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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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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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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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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24

DUMMY

발해의 제안에 일본은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자신들의 철보다 발해에서 제련을 마친 철이 더 유용했기 때문에 생산량 일부와 돈까지 받고 가공이 덜 된 철을 파는 건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거기다 일본은 발해의 화약 무기에 강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의 도움으로 화약 무기 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요소를 하나라도 더 심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이니 다들 방안을 짜내 보게나. 어차피 제21차 철강 산업 발전 사업을 진행해야 하니 이걸 주 과제로 삼으면 그만이겠군.”


코크스가 모자라다는 건 철강 산업 분야에 속한 고위직이라면 대강은 알고 있었다. 분명 21차 산업 발전 계획에도 이에 대한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기도 했고. 물론, 이렇게 본격적으로 진행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지만.


아무튼 그러면서 다른 일거리는 줄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야근하라는 거지?’


‘야근하라는 거지.’


의도가 너무 뻔했기에 철강산업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남몰래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성과급이야 빵빵하게 나오겠다마는···.


“그래도 이번에 연구인력이 확실히 보충될 테니, 그리 심하지는 않을 거다.”


연구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코크스 제작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는가?

고로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해 코크스 소모를 줄일 여지가 있는가?


코크스를 대체할 물건이 있는가는 아예 연구 과제에서 제외되었다. 코크스를 대체할 물건이라고는 그나마 숯이 전부였고 그런 부분에서 오키나와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거기에 지영은 ‘나 죽기 전까진 코크스 대체 연구를 진행하지 마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영이 살아있는 동안에도 코크스를 대체할 물질이라곤 없었는데 그게 과거에 나올 리가 있나.


“아무튼, 그렇답니다. 그거 들고 가면 존나게 까이지 않을까요?”

“석훈아, 이거 진짜 좋은 건데··· 아깝지 않냐?”


겨우 삶은 만두 연구동을 나와 발해 철강산업연구소라는 번듯한 연구소의 일원이 된 내석훈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예산이 나올까요? 이게?”


본래 연구라는 건 많은 자본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철강산업연구는 제철소와 제강소를 직접 만들고 모든 조건을 전부 시험하며 최적의 값을 찾아야 했다. 그 비싼 기술자들의 시간을 녹여가며!


그런데 전체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지금 이걸 올리면···음.


“그래도 왕족이시잖냐.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그리고 국왕께선 지금 최전선에 나가계시죠.”


“끄응···. 그래···. 우선 조금 더 개선해본 뒤에 가져가자.”


연구실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연구 계획서를 조용히 정리하고는 책장에 꽂았다.


“쯧, 하필 시간대가 이상하게 꼬여서는.”


“그래도 전쟁이 끝나고는 다시 진행해볼 수 있지 않을지.”


“그땐 내가 은퇴할지 어떻게 알어! 내가 저것만 이십 년을 고민했는데···.”


석훈이 보니 확실히,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군데군데 빈 자리가 많은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전쟁 중에 은퇴하겠거니 싶었다.


“아니다, 잠깐만. 자, 받아라.”


“왜요, 저보고 제출하라고요?”


“그래. 전쟁 끝나면 내 새끼 이쁘게 단장시켜서 니가 제출해.”


“그리 말씀하시니 뭔 입양하는 것 같잖습니까.”


“암, 입양이지! 이십 년간 키운 내 새낀데··· 에휴.”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석훈은 그저 조용히 계획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돈 밝히고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해서 부인 속이란 속은 다 터뜨리고 다니는 쪼잔한 인간이지만 지금만큼은 누가 뭐래도 연구자의 눈을 하고 있었기에 석훈은 조용히 계획서를 서류철에 끼워 넣었다.


‘근데 이게 진짜 되긴 하나?’


반사열을 이용한 초강법 개선 방안이라니, 무슨 토우도 아니고.


...


“썩을! 만만치 않군!”


애써 침투한 기병대가 발해 근위 기병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버리자 신덕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분명 소기의 성과는 있었고 발해군의 전열도 처음과는 다르게 위태로웠지만 어쨌건 발해군은 고구려군의 공격을 받아쳐 내고는 있었다.


“장군, 더 거세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왜지?”


“이 지역은 저녁이 되면 바람이 반대로 붑니다.”


그렇게 된다면 연기의 힘을 빌릴 수 없고 연기의 힘을 빌릴 수 없다면 저 저주받을 포대는 고구려군 병력을 차근차근 갈아 마실 건 뻔한 일이었다.


“남은 기병대도 투입하라! 어떻게든 적 기병을 뚫어!”


“전하, 아군 기병이 조금씩 무너집니다!”


“보고 있네. 보병대대를 하나 밀어 넣어라. 속도가 줄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될 터.”


“전하,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군 보병이 서서히 밀립니다.”


당연했다. 비슷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면 쪽수가 더 많은 쪽이 유리하니까. 발해군은 원의 안쪽에, 고구려군은 원의 바깥에 있으니 한 번에 투입 가능한 병력이 어느 쪽이 많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리라.


“돌파가 필요한데···. 남은 부대가 없군.”


보병으로 돌파? 아마 금방 막히리라.


기병으로? 기병은 이미 예비대로써 충분히 역할을 다 해주고 있었다?


