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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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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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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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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47

DUMMY

어쨌거나 당나라 패잔병, 아니 원군은 고구려군에 합류했다. 기존 약 삼만여 명에서 육천여 명이 되니 발언권이 크게 약해지긴 했지만, 당나라 장군도 양심이 있어서 그 부분에서 강하게 주장하긴 어려웠다.


사실 양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잘못하면 맞아 죽을 것 같아 그런 것이겠지만 아무튼 연합군치고는 지휘체계가 나름 깔끔하게 잡힌 감이 있었다.


고구려가 이렇게 인력의 끝자락까지 몰아넣을 때 발해에게도 승전보가 전해졌다.


“흠, 이 사실은 잠시 함구하지.”


“예? 하지만 이건 대승입니다!”


대승은 대승이지. 하지만 이걸 까면 우리의 명분이 사라진다.


저 원군을 핑계로 당나라 땅에 약탈 전문가를 출장 보냈는데 ‘우리가 당나라 해군 삼만 명 죽였어요!’라고 홍보하면 ‘이 새끼들? 니들 해군 이겼다면서 해적 관리 제대로 안 하냐?’라는 딴지를 먹기 참 좋았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당나라군과 바다에서 충돌한 적이 없는 거다. 뭐, 나중에 되면 슬쩍 끼워 넣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안 된다는 거지.


당나라는 져서 굳이 말하기 싫고, 발해는 자기네 사정으로 말하기 싫으니 이 해전의 결과는 기묘하리만치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발해 해군은 불만을 품었지만-


‘그런 줄 알어. 나중에 알아서 다 셈해줄 테니까.’


왕이 저렇게 말하는데 뭐 어떡해. 그냥 그런 줄 알아야지.


고구려-발해, 양군의 교전이 멈추었을 때 발해의 약탈 전문가들은 배를 타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당나라 땅으로 떠났다.


사실 안 그래도 부족한 인구 또 데려가서 전쟁터에 써야 하냐, 라는 말이 없진 않았고, 실은 대부분 내심이 그러했으나...


명령서, 라는 글자와 서명인에 지영의 직인, 그리고 그 외에 아무것도 없는 이른바 백지명령서를 보고 눈이 돌아갔다.


이들도 유목민의 피를 이었고 아버지, 할아버지한테 들은 달콤한 약탈의 한때를 꿈에 그리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자잘한 약탈(다른 적대적 부족을 상대로)과 약탈 훈련을 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꿈과 희망이 가득한 당나라 땅을 타는 건 또 다른 이야기 아니던가.


그리고 어쨌건 지영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한 가지 인정하는 게 있었다면 공을 세우면 합당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한탕 제대로 하면 우리 부족의, 우리들의 지위가 더 높아질 수 있어!’


‘돈, 명예, 여자!’


‘신분 상승 좀 해 보자!’


이들은 굳이 독립을 원하진 않았다.


독립? 그 춥고 힘든 곳에서 간간이 무역+약탈로 겨우 먹고사는 거?


근데 발해는 안전한 거주지와 풍족한 삶을 약속해주는걸?


굳이? 독?립을 해야 할까? 그건 독립이 아니라 집 나간 애 아냐?


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발해의 연해도 정책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들은 각자의 꿈과 희망을 안고 목표의 땅 당나라에 도달했으며 이런저런 말을 붙이긴 했지만, 이들의 뇌리에 박힌 것은 한 문장이었다.


‘능력껏, 다 털어라!’


양길이 약탈(현지징발)의 명수라면 이들은 부대 자체가 약탈에 최적화된 부대였다.


유목민 특유의 경쾌한 기동, 아직 지워지지 않은(정확힌 발해가 일부러 지우지 않았다.) 야성, 훈련을 통해 강화된 전투능력과 약탈능력 등.


뛰어난 선천적 능력과 후천적 능력이 합쳐지니 그들은 마치 황충처럼 모든 것을 휩쓸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유목민들은 농민들 상대로 모든 것을 털어먹진 않는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래도 살 만큼은 남겨야 내년에 또 농사를 짓거나 할 테니 그걸 털어먹을 것 아닌가! 농부가 종자만큼은 남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흔히 약탈이라고 생각하는, 모조리 불태우고 빼앗고 죽이는 그런 상황은 역으로 흔하지 않은 상황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 약탈 전문가들은 망설임 없이 이를 행했다. 그것이 명령이기도 했고(지영의 백지명령서는 ‘마음껏 해도 좋아! 가 아니라 마음껏 해도 좋으니 제발 마음껏 해줘!’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했다.) 무엇보다도 어차피 여기 올 일은 이번 세대에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서 그들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겼다.


우선, 사람! 사람은 전근대에는 굉장히 중한 자원이었다.


‘아, 근데 노인은 필요 없고.’


그리고 집! 집 역시 중한 자산이었으나-


‘저거 챙기게?’


‘... 에이, 아까우니까 태웁시다!’


못 챙겨서 아까우니 태운다는 기가 막힌 발상은 도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맘 놓고 불을 지르고 끄는 사람은 없으니 집이고 창고고 싹 다 불타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흐르니 당연히 절도사들도 보통 해적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 근데 내 땅 아니네?’


지금 절도사들도 제 코가 석자이니 얻는 것도 없이 해적을 치러 군대를 보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해적이 말을 타고 올 리가 있겠는가?


‘에이, 관문 관리나 잘하지.’


반응이 이래버리니 노룡절도사 유인공은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가 미쳤다고 임유관(산해관의 옛 명칭)과 그 인근 지방의 병력을 빼겠냐 이 말이다.


