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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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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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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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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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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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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30

DUMMY

뎅- 뎅- 뎅-


커다란 종이 제 존재를 뽐내며 오늘 하루도 일해야 하는 날임을 알렸다. 저게 아침 일곱 시를 울리는 종이라 했던가.


“하여간 관료들 부지런하기는.”


향긋하고 약간은 씁쓸한 꽃차가 부드럽게 아침잠을 몰아내고 미지근한 물로 세안까지 하니 오늘 아침도 상쾌하니 좋았다. 대체 왜 찬 물에 세안 같은 걸 하나 몰라?


아직은 겨울이라 해가 미적미적 일어나 고개만 빼꼼 내밀어 머리 위로 그늘이 져 약간은 한기가 느껴졌지만 하나도 불쾌하지 않았다.


부산 중앙에 저렇게 번듯한 이층집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어지간한 서울 사람도 부럽지 않았다. 비록 이층은 온돌을 깔지 못해 약간 춥긴 했지만 여러 세간살이들을 보관하고 여름철에는 오히려 이층이 시원해 위아래로 옮겨가며 살면 그만이었다.


어젯밤 비가 온 것인지 회색빛 도로는 흠뻑 젖어 있었고 중간중간 발자국 모양의 웅덩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멘트 굳기 전에 밟지 좀 말라니까 말 안듣는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는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조심조심 발자국 모양의 웅덩이를 피해가며 걷자니 어느새 목표로 한 건물이 나왔다. 청색으로 색칠된 번듯한 이층 건물, 건물의 문 위에는 정갈한 글씨로 ‘발해 해양 조합’이라는 현판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해양 조합은 그야말로 ‘해양’과 관련되어 있거나 혹은 연관되어 있는 의뢰는 다 오고가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기업, 학회, 기타 일반인들까지 의뢰를 주고받아 의뢰 내용도 참으로 다양했으니.


기본적인 물품 운송 의뢰는 물론이요, 해외로 나가는 우편물 배달 의뢰, 바다사자 생포 의뢰, 일본 고대 문화에 대한 조사 의뢰, 식물 조사나 사람 찾는 것까지. 정말 별별 의뢰가 다 있었다.


“지부장은?”


“뉘신데 지부장님을...? 어이쿠, 황 사장님 아니십니까. 헤헤, 지부장님은 이층에 계십죠.”


나는 일 원짜리 동전 하나를 튕겨 건네주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저 인간은 나한테 하는 것 반의 반만이라도 다른 인간들에게 하면 좋겠는데.


“아이고, 우리 황 사장님 오셨네.”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벌써부터 아부를 늘어놓나?”


아침안개 탓인지 약간은 축축해진 비단 외투를 옷걸이에 대강 걸어놓고는 가죽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거, 지부장이라고 의자도 좋은 거 쓰네.


“밥은 먹었나?”


“그냥 차 한잔 했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아침밥을 많이 먹으면 속이 영 불편하거든.”


“그럼 간단하게 준비하겠네.”


얼마간 지나고 나서 나온 요리란 신선한 나물에 두부, 계란, 된장국 정도였다.

(나물이 저렴해 보일지 몰라도 겨울이 다 가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면 충분히 비싼 음식이다. 온실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상상해 보라.)


“음, 깔끔하고 좋군.”


아삭하면서도 향긋한 나물의 맛이 입안을 감돌다 은은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나물이란게 쉬워 보이지만 이렇게 맛있게 만들기는 어렵지.


그 외에도 된장국이나 계란, 두부 등도 정갈하니 맛있었다. 흔히들 상상하는 진수성찬은 아닐지라도 속 편하게 배 채웠으면 그게 진수성찬이 아닐까?


“그래, 이제 식사도 배부르게 했으니 말해 보세나. 무슨 일인가?”


“크흠... 그, 자네. 배가 있지 않나?”


“아아, 그렇지. 왜 배가 필요한가? 내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네만.”


