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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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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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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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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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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41

DUMMY

“흠, 그래... 적절한 은총이 베풀어진다면 응당 옳은 하늘을 섬길 생각도 있소이다.”


“폐하의 은총은 깊이가 바다 같고 넓이가 하늘같으니 그동안의 고려의 잘못쯤이야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넉넉한 은총을 베푸실 것입니다.”


말하는 뽄새가 굉장히 열 받았지만 당나라가 말하는 걸 한 두번 들어봤는가. 당나라 놈들은 항상 자신들이 최고인 줄 아니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야 했다.


“허허, 물론 그러시겠지요. 헌데...”


“크흠, 물론 고려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고 옛 동맹이란 것들에게서 공격을 받는 것도 알고 있소. 응당 천군을 보내 도울 것이오.”


“하하, 당나라에는 백만의 천군에 용맹한 장수만 만이 넘는다고 하니 황상의 은혜를 입으면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겠습니다.”


“...”


당의 사신은 어이가 없어서 입만 뻐끔거렸다. 뭐? 백만의 천군? 장수만 만? 저게 수나라를 떡실신시킨 후예의 입에서 나올 소린가?


“하하! 참으로 든든합니다!”


“...”


“농입니다, 농. 지금 황조에 악재가 덮쳤는데 어찌 신하될 자로서 황조의 백성을 쥐어짜라 하겠소?”


“하, 하하.”


“흐흐흐”


“하하하”


“하지만 황조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오. 적은 강성하고 교활하니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태왕께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조에서는 삼만의 정예군을 파병해 악적을 무찌르게 할 것이니.”


고연후는 연신 ‘삼만’이라는 숫자를 되뇌었다. 삼만이면 적은 병력은 아니었다. 그리고 추가로 병력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생각해 보면 당나라의 천조 질서도 지금 무너지고 있으니 어쨌건 겉으로나마 천조에 순응하는 나라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추후에 추가로 증원이 올 가능성이 있겠소?”


“... 물론, 당연한 말씀을.”


고연후는 그를 약간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이내 수긍하고서 넘어갔다. 지금 당나라도 힘드니 추가 증원을 이 자리에서 답 받을 순 없겠으나 제정신을 차리면 몇 만이라도 더 보내주지 않겠는가 싶어서. 애초에 그 전에 이기면 그만인 이야기지만.


“허면 좋소. 내 친히 황제께 친서를 쓰고 사신을 보낼 테니 경께서 폐하께 잘 아뢰어 주시구려.”


“그것이야말로 제 소임인 것을요. 전하의 충심이 폐하께 전해지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요하를 끼고 이 정도인가...”


“적의 공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대로라면 손실이 너무 커질 것 같습니다만”


비뢰포의 포탄은 굳이 비뢰포로 발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럴 경우엔 사표가 무용지물이 되는지라 공중폭발의 효과는 사실상 포기하거나 우연에 기대야 했지만 그렇다고 폭발은 안 하는 건 아닌지라 투석기에 넣고 날려도 폭발했고 손으로 던져도 폭발했으며 심지어 굴려서 내려보내도 폭발의 힘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비뢰포탄을 말 그대로 온갖 수단을 이용해 던지며 진격하니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고구려군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여기가 밀리면...”


“안시성으로 후퇴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장군께서도 아시다시피 안시성에는...”


안시성에는 바로 태왕 고연후가 위치했다. 그러니 만약 안시성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안시성으로 후퇴해서 농성전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모든 전략이 노출되겠지.”


조선이 병자호란에서 무력하게 깨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헤드쿼터가 남한산성이라는 요새에 고립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모든 전략이 왕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버리니 조선군의 행동이 청군에 훤히 읽히지 않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법의 기본 골자는 자신의 의도는 숨기거나 속이고 적의 의도를 읽는 것인데 그것부터가 안 되니 싸움이 성립할 리가.


물론 고구려야 조선보다 중앙집권이 덜 되어 있으니 조선처럼 되지는 않겠다만 그래도 왕이 고립되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장군! 급보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전령을 향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


“요동성 일대가 적에 포위되었습니다!!”


“!!!!”


“뭣!! 그럴 리가!”


“요동성이 어떤 곳인데!”


“그만, 그만!!!”


막사 안에 침묵이 가득 들어서자 장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확실한가?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게.”


“확실합니다! 요동에서 안시성으로 가는 보급물자가 약탈당했고 인근 산성 역시 포위되었습니다!”


“으음... 그들의 병력은?”


“지금까지 파악하기론 대략 만 명에서 이만 명입니다만 특이사항으로 작은 화포를 쓰는 부대가 발견되었습니다!”


“작은 화포... 저들이 총이라 부르는 무기였던가.”




비뢰포와 더불어 이번 전쟁에서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신병기. 대포보다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보병이 휴대할 수 있고 자원의 소모가 적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다.


하지만 보병사단의 화력의 7할은 포병에서 나온다. 고구려군은 그 사실까지는 몰랐지만 비뢰포를 맞아가며 체득한 결과 ‘아, 포병이 드릅게 아프구나. 그거에 비하면 총은 맞아도 안 아픈 수준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총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기세 높던 무사들의 철갑을 종잇장 뚫듯 뚫어버리는 신병기를 어찌 무시할까.


