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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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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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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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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38

DUMMY

“장군, 아무래도 이건 너무 과감한 것이 아닌지”


“과감하다니?”


“아무리 훈련이 잘 된 군대라고는 하나 맨손으로 이기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맨손이라니? 칼 하나 들고 있는데”


견훤의 뻔뻔한 말에 참모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칼만 들고 있지요. 갑옷도 벗고, 창은 어디에 내다버렸는지.”


“어허, 그래도 두 개 대대는 제대로 무장했네”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암, 어차피 가자마자 싸울 것도 아니지 않나?”


“... 안시성을 공략하려는 것 아니었습니까?”


“누가? 내가? 어디를? 이 병력으로? 왜?”


원래 실험 여단과 8여단의 임무는 안시성으로 치고 들어가 압박하여 점령하는 것이 맞긴 맞았다. 그걸 위해서 최강의 화력과 산악전 전문가인 양길까지 붙여준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생각 외의 지연전에 견훤의 진격은 더뎌졌고 본대는 아예 상륙으로 우회, 적의 왕은 안시성으로 들어갔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오히려 안시성을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혹시라도 적의 왕이라도 잡으면”


“못해, 절대로.”


지금까지의 성도 솔직히 만만하진 않았다. 그래도 공략이 가능 했던 건 한 개 여단에 주어진 화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화력 덕분이었지.


거기에 적이 화약 무기에 대해 모르는 것도 한 몫 했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도 한 개 여단의 화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만 이전의 화력에 비하면 분명 줄어들었다. 그리고 고구려는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망해가는 나라도 아니었고 원래가 군사력이 강한 나라였으니 빠르게 비뢰포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나갔다.


거기에 문제의 안시성. 원래가 군사적 요충지라 더럽게 튼튼한 성인데다가 왕까지 들어가 있으니 아마 군대도 몇 천은 존재할 것이었다. 그런 안시성을 고작해야 만 이삼천에 불과한 두 개 여단이 포위하고 공격한다면 오히려 포위망을 뚫리고 역습당하지 않을까 고민해야 했다.


“그럼 저희 어디 갑니까?”


“요동성”


“... 뭐요?”


“그리고 그 일대의 길목과 산성들”


“실례지만 장군, 미치셨습니까?”


“지극히 정상일세.”


“...”


“안시성에 병력이 있는 이상 포위는 불가능해. 우리 병력으로는 절대로.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보에 의하면 요동성과 그 일대는 병력이 없을 터.”


“그렇다 해서 성을 떨어뜨릴 순 없을 겁니다만. 그래도 수비대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 그게 포위망을 돌파할 정도는 아니겠지. 우리는 건안으로 가는 길을 끊어야 해.”


“안시성에서 원군이 오는 것은...”


“문짝 네 개 막는 거랑 길목 하나 막는 거랑 같나. 아무튼 우리만이 가능한 일이야. 서둘러야 하네.”


견훤이 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총 세 가지였다.


첫째, 전략적으로 현재 견훤의 병력이 도움이 될 방도가 그것 이외에는 없다는 것. 분명 강한 부대긴 하지만 왕이 한 발 앞서 안시성에 웅크린 이상 견훤의 병력으로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러니 어쨌건 견훤은 자신의 재량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했고 텅텅 비어 보이는 고구려의 후방 요새 지역은 견훤에게는 아주 맛 좋은 먹잇감이었다.


둘째, 부대의 특성이 기동전을 펼치기에는 아주 탁월한 구성이었다는 점. 기병 위주의 병력은 아니었지만 발해 최고의 산악전 전문가인 양길과 그의 여단에 화력의 8할이 화포에서 나오는 실험 여단의 특성, 거기에 원래가 기동전에 능한 견훤과 지나치게 우수한 대대장들의 능력에 힘입어 견훤은 일부 부대를 제외하고선 갑옷과 장병기를 후방의 낙타에 적재하고 그들에게 식량과 화약, 포탄을 들려 기동한다는 작전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원래 보병이 기병보다 산은 더 잘 타기도 했고.


