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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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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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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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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45

DUMMY

시간을 돌려 몇 달 전


“조만간 무기나 방어구의 설계는 조병창끼리 경쟁시키는 것으로 하지.”


“예...? 굳이요?”


지금까지의 조병창은 단 한 군데를 제외하면 단순한 생산과 수리만을 담당했다. 설계를 담당하는 곳은 단 하나, 바로 서울 조병창이었다.


“언제까지 서울 조병창에서만 설계를 담당하게 할 생각인가? 지금 서울의 인구는 너무 많아... 기능을 좀 분산할 필요가 있네. 그리고 고인 물은 썩는 법이지, 조금 물갈이를 할 필요는 있어.”


그러니 경쟁을 시켜야 한다. 너무 지나치게 시켜서 모 제국의 육군국과 해군국이 되어버리면 곤란하겠지만 적당한 경쟁은 선순환을 불러오는 요소다.


“이해했습니다.”


“음, 그래. 그리고 비서실장.”


“예, 전하.”


“이 말을 슬며시 평양 조병창에 흘리게. 아주 자연스럽게. 내 말뜻 알지?”


왕건은 생각이 많아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



“그렇다면 가벼운 총을 여러 개 들고 다녀야겠군요.”


“기병처럼 말입니까? 하지만 그건 기병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기병총은 소총보다 총열도 짧고 무게도 훨씬 가볍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이 5kg 정도. 막말로 기병이니까 안장에 두세 정씩 매달고 다니는 거지 보병이 예비용 총 두 정을 더 든다고 하면 무기만 16kg다.


여기에 갑옷에 기타 장구류까지 합하면 못해도 30~40kg 정도는 되는 짐을 들고 행군과 전투를 해야 한다. 제아무리 발해군이 훈련을 잘 받았다지만 그 정도나 되는 짐을 들고 군사작전을 수행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그러니 새로운 총은 한 손에 쥘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화석식 방식은 불가능하겠죠.”


“한 손에? 너무 약하지 않겠나? 반동은?”


“가까이서 사격하면 그만 아닙니까? 가까이서 빠르게 서너 발만 더 쏠 수 있다면 돌파력이 올라갈 겁니다.”


“적군이 총기 혹은 그와 유사한 무기를 사용한다면요? 그토록 접근할 틈이 있을지...”


“흠... 그것도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떤가? 긴 사거리를 가진 총을 만들어 적 장교를 저격하는 것이네.”


원래부터가 원거리 투사무기에 지대한 관심을 쏟던 발해 군부였기에 다들 솔깃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장교를 먼저 사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모르는 멍청이가 없기도 했고.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차라리 이게 더 단순한 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 말이 맞았다.


따지고 들어가면 저격총, 그러니까 몇백 미터 거리의 인체를 명중시키는 강선총은 지금이라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것이 제식 채용될 만큼 생산량과 단가, 신뢰성과 품질이 되는가는 둘째치더라도 어쨌건 현 단계에서 강선을 파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반면에 이들이 처음에 접근했던 ‘더욱 많은 탄환’을 투사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들이 말했던 오르간 건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권총을 사용한다고 해도 극히 근접해 세 네발을 더 사격하는 것에 그칠 터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연발 화기를 만들 능력이 되는가? 라고 묻는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화약 자체가 연발 화기에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그것을 만들 재료도, 가공 기술도, 관리 기술도, 그 외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까.


“저격총... 저격총이라...”


“현재 노포의 자리를 계승하면 그만일 것 같습니다. 모든 병사에게 들려줄 필요는 없는 것이죠.”


“동의합니다. 모든 병사가 초장거리 저격을 할 이유는 없죠. 눈이 좋고 실력 좋은 몇 사람만 뽑으면 그만입니다.”


“자, 그래서. 묻고 싶소만 사거리를 어찌 늘릴 방안인가?”


그래, 방향성은 대강 잡혔다.


지금으로서는 한 사람이 여러 발의 총알을 발사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정확히 노리고 사격 가능한 한 발의 총알이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소총보다 월등한 사거리와 정확도가 요구되었고.


“흠흠, 우선 현재 확실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죠. 첫째, 총열이 길면 길수록 사거리가 늘어납니다. 단적인 예로 기병총과 소총의 사거리는 서로 다르죠. 다들 아시겠지요?”


기병총은 기병이 말 위에서 다뤄야 했다. 그런 기병에게 긴 총열을 가진 장총을 줄 수는 없었고 이는 곧 사거리의 감소로 이어졌다. 물론, 기병이 보병처럼 사격전을 하진 않으니 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둘째는 총알에 따라서도 사거리가 증가, 혹은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제식 16.5mm 탄환은 구형 16.5mm 탄환보다 사거리가 약 10~20m 정도 더 우월합니다. 사수의 실력에 따라서는 차분히 150m 거리를 노려볼 만도 하지요. 즉, 탄환의 형상 역시 사거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역시 당연한 말이었다. 지영이 설계한 탄은 구형탄이 아니라 나름대로 공기역학적 구조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탄이었고(당연히 지영이 설계한 것은 아니며 매체에서 본 탄을 기억나는 대로 구성한 것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구형탄보다 사거리가 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여기까지가 총기에서 발견한 사거리가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네만... 흠, 이건 총에서 나온 효과는 아니네만”


“말씀하시지요.”