“포는, 없었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만 기존 병사들의 목격과 전훈을 고려한다면 휴대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흠”


장군은 순간 요동성 쪽이 주력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총과 포로 무장한 병사라고 한들 고작해야 이만 명 정도. 이곳에 있는 병력이 대략 7만으로 추산되니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도 요동의 병력이 주력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무시하기 힘든 전력인 것은 확실했다. 무엇보다 길을 막아버린 것이 아주 컸다. 군대야 어디로든 갈 수야 있다지만 대군을 먹여살릴 보급물자는 큰 길이나 수로가 아니면 나를 수조차 없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험지로도 보급물자를 나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 수송 수단이라는 것이 끽해야 말 등에 싣거나 외발 손수레 같은 작은 수레에 적재하거나, 혹은 사람이 그냥 지고 나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걸로 몇 만에 달하는 군대를 먹여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군수계의 악몽이 따로 없을 테니.


“장군, 아시다시피 이곳에서 대응하기란 힘듭니다. 지금도 고전중인데...”


“... 그렇지. 이곳의 병력으로는 대응하기 힘들어. 각지에 전령을 보내 이를 토벌하는 것이 좋겠군.”


-----


“요동성 일대를 포위? 과연 대단하군.”


음, 역시 견훤이야. 거기서 산을 타버리네. 양길을 같이 붙여준 보람이 있군.


사실 저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다. 보급을 산길로만 받아야 하니 굉장히 취약해지거든. 특히나 저런 식으로 강행군을 했다면 더더욱.


“사령관은 좋겠어? 아들이 저리 장성했으니 든든할 것 아닌가.”


“허허, 그래 보이십니까?”


응, 정말 그래 보여. 저 치솟은 입 꼬리 좀 보라지. 하긴, 나 같아도 자랑스러울 것 같기는 하다만. 이게 바로 다 내 덕이다. 원 역사에서는 사이가 안 좋았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가정의 평화를 되찾아준 게 아닐까? 아니면 말고.

“음, 아무튼. 그것보다는 이 상황을 써먹어야지.”


“저만한 병력을 동원했다면 고구려 내부의 병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대로 계속 대치하면서 공세를 이어나가면 자연히 말라죽을 것 같군요.”


“안시성에 병력이 있지... 가능성이야 적지만 그곳의 병력이 움직인다면 곤란해질 거요.”


음, 내 의견과 같군. 빠른 기동으로 길목을 차단하고 성을 포위한 것까지는 좋으나 결국엔 평소의 보급량보다 줄어든 보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그나마 적의 보급물자를 일부 약탈했다고는 하나 이전처럼 최대의 화력을 내는 것은 제한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애매하게 시간을 끌면 오히려 견훤 쪽이 말라죽고 말겠지.


“우선은 육군부에 연락을 해서 실험여단에 손수레 등 수송 수단을 더 지원하고 공세를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음, 거리가 그리 멀진 않으니 한동안은 전투력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요.”


한동안은 말이지, 한동안은.


“예, 그렇겠지요. 그러니 빠르게 적의 방어를 뚫고 싶은데... 씁...”


아자개는 혀를 끌끌 차며 연신 진흙을 팍팍 파댔다. 이 뻘밭에서 보름정도 치고받고 싸웠으니 당연히 열이 받을 만은 한데...


“방법이 달리 없소이다, 사령관. 온통 뻘밭에 서로 충원마저 제한되니 서로 끝없는 소모전이 이어질 뿐이지요. 그나마 우리가 수가 많으니 우세하다고는 하나...”


“알고 있소! 육훈소장이 아주 개거품을 물더군. 쯧, 누군 좋아서 이러고 있나? 하다못해 몇백 정도 되는 소총병이라도 보내달란 말이지!”


음, 맞긴 한데. 몇 백? 소총병을? 내 예상엔 손망실 분량이나 메꾸면 다행일 것 같은데...


“흠, 그럼 보충병은 아예 없는 건가?”


“... 아닙니다, 전하. 그래도 네 개 대대 병력을 우선 보내주겠다는군요.”


“혹시나 해서 묻지만, 지금까지의 사상자는?”


“전사 4,781명, 회복 불가한 중상자가 2,879명, 회복중인 경상자가 3,745명입니다.”


... 많은데?


하긴, 보름동안 치열하게 싸우고 강 건너라 의료에도 제한이 있으니 사상자가 훅훅 늘어날 수밖에 없다만 이렇게 읊으니 확 와닿는다.


“쯧, 저도 이해는 합니다! 지금 훈련 중인 예비군들 끽해야 이등병 딱지 뗀 새내기들인 걸요! 하지만 전쟁이 어디 제 좋다고 되더이까? 모자라더라도 있는 데로 싸워야지!”


“그건 사령관의 말이 옳군... 육훈소장에겐 내 따로 일러 주지.”


사실 육훈소장이 저렇게 개길 수 있던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겠지. 하나는 육훈소장은 사령관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받는 위치가 아니라는 것, 둘째는 곧 은퇴할 말년 중장이라는 것.


하지만 사정이야 알겠다만 우리도 지금 다급하단 말이지? 이번 전투뿐 아니라 이전 전투들까지 합쳐서 사상자가 만 삼사천은 생겼다. 당연히 이 공백을 메꿀 보충병이 필요하단 말이야.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메꿔야 할 것 아닌가.


“그래주신다면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 젠장. 결국 오늘도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질 않는군.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이 거지같은 뻘밭을 건너 안시성으로 가서 적들을 압박해야 했다. 차기 육군부의 기둥인 견훤 장군이 말라 비틀어지기 전에!




작가의말

수-당이 했던 고생 중 하나를 발해도 똑같이, 방향만 다르게 하는 중...

저 요동만 일대는 충적지라 진흙이 아주 그냥... 예...

그런 곳을 날이 따뜻해지고 양군 합쳐 십만 명이 넘는 인간들과 거기에 딸린 말, 노새, 낙타가 밟아가며 이동한다 생각하면 끔찍할 따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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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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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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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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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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