셋째는 고구려가 더 이상의 여유병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물론 병력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게 포위망을 뚫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 수성전에서야 중심이 될 병력 천에 나머지는 일반 농민들이라도 의지와 성벽이 굳건하고 식량이 충분하다면 일 년이고 이 년이고 버틸 수도 있다지만 공격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니까.


“이틀, 이틀 안에 요동성 문 앞으로 가야 한다.”


“왜 굳이 이틀입니까?”


“... 아마 적의 보급부대가 그 쯤 해서 지나갈 테니까.”


참모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견훤은 개의치 않았다. 이야기 하는 동안 배도 대강 채웠겠다 다시 병력을 다독여 가야 하니까. 보급부대야... 뭐, 부가적인 목표기도 했고.



...



개판이 된 조정을 보며 그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봐야 묻힐 테니 입만 아프지 않겠는가. 다만 믿는 구석은 있긴 했다.


쿵!!


뒤따라온 태왕의 호위병 열 명이 일제히 창을 바닥에 내려찍자 고구려의 중신들의 분노조절장애가 치료되니 과연 권력이란 훌륭한 의사라 할 수 있었다.


“이건 어심이기도 하오. 이를 진중하게 논하지 못할망정 서로 목소리만 높이고 있으니 태왕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겠소.”


“하, 어심? 어심이라? 경이 태왕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무례가 지나치구려.”


“무례? 허, 무례라! 아이고 죄송하나이다. 소인이 미천하여 그러합죠, 옙. 근데 평대께선 어찌하여 국내 실정을 저 당적들에게 넘겨주려는 것인지요? 그 정도는 경 선에서 쳐내셨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 우리에겐 친구가 없잖소.”


“경껜 친우가 없어 보이긴 합죠. 아, 오해 마시옵소서. 끼리끼리 어울린다 하니 경의 고귀한 식견에 맞는 벗을 찾기란 불가능하지 않겠나이까?”


‘이거 쉽지 않겠는데’


조정에서, 그것도 개인에게 나올 만한 언사는 아니었다. 그나마 파벌이 갈려 싸움이 격해져 감정이 지나치게 실리면 나올 법 하다지마는 일개 개인에게 뱉고 그걸 무마하는 자가 없다는 것만 해도 지금 이 제안에 대한 중신들의 의견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한꺼번에 설득하려 드는 건 안 되겠어.’


원래 사람이란 목소리 큰 사람을 자연스레 따르게 되는 법이고 이는 조정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는 훗날에 민주주의를 해도 딱히 변하지 않는 이치니 어쩌겠는가. 그냥 그런갑다 해야지.


대강 회의를 파한 그는 이윽고 조정의 중신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기 시작했다.


“경, 마뜩찮은 부분도 많지만 아국에는 믿을 나라 하나가 없지 않습니까? 외교는 외교일 뿐 일단 위기를 넘겨야 합니다.”


“으음... 그 말이 맞긴 하오만”


“저들이 일본군을 끌고 오면 더더욱 불리해집니다. 우리도 원군을 끌어올만한 나라 하나는 있어야지요.”


“그 말이 옳은 것도 같소.”


다행히도 그나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중신 약간을 좋게 좋게 구슬리고.


“경, 전에 사냥을 갔다가 소피를 보...”


“왁! 와아아악! 아, 알겠소! 내 따르면 될 것 아니오!”


가끔은 협박도 좀 하고.


“형님, 우리 사이에 이러깁니까? 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일 진행하진 않는거 알잖습니까?”


“하지만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맞잖나.”


“서신을 노룡절도사가 보냈더군요. 이미 각 절도사끼리 분열할대로 분열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전까지의 정보도 그러했고요.”


“흐음... 하지만.”


“이 동생이 눈 하나 좋은 건 아시지 않습니까? 태왕께서도 동의하신 사안이니 신하들이 힘을 합쳐서 보좌해야지요.”


“허험, 그래. 내가 동생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나.”


약간의 의리와 기존의 관계로... 나름 많은 수를 확보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닷새. 하나같이 중신들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였다. 문제는...