“활, 그러니까 장전(흔히 우리가 아는 긴 화살. 반대로 우리가 흔히 아는 짧은 애기살을 편전이라고 한다.)을 발사할 때 꼬아 쏘면 사거리가 좀 늘어난다네.”


우리가 흔히 아는 자이로 효과였다. 사실 옛날 사람들도 자이로스코프 효과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은데, 화살의 깃을 나선형으로 붙인 화살이나 혹은 오른손잡이용 화살과 왼손잡이용 화살을 따로 만든 것이 그 증거라 하겠다.


“흠... 회전하면서 공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건가...”


“일리가 있습니다. 팽이를 쳐 보시면, 팽이 역시 계속 돌 때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분명 참고할만합니다.”


“음, 그럼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서 한번 설계를 해 보세.”




=====




평양 조병창이 그렇게 야심에 차서 무기를 연구할 동안 요동 일대의 양군은 문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계속 전진해라, 전진!”


“히히, 어딜 가. 못 가!”


다만 양 군의 입장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는데...


“장마가 오기 전까지 망할 뻘밭을 빠져나가야 한다! 물러서지 말고 전진해라!”


화약 무기의 대표인 비뢰포가 주력인 발해군은 어떻게든 장마 전까지 요동 지역을 벗어나고 싶었다.


비가 오면 비뢰포고 소총이고 그냥 커다란 드럼통과 쇳덩어리, 그리고 나무작대기에 지나지 않게 되는 탓이었다.


물론... 우산을 쓰고 물이 직접적으로 화약에 닿는 걸 피하게 할 수야 있다지만...


“우산이 습기도 막아 주냐고!”


흑색화약의 고질적인 단점은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지 않은가. 코닝 기법을 사용하고 종이 탄피로 열심히 꽁꽁 감싼다고는 해도 습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었다. 아예 금속 탄피에 밀봉해 넣으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머스킷도 이제야 나왔는데 금속 탄피는 얼어 죽을.


그와 반대로 고구려군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었다.


뒤편에 자리 잡은 견훤의 부대가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밀어낼 수 있으리라 보았고 어쨌건 본인들의 땅이니까.


그리고 흑색화약의 약점까지는 몰라도 ‘불을 쓰는 무기니 비가 오면 약해지겠구나’라는 생각 정도는 자연스럽게 하지 않은가?


이렇다 보니 고구려군은 아예 철저한 지연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뻘밭과 함께 고구려군이 질척이니 발해군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고.


‘작전은 실패다.’


애당초 내 계획은 나를 미끼로 적을 끌어들여 회전을 통해 적을 주력부대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빠르게 전진해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는 물질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대략 1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을 추가로 징집한 뒤에 전쟁을 지속하는 건 썩 달가운 일은 아니거든.


그 후에 따르는 결과가 어떻든 일단 전쟁은 제 살 깎아 먹기 대결이다. ‘전쟁’ 자체로는 그 어떠한 것도 생산해 낼 수 없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행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먼저 ‘내가 제안한 작전은 조졌으니 다음 안을 준비해봅시다.’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이 무거운 극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난 왕이니까.


그래도 아직 완전히 조지진 않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일까. 장마가 오기 전까진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마 전까지만 성에 도달해 점령할 수 있다면...


“신병들은 지금 당장 전투에 투입할 수 없습니다.”


“... 왜 그렇지?”


“적응훈련을 이수하지 못했으니까요.”


아, 맞다.


적응훈련이란 발해군의 정규 훈련 과정으로 ‘혹한, 혹서, 강우, 안개’ 4개의 기후, 기상 상황과 ‘산악, 하천, 산림, 진흙, 설원’ 5개의 지형 상황에 적응하는 훈련으로서 보통은 혹한기 훈련과 비슷한 시기에 설원 적응훈련이 이루어졌고 혹서기 훈련과 비슷한 시기에 진흙, 강우 적응훈련이 이루어졌다.


병사들이야 욕을 하는 가장 빡센 훈련 중 하나였지만 이런 훈련이 병사들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구했다는 건 부정할 여지가 없다.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비슷한 환경을 겪어본 것과 아닌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이제야 창을 잡을 줄 아는 신병들을 진흙탕에 밀어 넣으면 말 그대로 개죽음을 당할 게 뻔했기에 아자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꾸물꾸물 전진하고 있었다. 지속적인 포격 지원과 상대의 강점인 기병이 일부 봉인된 것, 그리고 어쨌건 진흙탕에서 싸운 경험은 우리 보병이 더 많으니까.


“포탄을 비축하고 병을 쉬게 하라. 견 소장이 시간을 벌어 주었으니 힘을 집중해 한 번에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리라.”


아자개의 명이 떨어지니 발해의 병사들은 그제서야 발을 쭉 뻗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신병들은 한창 훈련을 하느라 쉴 순 없었지만.


작가의말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황사까지 끼니 걸리면 죽을 맛입니다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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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전쟁45 24.04.08 52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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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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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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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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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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