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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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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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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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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43

DUMMY

새삼스럽지만 사람은 잡식성이다.


최근에야 밥과 고기, 채소를 조화롭게 먹는다지만 예전에 그런게 있겠나? 그냥 있는 거 없는 거 대강대강 차려서 먹는 거지?


심지어 그 상황이 기근이라면 진짜 가릴 게 없다. 나무의 속껍질, 무엇인지 모를 들짐승, 고운 흙까지. 문자 그대로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면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 잘난 중화의 백성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모든 이들이 굶주린 것도 아니고 모든 지역이 굶주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일념 아래에 중화의 백성들은 뭐든지 입에 집어 넣었다.


힘이 없는 자들은 이런저런 풀뿌리나 나무껍질을, 힘이 좀 남아있는 자들은 작은 동물들, 그래 이를테면 쥐라던지, 혹은 참새라던지.



=====



의외인 사실이지만 고구려에서는 총기의 무서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뢰포에 묻혀서 경시당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까놓고 말하면 그렇지 않은가. 400mm 구경의 비뢰포의 포성과 그 파괴력은 겨우 16.5mm 구경의 총탄의 연기와 파괴력은 ‘따위’로 만들기에 차고도 넘쳤다. 그리고 총을 경험한 병사들은 대부분 저세상으로 떠났거나 포로가 되어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소문이 덜 퍼진 것도 있었고.


그리하여 태왕, 고연후는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다.


구경 16.5mm, 무게 5.9kg, 전장 138cm의 나무작대기와 임시로 만들었다고는 하나 콘크리트 벽과의 조합을.


사실 이 최-태규 소총이라 불리우는 제식명 1식 소총은 여러모로 애매한 총기였다. 아르케부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렇다고 머스킷치고는 위력이 부족하고 너무 가벼웠다. 물론 이 애매함이 지영이 추구한 정답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화승총이 처음 나왔을 때의 무장은 이미 판금 갑옷이 보편화되었을 때의 일이다. 즉, 판금 갑옷을 관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그에 따라 구경이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긴 했다. 심지어 그러고도 판금 갑옷은 일정 조건에서 화승총탄을 막아냈다!


그런데 현시대에 그런 괴물 같은 갑옷이 있던가? 아니, 없다. 전신 판금 갑옷은 고사하고 고작해야 흉갑 조차 양산형으로 겨우 백몇 개를 찍어내서 시험적으로 창기병을 운용한 것이 전부다.


그 이외에는 찰갑이나 판갑 등의 갑옷을 입고 있을 뿐, 심지어 두정갑도 발해군과 일본군에서나 사용할 뿐이라 그 정도로 관통력이 강한 총이 필요 없었다.


즉, 제아무리 중갑이라 할지라도 16.5mm의 관통력이라면 뚫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많이 커졌다고는 해도 작은 동양인의 체구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했고.


아무튼, 예로부터 원거리 투사 병기와 엄폐물의 조합은 든든한 국밥 같은 존재였다. 특히나 한반도 같은 지형에서는 아주 지독하게도 침략군을 괴롭혔고 이제 최신형 투사 병기인 1식 소총과 최신형 엄폐물인 콘크리트 방벽은 고구려군을 차분히 갈아 마셨다.


“방패, 방패를 들란 말이다!”


“폐하, 아군 병사들은 방패를 들고도 꿰뚫리고 있습니다.”


방패를 온통 철로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나무와 가죽, 거기에 철로 테두리를 보강한 방패 따위에 총알이 막힐 이유가 없었다. 어지간한 양산형 판금 갑옷도 저세상으로 보내버린 총의, 화약 병기의 위엄은 고작해야 그런 조잡한 방어로는 막을 수 없었다.


총탄에 고구려군의 진격이 돈좌되자 방벽 뒤에서는 질세라 화살이 빗발치듯 날았다.


“장군, 굳이 화살을 쓰시는 이유가...?”


