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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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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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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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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33

DUMMY

“전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까?”


“... 뭘 말인가?”


아자개 사령관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하께서 지시하신 일이 아닙니까?”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뭘 말인가?”


“비뢰포 말입니다.”


“?”


“포병들이 비뢰포에 가죽을 덧대고 나무를 덧대고 있습니다만.”


“내가 시킨 일이 아닐세.”


뻥뻥 터져나가는 비뢰포에 견디다 못한 포병들의 자구책일 뿐.


“흐음, 저게 효과가 있을런지.”


나도 사실 효과를 의심했는데 놀랍게도 있더라. 아직 우리의 주조 기술이, 그러니까 정확히는 강철이나 주철 주조 기술이 안 되는 것 같으니 무게를 절감하기 위한 방식으로 나름대로 써먹을 방법이라 여겨 수첩에 잘 기록해 두었다. 생각해보면 스웨덴에서도 이런 무기를 썼었고 현대의 중동에서도 나무 깎아 대포 만드는데 못할 것도 없는 것 같고.


아무튼 유감스럽게도 비뢰포의 신뢰성과 내구성은 정말 최악이었는데 비전투 손실이 무려 96문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우리가 처음 원정을 시작했을 때 동원한 비뢰포가 200문에 추가로 보급 받은 것이 대략 50문 정도이니 무려 40%에 달하는 비전투 손실이 발생한 것.


내 맹세컨대 발해 역사상 이 정도로 신뢰성이 낮은 무기는 없었다. 진짜로. 운용하기 좆같았던 ‘예의’도 이 정도 문제는 아니었다고.


뭐 그만큼 만들기 쉽고 값이 저렴하고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았다.


우선 포대와 포대간의 간격 유지가 무조건적으로 되어야 했고 발포 전에 뒤에 참호를 파거나 혹은 모래주머니를 쌓아 혹시라도 모를 폭발에 대비해야 했다.


거기서 끝인가? 포대 근처에 포탄을 두었다간 그대로 폭발할 위험도 있으니 포탄과 장약을 약간 떨어진 후방 참호나 장소에 배치해야 하니 일반적인 박격포보다 장전 속도도 느렸다. 그리고 비뢰포 옆에서 바로 격발했다간 폭사할 위험도 있으니 몇 미터나 되는 긴 격발기로 낑낑대야 했다.


아무리 전장식 화포라지만 이 정도로 단점을 가지고 위험한 화포도 몇 없을 걸? 물론 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500~600m를 비행하고 폭발하는 크고 아름다운 400mm 작열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는 했지만.


“허어, 그렇습니까? 필히 기록해야겠군요.”


“음, 그리하는 게 좋겠지. 그것 때문에 찾아왔나?”


“예,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봤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하긴, 모르는 사람 눈에 보면 충분히 이상해보이겠지. 소대 단위로 증발시키는 폭탄을 쏘아대는 대포에 가죽 칭칭 감고 나무 테 두르고 있으면. 원 역사를 통해 알고 있던 나도 의심의 눈초리로 봤는데 사령관이야 오죽할까.


“군인들이 제 시간 쪼개가며 무언가를 하는 일은 잘 없지. 아무튼 질문이 그거였다면 이만 돌아가도 좋네. 내일은 아마... 힘겨운 싸움이 될 테니.”


“예, 전하.”


경례를 하고 돌아가는 사령관을 보며 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우리는 이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여러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었다. 우선 비뢰포의 손실을 생산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고 여러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포병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빈번했으며 무엇보다 고구려의 방어전술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 차라리 조금 더 준비를 하는 게 어땠을까? 제대로 된 박격포를 만들고 무거운 청동 대포나마 야포를 만들고 소총도 조금 더 찍어내서 두 개 내지 세 개 여단 정도만 무장했어도...


