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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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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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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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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31

DUMMY

“...”


“...”


“저, 견 소장님.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견 소장님은 분명 할 말은 없다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왜 날 이렇게 쳐다볼까? 최근에 함께하긴 했어도 엄연히 사무적인 관계 아니었나?


“... 음,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 지 모르겠는데.”


“말씀하시지요.”


“... 아닙니다, 폐가 될 것 같아서.”


그럼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건 폐가 아니었냐고. 답답함에 맥주를 한 잔 마시자 탄산이 목젖을 때리고 올라오며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젠 탄산도 소화가 안 되다니. 학회에 당장 제보해야겠군.


“후우...”


“그냥 말씀해주시면 안됩니까?”


“흠...”


“제발, 견 소장님.”


“실로 이상한 일입니다.”


“대체 뭐가요.”


“저랑 비서실장님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요.”


“그렇죠?”


“헌데 비서실장님만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드는군요.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신기한 일이군요. 음... 저도 그렇습니다만.”


내 말에 견 소장님도 눈을 빛내며 정말 그러냐고 두어 번 물어와서 나는 그렇다고 답해주었다.


신기한 일이지. 아무리 친화력이 좋다고 해도 나랑 견 소장님이 교류를 한 적은 별로 없다. 화기 개발 때는 주로 전하 곁에서 자리를 지켰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참모로서 합류하며 업무를 같이했는데 말이지.


서로간에 감정을 섞을 일도 거의 없었는데 이런 느낌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뭐, 완전히 싫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걸 견 소장님도 느꼈다니 신기하긴 하네.


“참으로 기묘합니다. 그... 심리학자라는 자들은 이 현상을 알고 있을지 심히 궁금해지는군요.”


글... 쎄? 난 아니라고 보는데. 심리학자 전체를 폄하할 생각이야 없지만 실력의 편차가 엄청나게 심하단 말이야. 그래도 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 같다고는 하지만, 글쎄? 그건 그냥 아무에게도 못하던 이야기를 털어놓아 조금이라도 답답함이 가신 게 아닐까 싶다.


“차라리 전하께 질문하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만.”


“호오, 비서실장님께서 질문해주실 수 있습니까?”


“... 전하께서 절 어떤 시선으로 보실지 심히 궁금해지는군요. 다만, 굳이 알고싶지는 않습니다.”


벌써부터 전하께서 낄낄대며 비웃는 모습이 그려지는군. 그게 자신이 대상이 된다 생각하자 묘하게... 묘하게 열 받는 느낌이다. 음, 이건 불경스러운 생각이려나.


“흠, 그렇군요. 그건 좀 아쉬운 일입니다. 다행히 비서실장님께서도 그리 느끼시니 제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니었군요. 아무튼, 궁금한 것도 해결되었으니 이제 일 이야기를 해 보죠.”


일, 그래. 일이라. 저 망할 고구려군에 대한 이야기겠지.


“정말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온 이래 우리는 단 28km 밖에 전진하지 못했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거리가 적어도 그 두 배 정도는 될 텐데 말입니다.”


“...”


“분명 우리는 나아가고, 나아지고 있지만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고... 흠, 특히나 최근의 참호선을 본 적이 있습니까?”


“예, 참호선이 더 이상 직선이 아니더군요.”


예전의 반듯한 일자 참호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갈지자 형태로 파인 참호선.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몰라도 분명 무언가 효과가 더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벽도 문제입니다.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성벽도 예전에는 그저 단순한 토벽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견고하고 두꺼운,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보수하기 쉬우며 경사진 토성이 되어 있었다. 비록, 그 높이는 낮지만 그렇다고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닌지라 결국 사다리를 걸거나 아니면 공사를 하고 나서 올라가야 하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부담이 컸다.


“제일 중요한 건 적의 동원력이 우리보다 앞선다는 겁니다. 비서실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적보다 더 많은 병력, 더 우월한 무기가 장점입니다만...”


“적어도 이곳에서의 동원력은 적이 앞서죠. 토성이다 보니 공사도 생각보다 빠르게 되고 있습니다. 한 요새를 떨어뜨리면 몇 키로 뒤에 다음 요새가 거의 완공되고 있죠. 그렇다고 우리가 적보다 샛길을 더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마땅한 우회로도 없으니...”


“아무리 조공이라지만 자존심이 상하는군요. 무언가 좋은 생각이 있으신지요?”


글쎄. 그런 게 있을 리가. 애초에 군사적인 능력은 견 소장님이 더 뛰어나다 보니 내가 무언가 조언할 그런 입장이 아니었다.


내가 참모로 온 이유는 열병기를 다룰 줄 알고 고급 군사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이 두 사항에 모두 해당되는 인물은 거의 없으니까.


“글쎄요... 사실 적의 방어에 대응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적의 방어는 말 그대로 포격에 대한 정석과도 같았다. 외길뿐인 지형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도. 전부 다.


그리고 정석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깨뜨리기 어려운 법이었다. 왜, 정석이 정석이겠는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실패하기 어려운 방법이기에 정석이 아니겠는가.


“그야... 그렇지요. 몇 번의 실험과 실전을 통해 참호 속에 있으면 포격의 효과가 심각하게 저하된다는 것이야 이미 확인되었고 저 우스꽝스러운 토벽 역시도 생각 이상으로 비뢰포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증명되었습니다. 다만 소이탄이나 독을 이용한 공격은 나름대로 효과적이라 이를 조병창에 보냈습니다만... 이게 언제쯤 보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서.”


