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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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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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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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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48

DUMMY

장장 다섯 시간에 걸친 포격은 눈앞에 놓인 장애물을 모조리 지워버리기 충분했고 그 틈을 타고 보병들이 일제히 밀고 들어갔다.


“아무리 참호를 팠더라도 이 정도 포격이면 분명 피해가 있다! 무너질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마라!”


무려 4개 여단 규모의 보병이 일제히 돌격하니 고구려의 방어선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기병은 서로의 꼬리를 언제 물까 하며 견제하니 중앙은 정정당당한 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견 소장에게 전하게, 중앙을 터 줄 테니, 척탄병을 투입하라고! 그리고 돌격대를 준비시키도록. 척탄병이 흔들면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척탄병, 고작해야 한 개 대대를 만든 것이 전부지만 그들의 돌파력은 보병 중에서는 손에 꼽혔다. 일제히 폭탄을 던지고 칼과 방패를 앞세워 돌격하는 그들이란!


물론, 그 폭탄을 던지기 위해서 최소 20m 전방까지 접근해야 하고 이 시대의 휴대용 폭탄이라는 것이 불안불안한 것이라 척탄병은 언제든지 신앙에 미친 자살특공대 비스무리한 것이 될 수도 있지만(운이 없다면 터지지도 않고 고깃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어쨌건 성공만 하면 충격과 공포, 그리고 화약의 힘으로 앞을 뚫을 수 있었다.


이윽고 중앙이 열리고 척탄병들은 일제히 폭탄을 던졌는지 혹은 자신이 터졌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폭음이 들리고 그 틈을 타서 돌격대가 흉흉한 고함을 내지르며 눈앞의 고구려군을 미친 듯이 썰어 넘기기 시작했다!


고구려군도 그걸 알았는지 우리가 중앙을 가만히 파고들게 두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기병이 순식간에 포진하며 우리 기병을 뚫으려 시도했고 우리 기병은 그 덕에 고구려 기병과 목숨이 달린 기병전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기병 전력은 우리가 반 수 아래였기 때문에 우리 기병이 다 죽기 전에 빠르게 고구려 보병대를 뚫어내야 했는데...


“질기군.”


“질깁니다. 분명 충격은 있었을 터인데...”


분명 고구려 보병대는 큰 피해를 받았다. 하지만 냉병기를 든 보병은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했고 특히나 우리 발해의 보병은 이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어쩔 수 없군. 공격대를 물려라! 그리고 소총수를 준비시켜라!”


두어 시간이 지난 후 아자개는 혀를 쯧 차며 공격대를 물리고 소총수와 창병을 전면에 투입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것이 맞겠지요?”


“음, 확실할 걸세. 적어도 지금은”


창병이 앞을 든든하게 받쳐주자 소총수들은 용감하게도 고구려 보병대 10m 앞까지 접근한 뒤 일제사격을 가했다!


머스킷이 아무리 안 맞는다 어쩐다 해도 이 거리에서라면 빗나갈 일이 없었으며 내가 감히 장담컨대 현존하는 모든 갑옷을 뚫어버릴 수 있는 거리였다.


“재장전!”


중대장의 신호에 우리는 일제히 새로운 종이 탄포를 뜯으며 뒷걸음질 쳤다.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게 몸은 반쯤 뒤를 보고 있었으며 시선과 청각은 중대장의 다음 명령에 최대한 집중했다.


“전진!”


열을 맞춰 전진하는 우리의 앞에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창병의 등이, 그 앞으로 저주스러운 고구려 병사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거총!”


내 복부에 느껴지는 든든한 창병의 등판을 느끼며 창병의 어깨에 총을 올려놓고 견착을 마치고 가늠자와 가늠쇠 사이로 누구인지 모를 사람의 흉부를 정확히 조준했다.


‘절대 눈을 바라보지 마라! 과녁이라 생각하고 흉부를 정확히 노려라!’


