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345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4.04.12 16:57
조회
44
추천
1
글자
11쪽

남북전쟁46

DUMMY

“이거 진짜 괜찮은 게 맞습니까?”


고구려의 사신 중 한 명이 불안한 기색으로 그리 말했지만 다들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그럼 이 시국에 밥 가득 가지고 북쪽으로 갈 순 없다잖나. 그리고 그 잘나신 말씀대로 대군을 움직이는 데는 수운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하고.”


사실 고구려 사신단은 끝까지 방해했었다. 이미 제해권은 발해에게 넘어간 지 오래니 조금 오래 걸리고 위험하더라도 육로로 가야 한다고.


그리고 그런 고구려 사신단을 향해 노룡 절도사의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리면서 ‘역시 고려봉자, 그러니까 나라가 망했지.’라고 비웃으며 엿을 먹였다.


‘에이, 씨발 모르겠다.’


들키지 않고 슬그머니 들어가면 누가 알 것인가. 요동 반도 쪽만 살짝 피하면 될 테지. 그런 생각으로 승선하는 병력들을 지켜보았다.



-----



“아, 우리 앞을 지나가시겠다?”


연합함대는 고구려와 당나라 사이에 대한 소문을 듣자마자 석탄을 잔뜩 가져다 매일같이 열기구를 띄우며 바다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항상 배에 일정 이상의 건빵과 통조림을 적재해 언제든 출항해도 식량에 그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게 해놓은 다음 이만 바득 바득 갈고 있었다.


“만일 바다로 온다면 모조리 전공으로 삼으리.”


연합함대 제독 장건영은 전공에 몹시, 매우 몹시 굶주려 있는 상태였고 해군 장교들도 해군의 입지 확대를 위해선 그럴듯한 전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몇만의 군대가 바다로 슬그머니 기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해군 장교들의 표정은 마치 큼지막한 고깃덩어리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들 군침을 다셨다.


장건영은 매일같이 물을 떠다가 지영에게(...?)빌었고 서해함대 제독 전능창은 한가로이 낚시하며 오늘도 어떻게 저 맛대가리 없는 건빵을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던 도중 정찰기가 의문의 대선단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고 안 그래도 지루하고 굶주린 연합함대는 그 자리에서 의문의 대선단을 맞이하러 갔다.


“뭐야! 대체 저놈들이 어떻게 안 건가!”


그 어떠한 통신 장비도 없이 망망대해(사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에서 자신들을 정확히 찾아냈다는 것에 고구려도, 당나라도 기겁했고 그 순간에도 연합함대는 돛을 찢어지기 직전까지 혹사시키며 당나라 선단을 향해 접근했다.


당나라는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했으나 애당초 당나라의 해군은 수준이 낮다는 것을 넘어 해군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고 그런 해군이 견시를 제대로 섰을 리도 없는지라 연합함대와 당나라 선단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에에이! 보아라, 우리 배가 두 배는 더 많지 않으냐! 저런 둔중한 배는 속도가 느릴 터이니 이 점을 노려라!”


그 ‘둔중한’ 배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온 말이지만 이게 일반병이 보기에는 또 그럴듯했다.


뭍에 사는 징집병이 바다를 왔으면 얼마나 왔겠으며, 그런 바다에서 이 정도 수준의 군함을 도대체 어디서 보았겠으며, 혹시라도 보았더라도 그 군함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또 어디서 보았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 저건 별로 빠른 것이 아닌갑다.’라고 생각할 만했다. 실제로 이 시대 배들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빠른 것도 아니기도 했고.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 말마따나 당나라가 그나마 우위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를 사용할 수 있어 그나마 순간적인 속도가 앞선다는 것과 숫적 우위였다.


그렇지만 그 장점을 살린답시고 산개해서 파고 들어버리면 본래 해군이 아닌지라 통솔이 안 된다. 애초에 여기서 신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지부터 고민해야 했으니 그가 아무리 명장이라도 여기서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마침 적이 학익진을 펴고 있으니 일제히 돌파한다!”


“그... 장군, 저들을 상대로 밀집하는 건 조금...”


“그래서, 그것 이외에 방법이 있소?”


이미 발해군의 화약 병기에 신나게 당한 자국군을 알기에 고구려 사신들은 조심스레 이를 만류했으나 장군의 말마따나 방법이 없기도 했고 실제로 본 것도 아니라 또 그 거지같은 고려봉자같은 소리나 들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뒤 연합함대가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부와아악 쏟아내는 걸 보고 이 일을 깊이 후회했다.


“제독, 역시 움직이는 함대 상대로는 명중률이 낮습니다. 끽해야 10~20%는 될지...”


“백 발 쏴서 열 발 맞는다면 천 발을 쏘면 백 발이 맞는다, 알겠나? 계속 퍼부어!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말란 말이야!”


전투함이 때아닌 불꽃놀이를 신나게 즐기고 있는 동안 호위함은 그 날쌘 속도를 이용해 슬금슬금 당나라 선단에 마지막 치명타를 꽂기 위해 접근했다.



=====



“아, 씨발. 비 온다.”


전쟁이 터지고 대략 4~5개월간 고구려군과 발해군은 요동반도 인근에서 치열하게 합을 주고받았고 그 결과 장마전선이 찾아오며 양군의 싸움은 멎었다.


발해군은 장마가 찾아오며 화약 무기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고 그간 펼친 막대한 공세로 인한 숙련병 손실을 메꿔야 했으며 병사들의 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져 공세역량을 완벽하게 상실했다.