화력? 뭐가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잘못하다간 아군 오사의 위험이 너무 컸다.


“쯧, 그때 그 말을 들을 걸 그랬군!”


지영은 적 지휘관인 신덕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강선 새긴 장총을 준다는 말에 헛소리하지 말고 그 시간에 보병총 하나나 더 찍어내라고 했었지. 만약 그 총이 있다면 저격을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다못해 언뜻언뜻 보이는 고구려군의 지휘관들을 쏴 죽일 텐데! 하필 권총만 달라 해서는!


“활로 저 거리를 저격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만···. 비슷한 건 있군요.”


그렇게 등장한 건 바로 노포였다.


“좋아, 뛰어난 사수들만 노포를 잡게. 목표는 적의 지휘관들로. 적의 허리를 끊게”


그렇게 시작된 저격질은 의외로 쏠쏠한 성과를 보였다.


애초에 노포에서 발사된 거대한 화살을 갑옷으로 막는다는 건 어림도 없었고 발해의 사수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열 발 중에 두 발 정도는 명중시켰으니.


“어떻게든 오늘만 견디면 된다···. 어떻게든.”


초조한 기색의 지영과는 달리 이래저래 실전경험이 있는 손민 중장은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전열이 위태위태하다곤 하나 어쨌건 버티고는 있었고 후방으로 빠진 병력도 다시 조직되어 빈틈을 틀어막고 있었다. 분명 열세였으나 어쨌건 하루로 밀릴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전하, 조금 더 침착하십시오. 부분적인 열세야 흔한 것 아닙니까? 어쨌건 저희는 전술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 미안하네. 내가 실전에 나가본 적이 있어야지.”


“걱정하지 마시고 지휘는 제게 맡기시지요. 전하께선 그저 지켜보시면 됩니다. 실전은 거칠다고는 하나 국왕이시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실 법도 하지요.”


“... 그게 국왕에게 할 소린가?”


“국왕께선 신성하신 분이시니 영생을 살겠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은 모르실 겁니다. 그 긴 시간 군이 하는 일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영 좋지 않으시겠지요.”


“하하, 내가 근위 여단장을 진짜 잘 뽑았지.”


다르게 받아들이면 기분이 나쁠 만한 발언이었지만 지영은 오히려 기꺼웠다. 사실 내심 자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다를 거라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똑같은 사람 아닌가. 그걸 확실히 상기하고 나니 이래저래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지영이 좀 널널하게 대한다고는 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 꽤 많긴 한데 그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옆에서 뼈를 때려줄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것이었다.


“우선 성벽 보수에 많은 인원을 할당하게. 필요하다면 고구려 백성들을 동원해도 좋아, 단 그들을 직접적으로 성벽 보수에 할당하지는 말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하”


“음?”


“나가시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지금이라면 저희가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내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다면···.”


“내가 나가면 의미가 퇴색될 텐데”


“그런 건 문제가 아닙니다. 설령 이번 전투에서 밀린다고는 해도 우위를 완전히 상실하는 건 아니죠. 문제라면 적의 공격이 너무 거셉니다. 보급도 문제될 소지가 많구요.”


“이곳에는 석 달 분의 식량이 있네만”


“식량은 석 달 정도 있겠죠.”


사실 그것도 그랬다.


밥 못 먹은 군대는 싸우지 못한다는 말은 맞지만 그렇다고 밥만 먹고 아무것도 없는 군대가 잘 싸운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활, 화살, 창, 갑옷 등은 이곳의 무기고를 털면 어지간히 보충할 수 있으리라. 정 뭣하면 이곳의 신민에게 철제 도구를 공출해서 보수 자재로 쓰면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고.


하지만 장약, 비뢰포, 포탄은 보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장약과 포탄은 빠르게 소모되어가고 있었고.


“보아하니 나가지 않으실 요량이군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맞아. 그리고 우리의 모루진은 잘 견딜거라 확신하네.”


발해의 나머지 병력이 온다면 분명 그들이 망치가 되어 전장을 장악할 터였다. 그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 정도는 사령관과 휘하 장성들이 잘 해 주겠지.’


발해군엔 평범한 별은 있어도 똥별은 없었다. 그 부분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


“내일이면 안시성에 도착합니다, 장군.”


“음, 전장의 소식은 전해져온 바가 있는가?”


“특별한 소식은 없으나 발해왕이 있는 건 확실한 모양입니다.”


덤덤한 부장의 말에 길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와 눈을 마주했다.


“보통 그게 특별한 소식 아닌가?”


“사실 왕이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일이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왕인데. 적의 역정보거나 기만일 수도 있는 데 저리 담담한 것도 참으로 재주다 싶었다. 자신은 당장 달려가서 칼을 휘두르고 싶거늘.


“장군”


“음?”


“청컨대 소장에게 기병을 내어주시지요. 그리하면 빠르게 적을 쳐보겠습니다.”


“허, 인제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었구먼?”


“소장은 그저 태왕께서 말씀하신 바를 따를 뿐입니다.”


“그래, 그러면 기병을 이끌고 먼저 가게. 아무래도 침착한 자네가 이끄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지.”


“감사합니다, 장군.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바람같이 기병을 이끌고 달려가는 그 모습에 길림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였다.


작가의말

존버는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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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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