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138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4.02.11 12:05
조회
74
추천
2
글자
11쪽

남북전쟁36

DUMMY

“그 사안은 나라의 중대사이므로 지금 성급히 결정할 수는 없소. 고가 중신들과 논의할 동안 잠시 기다리시오.”


한시가 급한 사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기는 했으나 말마따나 맞는 말이기는 했다. 결국 외견상으로는 고구려가 당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니 한번 당나라에 망했다가 예토전생한 고구려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까운 사실일 테니까.


그걸 막겠답시고 후방의 발해와 든든-한 동맹을 맺나 싶더니만... 에휴.


노룡절도사의 제안은 고구려에게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어쨌건 난민이 아니라 신병이라도 ‘병사’ 가 증원된다는 점, 이를 기반으로 다른 절도사가 와줄 수도 있다는 점(물론 이 부분은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 당나라가 어쩌면 중재를 해줄 수도 있다는 점, 지금은 쓰잘데기 없어진 당나라의 물자들을 싸게 구매할 수도 있겠다는 점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노룡절도사 일행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분명 받아들이면 이득이긴 하지만 몇 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중신들의 반대 말이오?”


“그건 부차적인 문제 입니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지요.”


평대는 조용히 한숨을 쉬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우선 말이 안 통할 겁니다. 물론 저들도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우리 말을 아는 자들로 보내겠습니다만...”


“말단 병사들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지...”


그나마 고구려 병사들은 글은 몰라도 말은 통한다. 하지만 당나라 병사들은? 글도, 말도 머릿속에 없는 실로 가벼운 머리의 소유자들 아닌가! 병사들의 수준이 보통은 된다고 해도 그들을 끌고 회전을 나가겠다고?


작전을 논의할 때야 그렇다고 해도 막상 전장에 나가보면 몇몇 인물을 거쳐야만 대화가 통한다는 건 큰 단점으로 작용할 터였다. 저 징글징글한 발해군이 그 단점을 놓칠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식량 사정도 문제지요. 몇 만이 될지 모르는 군대를 추가로 먹이고 당나라 편에 식량도 보내야 하니... 아국에는 약 이년에서 삼년 치의 식량이 보관되어 있고 농사를 지으면 추가적인 확보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발해만 못한 건 사실입니다.”


우선 발해는 수입할 곳이 있었다. 가까이는 일본, 멀게는 안남. 적어보이면 적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수입처가 없는 고구려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지 않은가.


그리고 이미 발해-일본간의 협정으로 두 나라는 기근을 아주 효율적으로 넘겼던 전적이 있었다. 왜, 두 나라가 동시에 농사가 망해서 기근이 드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그러니 일종의 식량 스와프 협정을 맺고 기근이 나면 서로서로 메꿔주었던 것이다. (발해는 한국이던 시절 872년에 일본과 물자교류 협약을 맺었다.)


이렇게 하니 기근이 와도 그 정도가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국소적으로 발발할 뿐이었고 그것도 그나마 빨리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근이 나서 ‘으어어’하는 것보다는 ‘에이 씨벌 배고파 죽겠네’ 하는 게 낫지 않은가. 어차피 죽진 않으니...


여기에 전쟁이 고구려 영토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발해의 수송대는 차고 넘친다는 것 역시 한몫 했다. 발해는 어쨌건 식량 생산량에 타격을 받지 않는 것 같았고(적어도 지금까지의 농사는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송 역시 육로 수송보다는 수운을 통해 의주나 건안성으로 보내 물류비를 줄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나라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식량이 워낙 많아서 발해의 식량창고는 터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 발해는 고구려보다 경제 사정이나 식량 사정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괜히 발해의 예상이 ‘우리는 십 년간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였을까.


“마지막으로... 같이 전쟁을 한다면 저들은 우리의 내부를 속속들이 알게 됩니다.”

“으음...”


그래, 사실 앞의 두 문제까지는 그래도 반론의 여지가 있긴 했다.


말이 잘 안 통한다고 해도 별동대로 활동케 하면 나름 이곳저곳을 틀어막고 작전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고구려의 전쟁 준비도 모자란 것도 아니거니와 그 2년 내에 이기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이건 어쩔 도리가 없는 문제였다. 첩자가 슥 훑고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이 직접 들어와서 사용하고 이동하며 군사작전을 수행하면 고구려의 방어 태세에 대해 정말 낱낱이 알게 된다.


비록 당나라는 한번 고구려 전역을 지배한 적이 있기야 했다만 그건 엄연히 200년도 더 된 이야기였으니 지금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당나라에 대한 국내 여론도 안 좋은데 치명적인 마지막 단점을 감수할 이익이 있을지, 감수한다면 이걸 어떻게 무마할지는 정말 까다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린 지금까지 삼 만의 넘는 병사를 잃었소.”


“...”


그들 대부분이 제대로 훈련받은 정규군이었기에 그 손실은 더욱 뼈아팠다. 발해도 손실을 봤다고는 하지만 고구려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지라 고구려는 날이 갈수록 수적 열세를 실감하고 있었다.


“폐하, 정녕 이 제안을 받아들이셔야 하겠습니까?”


“후우...”


“이전까지의 성은 아직 적의 화포에 대비가 덜 된 성입니다. 하지만 남은 성들은 차차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이전까지와는 다를 겁니다. 그리고 참호를 통한 대응책들도 나오고 있고 버티는 동안 신병들의 훈련이 어지간히 끝나면-”


“경, 경도 알잖소.”