내 말에 형석 저 친구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검은 머리칼이 매우 아까웠지만 뭐... 제 머리는 제가 챙겨야지.


“후우... 그게 아닐세. 자네, 다음 항해는 언제인가?”


“글쎄, 한 이주 뒤나 나가겠지. 그때쯤이면 청새치의 건조가 모두 끝나니.”


“청새치?”


“그렇다네. 매우 크고 날렵한 아가씨지. 나중에 한 번 타 볼텐가?”


“후우... 그럼 항해를 할 때”


“에이, 뭐 그게 어려운 거라고. 어차피 방에 여유도 있을 테니-”


“그건 고맙네만 실은...”


물을 벌컥 들이키고는 한숨을 가득 쉬며 내뱉은 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가 왜 이렇게 뜸들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후우... 내 손녀딸이 말일세, 해양 상단을 운영하고 싶어 하네.”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길 비네.”


“그럼 내가 왜 말을 꺼냈겠나...”


“여성이 선원 일을 하는 건 불법이네.”


그렇다. 발해에서는 여성이 선원이 되는 게 불법으로 아예 명시되어 있었다. 현대인인 지영이 있는데 이런 법이 있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우선 기본적인 신체 능력에 차이가 난다. 두 성별이 모두 동일한 조건의 일반인이라면 일반적으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육체적인 능력에서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여성에게는 한 달에 며칠 정도 그 기간이 있지 않은가? 개인차는 있다지만 남성은 이런 부분이 없다는 것에서 같은 돈을 주고 고용한다면 남성이 더 경제적일 수밖에 없긴 하다.


그리고 인식. 동양이나 서양이나 여성이 배에 타는 걸 탐탁지 않아하는 문화는 널리고 널렸다.


사실 위 두 문제야 선주나 선장이 그냥 감당하면 되는 문제긴 하다. 인식의 경우엔 선원을 다 설득하면 그만이고 경제성도 본인이 손해를 감당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여성이고 소수란 점이다. 적어도 성비가 7:3 정도만 되어도 괜찮은데 거의 99:1 수준 아닌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까놓고 말해서 아예 성노리개로 사용하다가 입항 전에 묶어놓고 버리면 그걸 누가 아나? 더 발전해서 아예 출항 전에 반반한 여인 몇 명 잡아다가 추후 입항 전에 버리면 그건 누가 알고?


설마 그런일이 일어나겠어? 라고는 하지만 현대군도 성군기 문제가 있는 와중에 과거라고 없을까. 특히 바다 위 선상이라는 극히 폐쇄적인 환경에서? 현대에서도 원양어선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오지 않은가?


그리고 만일 해적을 만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물론 발해와 일본 해군이 이래저래 해적을 없애고 다니긴 하지만 그게 100%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고 해적을 만나면 아무래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문제될 테니까.


아무튼 이런저런 문제가 일어나기에 발해는 아예 법으로 명시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모든 여성은 선원이 될 수 없다!’


다만... 이 법에도 예외 조항이란 게 존재했으니.


1. 본인이 선주일 경우에는 선박에 탑승할 수 있다.

2. 본인이 선주, 혹은 선장의 인가를 받아 부관의 역할을 수행할 경우 선박에 탑승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3. 본인이 선주로부터 임명받은 선장의 경우에는 선박에 탑승할 수 있다. 이 경우 역시도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여자가 선주거나, 선장이거나, 혹은 선주나 선장의 보호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측근이 아니라면 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이나 과거나 선장의 권한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선장은 배 위의 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발해에서 선주는 선장의 물주인 경우도 꽤 많았기에 넣어진 조항이다.)


“그러니 자네에게 부탁하는 게지. 자네가 나서면 불법이 아니잖나.”


“아무리 그래도...”


“대학까지 나온 아일세. 돈 값은 충분히 할 게야. 제발 한번만 부탁하겠네. 어떻게 안 되겠는가?”