“아군의 보급품로와 보급품은 한정되어 있다. 굳이 경갑, 혹은 갑옷조차 입지 않은 징집병을 상대로 총탄을 낭비하지 마라.”


견훤의 생각은 정확한 것이어서 작은 애기살은 고구려군의 경보병과 징집병들에게 말 그대로 지옥의 비를 선사했다. 그나마 경보병들은 훈련받은 이들이라 피하거나 막는 것이 제한적으로 가능했지만, 무지렁이 징집병들에게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으니.


“... 후퇴해라.”


결국 발해군의 화망을 견디지 못한 고연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후퇴를 선언했다.


“그래도 적의 포는 없는 모양이다.”


이번 전투에서 포병은 단 한 차례도 불을 뿜지 않았다. 그렇다면 희망이 있다. 공성병기가 곧 온다면 희생이야 있겠지만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을 테니까. 완공된 지 얼마 안 된 성벽이 튼튼해봐야 얼마나 튼튼하겠는가?


대략 오 일 뒤 공성 병기가 도착하자 고연후는 자신 있게 공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견훤은 낄낄대며 비뢰포로 공성 병기를 하나하나 저격하기 시작했고.


“으아악, 저 포병! 없다고 하지 않았나!”


‘정확힌 폐하께서 그러셨죠.’


비뢰포의 명중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화망을 형성하면 충분히 그 구역을 작살낼 수 있었다. 그리고 400mm에서 나오는 살상반경도 무시할 것이 못 되었고.


강력한 폭발은 공성 병기를 한낱 땔감으로 만드는데 하나의 부족함도 없었다.


“썩을...”


“아, 잘 들으세요. 선생은 앞으로 공성을 할 수 없어요.”


지금의 콘크리트는 현대의 콘크리트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조악하다. 현대의 콘크리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하? 저딴 게 내 조상이라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하지만 어쨌건 콘크리트의 직계 조상이었고 썩어도 준치라고 일단 콘크리트의 이름을 달고 콘크리트의 주성분은 들어가긴 했다. 다시 말해 지금 이렇게 시간이 가고 있는 도중에도 효율이야 떨어지지만, 콘크리트는 조금씩 양생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걸 고연후가 알 리가 없었지만.


“가짜 병기를 만들어라! 적의 탄을 소모시켜야 한다!”


포탄이 없을 것이라는 고연후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렇다고 보급로와 보급물자가 불안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빗나가지는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보자면 위력적인 비뢰포탄을 쓸모없는 땔감에 빼고 진짜 공성 병기를 투입해 밀어버린다는 고연후의 생각은 영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저 짜증 나는 거대 풍등(열기구)도 뜨지 않고 있으니


“이건 망원경이라는 물건입니다. 멀리 볼 수 있고 저건 빌어먹을 땔감에 불과하군요.”


거짓말처럼 비뢰포의 포격이 뚝 멈추자 고연후는 되래 당황했다.


“뭐야, 왜 안 쏘는데?”


“포탄이 떨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포탄으로 저번과 같은 포격을 했다고? 믿기 힘든데...”


고연후는 미심쩍어하면서도 공성 병기를 하나둘 슬금슬금 밀어 넣었다. 여기서 하나둘은 묘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 개, 두 개를 밀어 넣었다는 의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발해의 포병은 아직 여력이 있다고 봐야 했다. 지금 불을 뿜지 않는 건, 틀림없이 공성 병기를 전면에 투입하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 테니. 소수로, 다방면으로 투입해 공격하는 편이 현명했다.


“좋아, 적의 공성 병기가 분산되었다.”


이래 봬도 발해의 군용 콘크리트 벽돌은 안에 철근이 들어간 튼튼한 물건이었다. 물론 통짜로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야전에서 빠르게 어느 정도 견고한 요새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그럼 뭘 하실 겁니까?”


“그거야 간단하지.”


견훤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전략을 밝혔다.