발해군은 아둔한 집단이 아니었다. 저들이 화포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대응책을 고안하지 못할까? 신병은 고구려만 훈련시키고 있고?


그래도 고구려에는 아직 7만의 정규군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발해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유목민족 기병이 존재했으며 사병을 가진 호족들도 있었기에 손발을 맞추면 즉시 7만의 군대를 전선으로 보낼 수 있었다. 지금쯤이면 거의 맞췄을 것이기도 하고.


문제는 그 7만의 병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구려는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만. 다른 병사들도 죽으면 문제가 생기는 건 맞지만 유목민 기병이나 사병은 죽으면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크지 않은가.


이런 고구려에 일단 외국의 증원이 온다는 건 너무 달콤한 이야기였다. 일본과 발해의 사이가 끈끈하니만큼 더더욱!


“우선 경이 중신들을 잘 설득해 주시오. 이곳의 일은 고가 처리하리다.”


“...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



포성과 함께 몇 번째인지 모를 포탄이 토성에 박히고 성벽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발해군이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쯧”


불만스러워하는 견훤의 표정에 왕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발해군의 진격속도는 빨라졌다. 문제는...


“기병, 기병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기고도 전과 확대가 되질 않아 투자한 물자와 시간에 비해 진격이 너무나도 더디다는 것이었다.


원래 기병의 장기란 전략적 기동성, 보급의 우월성, 보병에 비해 뛰어난 돌파력, 색적 능력 등 여럿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과 확대가 가능하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장기로 여겨졌다.


보병은 그 어쨌건 기동과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 추격하러 달려가 봐야 상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기가 애매했고 따라잡는다고 하더라도 보병이 얼마나 전투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었다. 한 몇 백 미터를 무거운 쇳덩이를 입고 전력질주를 한 다음에 칼질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칼질에 얼마나 힘이 실리겠으며 몇 번이나 휘두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기병은? 전력질주를 하지 않고 속보나 구보로만 달려도 도망치는 보병들 뒤통수에 느긋하게 칼질만 하면서 가면 그게 곧 전과 확대 아니겠는가.


“이! 망할! 좁아터진! 길! 같으니!”


문제는 길이 좁아터져서 기병을 투입하면 아군 보병의 뒤통수를 모두 즈려밟고 가야 했고 그렇다고 토성이 무너지고 즉시 기병을 투입하자니 토성의 잔해나 기타 구조물들이 안 그래도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들어 기병을 말고기 신세로 만들 게 뻔했다.


이렇게 되니 사상자의 7할을 발생시킨다는 추격섬멸을 전혀 하지 못했고 고구려군은 무사히 빠져나가 백성들과 신병 일부가 지어놓은 다음 토성으로 유유자적히 후퇴할 수 있었다.


한참 죄 없는 잡초를 질근질근 밟아대며 그 생명을 끊다시피 한 견훤은 이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자신의 칼을 바라보았다.


이 죄 없는 칼이 이번 전쟁에서 쓰이기나 할 지 의문이었다. 나름 잘 만들어진 칼인데 써보지도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돌격대’출신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나름 무예에 일가견이 있던 견훤이었기에 더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어찌되었건 사나이가 전장에 나갔으면 칼질 한 번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 생각해 보니 화약 무기가 더 보급되면 장군이 직접 칼질하는 일은 없겠다 싶어 기분이 묘해진 견훤은 전장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포성은 이미 멈추었지만 이곳저곳 폭발한 흔적들과 부채병들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습. 아마 이십 년만 지나도 화약 무기가 전장을 지배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 기반을 닦은 건 누가 뭐라고 해도 견훤, 자신이었다. 이 두 손과 머리로 나름 한 시대를 끝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뭔가... 묘한 감상이 들었다. (화약 무기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지영이지만 그걸 실체화하고 실용화 한 것은 견훤의 업적이 컸다.)


“견 소장님, 이만 들어가시지요. 뒷 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 아닙니다, 비서실장님. 전투가 끝나기 전에 장군이 전장에서 눈을 떼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소장님께서 그러시다면야”


견훤은 점차 마무리되어가는 전장을 묵묵히 지켜보았고 곧 추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전장을 정리하려고 했다.


“... 장군, 서쪽 방향에서 군대가 오고 있습니다.”


정찰기에서의 의외의 보고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 군대?”


“예, 장군. 규모는 두 개 대대에서 한 개 대대 정도로 보이고 지금까지는 기병만 관측되었습니다. 거리는 대략 5km 정도인 것 같습니다.”


“... 그 거리를 눈치를 못 챘다고?”


싸늘한 답에 죄 없는 통신병은 몸을 파르르 떨었지만 그래도 그 통신병은 제 역할을 다했다.


“수, 수 수피...”


“후, 알겠네.”


... 아무튼 의도는 전달되었고 견훤은 조용히 기병대대를 준비시켰다.


저게 아군이라면 같이 추격 섬멸을 할 수 있는 기회고 적군이라면 기병대대가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작가의말

이제 상처가 많이 회복 되었습니다.

안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한 세 시간 정도는 앉아있을 수 있겠네요;;;

할 수 있는 만큼 연재 계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3/6) +1 24.03.06 23 0 -
공지 휴재공지 +2 24.02.06 35 0 -
공지 리메이크본 연재에 대하여 23.08.19 212 0 -
공지 대충 지도랑 국기 모아놓는 그런 곳 v23.03.31 22.11.05 2,510 0 -
298 남북전쟁49 24.04.22 36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8 1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51 1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44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8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2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5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8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1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 남북전쟁36 +2 24.02.11 75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