매몰차게 거절하고 싶다. 정말 매몰차게 거절하고 싶은데 그러면 인간이 아니다! 기업이 정말 어려울 때 저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집안을 말아먹을 뻔 했으니까. 그러니까 북해도 동북 탐험에 왜 지원해서는...


“... 일 년이면 되겠나.”


“그 정도면 충분하네, 충분하고 말고! 정말 고맙네, 고마워!”


형석이 연신 고개 숙이는 것을 애써 말리며 나는 방을 두 개 비워야겠노라고 생각했다.



...



“만재배수량 340톤?”


“예”


“크, 크네...”


기존에 제일 크던 배가 몇 톤 짜리더라? 만재배수량 290톤 언저리 되지 않았었나?


“청새치 호라고 합니다. 기대하기론 평균 항해속도가 7노트는 나올 것이라고는 합니다마는... 이건 띄워 봐야 아는 거라.”


“평균 7노트? 그거 대단한 거 아닌가? 우리 0형 수송선이 평균 6노트 언저리 나올텐데.”


“정확히는 6.5노트 입니다만 사실 이 평균이라는 것도 감히 재단할 수 없는 거라.”


그건 그랬다. 같은 6개월이라고 해도 어디에서 띄웠고 누가 운영했고 어떤 짐을 실었고 등등에 따라 범선의 능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지니까.


“그래서 그게 얼마라고?”


“건조하는데 대략 육십 오 만원 정도 들었답니다.”


“우리 0형 수송선이 척당 삼십 오 만원 정도 할텐데”


“정확히는 삼십 육만 천원 이죠.”


흠, 그럼 청새치를 대량으로 건조하면 건조비용을 좀 깎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오 년 내지 십 년 정도 유심히 지켜보다가 갈아타면 될 것 같은데.


“거기에 사람 하나 파견해 봐. 해서 괜찮으면 그거 기반으로 해서 신형 수송선 사업에 참고하게.”


“그거 아직 시작도 안한 사업 아니에요?”


“어차피 먼 바다 나가려면 큰 배가 필요하지 않겠어?”


배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커야 안정적으로 식량과 물 공급이 가능하니까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남는 0형 수송선이야 근거리, 내륙 운송으로 단물 쫙 빨아먹으면 되는 거니까.


“하긴, 그도 그렇네요. 그럼 국장님이 지시 내렸다고 하겠습니다.”


“오야.”


과장이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가자 나는 낄낄거리며 술병을 깠다. 까자마자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게 역시 오대째 술 빚는 명인이라 할 만 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위치도 적당히 있고 할 일도 적당히 있으면서 일순위로 지목되지 않는 위치.


그에 반해 종형인 이기민을 봐라. 뭐 얼마나 더 먹겠다고 육군부 장관 하면서 그 눈칫밥을 먹는지. 월급이 두 배 가까이 되면 뭐하냐고. 왕족이 돈 모자랄 일이 있나.


왕족은 항상 문제인 존재였다. 분명 고귀한 존재도 맞고 출발선부터가 어지간한 신민들보다 아득히 앞서 있긴 하지만 발해의 특성상 왕족은 여러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으니까!

(사실 이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후계가 불확실할때 왕족이란 참으로 반역과 엮이기 쉬운 존재였다.)


특히나 그냥 장관도 아니고 육군부 장관이면 받는 시선이 대강 예상이 가서 몸이 섬칫 떨렸다. 난 여기서 깔끔하게 은퇴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작가의말

잘하면 오늘 염증주머니 수술할수도 있다네요! 제발... 그냥 빨리 하고 끝났으면 합니다 ㅋㅋ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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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4.01.19 09:18
    No. 1

    왕족이지만 왕권과는 관계가 없으면서 자생을 위한 노동을 하는 이상한 그 나라 왕족들

    작가님 건강이 중요합니다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4.01.22 11:20
    No. 2

    사실 왕권과 관련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지영이 죽었을 경우엔 진짜 누구나 주장하는게 가능해져서 문제죠... 지영의 아들이 있을 땐 문제가 없는데 이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종기와의 악연을 빨리 끝내야겠어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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