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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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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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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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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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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25

DUMMY

“허, 대단하긴 하군.”


완벽하지는 않아도 쓸만해 진 건안성의 성벽을 보고 신덕은 고개를 내저었다.


약간의 석재와 흙을 사용해서 보수된 건안성의 성벽은 적어도 공성 병기를 가져와야 뚫릴만한 상태로 변모해 있었다. 공성 병기를 가져온다면 두부처럼 바스러질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성 병기가 있을 때 이야기.


공성 병기 없이 시간만 끈다면 저 성벽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질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성벽을 지키듯 선 병사들. 아마 2군단이라 했던가. 어제의 혼란은 모두 잊은 듯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런 병사들에게 저번과 같은 방법은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어제보단 방비가 헐겁습니다, 장군.”


“그래, 확실히 어제보다는 헐겁구나.”


어제의 방비가 마치 거대한 산 같다고 한다면 오늘의 방비는 마치 든든한 성벽과도 같았다.


산은 부술 수 없지만, 성벽이야 계속 들이박으면 못할 것도 없었다.


“전군에 공격을 명하라.”


“예, 그럼 포위를···.”


“아니, 포위는 필요 없다. 부대를 나누어 계속해서 들이칠 것이다.”


“알겠습니다.”


고구려군이 거세게 공격해오자 발해군은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웅크리고만 있었다.


“완전 날 잡았군!”


“군단장님, 이대로라면 좋지 못합니다. 여단장들이 휘하 대대의 전투력 안배를 한다고 한들 이건···.”


포병이 열심히 포격하며 병력을 깎아 먹고 휘하 여단장들이 발로 뛰며 각 대대의 전투력을 보존하곤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대대의 임무를 교대할 때쯤이면 귀신같이 기병이 들이닥쳐 이를 방해했고 포병은 일선 부대를 제외하고선 전부 병력을 뒤로 물리고 교대하는 방식으로 임하니 일반적인 야포에 비해 사거리가 짧은 비뢰포는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저거 제파전술 맞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전하.”


사실 제파전술은 아주 오래된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왜, 차륜전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다만 고구려군이 하는 저것은 발해가 조금 더 가다듬은 제파전술과 비슷해 보이긴 했다.


“습득이 빠르군, 역시 대단해.”


“감탄하실 때가 아닙니다, 전하. 2군단의 병력이라도 한계는 분명합니다만.”


“그래도 견디고는 있네. 수성을 위해선 성벽을 조금이라도 더 보수해야 해.”


“그러게, 전하. 뒷일도 좀 생각하셨어야···.”


“생각은 했었네,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뿐이지.”


“그걸 보통-”


“쯧, 그 이야기는 그만하세나. 그래서, 성벽의 보수는 어찌 되어가나?”


“생각보다 손상이 심합니다. 아무래도 그만큼의 장약을 한 번에 터뜨렸으니···. 아마 앞으로 일 주 정도는 수리해야 적의 공격에도 어느 정도는 버틸 겁니다.”


“일주···. 버틸 수 있겠지?”


“...”


그가 대답이 없어 지영이 눈빛으로 독촉하니 그제야 속삭였다.


“2군단을 소모하실 작정이시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그 피해가 어디까지 커질진 모르겠군요.”


“...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군문에는 허언이 없다···. 전하께서 늘 하신 말씀 아닙니까.”


“2군단은 정예병일세. 그리고 지휘하는 김선예 대장은 현 장성 중 그 능력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유능한 장군이고.”


“그래서 이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런 2군단이기에 현 상황에서 일주를 견뎌낼 수 있다고요. 김선예 대장의 2군단은 싸울 장소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전술 역시 한정되어 있고요. 적장이 그걸 모를 만큼 어리숙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희망찬 생각 아니신지.”


확실히 신덕은 이제 발해군의 대포를 어느 정도 공략했고 2군단에 효과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저렇게 계속 들이친다면 제아무리 2군단이라도 한계는 분명 찾아올 터.


“그리고 또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


“더 이상의 정보의 우위는 없다고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는 이제 포병에 대해 알 만큼 압니다. 지금 들고 온 전술만 해도 급조한 전술이라기보다는···.”


“그래, 대포를 꺼내든 그 순간부터 고안한 거겠지. 정확힌 개량에 가깝겠지만···.”


지영은 물끄러미 전장을 바라보다 이내 침을 탁 뱉었다.


“우선 난 최대한 성벽 보수를 독려하지. 여단장과 2군단장은 최대한 버텨보게나.”


...


의주항 발해군 총사령부


“충성, 사령관님.”


“...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거 사령관님, 공적 자리에서 좀.”


“에잉, 애비가 아들한테 말하는데 뭔. 그래서, 무슨 일이냐? 한창 북방에 있어야 할 네가 왜 여기에 있고?”


“이번 작전에 저도 좀 끼워주십쇼.”


“쯧, 넌 북방 밀어야지 뭔 헛소리를”


투구를 벗고 머리를 벅벅 긁은 견훤은 답답하다는 듯 답했다.


“그거 쉽게 밀릴만한 게 아닙니다. 길목은 좁고 투입할 병력은 한계가 있지요. 처음에야 제파전술도 좀 먹히고 그랬는데 이게 하다 보니 길 막히고 난리가 난리도 아니어서. 아무튼, 고착상태에 있으니 주력군은 빼야죠.”


