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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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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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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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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44

DUMMY

“거울과 싸우는 기분이군”


고구려 지휘관이나 발해 지휘관이나 공통적으로 내뱉은 감상평이었다.


사용하는 전술, 무기, 실력 등이 대체로 비슷하다 보니 마치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사는 지형도 엇비슷하다 보니 이런 면은 더욱 부각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포병이 있다!”


원정 초기에 비하면 화력의 40% 정도가 감소하긴 했지만 맞는 고구려군 입장에서는 속과 겉이 동시에 터져나가는지라 이러한 차이를 눈치챌만한 여력이 없었다.


“저거 보이나? 포병이야말로 전장의 신이야.”


조선시대부터 시작해서 현대 한국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유구한 전통을 들먹이는 그 말에 누구라도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감을 안 하기엔 지금 저 정예한 고구려군이 빵빵 터져나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는 법, 발해의 매서운 포격도 결국엔 끝을 맞이했다.


“뭐라, 포탄이 없어? 그걸 말이라고 하나! 보급은!”


“진흙밭에 깊게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보급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그나마 괜찮았다. 발해군이 비록 진흙탕에서 싸울지언정 보급로 대부분은 평탄한 평야의 길이나 혹은 수로를 이용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발해군이 서서히 전선을 밀자 고구려군이고 발해군이고 이제는 똑같이 진흙밭 한가운데에서 싸우는지라 불쌍한 보급대는 진흙밭에서 낑낑대며 수레를 밀어야 했다.


2차대전때만 해도 라스푸티차(러시아 지역의 지랄 맞은 전통, 광대한 평야가 온통 진흙으로 뒤바뀌는 자연의 신비)로 인해 독일군이 얼마나 죽을 쒔던가. 하물며 그걸 소나 말, 낙타가 끄는 수레로 밀어서 가려 하니 고구려군이고 발해군이고 보급로가 딱 틀어막힌 것이었다.


“공병대를 동원하게, 필요하다면 현지 인력을 징발해 다리를 놓아 수레가 원활히 통과할 수 있게 해야 하네.”


“예, 사령관님!”


하늘 같은 상급대장이 저리 말하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어쨌건 전근대 군대치고는 밥 잘 먹고 살던 발해군이었던지라 즉시 군인의 영원한 친구인 삽과 곡괭이, 도끼 등을 들고서는 뚝딱뚝딱



-----



“수성은 너희들만의 특기가 아니다!”


견훤의 지휘 아래 발해군은 그야말로 똘똘 뭉쳐서 임시 요새를 사수하고 있었다. 중앙 보급로를 차단당한 고구려군으로서는 굉장히 속 터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구려의 사정일 뿐. 그리고 더욱 속을 터지게 하는 건 고구려만큼이나 발해 역시 산성과 수성에 이골이 난 국가라는 것이었다.


삼국시대부터, 남북국, 고려, 조선, 심지어 한국전쟁에서도 한민족이란 겹겹이 쌓인 산에 요새를 지어놓고 거지 같고 뻔한 길 하나만을 안내하며 적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랄한 민족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고구려는 몇백 년 만에 그 사실을 다시금 공격자의 입장에서 깨닫는 중이었고, 심지어 방어자는 화포와 총기라는 반칙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속이 터질 수밖에.


“그래도 이번 보급품까지는 어떻게 받아냈군.”


“이젠 이곳을 지키면서 아군이 적을 먼저 무너뜨리길 빌어야겠군요. 저희가 싹 다 죽기 전에.”


“거, 말 좀 가려 하지.”


“사실 아닙니까?”


“탈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피해야 좀 있겠다만”


적어도 보급품이 완전히 고갈되고 시간이 지난 이후가 아니라면 견훤이 이끄는 발해군은 충분히 포위망을 뚫고 지나갈 역량을 갖추긴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구려의 포위망이 더 체계적으로 변하니 거의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탈출을 시도한다면 그야말로 몸을 갈아가며 탈출하는 모양새가 되겠지만 어쨌건 탈출은 할 수 있으니까.




=====



“자네, 국방과학연구소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


“예, 제 꿈이었습니다, 교수님.”


학생의 당찬 포부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교수는 안타깝다는 눈길로 응시하더니 이내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읽어보게.”


조심스레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읽는 학생의 얼굴은 붉어졌다, 파래졌다, 하얘졌다, 검어졌다를 반복하니 led 전광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거, 거짓말...”


“흠, 아닐세. 자네는... 운이 좀 없군”


올해부터였다. 전하의 지시였나?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해 모든 연구소의 채용 조건이 바뀐 것이?


본래 연구직 역시 일반 관료를 뽑듯이 조건 없이 뽑았었다. 물론, 시험을 합격해야 하고 면접을 보아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가능한 일.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모든 연구소의 연구직은 ‘석사, 혹은 석사에 준하는 자격이나 학력’을 갖추어야만 응시를 할 수 있었다.


지영이야 이제 대학도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고 슬슬 연구소에 필요한 고학력자를 안정적으로, 적어도 핵심 인력인 연구직은 확실히 고학력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내려놓고 간 명령이었지만 그걸 원래 연구직을 꿈꾸던 사람들은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 연구실에 올 생각이 없는가?”


“...예?”