아니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좋을 게 없지. 어쨌건 우리의 전력은 적보다 우월하니까. 장군들도 다들 제 몫을 해주는 장군들이니 이길 수 있겠지, 반드시.



“정찰기에서 보고, 적은 참호를 파고 대기 중! 석재로 보강해 굉장히 튼튼할 것 같습니다!”


“참호라... 분명 포격의 효과를 감소시켜준다고 알고 있는데. 흠, 그래도 부교를 놓는 공병을 원호하려면 어쩔 수가 없군. 거리를 측정해 주게.”


... 내가 뭘 들은 거지? 참호를 뭐로 보강해?


“사령관? 미안하네만,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가?”


“어떤...”


“적이 석재로 참호를 보강했다는 것 말일세. 중요한 정보일세. 다시 한번 확인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신호를 보내라.”


그 말에 통신병은 휘적휘적. 서로간에 휘적이길 몇 번, 정찰기에서는 관측 결과 석재일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는 보고를 보내왔다.


“석재라... 적이 콘크리트를 이용할 일은 없겠지?”


“당연하신 말씀을요. 굳지도 않은 겁니다. 헌데 어떤 이유로?”


“장군 머리가 돌보다 단단한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포격이 두들기면 참호벽의 돌들이 이리저리 날릴 텐데 자연스러운 산탄이 되지 않겠나? 참호를 판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포격으로 두들겨대면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겠군. 이 점 숙지하게.”


사령관은 감사를 표한 뒤 곧장 명령을 내렸다.


“비뢰포대는 거리 측정이 완료되는 즉시 적 참호선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 다연장포대는 잠시 대기한다. 공병대는 신호가 주어지면 바로 뛰어나가 부교를 건설할 수 있도록.”


이윽고 정찰기는 적 참호선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포함된 적의 전체적인 배치를 대략적으로 그려다 아래로 낙하시켰고 그에 맞춰 포병대는 비뢰포를 방열했다.


“사령관님, 전 포대 준비 완료했습니다.”


아자개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포대, 포격 개시. 적 참호선을 지운다는 생각으로 퍼부어도 좋다.”


“예! 포병단장, 포격 개시하게.”


“전 포대 포격 개시!”


“삼, 둘, 하나, 발포!”


콰앙! 쾅!


비뢰포가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포탄을 날려보냈다.


“재장전, 서둘러라!”


“3번 포대 장전 완료!”


“5번 포대 장전 완료!”


“단장님, 전 포대 장전 완료했습니다!”


“발포해!”


쾅! 콰앙! 쾅!


“저놈들... 미친듯이 쏘는구만”


엄청난 폭음과 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호 안은 평온한 분위기였다. 원체 시끄러워서 각자 귀를 막고 있었지만 아무튼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니 밖에 비하면 충분히 평온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들 걱정 마라! 석재를 이용해 보강했으니 쉬이 무너지지 않으니!”


그는 참호 벽 곳곳에 박힌 작은 돌덩이들을 흐뭇하게 쓰다듬었다. 이걸 박아 넣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나무로 조잡하게 만든 것보다는 훨씬 튼튼하고 견고하리라!


이건 모든 고구려군이 공감하고 있었다. 개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한눈에 봐도 나무 대강 대놓은 것보다는 훨씬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긴 했다.


그러나 해가 고개만 빼꼼 내민 상태에서 무대 한가운데서 제 존재감을 미친듯이 뽐낼 때까지 포격이 계속되자 약간은 불안해졌고 사건은 거기서 터졌다.


콰앙! 콰직!


우연히 참호 가까이 떨어진 포탄은 주위를 뒤흔들었고 앓던 이 빠지듯 주먹만 한 돌덩이 하나가 운 없는 당주 한 명의 안면을 함몰시켰고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당주는 고구려의 하급 장교이며 대략 100명의 병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발해로 따지면 딱 중대장에 대응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


“흐아악! 뭐야!”


“당주님이 쓰러지셨다!”