하지만 이미 삼만의 병력은 고구려로 향했고(이들 중 이만 사천이 고깃밥이 된 사실까지는 모른다.) 남은 병력은 소수의 병력과 관문을 지키는 이들뿐.


‘이런 짓거리를 할 놈들은 발해 놈들뿐인데.’


항상 그렇듯 물증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조직적인 약탈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느냐? 라고 묻는다면 후보는 극히 좁혀지게 된다. 거기에 동기를 생각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발해가 유력했다.


“분명 그들의 배가 있을 터! 그 배들부터 잡아라!”


유인공은 없는 식량과 병력을 쪼개어 발해로 추정되는 놈들을 잡으러 갔지만 발해 해군의 대응은 훨씬 빨랐다.


“뭐, 온다고? 튀자!”


발해 해군은 약탈 부대에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이 시대에 제일 빠른 통신수단이라고 해봐야 봉화나 파발, 수기신호 정도가 전부인데 이 정도 통신수단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약탈 부대에 연락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라면 알아서 빠져나올 거야...”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그들도 답이 없었다. 이게 들키면? 도대체 무슨 후폭풍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연합함대 수송대는 그동안 챙긴 약탈품을 챙기고 빠르게 빠져나갔고 당나라군이 도착했을 땐 텅 빈 바다만을 볼 수 있었다.


수송대가 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약탈 부대도 이 사실을 접했다.


“이거 어쩌지?”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안전한 것은 역시 바다로 튀는 것이었다. 이젠 배가 없어 바다로 튀면 영원히 안전해진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뭐 어떡해? 마을 털고 식량 확보하고 도주한다! 우리가 맘먹고 튀면 누가 잡을 거야!”


정확히는 말의 체력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긴 했지만 어쨌건 맞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유인공 휘하에 현 병력이 얼마 없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게 그들은 훔친 것 중에 비싼 금붙이 같은 가볍고 비싼 물건들 위주로 챙긴 뒤 나머지는 태워버린 후 집에 가기 위한 질주를 시작했다.


이들이 간절한 질주를 하고 있을 때 발해와 고구려는 다시 전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구려의 고연후는 어떻게든 호족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경들, 고가 전쟁에서 지면 경들이라고 무사할 것 같소?”


“음...”


“분하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강하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리 분열되면 아니 될 것 아니오. 다 달라고는 안 하겠소.”


보통 윗대가리는 치고 중간 관리자들은 받아들여서 통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해의 옛 전과를 살펴보면... 음, 과연? 자신들이라고 살?수 있나?


그렇게 고연후는 겨우 이만여의 병력과 이만여의 징집병을 모을 수 있었다. 징집병이야 얼마나 제 몫을 할지는 모르나 호족의 사병이면 일 인분은 하겠지.


발해 역시 여단의 편제를 재정비했다. 기존의 숙련병과 비교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어쨌건 여단의 구멍은 메꾸고 두 개 소총수 대대를 견훤의 여단에 끼워 넣는 것을 성공했으며 철과 구리를 끌어모아 비뢰포를 다시 찍어냈다.


분명 비뢰포는 여러 문제가 있었고 소모성 무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뭐 어떤가, 싸게 빠르게 만들 수 있는데.


빠르게 찍어내야 한다 싶으면 구리 테를 두를 것도 없이 그냥 강철 원통 하나 만들어서 보내면 그만이었다. 터지면? 새로 만들면 그만 아닌가.


양군이 준비를 마치니 어느새 겨울이 찾아오고 있었고 슬슬 얼어붙기 시작한 요동벌판에는 양군 도합 십 오만에 달하는 대군이 우글댔다.


“흠, 이 정도면 대군이 기동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전하.”


“지금 출격하려 하나?”


“예, 지금 출격하려 합니다.”


내 허락아닌 허락이 떨어지자 1 야전군 전체가 기동하며 고구려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모든 화력을 일거에 집중하라! 단번에 적의 방어를 무너뜨려야 한다!”


아자개는 여러 번의 토의와 검토를 통해 포격 전술을 가다듬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전투 개시 전, 단기간에 포격을 집중하여 적의 방어를 무너뜨리고 단번에 들이친다!’


라는 전술이었다. 이 전술의 중요 포인트는 두 개.


첫째는 포격. 포대를 지키는 것은 물론 포격할 때 비뢰포 반이 날아가더라도 압도적인 포격을 선보여야 했다.


둘째는 기병. 기병 역시 포대를 지킴과 동시에 적이 함부로 기동하지 못하게 발을 묶어줄 필요가 있었다. 왜, 적이 흩어지면 당연히 포격의 효과가 줄어들 것 아닌가.


콰앙! 쾅! 콰앙!


삼백 문의 비뢰포가 일제히 포성을 지르는 모습은 현대인인... 음, 정정. 현대인이 아니라 현대인 조무사 정도로 합시다. 나도 양심이 있지.


아무튼, 현대인 조무사인 내가 봐도 장관이었다. 생각해 보면 견훤 이외에 이 정도의 화력을 본 사람이 없구나? 그 전투 이후엔 손망실로 인한 화력의 감소, 부대의 분할로 인한 화력이 감소했으니까.


비뢰포는 그 설움을 풀겠다는 듯 미친 듯이 포격을 퍼부었으며 그만큼 비뢰포 자체도 펑펑 터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저 포격 한 번에 우리 목숨이 조금 더 안전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게 없었다.) 멍하니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전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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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남북전쟁49 24.04.22 38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9 1 11쪽
» 남북전쟁47 24.04.16 53 1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45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9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3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5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9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1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5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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