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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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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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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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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29

DUMMY

“이거 동짝이랑 달를 거 웂구만”


독거아는 입김을 후후 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부를 제외하고선 산, 언덕, 산, 언덕, 산, 언덕. 어딜 봐도 연해도 그 자체지 않은가.


“바로 행군하실 생각이십니까, 하루라도 쉬심이 어떠신지.”


“전하께서 기달리시는데 쉬구 있을 시간이 있갔나. 그리구 아새끼덜 아직 쌩쌩하니 개않다.”


확실히 기병군단을 바라보고 있자니 빨리 전투에 나가고 싶어 근질거리는 모습이긴 했다. 기운도 왕성해 보이긴 했고 자신도 내심 지영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니 걱정되었던 터라 작전참모장은 입을 꾹 다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무엇보다 독거아는 발해 최고의 기병 지휘관중 한 명이다. 발해의 표준 전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유목기병 특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그런 그에게 어지간히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본대도 길어봐야 사나흘 이내 올 테니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기래. 그럼 우린 우리 일을 하자우.”


독거아는 그길로 군대를 휘몰아 전진했다. 어차피 전군이 기병이니 속도가 늦어질 일도 없었고 보급로도 바로 근처에 있었으니 늦어질 리가 있나.


바로 그날 저녁에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에 고구려군을 쳐버리니 고구려군은 왜 유목기병이 중한지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발해 기병과 전투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그래... 비유하자면 마치 사냥꾼에게 사냥을 당하는 것 같았다.


훅 하고 들어오더니 고구려군을 몇 갈래로 쪼개고 섬멸, 그리고 이탈. 이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고구려군은 보병 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외곽을 지키던 병사들은 도대체 뭘 한 건가!”


고연후의 분노에 답해줄 장군은 없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제일 먼저 녹아내린 군대가 바로 그 군대니까.


사실 죽어버린 그로서도 억울하긴 했다. 아니, 기병을 좀 딸려 주기라도 하던가? 땡보병 좀 주고 저걸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궁기병이 발을 막아버리니 제아무리 고구려 보병이라 하더라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후퇴할 길을 알아보도록. 적이 길을 막고 있다면 이는 적의 본대가 온다는 뜻일 테니.”


만일 기병만 온 것이라면 아직 대응할 여지는 있었다. 고구려군 기병이 오자마자 발해 기병은 약간 교전하다가 물러났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퇴로를 막고 있다면 그건 본대와 맞춰 포위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폐하, 적의 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폐하는 안시성에서 지휘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며칠만 더 공격하면 적을 물리칠 수 있네. 그런데 그 무슨 말인가?”


“저게 적의 선봉일 경우를 생각한다면...”


“선봉이면 당연히 우리 뒷길부터 막지 않겠냐 이 말이야.”


“그걸 노리고 막지 않은 것일수도 있지요. 죄다 기병이고 하는 꼴을 보아하니 반나절이면 아군의 퇴로를 막아설 수 있는 이들입니다.”


왕을 후퇴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이대로 공격을 지속해야 하는가?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에 고구려 군영은 불이 꺼질 줄 몰랐다.


“기병군단이 왔다는 건 곧 본대도 온다는 거겠지?”


“못해도 일주일 내로 올 겁니다. 덕분에 저도 숨 좀 돌리겠군요.”


그 말대로 김선예는 일단 현 실정에 맞게 편제를 이래저래 뜯어고친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분소대에 구멍이 뻥뻥 뚫린 채로 작전을 할 수는 없잖은가. 그것도 균일하게 뚫렸으면 그런갑다 하는데 어디는 많이 뚫리고 어디는 적게 뚫렸으니 마땅히 재정비가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독거아가 벌어준 하루의 시간은 참 좋은 휴식시간이 되어 주었고 병사들도 어느정도 적응을 마쳤다.


“그래도 기왕이면 한꺼번에 왔으면 했는데.”


김선예가 헝크러진 머리칼을 벅벅 긁었다.


“아하하, 그리 보지 말게나. 충분히 버틸 능력은 있지 않나.”


“그야... 그렇습니다만. 여기에 아무도 없는게 다행이군요.”


지영의 말을 조금만 달리 해석하자면 ‘2군단이 피해를 더 입더라도 작전을 수행했어야 했다.’라고 여겨질 여지가 충분했다.


애초에 그 의도로 말했고 거시적으로 볼 때는 틀린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병사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피터지게 싸우고 다친 병사에게 ‘더 열심히 싸웠어야지’라고 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현대였으면 아마 총맞아도 이상할 것 없는 발언이고 아무리 지영이라 할지라도 반응이 어떨지는 음...


“그래서 없는 데서 했지. 흠... 왕은 도망가겠지?”


“제정신이 박혔다면 그러겠지요.”


“독 군단장이 그걸 알아채고 복병을 숨길 가능성은?”


“복병이 숨겨져라 한다고 숨겨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전하.”


“나도 아네. 그냥 한번 말해본 것이지. 아무튼 왕이 도망가는 건... 뭐 어쩔 수 없지. 상관 없네.”


왕은 소중하다.


전근대라면 더더욱. 잘 나가던 국가도 왕이 픽 죽거나 잡혀버리면 고꾸라지는 경우가 허다한만큼 왕은 단순한 국가원수가 아니었다.


“왕이야 나중에 잡으면 그만이고 병력만 남아있으면 상관 없지.”


애초에 노린 건 왕을 잡는 게 아니라 회전을 유도해 승리하고 병력의 격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요새가 있다고 해도 정예병이 싹 쓸려나가면 얼마 버티기 어려울 테니까.


“특식 많이 남았나?”