퍼엉! 콰직!


“고개 팍 숙여어!!”


“엎드려! 엎드려!!!”


“뭐? 고기!!!”


돌들이 자유롭게 날뛰고 포탄이 그 소음과 폭발을 더해가자 고구려군은 대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그렇다고 나갈 순 없지 않나! 밖에 나가면 말 그대로 찢겨버릴 테니! 그나마 여기 있으면 운 좋게 돌이 빗나갈 확률이 존재했다.


거기에 시야에 제한마저 생기니 참호 안의 병사들은 불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대체 참호 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적은 건너오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폭음 때문에 명령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도 있고.


“부채병! 부채병!”


연기가 자욱하게 가라앉은 비뢰포대 사이로 입을 헝겊으로 가린 부채병들이 연신 돌아다니며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게 되게 우스꽝스러워 보이겠지만 여기엔 나름대로 깊은 이유가 있다고.


연기에 의해 포병 몇 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생긴 적이 있었다. 전열보병끼리 사격 몇 번만 주고받아도 전장엔 연기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하물며 미친 듯이 쏴대는 400mm짜리 비뢰포라고 생각해 보라고. 이게 말이 말이 아니라니까?


그러니 사격을 하고 재장전을 할 때 동안 부채병들은 커다란 부채들을 낑낑거리며 들고 와서 이리저리 휘두르며 연기를 몰아냈다. 아니면 할 거 없는 의무병들이 부채질을 열심히 하거나. 군대에서 쓰던 송풍기가 이리도 그리워질 줄이야. 끈 존나 당겨도 푸드덕 똥 싸며 안 켜지던 망할 고물이.

(후에 알아보니 그 고물 송풍기는 나름 일본에서 알아주는 기업의 제품이었다. 나름 평도 좋았고. 군대만 가면 물건이 구려지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모래 부어! 모래! 열을 식히란 말이야!”


“여기서 다 뒈지고 싶어? 모래 붓고 물 떠오란 말이야!”


“물 없으면 오줌이라도 싸!”


포반장들의 지랄 아래에서 포병들은 어떻게든 포의 열기를 식히려고 안간힘을 썼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군대는 영... 음.


“포가 모자라지면 임시로 투석기라도 가져오게. 거기에 담아서 날려보내게.”


“투석기는 사표란 게 없지 않습니까?”


“그걸 직접 들고 나를 것도 아니지 않은가, 참모장.”


“아... 일단 알겠습니다.”


그 명령을 들은 전투공병대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투석기를 끌고 돌을 몇 번 쏘며 대강의 시간을 측정해 전해주고 있었고 비뢰포는 한 문이 추가로 터져나갔다. 이런 젠장, 내 돈이!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공병대대는 꿋꿋히 부교를 연결하고 있었다. 열심히 나무판자를 나르고 못질을 하고... 이거 부교도 돌아가면 개량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지.


“식사는 포병대대끼리 번갈아가며 식사할 수 있도록. 적들이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퍼붓는다.”


아자개 사령관은 통조림을 쩝쩝거리며 지시를 내리니 휘하 장병들도 본격적인 취사를 하기가 참 뭐할 것 같았다. 아니, 일선 사령관이 식사를 저리 하는데 휘하 장병들이 고기굽고 있을 순 없잖아? 그럴 사정도 안 되지만.


나는 슬며시 공병들에게 고기를 약간 더 불출하라는 지시를 슬쩍 내리고는 볶음밥 통조림을 하나 까서 먹었다. 음, 나름대로 먹을 만하군. 어떻게 이 통조림이 해빔소 육빔소보다 맛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근데 이거 대포 만들기 시작하면 주석이 버텨 줄려나 모르겠네. 병조림은 만들 수야 있다지만 여러 문제가 많고... 그렇다고 통짜 철로 만들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흠, 고민이구만.


작가의말

주무기가 부채인 묘한 병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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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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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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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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