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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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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081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12.20 16:49
조회
99
추천
2
글자
11쪽

남북전쟁22

DUMMY

사실 김선예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현 전력으로는 저 포위망을 뚫을 수야 있겠지만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까닭이었다.


그런다고 저 막무가내 왕이 말을 들어먹을 것 같진 않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아침저녁으로 물 떠 놓고 미륵에게 비는 수밖에. 원래 발해인들은 대부분 국왕에게 기도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국왕에게 기도한다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렇게 김선예의 인성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


“전하의 뜻에 따르세.”


“하지만 사령관님!”


“절호의 기회야! 전하는 안전할걸세. 건안엔 병력이 많지 않다고 했어. 그렇다면 포위망 정도는 2 군단이 맡아줄 테니 공격은 몰라도 방어는 충분할걸세. 다른 장군들의 의견도 비슷하지 않았나.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젠 우리는 적을 덮쳐 포위섬멸 할 준비를 해야 하네.”


“가능하다면 신병과 아군이 활용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인 화기들을 동원하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화기야 그렇다 하고 신병들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흠, 수적 우위의 확보인가. 우선 연락을 해보긴 하겠네만 기대하긴 어려워. 그나마 화기를 운용하는 일부 신병 정도나 끌어올 만하겠군.”


다른 건 몰라도 비뢰포병만 동원해도 큰 도움이 될 건 확실했다. 그들의 힘을 이제는 여러 장군도 알고 있었고 대규모 회전이라면 방향만 얼추 맞춘다면 화망을 형성해 적을 위협할 수 있을 테니까.


대강 계획을 짜고 훈련병을 받아갈 수 있는지 서울에 향한 통신장교는 군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부군께서···?”


유키코의 부드러운 눈매에 눈물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리자 불쌍한 통신장교의 갑옷이 습기로 가득 찼다.


“거짓말이죠···?”


이걸 말할 수도 없고, 침묵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기엔 그의 간은 일반인의 간과 비슷한 크기였다.


하지만 그의 침묵을 어찌 받아들였는지 유키코는 아, 하는 작은 단말마와 함께 풀썩 쓰러졌다.


“왕비 전하! 왕비 전하!”


“의사, 의사를 불러와라. 어서!”


순식간에 들것과 의사가 와서 왕비를 실어나르고 황량해진 장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한 가진 확실해졌다.


‘어떤 식으로든 조졌다···.’


간만에 서울 공기도 맡을 겸 지원했는데··· 그냥 오지 말 걸 그랬다며 깊이 후회했지만 이미 왕비는 쓰러졌고 그는 발해군 최초로 (자국의)왕비를 쓰러뜨린 용사가 되었다.


“뭐라? 발해왕이 건안성에?”


“예, 폐하! 적도의 수괴가 건안성에 있고 현재 포위당했다고 합니다. 그 수가 약 3만이라고 하니 늦지 않게 지원군을 보내주심이.”


“미끼가 아닌가? 너무 공교롭다.”


“적도의 근위대와 깃발, 그리고 유달리 화려한 복식을 한 자가 있었다니 아예 거짓은 아닌 모양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꺼림칙하군, 하지만 너무 달콤한 미끼로다.”


발해 내에서 지영의 위상을 고려할 때 지영을 잡기만 하면 전쟁은 끝이다. 그래, 잡기만 하면.


“경들의 의견은 어떻소? 의심되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만일 그것이 진실이고 적도를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해볼만할 것 같소만.”


“신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도 원군은 보내야 마땅합니다. 건안이 떨어지면 요동과의 연계도 위험해집니다. 요동과의 연계가 끝나면 아국이 전쟁을 지속할 힘이 확연히 떨어질 테니 반드시 막으셔야 옳습니다.”


“하지만 그리하다고 전군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선 일부 군만 떼어 원군으로 보내어 조금 더 확실해지면 나머지 군을 보내시지요.”


“자칫하면 각개격파 당할 위험이 크오. 적이 우리보다 많은데 군을 쪼갠다니?”


