나오더랍니다. 저도 그만 나왔으며 좋겠습니다. 범죄혐의가 너무 많아서 우리 수사팀이 힘들어요.


- 기자 1: 그렇다고 해도 인권은 존중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기자 2: 대체 왜 사기업을 이렇게까지 심하게 터는 것입니까? 이러다가 정말로 성일이 사라지면 거기에 딸린 인원들의 생계는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러십니까?


- 남상미: 저희 특검팀은 지금까지 성일그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인권에 문제되는 행동이나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조금만 확인해보시면 알 것입니다. 대체 왜 기자님들은 그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취재없이 본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씀을 입으로 꺼내는 것입니까? 제가 어떤 면에서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사례를 한 가지라도 들어주시죠.


- 기자 1: ......


남상미는 기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 남상미: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며 별건수사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성일이 저지른 범죄가 워낙 많아서 수사과정에서 저절로 인지되는 범죄행위가 많은 것입니다. 우리는 별건수사가 아니라 인지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일에 딸려있는 인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라고요? 우리는 성일 죽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성일이 쓰러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명분으로 항상 봐주었던 것이 이렇게 비리가 가득한 거대 괴물을 탄생시켰다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범죄를 단죄함으로써 벌어지는 경제사태를 왜 제가 책임져야 합니까? 저는 범죄자를 잡는 검사이지 경제관료가 아닙니다. 그런 일은 이번 일을 저에게 지휘하도록 한 대통령님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반대로 기자님에게 묻겠습니다. 기자님은 기자님의 그 보도 태도로 인해 저희 특검팀이 인지한 범죄들을 모른척 함으로써 생기는 추가적인 범죄행위들과 그로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책임 지시렵니까?


- 기자 2: 그건 검사님과 똑같은 논리 아닙니까. 제가 그걸 왜 책임집니까, 저는 언론인의 사명을 다했을 뿐인데. 그런 일은 검사님같은 수사기관이 해결하셔야죠.


- 남상미: 말씀 잘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범죄행위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님은 지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 왜 제 일을 정상적으로 계속 진행하느냐고, 마치 제가 잘못한 것인듯 말씀하시는 거구요.


남상미는 잠시 기자들을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 검사의 할 일은 범죄자를 잡는 것입니다. 기자님이 하셔야 할 일은 국민들이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올바른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일 것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기자님이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입니까?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입니까? 대체 언론인의 사명이 무엇입니까?


- 기자들: ......


- 과한 수사라는 비판은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충분한 거대 기업에게만 활용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일반 서민들이 당했을 때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이야말로 밟으면 밟히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제발 국민을 위한 비판도 해 달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성일만이 아니라 검찰 내부 고위층도 수없이 털리고 있습니다. 왜 이 내용은 쏙 빼놓고 보도를 하십니까? 검찰 고위층은 당해도 되고 성일은 안된다, 뭐 그런 겁니까?


- 기자들: ......


기자들은 흠칫흠칫 하면서도 미친년을 보는 시선으로 남상미를 쳐다보았고, 발달된 에이튜브 라이브 덕분에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 했다.


- 남상미: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대통령님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성일과 검찰 고위층의 비리가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나옵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 인력이 밤샘을 해도 모자랍니다. 인력 충원을 부탁드립니다. 당장 충원되지 않으면 우리 인력들 전부 퍼질 위기입니다.


남상미의 공개적인 요청에 기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이후 이 장면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도 난리였다.


- 크크큭. 역시 갓상미. 기레기들 하나하나 격파하더니 대통령한테도 인력 내놓으라고 협박하네.


- 외쳐! 갓! 상! 미!


심지어 검찰청 포토라인에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진세황을 수사하는 도중에 사법정의 실현을 방해한다면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며 진단서를 발부한 병원에 대해 혹시라도 거짓 진단서인지 확인하겠다고 하여 병원장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사과하게 만들었다. 병원장 입장에서는 또라이 남상미가 병원에 압수수색이라도 들어와 인지수사랍시고 이것저것 들쑤셔놓느니 깔끔하게 진단서에 문제있다고 인정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덕분에 휠체어 퍼포먼스로 국민 동정 여론도 만들고 수사도 적당히 받고 빠지려 했던 진세황이 조사받던 그 자리에서 긴급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진단서도 속이고 하는 모양새를 보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었다.





**





- 남상미: 당장 충원되지 않으면 우리 인력들 전부 퍼질 위기입니다.


"푸, 푸하하핫~!"


TV를 통해 남상미의 수사 브리핑을 보던 임의용은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였다. 그동안 여 야 가리지 않고 기득권의 권리만 보호하려던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던 자신의 행보에 비추어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통쾌한 것이었다.


"크크크크큭. 아하하하하~!!"


한참을 눈물까지 머금고 웃던 임의용은 비서실장을 보고 말했다.


"저 친구 걸물이지 않아?"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렇게 강단있는 친구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지. 그러고보면 이상혁 그 친구가 더 대단해. 이번 판을 짠건 그 친구니까. 나는 그냥 그 판에서 짜놓은 대로 움직여줬을 뿐이고."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만류하듯 말했다.


"대통령님.."


"뭘~. 사실이지. 크큭.."


조금 더 소리내어 웃던 임의용은 법무부장관을 불러 추가적인 업무지시를 내렸다.




**




- 법무부장관: ...... 하여 이번에 드러나는 비리들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남상미 부장검사의 특검팀에 형사부 3개 팀을 추가로 배당하고 법무부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법조인이 참가하는 특별 감찰팀을 대검에 파견하여 이 사태를 철저하게 규명하기로 하였습니다.


법무부장관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특별 감찰은 대검찰청을 벌집 쑤시듯 쑤셔놓았고, 급기야 연일 터지는 검찰 고위 간부들의 비리로 언론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결국 이번 사태에 의해 새롭게 드러난 비리 등으로 인해 구속된 검찰 간부들만 해도 전체의 30퍼센트에 달했고, 그 자리는 평소 묵묵히 일을 하던 비 특수통 검사들이 승진하여 채웠다. 기존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소위 특수통 검사들이 모든 자리를 채우던 것과 상당히 비교되는 인사조치였다. 이렇게 되자 자비없는 칼날에 겁을 집어먹은 비리 검사들은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자리보존을 위해 주변의 눈치만 보았고, 그 중에서도 이번 수사의 칼날은 피했지만 평소 문제가 많았던 사람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그리하여 검찰이 어느정도 정화되는 결과를 나았다. 그리고 법무부에서는 검찰청 예규등의 재정비를 통해 비슷한 사태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또한 일부 깨어있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이에대해 불편해 하였으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통과시켰다.


임의용 대통령은 이번 일로 인해 검찰개혁이 크게 진일보했다고 평하며 이번 특검을 지휘한 남상미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였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안팎에서 솔솔 얘기가 나오던 남상미 특별승급을 추진하여 차장 검사를 달게 되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한 단계만 더 올리면 지검장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여론이 워낙 좋았기에 모두 반기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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