처음에는 저 말이 도대체 뭘 뜻하는지 몰랐더랬다. 하지만 이젠 명확히 알수 있었다.


자신이 사냥감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눈동자, 그리고 그 눈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은 마치 총신에 낀 탄매처럼 나를 약하게 만들고 이윽고 죽음으로 인도하리라.


그리고 머리보단 몸통이 아무래도 더 크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총으로 머리를 정확히 맞춘다는 상상은 할 수조차 없었다.


“격발!”


타타타탕!!!


먹먹한 솜 너머로 들리는 익숙한 총성, 눈 앞을 가리는 하얀 구름 같은 연기... 목을 째는 우리 중대장의 목소리만 없으면 완벽했을까.


“재장전!”


뒷걸음치는 우리 옆으로 장전을 마친 다른 중대가 위풍당당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몰라도 참으로 좋은 전술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안 죽고 죽이는 게 최고지.


“보병 카라콜”


전쟁에 관심이 있다면 카라콜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고 부활했다, 또 죽은 전술이지.


사실 상대방한테 머스킷이 있었다면 꿈도 못 꿀 전술이다. 느려터진 보병으로 쏘고 튀고 쏘고를 반복한다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구려에겐 머스킷이 없었고 고구려 기병은 아슬아슬하게 우리 기병으로 견제를 할 수 있었다.


들이닥치는 보병은 우리 보병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었으므로 남는 것은 우리 소총수의 화력의 우위 이외에는 남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기존 갑옷이 아닌 상반신에만 가죽 조각을 붙인 극히 경량화된 갑옷(소총수가 조준할 때 창병에 몸을 바짝 붙이는 이유이다. 여차하면 창병이 몸으로 공격을 막아야 하니까)과 총 한 자루 달랑 주니(칼도 안 줬다) 갑옷 둘둘 두르고 무기 낑낑거리며 드는 보병에 비해 그나마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모든 요소를 누더기처럼 엮어 만든 것이 바로 보병 카라콜 전술이다. 솔직히 내가 만들고도 이걸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마는...


뭐, 이번 전쟁만 일단 넘기고 나면 보완이 되던, 폐기가 되던 하겠지.


그래도 이 전술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눈앞에서 운동에너지 약 2000j에 달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다이렉트로, 손실을 최소화해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바로 총알 배송이지 뭐야.


21세기 한국의 선진적인 운송문화를 맛본 고구려군은 좋아 죽으려 했고 우리 보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썩을”


문제는 그러고도 고구려 보병은 버텨냈고 날이 어둑해지고 병사들의 체력이 바닥나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뭐, 당나라군?”


“예, 전하. 병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당어를 쓰는 것 같았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가 실컷 두들긴 게 당나라산 고기 방패였네?”


“크흠, 그 말씀을.”


아, 맞잖아. 고기 방패. 지금 당나라군한테 고기 방패 수준이라고 말하는 건 극찬이지.


“이거야 원...”


“하지만 포격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비록 참호가 거슬리긴 하지만 얼핏 보니 무너진 참호도 몇몇 보이더군요. 계속 화력의 우세를 살려 두들기면”


“잠깐, 참호?”


“예. 고구려 놈들은 포격의 대응책으로 참호를 들고 오지 않았습니까? 모든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만”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장마 끝날 때부터 이런 뻘밭에서 참호를 파고 틀어박혔다는 거 아냐? 이거, 고구려군의 상황이 영 안 좋을 수도 있겠는데?


“장군, 후퇴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 이곳을 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나!”


“병사들의 발이 모조리 불어터지고 있는데 무슨 느긋한 소리를 하십니까! 이러다 싸우기도 전에 쓰러질 판입니다!”