“하지만 만약 적의 간계라면 아국은 전군을 잃게 됩니다! 자칫하면 요동뿐만 아니라 서방의 영토를 모두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것을 탐하려다 큰 것을 잃고자 하심입니까!”


“차라리 지금 다른 길을 이용해 적이 점령한 구련성과 그 길목을 쳐서 길을 끊으소서!”


“그곳은 뚫기는 어려워도 지키기는 쉬운 곳이니 적이 몇천의 군대를 거느리고 굳건히 지킨다면 뚫기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그리하다면 지금 왜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까?”


“뭐요? 말을 삼가하시오!”


“하, 뚫린 입은 나불대야 하지 않겠소! 내가 틀린 말 했소?”


“이 작자가 내뱉으면 전부 말인 줄 아는가!”


“허, 가족이라 그토록 싸고도십니까? 사위 사랑이 정말 지극하십니다!”


“그만, 그만!!! 다들 뭐 하는 건가!”


고연후가 버럭 성을 내며 옥좌의 팔걸이를 두들기고 나서야 겨우 소란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서로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꼴을 보니 화해하긴 글렀다 싶었다. 애초부터 사이가 썩 매끄럽지 못한 둘이었는데 그 둘 사이에 불을 제대로 붙였으니 서로를 땔감 삼아 미친 듯이 타오르겠지.


“경들도 알다시피 우리는 썩 여유롭지 못하오. 병사들은 능히 백 명을 상대할 만하나 이를 보조해줄 식량은 적은 편이지.”


“그러니 적의 의도가 더욱 의심됩니다. 적이 아국의 식량 사정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헌데 나가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만일 요동이 단절된다면···.”


발해가 그러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요동을 점령하고 그대로 눌러앉으며 밥이나 축낸다면 고구려는 서서히 목이 졸려 죽어가리라.


“신병들은...”


“황공합니다만 기대치 마소서. 인제야 걸음마를 뗀 아이들에 불과할진대 도대체 무얼 기대하겠습니까?”


지금의 신병을 발해군 앞에 내놓는다? 포탄과 창에 찢겨 죽겠다는 소린가? 아니면 고기 방패로 쓰겠다는 소리? 안 그래도 부족한 노동력을 더 줄이느니 최대한 아끼는 것이 맞긴 했다.


“후우···. 그래서 결국엔 어찌하면 좋겠소? 출진하자니 적의 함정임이 의심되고 출정하지 않자니 요동과 단절되지 않겠소?”


“우선 출진하되 병력을 잠시 안시성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지만 건안성의 방비가 완전치 못하다는 것을 살펴야 합니다. 만일 건안성이 떨어지고 요동의 군대가 격파당한다면 그 역시 큰 손실 아닙니까.”


“... 지금 논의해봐야 의미 없겠군. 안시성으로 가자. 내 친히 적도를 무찌르겠노라.”


“예?”


“폐하, 거두어 주십시오! 아군은 정예하니 아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고연후는 고개를 저으며 반대하는 의견을 모두 물리쳤다.


“적은 수괴와 함께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아군도 마땅히 이 몸이 직접 나서 기세를 올려야지 않겠는가?”


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이유고.


‘여기서 내 권위를 높여야 한다’


는 것이 속내였다. 안타깝게도 아직 고구려는 중앙집권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태왕의 권력은 분명 거대해졌으나 그럼에도 어딘가 모자란 느낌을 감출 수 없었고 실제로도 지방 토호나 개국 공신등의 중앙 귀족을 완전히 억누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래도 둘 다 그럴듯한 이유고 실제로도 필요했으니 고연후는 친정할 준비를 차곡차곡 이어나갔다.


건안성에서는 지영이 군대를 말 그대로 꼴아박고 있었다.


완전한 개조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기존 성벽의 방어력도 어느 정도는 유효한 데다 시간에 쫓기기론 지영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만약 건안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적의 원군이 온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발해 서버가 운영 종료되는 수가 있었다.


“전장을 조금 더 가까이서 봐야겠다.”


“하지만 전하, 위험합니다!”


