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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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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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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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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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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23

DUMMY

“성벽이 뚫렸다, 가자!”


“돌ㄱ- 에? 전하? 전하!”


뒤에서 누가 부르거나 말거나 지영은 말을 박차고 앞질러 나갔다.


그것도 휘황찬란한 국왕의 깃발을 들고서!


지영의 주위를 지키던 근위 여단은 기겁하며 지영의 뒤를 따랐고 근위 여단과 국왕의 깃발이 움직이자 나머지 발해군도 우르르 성벽으로 향했다.


사정이야 어쨌건 일반병들이 보기엔 자신들의 현인신이 깃발을 들고 앞장섰으니 사기가 찌를 듯 올랐다. 뒤에서 토템질만 하고 있을 때도 힘껏 싸웠는데 아예 맨 앞으로 나가버리니 젖먹던 힘까지 싸운다는 게 딱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콰직!


무거운 철퇴가 누군가의 머리를 으깨는 감촉에 지영은 표정을 잠시 찌푸렸으나 이내 성벽 아래의 계단으로 향했다.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이 몇인데 이런 사소한 것으로 굳이 감상에 젖고 싶진 않았다.


“전하!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서시지요!”


“위험은 무슨, 자. 성주를 찾으러 가자!”


사실 그 이후부턴 지영이 철퇴를 휘두를 일은 없었다.


지영이 앞서가려 하면 근위대가 기겁하며 눈앞의 적을 동강을 내서 철퇴를 휘두를 상대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얌전히 철퇴를 허리춤에 걸고 얌전히 깃발이나 들고 있을 수밖에.


“저기에 발해왕이 있다, 잡아라!”


“저 자만 잡으면 끝이다, 창병!”


타앙-!!


“이런···비겁···한”


털썩


지영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권총을 휘휘 돌리며 침을 탁 내뱉었다.


“거, 어린 새끼가 말버릇 하곤.”


발해에서 유일하게 강선이 파인 비싼 사치품은 이럴 때 제 효과를 발휘했다. 아무리 권총이라도 30~40m 거리면 충분히 맞출 만했다. 특히나 권총 사격을 몇 번 해본 지영에겐 더더욱.


전투 중이라는 것이 거짓말같이 주위가 조용해지자 지영은 태연히 권총을 홀스터에 걸고는 깃대를 바닥에 찍었다.


발해인이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가질, 어기가 펄럭이고 지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항복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과오를 사해 주겠노라.”


이미 성주의 목덜미에서 피가 질질 새어나오며 죽는 모습을 본 고구려의 병사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뭐, 자신은 죽을 수도 있지. 근데 가족은?


적어도 가족들은 무사해야 할 것 아닌가. 그나마 국왕이란 작자 입에서 과오를 사하겠다는 말이 나왔으니 험악한 꼴은 없을 터였다.


“장군! 저기 건안성에 발해왕의 깃발이!”


“큭...”


“어찌합니까, 장군!”


“아직, 아직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면 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저걸 어떻게-”


“불”


“예?”


“짚을 가져와서 불을 피워라! 어서! 연기가 많이 날 물건이면 뭐든지 좋다!”


그쯤 이야기하니 그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먹고는 병사를 끌고 땔감을 가지러 갔다.


흑색화약은 생각 이상으로 연기가 많이 난다. 그 연기 속에서 질식했다는 기록마저 있을 정도로. 그리고 마침 바람도 고구려군 쪽에서 발해군 쪽으로 부니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작정하고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자 연기는 삽시간에 발해군을 덮쳤다. 안 그래도 비뢰포에서 발포된 포탄이 만든 연기도 은근히 거슬리던 찰나에 연기가 하나 더 더해지니 전장의 시계는 확 나빠졌다.


거기에 고구려군도, 발해군도 예상치 못한 요인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연기는 의외로 눈이 따갑다는 것이었다. 고구려군이 뭘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그날의 연기는 유달리 따가웠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잘 훈련된 발해군도 결국엔 인간인지라 생리적인 반응을 보였고 고구려군은 그걸 놓칠 만큼 어리숙한 군대가 아니었다.


고구려 기병의 돌격에 잠깐이나마 하늘을 난 발해군을 시작으로 발해군 보병진에 무자비한 돌격이 감행되었다.


“군단장님, 9 여단의 전선이 뚫렸습니다! 5 여단도 버티고는 있지만 위험하다고···.”


“각 여단의 기병 예비대는 대체 뭘 하는가! 기병 예비대를 투입하란 말이야!”


“이미 투입했습니다만 수가 너무 많습니다! 추가적인 예비대가 필요합니다!”


김선예는 그 보고에 이를 악물었다. 추가적인 예비대? 그런 게 있을 리가! 2군단은 전 병력을 동원해 방어선을 만들었다.


“장군, 정찰기가···. 정찰기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정찰기는 발해군 입장에서야 정말 든든하고 좋았지만 상대하는 고구려군 입장에서는 저것만큼 짜증 나는 것이 없었다.


본래 전쟁터에서는 부대 간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냉병기 시절에도 창칼로 신나게 싸우고 고함 지르고 누가 죽어 나가느라 정신이 없고 열병기 시절에는 폭음과 연기가 전장을 뒤덮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발해군은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미리 정해둔 신호로 조금이라도 의사소통이 되니 부대의 통솔이 훨씬 쉬워졌다. 굳이 예를 들자면 2차대전 당시의 독일의 기갑군과 프랑스 기갑군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총사령부와 하위 대대까지는 간단하게나마 연락을 취할 수 있으니 명령이 전달되고 실행되는 속도는 훨 빨랐고 이는 부정 못 할 발해군의 이점이었다.