“흠···.”


“아, 뭐 다 데려가라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간 눈치를 챌 테니까요. 저희 포병대만 데려가십쇼. 전투에서 포병을 운용해보니 화력을 집중시킬수록 효과적으로 적 보병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아자개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정도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굳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견훤의 능력이야 이미 증명된 지 오래였고 현재는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포병 전문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들도 슬슬 포병에 대한 대처가 될 것은 분명했다.


“너도 올 생각이더냐?”


“... 아니요. 그렇기엔 지금 맡은 지역도 중요하니까요. 잠시 아버지 얼굴이나 뵐 겸 온 겁니다.”


아자개는 킬킬 웃고서는 보급받은 포도주 한 병을 건넸다.


“날도 추운데 마셔가며 해라.”


“주실 거면 좀 많이 주시지.”


“말 타고 뛰어가야 할 놈이 무슨 짐을 그리 바리바리 싸들고 가려 하나? 그냥 가 이놈아.”


“알겠습니다. 그럼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허, 내가 이 나이 먹고 앞에서 칼이나 휘두르겠냐 뭘 하겠냐? 일 없다.”


고개를 꾸벅 숙인 견훤은 금세 말을 타고 떠나갔다. 아자개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참 잘 컸다 싶었다.


“걱정되십니까?”


“부모가 자식새끼 걱정 안 하는 거 봤는감?”


“그럼 뭐라도 말씀해 주시지.”


“되었다. 대업을 앞두고 괜히 감정에 동요를 일으킬 수야 없지.”


아자개는 고개를 젓고서는 추위를 잊고자 술을 한 병 들이켰다.


발해 건안성


이른 아침 지영은 건물 의자에 앉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조악하군요.”


“거 말을 해도 그리 하나.”


“하지만 사실이지 않습니까?”


지영은 쓴 맛이 가득 풍기는 찻잔을 곱게 내려놓았다. 오랜 시간 살면서 이런저런 차를 마셔보고 차 맛을 알게 된 지영에겐 쓰기만 한 저급품이었다. 아니, 누구에게 물어도 그냥 쓰다고만 하겠지.


“굳이 보급품을 드십니까?”


“내가 시행하라 했으니 제대로 돌아가는지 한번 지켜보고 싶었네. 다행히 아주 못 마실 만한 물건은 아니지만···. 조금 더 품질을 개량하라 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이 차가 보급된 지도 좀 오래되었군요. 한 삼십 년은 되었나.”


전군 차 보급 계획.


이름만 들으면 전군 차량화를 목표로 하는 거창한 계획 같지만, 실상은 차(tea)를 보급하는 계획이었다. 이 별난 계획은 언제나 그렇듯 지영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모든 병사에게 전장의 피로도를 해소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라는 것이 우리 위대하신 신왕님의 전언이시니 한때 방위성 관료들이나 장병들은 모두 이렇게 받아들였더란다.


‘뭐지? 국가공인 매춘에 이어 이제 군인 전용 매춘부를 고용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매춘부라지만 하려 할까? 자칫 잘못하면 목숨은 물론이고···.’


‘뭐지? 목각 성기 같은 남성용 성기구가 나왔나?’


당연히 지영이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약간이나마 해소하거나 혹은 이를 방지할 방법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열병기는 이제야 등장한 거지만 결국에 전쟁이라는 건 살을 찢고 뼈를 부수며 하는 것. 당연히 사람의 정신에 썩 좋을 리가 없었고 그 이전에 전쟁이 일어나면 기본적인 생활 환경조차 좋지 않아진다.


아무튼,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 바로 차(tea) 보급 계획.


차를 마신다는 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는···. 뭐 대충 그런 목적이었다. 실제로 나름 호평받은 정책이기도 했고.


그 이외에도 소수의 전문 상담사를 육성하는 등의 정책도 같이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발해의 군인은 적어도 초등교육 이상은 받은(물론 과목별로 수준차가 존재하긴 한다.) 충성스러운 인력이었고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차라는 것이 그닥 싼 물건은 아니었다. 그걸 전군에 보급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 가격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차 농장이나 회사가 생기고 차 가격이 다시 내려가고 전역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며 발해에 차 문화가 정착하고···.


이야기가 샜지만 결국엔 약 팔만 명(연해도 기병 소집 전)의 병력에게 주기적으로 차를 공급하려면 품질보다는 가격이나 납기일을 준수할 수밖에 없긴 했다. 그게 한 이십오 년에서 삼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결국에는 저품질에 그 품질마저 들쭉날쭉한 차가 보급이랍시고 이리저리 뿌려지게 되었다.


“그 정도는 되었지. 살림이 좀 나아지면 이것도 개선해야지. 적당히 후딱 마시고 가세나.”


일과를 시작한 지영은 오늘도 적당히(물론 전쟁터에서 적당히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둘째치고) 적의 공격을 받아내고 최대한 성벽을 보강할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고구려 기병이 흙먼지를 잔뜩 휘날리며 기세좋게 합류해 발해군 옆구리를 들이받기 전까지는.


“이런 씨벌”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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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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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남북전쟁43 24.03.30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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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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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남북전쟁39 +2 24.02.21 80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2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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