“위험은 무슨! 저 군을 뚫고 적이 군을 보내겠느냐, 이 거리에서 내 갑옷을 뚫고 내게 상처를 입히겠느냐? 그리고 적의 원군이 오면 그때야말로 위험해질 것이다.”


지영은 반대를 뿌리치고 전장 가까이 가니 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다리에서는 고구려군의 매타작과 창에 발해군이 견디다 못해 떨어져 육편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공성차는 분명 제 역할을 다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수적 열세에 의해 영 신통치 않아 보였다.


“공병대, 성벽 바로 앞에 구덩이를 파서 폭탄을 묻어라! 그냥 성벽 자체를 허물어버리란 말이야!”


“전하? 그렇게 하면 아군도 이용하기 힘들어집니다!”


“상관없다! 보병대는 방패차로 공병을 엄호해라!”


왕이 전방에서 칼 부여잡고 붕붕 휘두르니 발해군이 어쩌겠나. 따라야지. 그리고 어쨌건 아예 일리가 없는 명령도 아니라 발해군은 곧장 성벽 앞에 구덩이를 잔뜩 파기 시작했다.


“돌과 끓는 물을 가져와라! 궁병은 저걸 막아! 어떻게든 막아라!”


“아악!”


“멈추지 말고 계속 파라! 적의 병력엔 한계가 있다!”


한참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영은 혀를 차며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저 망할 징글징글한 놈들 같으니.


“모래주머니에 화약을 담아 가져와라. 적이 반응할 새도 없이 바로 터뜨릴 테니.”


“그리한다면 아군의 피해가-”


“군의 통수권자가 누군지는 아나, 소령?”


지영의 한마디에 그 소령은 땀을 뻘뻘 흘리더니 경례를 올리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하, 백 소령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알고 있네. 그러니 참호를 파게. 참호를 파면 화약 주머니를 모래주머니로 속이기 쉬워지겠지. 어차피 눈앞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으니 적당한 위장도 될 테고.”


물론 그 참호를 파는 와중에 누군가는 지금도 화살에 눈이 꿰이고 돌에 머리가 으깨지며 그 생을 마감하고 있었지만 둘 중 누구도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확실히 신민들이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 만만찮구먼. 적 병력이 오천 남짓이라 그랬나?”


“예, 대신 신민들까지 합하면 삼만 정도입니다.”


“쯧, 그냥 적당히 항복이나 할 것이지.”


“전하, 분부하신 대로 준비했습니다!”


“좋아, 참호 파지는 대로 곧장 진입해서 설치한다. 준비하게.”


“예, 기병대와 보병을 대기시키겠습니다.”


“음”


참호는 생각보다 금방 완성되었다.


어차피 오래 쓸 것도 아니었고 그저 눈앞의 폭발을 단 한 번만 견디면 되는 문제였기에 간단히 완성되어 화약 주머니는 조용히 성벽 앞에 쌓였다.


“장군! 적이 물러납니다!”


“물러난다? 이런 식으로? 왜지?”


“모르겠습니다. 성벽 앞에 모래주머니를 내던지곤 도망갔습니다.”


모래주머니?


웬 모래주머니?


이미 폭발한 충차를 떠올리고는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저 미친놈들이 성벽 그 자체를 부수려 한다!


“물! 당장 물을 부어라!”


“예? 아직 물은 끓고 있는데-”


“상관없으니 어-”


콰아아아아앙!!!!


산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바위들, 오랜 시간 지켜온 거암이 무너지고 건안성이 그 속살을 내보이고 연기가 걷힌 전장에는 곧 호각 소리만이 힘차게 울렸다.


작가의말

와 시험 끝!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12.20 17:32
    No. 1

    시험도 불타고 건안성도 불타고...

    ?? : 야, 쟤네 왕이 친정한다며, 쟤가 하면 나도 한다!
    ??? : 어 그거 아무나(함부로) 하는거 아닌데...(먼 미래 명나라 토목의 ㅂ에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12.24 19:09
    No. 2

    ㄹㅇ 친정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ㅋㅋㅋ 잘못하면 나라 통째로 말아먹을 수 있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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