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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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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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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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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34

DUMMY

발해군은 부교가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도하를 시도했다. 당연히 포격은 중단되었고 곧 양군의 땀내 나는 백병전만 벌어졌을 뿐.


그나마도 땅이 이래저래 파이고 참호까지 파여있으니 장병기는 애저녁에 버려두고 양군 모두 보병끼리 단병기를 들고 투닥거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한 건 발해군이었다. 고구려군은 앞선 포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연기에 가려 선공 역시 취하지 못했으니까.


“여단장, 적의 도섭을 끊어야 하네. 방도가 있겠나?”


“다연장포 체계는 적 보병에 대한 살상능력보다는 적의 주요 시설 파괴나 광역 제압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아예 못 쓸 일은 없겠지만 효과는 지극히 떨어질겁니다.”


“하지만 저기까지의 거리는 1km 정도는 될 거야... 두 번째 강까지 범위가 닿는 부대가 자네의 부대 말고는 없다네.”


이게 강이 두 갈래로(정확히는 Y자가 누웠다고 생각해 보시라) 나뉘어 생긴 일이었다. 첫 번째 물줄기는 도하로, 두 번째 물줄기는 도섭으로 건널 수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도하를 하는 발해군과, 도섭을 하는 고구려군. 두 군대 중 어느 군대가 충원이 빠를지를 생각한다면...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하지요.”


그래도 100mm 다연장포는 헛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름대로 상당한 명중탄을 내어 피해를 주었다. 문제는 그 명중탄이 고구려군의 충원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었지만.


“... 오늘은 안 되겠군. 군을 물려라. 그리고 공병대에게 일러 뗏목과 배를 수배하도록 하라.”


“예, 사령관님!”


“두 여단장은 각기 화약과 포 관리에 신경 쓰시오. 강을 건널 준비를 하는 즉시 공격할 터이니. 그때 화력지원이 모자라서는 안 될 것이야.”


“명 받듭니다.”


“알겠습니다.”


“전하, 이만 들어가시지요. 오늘은 무리일 듯 싶습니다.”


지영은 아쉬운 듯 북쪽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포기하고 몸을 돌렸다.


“사령관도 잘 알겠지만... 서둘러야 할 걸세. 지금이야 유량이 적은 편이니 도하가 쉬운 편이라지만...”


“물이 불면 더 쉽지 않겠지요. 걱정 마십시오. 포탄과 탄약을 재보급하고 나룻배와 뗏목을 모은 다음 다시 도하를 시도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수색대가 우회로도 찾아보고 있으니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음, 사령관이 알아서 잘 하겠지.”



“발포! 발포하라!”


견훤의 호령에 비뢰포가 굉음을 내며 포탄을 토해냈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성벽은 움푹 파였다 이내 흙을 사방으로 토해내며 폭발했다.


“으하하핫! 잘도 무너지는구나!”


“대단하긴 하군요. 장전이 문제지만...”


“하! 그래도 이젠 하루면 적의 토성을 허물고 지나갈 수 있지요.”


견훤은 사랑스럽다는 듯 신형 비뢰포를 바라보았다.


원래 조병창에서도 지영의 지침에 따라 추후 대포를 4개 내지 5개로 구분하여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현재 비뢰포의 단점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해 골머리를 앓다가 나온 것이 바로 이 비뢰포(야포)였다.


그러니 신형이라 하기도 뭐했다. 아니 포가에 비뢰포를 얹은 게 고작인 대포를 신형이라 부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현대인의 기준은 물론 이 시대의 기준으로도 허접하기 그지없는 물건이라 사거리는 채 350m를 넘지 못했고 명중률은 물 떠놓고 기도해야 하는 수준이었으며 반동을 줄이기 위해 장약을 줄였음에도 무식한 구경에서 오는 엄청난 반동까지.


여기에 기존의 비뢰포가 가지고 있던 단점까지 다 더하니 운용하는 병사들 입장에서는 방산비리를 의심할 그런 무기였지만... 그래도 단 하나의 장점이 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했다.


그건 바로 비뢰포에서는 불가능했던 직사 사격이 가능해졌다는 것!


고구려군의 토성은 일반적인 구형탄이었다면 그래도 공략이 까다로웠을 것을 작열탄을 쓰는 비뢰포에 직격당하니 명중하는 족족 허물어지는 것 이외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성벽이 허물어지면 참호 역시 자연스럽게 무력화되었다. 참호가 총과 포격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이제 우리 차례다, 부대 앞으로!”


근접전 위주인 8여단을 투입해 해결했다. 창과 칼을 휘두르는데 참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게 적들이 참호에서 물러나고 나면 손가락만 빨던 소총병이 드디어 활약할 때가 온 것이었다. 이만 부득부득 갈던 소총병이 질세라 사격을 하면 갑옷에 구멍이 뻥뻥 뚫리며 쓰러지며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안시성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부대는 우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수암성은, 지나칠 거유?”


“수암성...”


“가만히 냅두면 분명 이리저리 쏘다닐 게 뻔한데.”


“... 병력을 조금 떼어 견제하도록 하지요. 우리는 계속해서 밀고 나아갑시다.”