고구려군도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갈려 나가기는 발해군보다 더 갈려 나갔으며 그 자랑스러운 고구려 맥궁과 철갑들은 비가 와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거기다가 양군 공통사항으로 비를 흠뻑 머금은 진정한 진흙밭을 마주하니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뒤에서 보급로를 괴롭히며 발을 묶어주던 견훤은 한두 달이 지나도 전선에 진전이 없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임시 요새를 폭발시킨 뒤 원래의 자리로 쑥 빠졌고 천 명이 넘는 희생 끝에 굴러온 돌을 뺀 고구려군은 한숨 돌리며 멍하니 추작추작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전하, 황송하지만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오, 젠장. 그건 알고 있다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건안성을 이대로 버리고 도망가기엔 아까우니까요.”


“그래도 적의 철광지대를 점령했지 않나.”


나도 몰랐는데 여기 요동 반도 지역에 철이 참 많더라? 그러니 적의 전쟁수행 능력을 좀 많이 깎아 먹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희망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고.


“그야 그렇습니다만, 아무튼 이제는 정말로 장기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대책은?”


“... 현재로서는 겨울 대공세를 생각중입니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인데. 하긴, 사실 이해는 간다.


우리는 지금까지 좀 과장하자면 십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쓰러뜨렸다. 물론 그중에 대략 삼만여 명은 당나라 병사였지만.


그리고 전선은 아직 2월 초 전선 그대로고 인명 손실만 쌓였으니 답답할 만도 하지.


“겨울이 되면 비전투손실도 늘어나겠지만, 아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포병 전력도 다시 보충할 수 있고 기병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적군도 기병이 있긴 합니다만 일단 수에서 우위에 있으니.”


“음...”


결국은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것 같은데... 하긴, 이게 정석이긴 하다. 그리고 이 망할 요동반도에서의 전투는 내가 봐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고.


“또한, 병력을 재배치할 예정입니다. 보병 여단 두 개를 견 소장쪽으로 보내서 임무를 교대, 요동 전선에 모든 화력을 집중시킬 예정입니다.”


확실히, 소총수까지 끼어들면 기병을 견제하기 훨씬 쉬워진다. 그리고 겨울 정도 되면 소총수와 창병을 조합한 여단 두 개는 나올 테니...


“어쨌건 장군에게 복안이 있으니 참 다행이군. 그보다 장군, 오늘 같은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어떤가?”


“죄송합니다, 전하. 요즘 군무가 바쁜 터라...”


아, 이걸 안 먹네. 그래도 바쁘다니까 뭐라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보내줬다.


아, 술맛 좋다!



=====



“그러니까... 이게”


“수송선을 이용한 보급 시간표입니다. 지금은 폐기된 것이긴 하지만요.”


일본의 장군은 입을 헤 벌리고 ‘시간’ 단위로 정리된 화물의 적하, 수송, 양하, 그리고 수송선의 보수와 수리 계획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항해라는 것이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순 없는 것이라서 여유시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토록 빽빽한 계획을 가지고 보급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전하께선 귀국 장병분들께 보급에 관한 내용을 전수하라 하셨습니다. 기간이... 음, 그다지 여유롭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분 몇 개는 전수해 드릴 수 있을 테니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자리부터가 발해의 양보로 이루어진 것이니만큼 일본군도 교양있게 그 말을 받았다.


사실 발해와 일본 양국은 군사적인 교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두 나라가 서로 군사적인 무언가를 주고받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그나마 하나

꼽자면 해적 토벌 작전 때나 해군이 서로 공조한 것이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시시각각 내전의 징조가 보였고 다이고 천황은 이를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후지와라 가문은 천황가의 골칫거리였으며 천황가는 항상 확고한 권위와 실력을 원했다.


그리고 어쨌건 실력과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무력과 재력이 필요했다. 적어도 천황가의 입장에서는


그런 이유에서 천황은 발해가 갚아야 하는 양곡 15만 석을 탕감해주었고 발해는 그 대가로 단기 군사 연수를 시켜주기로 했다.


일본은 발해에게 중요한 나라이기도 하고 왕과 혈연으로도 얽혀버렸으니 지영은 일본에게 나름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전수해 주라는 명령을 내렸고 육군부는 고민하다 혼란스러운 전투 부분을 전수하느니 차라리 체계적인 보급에 대해 겉핥기라도 알려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고.



=====



“이딴 게... 원군?”


너덜너덜한 당나라 지원군을 보고 고구려군이 한 생각이다. 고구려 장군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지만.


위풍당당하게 바다로 온 삼 만여의 군대는 발해의 연합함대가 떡 주무르듯 주물러버린 덕에 대략 6천여 명으로 줄어 있었으며 그들의 상태도 영 좋지 못했다.


갑옷이나 무기가 없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이었고(헤엄치려면 가벼운 것이 좋다.), 아예 골골대며 죽어가는 병사들도 드문드문 보였으니.


“당군까지 이렇게... 젠장, 이 일은 절대로 함구해야 한다.”


만약 발해가 이렇게 피 터지게 싸우는 와중에 당군까지 털어버린 것이 드러난다? 그것도 여유롭게?


모르긴 몰라도 고구려군의 사기에 썩 좋지 못하리라. 장군은 6천여 명의 식충이를 보며 얼마 남지도 않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작가의말

간만에 연합함대 등장! 등장과 동시에 피같은 다연장 로켓을 미친듯이 쓰고 퇴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3/6) +1 24.03.06 23 0 -
공지 휴재공지 +2 24.02.06 35 0 -
공지 리메이크본 연재에 대하여 23.08.19 212 0 -
공지 대충 지도랑 국기 모아놓는 그런 곳 v23.03.31 22.11.05 2,516 0 -
298 남북전쟁49 24.04.22 38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9 1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52 1 11쪽
» 남북전쟁46 24.04.12 45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9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2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5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9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1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5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