‘나머지 인간들이 어찌나 반대할지... 이제부터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뇌물로 몇몇 인간을 사볼까 생각을 했지만 만약에 수틀려서 까발리면 골치가 아파진다. 뭐, 뇌물이야 다들 받아먹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심증만 있는 수준이라 ‘이 새끼 뇌물 바치려던 놈이야!’라고 까발려지는 것이랑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났다.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그는 그저 태왕의 명을 대리해 온 사람이고 이 제안에는 그의 사심이랄 것도 섞이지는 않았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때 이야기고.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건수를 주느니 차라리 몇 명 설득 못한 채로 난장판에 뛰어드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다 두들겨 패주마’


각오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건 그는 다시 그들만의 전장으로 향했다.



...



“도지사님, 이번 월말 보고서입니다.”


“에엥? 아, 맞네. 내가 출장 가느라 회의를 참가 못 했었지. 자, 어디 봅시다. 뭐 특이사항은 없었고?”


“특이사항... 있긴 했습니다만.”


“어떤 부분에서?”


“철제 물품 구입이 전월에 비해 몇 배나 증가했습니다.”


그 말에 도표를 보니 과연, 거의 세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도 증가한 것이 보였다.


“농사철이 오긴 하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데”


“아무래도 영주들이 자체적인 무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 그래, 그렇구먼. 그건 그렇고. 자네, 내가 말했던 건 생각해 봤나?”


도지사의 은근한 말에 도연후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가 고향인 건 알지만 계속 여기에 있을 순 없어. 알잖나. 자네도. 임기도 거의 끝나가고...”


“그건... 그렇지만.”


“여기 북해도에 있으면 자네 경력도 거기서 끝이야.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지금 아이누족에서 유일하게 1급까지 올라온 것이 자네밖에 없어. 자네가 아이누족의 희망이 되어야지.”


북해도 아이누족은 이미 발해에 상당 부분 동화되어 있었다. 북해도가 원채 땅도 크고 나름 챙겨갈 것도 많은 땅이라 발해는 대대적으로 식민 사업을 했었고 사람을 심고 심고 또 심다 보니 자연스레 동화가 된 것.


그 와중에 마찰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족 vs 부족 수준에서 끝날 마찰이 대부분이었으니 발해의 식민사업은 순항할 수 있었다.


“자네 능력 있어. 그리고 관리관하고 고위 관료단은 아예 달라. 급 하나 차이지만 거기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그 말대로긴 했다. 고위 관료단은 국무회의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다. 물론... 이게 명목상의 자격인지라 도지사, 대학 총장 등등의 참석하지 못 하는 인원도 있긴 했지만 어쨌건 ‘나 어디 도지산데 국무회의 참석하러 왔소. 문 여시오’ 라고 하면 미친놈 보듯이 할 테지만 문은 열린다.


하지만 관리관. 즉, 1~3급 관료로 내려오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국무회의(일부 관리관까지 끼는 대회의 말고)에서 관리관이 참석한 경우는 딱 두 번. 시녀장이 참석한 것과 비서실장이 출장을 가는 바람에 수석비서가 참석한 것이 전부였다.


“... 아무튼 시간 얼마 없네. 이주 안에 답을 주게나. 그래야 내가 중앙에 기름칠 좀 해서 자네가 들어갈 만한 자리 하나 정도는 만들지 않겠나.”


“... 예, 도지사님.”


“그래. 더 볼 일 없으면 이만 나가 보게나.”


도연후는 집무실을 나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발해에서 아이누족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은 없었다. 간접적인 차별도 저기 밑에 일본이 도호쿠 지방인가? 그곳 대하는 거에 비하면 훨씬 나았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누족과 북해도에 대한 ‘시골 출신의 못 배운 놈들’이라는 시선은 아직까진 만연한지라 열 받는 건 사실이었다. 아니, 설탕이나 먹지 말고 그런 말을 하던가.


아무튼 어쨌건 고향을 떠나야 한다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작가의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도지사는 차관급 관료, 부지사는 1급 관리관 입니다.

1급 관리관 라인에는 경찰국장이나 수도방위여단장 등 쟁쟁한 관직들이 있습니다만 하필이면 바로 위가 고위관료로 딱 잘리니까 마치 만년 차장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래도 엄청 높은 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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