견 소장님의 답을 들으니 답답해져서 땅에 묻혀있던 맥주병을 하나 더 꺼내 잔에 가득 채웠다. 확실히 날이 추워지니까 맥주가 맛있다니까. 이렇게 마시고 나면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문제지만.


“정식 야포가 개발되었다면 저런 허름한 성벽 따위는 단숨에 밀어버리고 진격했을 것을....”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전쟁이 끝나면 당장 대포를 만들라고 닥달을 할 겁니다. 이번 전쟁에서 깨달은 것이 아주 많아요.”


하긴, 나만 해도 정말 많은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으니까. 견 소장님이야 오죽할까. 화약은 정말이지 혁신적인 물건임에 틀림없었다.



...



땅이 북처럼 울리고 군마들은 그 리듬에 맞추듯 서로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화살이 뒤따르며 운 없는 기수들을 몇 떨어뜨리는 것으로 제 할일을 마쳤다.


“전혀 밀리지 않는군.”


“애초에 서로 수준이나 무장, 훈련 방식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아군은 기병만 있으니 아무래도 수가 제한될겁니다.”


그건 내가 보기에도 그래 보였다. 아마 기병군단장의 눈에도 그래보이겠지. 무리하게 돌격해서 뚫고 들어오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기병대의 손실이 지나치게 커질 게 뻔했기에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구원군이 옴으로써 아군의 사기는 대폭 회복되었고 공세도 약해졌다. 이상하게 저 왕의 깃발은 아직도 있긴 한데... 곧 가겠지. 아마도.


“삼, 둘, 하나, 발포!”


콰앙! 콰아앙!


비뢰포는 그때그때 포각을 고쳐가며 어찌어찌 고각 사격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워낙에 고각이다보니 이래저래 새는 탄들이 많은데 저걸 그냥 노포에 넣고 쏘는 게 더 명중률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저 400mm라는 대구경을 소화할 만한 노포가 없다는 걸 떠올렸다.


“적당한 때 적들의 퇴로를 차단해주면 좋겠는데... 기병군단이 해줄 수 있을까?”


“음... 적들의 기병도 만만치 않으니 좀 애매합니다. 길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적들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요.”


근위여단장의 말마따나 적들이 그걸 모를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저들도 제 살길은 터놓겠지. 음, 아마 그럴 거다.


비거... 를 이용한 공수 작전도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비거를 타고 ‘살아서 내려갈 수 있는가?’의 난제를 넘어서 ‘내려갔을 때 작전할 수 있는 상태인가?’를 해결한 뒤에 ‘들키지 않고 길을 막는다’라는 과제를 달성하고 ‘살아 돌아온다.’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아니, 잘 알겠다. 절대 안 될 거라는 걸. 이런 걸로 하늘을 날라고? 대체 임진왜란에서 이걸로 대피시켰다는 기록은 도대체 뭐지? 무슨 친환경 엔진이라도 있었던 걸까?

(임진왜란 당시에 비거로 무려 30리를 대피시켰다는 기록이 있는데 대동여지도를 살펴보면 10리를 대략 6km정도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니까 비거로 대략 18km를 살려서 날았다는 건데...)


... 열심히 생각하다보니 배가 고파졌기에 나는 주섬주섬 육포를 꺼내 질겅댔다. 육포라고 해서 현대의 그 고소 쫀득한 육포를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아주 약간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나무껍질을 씹는 느낌이니까. 그래도 입에 무언가가 들어가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씹다 보니 예전 조상들이 턱 관절이 강했다는 이야기가 대충 이해가 가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육포를 씹을 수 있었던 건 고구려의 공성차가 점차 그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라도 성벽에 고구려군이 우르르 오는데 한가롭게 육포나 뜯고 있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진 않았으니까.


이따금 올라오는 고구려 병사들은 아군이 창으로 찔러서 사다리에서 사지를 자유롭게 해주며 잘 막고 있었다. 발해의 자유를 견디다 못한 고구려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거야 뭐 알 바 아니고.


우리가 살만해졌다는 가장 큰 근거는 바로 기병대가 체력을 비축하고 군마를 돌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기병대까지 전부 동원해 성벽을 막고 있었지만 이제는 혹시나 모를 추격과 호응을 위해 기병대를 후방으로 돌렸다.


군단장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기병 한 명 키우는데 드는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성벽을 수비하다가 죽어가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왜 반값 쿠폰을 짜장면 한 그릇 배달시켜먹는데 쓰냐고. 세트라도 시키면 모를까.


아무튼 그렇게 며칠을 있자니 서쪽에서 드디어! 우리의 아군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전군 사령관임을 나타내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몇 명인지 세기조차 힘든 군중이 우글대며 다가오자 성벽 위는 말 그대로 환호로 가득 찼다.


마참내, 반격의 시간이다.


작가의말

비거를 이용한 공수...!

낭만 100%!




수술은 2월 5일에 한다네요. 쩝 빨리하고 싶었는데 날짜를 저래 잡아주신 이유가 있겠죠... 에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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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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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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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남북전쟁39 +2 24.02.21 80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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