“시간을 번다”



=====



“발해가 거부했습니다.”


“흥, 거만한 놈들 같으니! 상관없다. 어차피 거절할 것은 알고 있었으니.”


애당초 명분 쌓기 용도로 보낸 것에 불과했다. 저들이 뭐라 보냈건 서신은 위조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말이라면 날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식량이 도착하는 즉시 원군을 보내라. 지금이야 우리 군이 식량이 부족해 이 모양이지만 가서 밥 잘 먹고 싸우면 다를 테니.”


유인공은 진심으로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 노룡절도사의 병력은 기본적으로 베이징 일대와 요동 인근에서 뽑고 활동한 병력이다. 당연하게도 그 지방 인근의 이민족들과 크고 작은 전투를 겪었다. 물론, 파견하는 병력 중에 그런 정예병은 소수겠지만 그래도 이 지역의 사람들은 강했다.


즉, 파견하는 병력은 최정예 전투원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맥없이 쓰러질만한 그런 병력도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중화인 특유의 자존심이 겹쳐지니(사실 아예 근거가 없지도 않다. 결국 고구려는 당나라에 망한 전적이 있으니) 이런 판단과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



“우리도 전쟁에 나가라는군”


“분명 세 개 여단만 차출하기로 되어있지 않았습니까?”


“정규 차출은 아닌 모양이지만...”


“거부하시지요. 우리로선 충분한 충성을 바쳤다고 봅니다.”


중앙집권하면 발해, 발해하면 중앙집권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그건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상식적으로 이 시대의 국가가 전 국토를 중앙집권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실상 발해가 중앙집권을 실시하는 지역은 발해 11도 중에 7개 도에 불과했다.


먼저, 연해도. 여기는 도지사만큼이나 부족장의 입김이 강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부족장의 대표 두 명을 각각 특별도지사와 특별부지사로 임명하고 있었다.


그다음 북해도. 정식 명칭은 북해자치도다. 당연하겠지만 여기도 도지사의 입김이 상당히 강했고 자치권도 넓은 범위에서 주어져 있었다.


다음 강원도. 의아할 수 있겠지만 강원도는 놀랍게도 정식 명칭은 강원자치도다. 발해로서는 탄광과 한강을 타고 이어지는 삼림 자원 정도만 건지면 그만인 강원도에 굳이 비용과 인력을 부으면서 중앙집권을 빡세게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재정도 만만치 않았고. 그 덕에 강원도는 경기도 바로 옆임에도 강원자치도가 되었다.


마지막, 대만도. 정확히는 대만과 유구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으로서 여기는 아예 총독이 통치한다. 사실상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왕과 같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고 본토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탓에 대단히 넓은 범위의 자치권이 주어져 있었다.


아무튼, 상황이 이러니 발해는 연해도의 병력을 본토의 병력 차출하듯이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할 수 있는데 그 뒷감당이 크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그리고 연해도민의 인구와 그 사회구조를 생각해 볼 때 세 개 여단 규모의 기병을 차출했으면 적지 않게 차출해준 것이기도 하다. 앞에서 칼 빼 들고 ‘니들 우리한테 왜 그러냐?’라고 하지는 못해도 뒤에서 ‘에이, 우리 많이 했는데 좀 섭섭하네.’라고 할 만한 자격은 있었다, 그게 어떻게 보일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흠, 그래도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인데 우선 자세히 보고 결정하지.”


작가의말

아르케부스: 우리가 흔히 아는 조총

머스킷: 우리가 아는 브라운 베스 같은 머스킷. 초창기에는 지지대를 이용해 사격해야 했음.

총기 개발기술이 발달하며 머스킷이 아르케부스와 무게가 같게 되자 아르케부스는 사라집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발해의 소총이 k1 소총의 개머리판을 사용하고 구경도 살짝 작음에도 6kg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건 발해의 총기 개발 기술이 부족함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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