“흠, 어째 불안하우.”


“그래도 본군에 호응해줄 군대 하나는 있어야지요. 그리고 수암성이 길을 막은 성 같지만 실상은 강을 따라 만들어진 방어선의 시작점, 혹은 끝물 아닙니까. 제가 적 성주라면 굳이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충분한 병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고구려가 이미 많은 병력을 동원한 걸 양길도 알기에 더 이상 반대하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2여단, 6여단과 신병들이 교대되어 그들도 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니까.


“그리고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


“고구려의 신민들이나 포로를 일부 풀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 무슨 연유로?”


“혹여나 소장께서는 민심을 얻고자 하심입니까?”


“민심도 민심이지만 길을 알고자 함이지요.”


왕건은 그 말에 무슨 이야기인줄 알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전부터 이 근처에 살던 고구려의 백성들이나 포로들이라면 이 근방 지리를 잘 알겠지. 당연히 이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아는 길로 이리저리 돌아서 각기 제 고향으로 향하거나 목적지로 향할 터, 이들을 미행하면 발해군도 빠르게 이 근방의 상세한 지리를 습득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고구려군이 배후 기습을 할 수도 있었단 뜻이 되지만 이런 우려에 견훤은 딱 한마디를 했었다.


‘아군의 공격력이 월등히 강하니 저들은 감히 자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고구려는 토성과 참호가 있어도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으니. 그것도 발해군이 입은 손해보다 더 큰 손해를 보면서.


“조금 더 속도를 내어 봅시다.”



...



옆 동네에서 한창 치고 박고 싸우며 전쟁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금씩 끼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나라는 여전히 조용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문제긴 했지만 아무튼 배고파 죽을 것 같으니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당나라를 도와 줄 나라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주변국이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이 다시 힘을 되찾고 일어서는 걸 원하지도 않거니와 각기 사정에 의해 도와줄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에 한 나라는 그 상황에 인력에 물자까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날라버리니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었다.


“어찌 우리 당나라가 이리 되었단 말이냐...”


그 말을 하는게 절도사인 유인공이라는 것이 우습다면 우스운 일이었으나 배고픈 휘하 막료들은 이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심지어 유인공 본인조차도!

(절도사들은 당나라 질서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일본에 빗대자면 일본의 천황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쇼군을 하는 게 목적인 셈. 단 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공,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종자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년도에도...”


발 빠르게 종자를 회수하기는 했지만 반발도 심했고 먹어치운 양도 꽤 되는지라 이걸로 농사를 지어봐야 내년에도 정상화되기란 어려울 것은 확실했다. 나름 먹물 좀 먹었다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삼년은 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


“... 방도가 없지 않나. 식량을 사올 곳이 없네.”


“흐음... 아! 제게 좋은 방도가 있습니다!”


간만에 들리는 활기찬 목소리에 유인공은 힘을 짜내서 고개를 들었다.


그래, 아무렴 밥도 못 먹었는데 이렇게 힘차게 외칠 정도면 무슨 방도가 있지 않겠나 하고.


“고구려에 입조하라 하시지요.”


“...? 먼 곳이지만 대강 이야기는 들었네. 고구려가 밀리고 있다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고구려가 밀린다는 소리는 적어도 그의 일대에선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이야기였다.

(노룡절도사 유인공이 지배하던 지역은 현 베이징 일대이다. 자세힌 모르나 어느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런 고구려가 우리에게 입조하려 하겠나? 우리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러니 더욱 입조하게 해야지요.”


“자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고구려가 입조하게 되면 저희에게도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황조의 번국이 공격받고 있고 거기서 제일 가까운 공께서 원병을 보내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자네 설마?”


“고구려가 입조하면 그들이 아군의 군량을 대고 식량을 주는 조건으로 군을 파병하시지요. 여차하시면 연고지와 가정이 없는 부랑민을 입대시켜 섞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군량을 댄다면 아군은 탈영하지 않을 것이고 공께 식량을 보내온다면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습니다.”


“잠깐 경, 군을 보내면 공은 누가 지킨단 말이오?”


“경께서는 다른 절도사들이 군을 움직일 형편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히려 공께서 식량을 얻으시면 다른 절도사보다 빠르게 정비하고 세를 확장할 기반이 되지 않겠습니까?”


유인공은 혹하면서도 의문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고구려도 난민으로 인해 식량은 귀한 자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이 거래에 응하겠나?”


“저들의 세가 좋지 않으니 저들은 한 명의 군병이라도 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께서도 고구려의 약점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고구려는 사람이 없지. 좋아, 고구려에 밀사를 보내게.”


“그래도 전군을 보내시는 건 아니 될 말씀입니다. 얼마가 희생될 지 모르니까요.”


“알고 있네. 난민과 적당히 섞어 보내도록 하지.”


그래,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다. 세력이 크건 작건 모두 흔들려 그 우위가 사라지다시피 했으니 이 위기를 빠르게 돌파하면 곧 기회가 될 터.


유인공의 두 눈 앞에 왕(王)자가 보이는 듯 했다.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처럼 찬란히.


작가의말

밥을 향한 여정...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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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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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북전쟁37 +2 24.02.15 75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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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2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6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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