상대적으로 별다른 교전이 없던 가을에도 발해군은 심심찮게 포격을 가해왔고 고구려군은 자연히 참호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요동지방은 말도 안 나오는 뻘밭이었고 그런 뻘밭에 참호를 팠으니 그 참호의 상황이 어떨지는 너무도 명확한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의 말처럼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소한 비전투손실도 고구려군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여길 포기하기엔 요동지방의 인구와 철광지대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나 같은 말이었으니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고구려 입장에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다못해 발해군이 지금까지 점령한 성을 거점 삼아 요동에 방어선을 치고 요동 내부를 소탕한 뒤 그대로 눌러 앉아버린다면? 고구려라는 나라는 완전히 고립되어버린다.


전술적으로는 후퇴해서 안시성에서 수성전을 하는 것이 옳지만 전략적으로는 이곳을 지켜 요동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내야 한다.



=====



“우린 임유관을 통과해 집으로 간다!”


이름 모를 또 하나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양곡을 보충한 뒤 하는 당당한 선언에 피 끓는 이 유목민의 후예들은 빈 마을을 소리로 채우겠다는 듯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질러댔다.


훗날 천하제일관이라고 불릴 임유관은 아직 천하제일관의 방어력을 갖추진 못했다. 물론 이들이 그것까지는 알지는 못하겠으나 병력을 빼냈으면 장성의 방비가 헐거워졌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고 기왕 방비가 헐거워졌으니 차라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란 식으로 임유관 통과해서 집으로 가자! 는 생각에서 세워진 계획이었다.


물론 계획이래 봐야 임유관 통과, 키탄에서 보급 좀 구걸해서 전진!, 집 도착! 이 전부였지만 아무튼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원래 계획이란 단순할수록 좋다는 그의 신념 아래에 약 일만 삼천의 기병대는 한 덩어리가 되어 눈앞의 모든 것을 짓밟으며 빠르게 임유관으로 향했다.


제대로 탄력받은 유목 기병의 기동력이란 대단한 것이어서 순식간에 임유관 앞에 도달했고 무슨 하이패스라도 찍은 양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관문 안쪽에 보초병을 세울 리가 없지 않은가. 그것도 지금처럼 힘든 시기라면 더더욱.


임유관의 수비병들이 어? 어어? 어어어어? 하는 동안 흙먼지를 일으키며 기병들은 제갈길을 갔고 원체 정신이 없었는지 임유관 위의 대장기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세 시간 뒤였다.


증거품으로 챙긴 대장기를 신나게 휘두르며 달려가는 기병대를 강제로 맞이한 키탄의 야율아보기도 어이가 없다는 듯 이들을 쳐다보았지만, 어차피 받아먹는 것도 있고 나중에 발해 이름으로 갚아주겠다고 하니 뭐 어쩌겠는가. 밥 내줘야지 뭐.


그리고 원래가 유목민들은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는 전통이 있었다. 거기에 이들도 유목민의 후손, 사실상 유목민들이라고 불러도 되는 이들인지라 다들 비슷비슷한 이들끼리 모여있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 두 무리가 서로 옆집에 살면 털고 털리고 하느라 비슷한 놈들이라도 감정이 좋지 않았겠지만 서로 사는 곳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그럴 일이 없었다.


“잘 먹고 가오! 나중에 연해도로 놀러 오시오! 거하게 한 상 차려줄 터이니!”


그간 힘들었던 말도, 사람도 배불리 먹고 쉬었으니 이들은 또 깃발을 힘차게 휘날리며 자신들의 집을 향해 힘차게 말을 달렸다.


문제는 이들이 정확한 지도가 있을 리 없으니 무작정 발해까지 가는 최단경로를 짐작해 길을 잡았고 그렇게 그들은 무수히 많은 인마와 맞닥뜨렸다.


작가의말

보병 카라콜... 토탈워(워해머)좀 해보신 분들이면 우드엘프들이 짜증나게 보병주제에 이동간 사격을 하는데 그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걸 소총수가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파훼하자면 못할 것도 없는 전술이긴 하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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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남북전쟁44 24.04.03 51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5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7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8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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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남북전쟁33 +2 24.01.29 8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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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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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남북전쟁29 +2 24.01.16 90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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