물론, 이젠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전장에 나가야겠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라면 통솔이 어려워. 성벽으로 신호를 보내게. 지휘권을 위임한다고.”


“예, 장군!”


김선예는 전투 전에 받은 전투 계획서를 살짝 훑어 상기시키곤 말을 달렸다.


“전하! 군단 사령부에서 신호입니다! 지휘권을 위임하겠다고···!”


지영이나 근위 여단장도 눈과 귀가 있었기에 정찰기가 공격받고 방어선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은 성벽 위에서 직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휘권의 위임이라···.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서 2군단이 병력을 온존하지 못한다면 자칫 지영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여단장, 우선 기병대대로 저 뚫린 곳부터 막지. 보병은···아직 대기하는 것이 좋겠어.”


“예, 전하. 바로 기병대를 내보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빠르게 근위대를 재편성해 언제든지 예비대로 써먹을 준비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도 전 부대가 사방팔방 퍼져서 성을 장악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포병대를 불러들이게. 성벽 위에서 포격을 개시할 수 있게. 현재 포병대에게 주어진 자율권이 보장하는 내에서는 원활한 포격이 어려워.”


“예, 전하!”


우르르 뛰쳐나가거나 열심히 깃발을 흔드는 통신병을 보며 지영은 애써 초조한 마음을 감추었다.


...


“강철, 우리에겐 더 많은 강철이 필요하오. 그것도 품질이 균일한.”


예산안을 타온 이권은 곧바로 발해 철강산업연구소장을 미친 듯이 쪼아댔다.


“하지만 장관님,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초강법의 품질 문제를 여기까지 개선한 것도 대단한 성과인데-”


발해는 기를 쓰고 초강법에다가 위에서 공기를 불어 넣고 일정한 흐름으로 뒤섞게 장치를 개량해서 초강법의 품질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문제라면 줄이는 데 성공했지 품질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으며 여전히 균일한 품질의 강철은 도가니법을 이용해 생산해야만 했다.


사실···여기까진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건 발해의 철강 생산 능력은 현시대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것에 속했고 철도도 철제 궤도가 이리저리 사라지는 바람에 목제 궤도로 바뀐 지 오래되었으며 일상적인 도구 정도는 초강법으로, 정밀 공업에는 도가니법으로 만든 강철을 사용하면 그만이었으니.


하지만 발해가 본격적으로 화약을 조물딱거리니 강철 수요량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선 총부터가 온통 쇳덩어리였으며 화포는 커다란 쇳덩어리였다. 포탄? 그것들도 쇳덩어리였다. 온통 쇠, 쇠, 쇠가 들어가는 무기들이니 자연스럽게 철강 수요량이 폭증할 수밖에.


그나마 민간에 할당된 양을 어떻게 조절해 군수산업을 뒷받침하고 철강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려 했으나 그것도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 우리에겐 개량된 초강법도 있고, 우수한 고로도 있지, 그리고 천하제일의 인재들도 있다! 그런데 왜 철강 산업 향상이 이리 지지부진한 게야!”


“장관님, 저희도 하고 싶습니다.”


“그럼 안 하는 이유가 뭔가!”


“하지만···.”


“하지만 뭐! 예산도 빵빵히 받아왔-”


“코크스가 없습니다.”


“.......”


발해는 기본적으로 역청탄이 모자란 나라였다. 물론 서북방에 약간의 광산이 있다고는 하나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채굴 또한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숯이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면 선후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건 코크스라는 물건이 숯을 대체하기 위한 물건이니 코크스를 이용하기 힘들다면 숯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산에 있는 나무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급부상한 것이 오키나와의 대나무 숯이었다.


열대에 가까운 지방이라 그런지 대나무는 별 관리도 하지 않고 쑥쑥 잘 자라주었으며 코크스를 대체할 연료로써 훌륭히 기능하고 있었다.


문제라면 어쨌건 대나무가 자라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제아무리 발해라고 하더라도 오키나와 전체를 대나무밭으로 만들기엔 오키나와의 입지 자체가 너무 좋았으며 무엇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태풍이 오는데 배를 띄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후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 자, 여기 유물을 남겨주지’라는 목적이 아니고서는 태풍이 올 시기에 배를 띄우는 것은 정말이지 멍청한 짓이었다.


아무튼, 발해는 이 이상으로 제철소를 늘릴 수 없었다. 고로에 투입할 코크스는 이미 한계에 가깝게 공급하고 있으니. 제철소를 늘릴 수 없으니 제강소를 늘릴 수도 없었다. 제강소를 늘려봐야 투입할 수 있는 철의 양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리고 강철이 없으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강철 수요에 대응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했다.


“...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시오.”


“철강 연구는 젠가가 아닙니다, 장관님.”


“그걸 누가 모르나? 하지만 고구려의 영토를 점령하고 그곳의 자원을 제한적으로나마 활용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나? 하다못해 코크스의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라도 개발되어야 하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었으리라. 화약 무기에 필요한 철이 늘었다고는 해도 그래도 천천히 공급량을 맞추면서 보급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전시상황, 무려 10만 명의 예비군이 훈련 중이었고 10만에 달하는 2차 예비군은 소집 대기를 받은 상황이다. 당연히 이에 필요한 보급품의 양은 배로 늘어났고 다시 말하면 철의 수요가 팍팍 늘은 것이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방법을 강구하시오. 어떻게든. 나는 외교부에 협조를 구해야겠소.”


“외교부는 왜...”


“제강소에 넣을 철을 수입이라도 하려 하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작가의말

???:자네들 혹시 기름이 없는가?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다들 몸 조심하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발해 제철연구소의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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