“흠흠, 이래 봬도 내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일하다가 학교로 왔다네. 그 덕에 아는 사람도 간간이 있고 같이 협력해서 연구도 몇 번 했었지. 어떤가? 기왕 대학원 생활을 할 거라면 내 연구실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게야.”


“... 대학원...”


현대만큼은 아니지만, 대학원에 대한 악명은 발해에서도 존재했다. 학부생 때와는 차원이 다른 졸업 난이도로 이름 높았으며 그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어디까지나 기존의 등록금보다 비쌌으며 시간 또한 턱없이 모자라진다. 실제로 대학원에 들어간 후 일 년차에 그만두는 사람이 대략 40% 정도 되니 대강 알 만했다.


하지만 큰 지식에는 큰 보답이 따랐다. 가만 생각해 보면 발해에서는 대학교 졸업장만, 즉 학사 학위만 들고 와도 어지간히 지식인 취급을 해 주고 실제로도 그게 맞았다. 그런데 하물며 석사 학위를 들고 온다? 발해 전체에서 상위 1%의 지식인이라는 증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쨌건 학사와는 다르게 석사는 ‘논문’이 평가의 주가 된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학사까지는 까놓고 말해서 몽땅 다 외우면 학과에서 1~2등을 다툴 수 있었다. 물론 세부적인 보고서 작성과 기타 등등은 암기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시험’이 가장 결정적인 판단 요소였으니. 이해하는 편이 더 수월하겠으나 이해가 안 된다면 다 외우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았다.


그에 반해 석사는 시험이랄 것이 없다. 자신이 양질의 논문을 쓸 자신만 있다면 수업은 아무것도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론 논문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다수이니 수업을 정말 아무것도 듣지 못하면 논문의 수준도 그대로 바닥에 박히곤 했지만 어쨌건 학사에게 중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었다.


사실 이 기조는 지영에게서 시작한 것이었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웠다고?”


“예, 전하. 그러니까...”


그 사람은 정말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읊었고 그가 나간 후 지영이 하는 말이라는 게


“대단하긴 한데... 저거, 의미 있나?”


“... 예? 무슨 말씀을... 저런 거 아무나 못 합니다.”


“맞지. 맞긴 맞는데 그래서 저게 무슨 쓸모가 있는데?”


“... 예?”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는 사람보단 그냥 책을 여러 권 배부해서 옆에 놓고 일하는 게 안 낫나?”


“어...”


“저거 자신 있게 내 앞에서 저러는 거 보면 기억력이 가장 자신 있는 모양인데... 그냥 책 한 권 꺼내서 중요한 부분만 표시해놓으면 저 능력은 의미가 없잖나.”


사람마다 생각이야 다르지만, 지영은 인간의 암기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생각해 보라, 스마트 폰 앞에서 인간의 기억력과 암기력은 의미가 있는지를.


그렇기에 지영은 기억력을 ‘최소한의 수준’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관료들이나 교수들도 그것에 공감했고. 기억력이 그 사람의 학력이나 업무 능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탓이었다.


아무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학생은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제안서를 조심스레 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어...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잠시만 고민을 해도 괜찮을까요?”


“아, 그래. 앞으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테니 신중히 고민하게. 그렇다고 너무 늦지는 말고, 하하. 학사 일정은 지켜야지 않겠나.”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학생은 애써 멀쩡히 연구실을 나왔지만 이내 푹 주저앉았다. 왜 하필 이번 연도부터란 말인가, 할 거면 아예 몇 년 전에 하던가, 아니면 내후년부터나 할 것이지...




=====




“앞으로의 전쟁은 총과 포의 전쟁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전투 보고서와 무기들의 성능을 보면 확실해지죠. 안타깝게도 포는 육군에서 제시한 것이 있으니 지금은 총기에 대해 논하겠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총기는 연사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잘 훈련받은 병사들도 일분에 세 발을 쏘면 잘한 것이니...”


“다행인 점은 파괴력 하나만큼은 충분합니다. 명중률도 활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요.”


“결국 파괴력을 제외한 부분을 개량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군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게는 되도록 유지하면서 말이죠. 지금도 무거운 편이라고 말이 많은데...”


“쯧, 그러면 여러 개의 총열을 연결하는 방안은 설치해서 쓰거나 수레로 끌고 다녀야겠군요.”


“그렇겠죠. 총열 하나만 해도 6kg에 달하는데...”


평양 국영 조병창의 인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론하며 총기 제작에 매달렸다. 사실 이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는데 지금까지 발해의 무기개발은 보통 군이나 왕실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그것에 관련된 연구와 설계를 하는 경우가 전부였다.


왜? 이전까지의 병기는 모두 냉병기였으니까. 무기의 경우 같은 창이라고 하면 성능상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드물었고 외려 개량형이랍시고 내밀었다가 이전까지의 대열, 전술에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만들면 심각한 문제나 혹은 전술 및 편제가 완전히 뒤바뀌지 않는 한은 새로운 무기를 만들 것 없이 기존의 설계, 혹은 기존의 설계에서 약간 개량된 생산분으로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졌다. 무기, 그 자체가 엄청난 성능을 보유하게 된 시기가 온 것이었다. 즉, 평양 조병창의 인원들이 ‘이제는 무기에 전술을 맞추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어디선가 흘러온 지영의 한 마디는 평양 조병창의 야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작가의말

열심히 대학원생을 구하는 교수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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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 남북전쟁44 24.04.03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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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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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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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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