“어... 많이 뿌려서 얼마 남진 않았습니다마는.”


매일같이 격한 전투가 벌어지다 보니 지영은 사기 관리와 체력 관리 측면에서 고기를 듬뿍 뿌렸었다.


많이 뿌린 날은 인당 한 근을 뿌렸을 정도. 물론 생고기가 아니라 대부분이 베이컨이거나 혹은 통조림에 들어가 있는 고기 요리였지만 아무튼 한 근은 한 근이니까.


“병사들 잘 다독여. 특식 뿌리고.”


“술도 뿌릴까요?”


“... 맛 정도만 보게 하게. 날이 다시 추워졌으니.”


의외로 한반도의 역사서를 보면 이런 기록들이 많이 나온다. 내용인즉슨 술 먹고 경계를 소홀히 했다니 어쨌다니.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아니 군인이 술 먹고 경계를 소홀히 한게 말이 되냐!’라는 반응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술 먹고 자는 건 한반도의 무인들에게는, 특히 북방의 무인들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왜? 날이 추우니까!


추운데 현대처럼 보일러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온돌이 있다고는 하나 땔감 값이 여간 들어가는 게 아닌지라 몸을 뎁힐 만하고 저렴한 것이 술 한 잔 하고 자는 것 밖에는 마땅한 답이 없던 탓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다 자르고 ‘저놈이 술을 먹고 잤다! 그런데 경계를 소홀히 했다!’ 라고만 하면 마치 술 때문에 경계를 소홀히 한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실상은 술 때문이 아닌데도.


아무튼 발해군 군법에도 술 마시는 건 금지! 이런 식으로 적혀있진 않다. ‘지휘관의 재량 하에 취하지 않을 정도의 술을 보급하는 건 허용함. 단, 근무나 임무가 있는 경우는 제외’라고 적혀 있을 뿐.


고기 든든하게, 술 몇 모금, 약간의 휴식으로 다시 쌩쌩해진 발해군은 성벽 위에서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며 고구려군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과연, 고구려군의 공격은 이전같지 않았다. 우선 독거아의 기병군단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병력 일부를 아예 돌려놓았고 이에 따라 공격에 쏟을 힘은 줄어든다, 그러므로 공격이 약해진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지영과 선예에게 당연하지 않았던 건...


“깃발?”


“깃발만 세운 것이 아닌지.”


“그렇다기엔 동일한 복장을 한 사람이 보이는데... 흠, 거리가 멀어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군.”


아쉬움에 혀를 차며 망원경에서 눈을 뗀 지영은 은근하게 물었다.


“저게 진짜 왕일까?”


“전 아닐 것 같습니다만.”


“씁... 고점에 물린 투자자 느낌으로 생각하면 맞을 것도 같은데, 흠... 아닐 것도 같고.”


“투자를 하는데 고점에 흠... 느낌은 알 것 같습니다만.”


“그치? 내가 저놈이었어도 되게 아까울 것 같거든. 며칠만 후드려 패면 이몸을 잡을 수 있는 데 말이야.”


묘한 눈길들이 지영에게로 쏟아졌지만 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망원경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에이, 봐도 모르겄다. 저거 움직임 주시해. 내가 시간 날 때마다 보긴 할 텐데 아무래도 좀...”


“걱정 마십시오, 전하. 저도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음, 부탁 좀 하지.”


...


“폐하, 후퇴하시지요.”


“장군.”


“폐하께서도 보셨잖습니까. 이제 하루 이틀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흥, 어차피 후군이 곧 올 걸세. 그들로 하여금 퇴로를 지키게 하면 그만이야.”


그 말에 장군은 입을 닫았다. 퇴로를 지키는 것까지야 뭐 좋다. 후퇴할 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이길 수 있나?’


분명 몰아붙인 것 같았지만 고구려측의 손실도 상당하다. 애당초 공성전이니 당연한 노릇. 그동안 날려먹은 공성 무기만 도대체 몇 개인가. 죽고 다친 병사들은 또 몇이고. 그만 해도 구해온 병사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만 열은 넘게 봤건만.


‘병력도 딱히 우위에 있는 것 같진 않고... 그 질도 우위에 있진 않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힘들었다. 거기다가 적의 화포는 또 어쩔 건가. 날아왔다 하면 열 명, 스무 명씩 훅훅 쓰러지는 그 괴물 같은 무기를. 여기에 저들이 부르는 소총까지 등장하면 뭐 답도 없었다. 갑옷을 입어도 뚫리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비가 오면 좋겠지만 날씨야 뭐...


물론 그도 고연후가 왜 친정을 고집했는지는 대강 알 수 있었다. 뭐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후군까지 더하면 감히 고구려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여기에 다 쏟아붓는건... 좀 위험해 보였다.


그런다고 지금 저 표정을 한 고연후에게 이런 말을 해 봐야 듣지 않을 걸 뻔히 알기에 남몰래 한숨만 푹푹 쉬는 게 고작일 뿐.


‘나중에 분이 풀리시면 다시 말씀드려야겠군.’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몰래 안시성에서 대군이 수성할 준비를 하게 했다. 어차피 조금만 뒤틀면 건안성의 군대를 위한 보급품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지도를 보며 어떤 식으로 싸워야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혹시 알아? 진짜 이길지?


양 측의 생각대로, 혹은 생각하지 못한 대로 일이 풀려갈 동안 드디어 야전군 사령부가 상륙했다.


작가의말

종기 또 터졌습니다... 쩝
이번에 염증 빼고 2월달에 아예 제거수술 할 예정... 덕분에 금주기간이 좀 길어지겠네요. 본가 온 김에 애들하고 좀 마시고 싶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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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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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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