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073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4.01.04 15:00
조회
84
추천
2
글자
11쪽

남북전쟁26

DUMMY

“...”


“...”


“음···.”


지영도, 김선예도, 근위여단장도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노려보았다.


발해군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갇혔다’라는 말이 가장 적당하리라. 근위여단에 2군단, 대략 2만의 군대가 완전히 포위되었다.


갇히는 것 정도야 어느정도 예상한 것이었지만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은 확실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아군이 곧 올 것이오.”


지영이 애써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해 운을 떼었으나 사실은 본인도 알고 있었다. 이미 작전은 실패했다.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지만 고구려군의 주력을 일거에 포위 섬멸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은 이미 물거품이 된 지 오래였다.


“우선 성벽 보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 말이 옳소. 내 특히 신경 쓰지.”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싸늘한 공기만이 맴돌았다.


지영이야 괜히 말을 꺼냈다가 일이 애매하게 꼬여 이 지경이 되었으니 무언가 말을 꺼내기가 새삼 미안했던 탓이고 김선예야 한번에 네 개에서 다섯 개 대대 규모의 사상자가 생겼으니 착잡한 마음에 끙끙 앓고 있었으며 근위여단장이야 애초에 호위병력이라는 개념이 더 강해서 전쟁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는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이 특별히 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까··· 일단 큰일이 나서 모이긴 했는데 정작 할 것도, 할 말도 없는 그런 상황인 셈.


솔직히 말해서 성안에서 성 밖을 공격하는 것도 힘들다. 왜? 문은 정해져 있으니까! 좁은 문에서 우르르 나오는 군대를 상대하는 것만큼 쉬운 게 어디 있다고? 그나마 성벽에서 아군의 지원사격이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300m 정도만 멀어져 포위해도 어지간한 화살은 닿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결국 공격자가 제대로 대처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진을 펼친 군대와 진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한 군대의 대결이 되어버리는데··· 이게 될 리가 없지.


할 일이라곤 식량 분배 잘하기, 화약무기 분배 잘하기, 성벽 보수하기 정도가 고작이고 이는 사실 이전부터 하고 있던 것이라 특별히 건드릴 것도 없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어떤가?”


지영이 고민 끝에 쥐어짜낸 새로운 화제에 두 사람 모두 얼굴을 반색하며 달라들었다. 사실 이 문제는 이 어색함을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문제긴 했다. 방어자의 사기 문제는 곧 수성전의 성패로 갈리니까.


“다행히 전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하.”


“근위 여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다행이군.”


“다만 사상자가 발생해 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간단한 의료시설부터 시체를 처리할 곳까지, 전부 다 말입니다.”


지영은 난색을 표했다.


전부 다?


지금 건안성은 일종의 포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우선 주변 주민들이 전부 건안성에 들어와 있었고 추가로 발해군까지 들어와서 살고 있으니 아주 북적북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저 역시 내키진 않지만, 징발이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필요한 공간을 재량껏 활용하게. 정 불만을 품는다면 의료시설 일부를 개방하는 것으로도 대처할 수 있겠지···.”


발해군의 의무병들은 상당히 잘 교육받은 이들이었다.


지영이 보니 전투중에 칼 맞아 죽는 사람 못지않게 무슨 되도 않는 병이나 상처가 악화되어 죽는 경우가 더 많더라.


여러 번 언급된 사실이지만 발해군은 나름대로 고급인력이었고 지영은 이를 헛되게 소모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학교 확장을 했을 때도 제일 먼저 한 것이 바로 인천 의학 대학교 설립 아닌가. 물론 대전 과학 대학교와 포항 철강 대학교와 함께 세워진 것이긴 하지만 1차 3개 대학교 설립목록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학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다.


아무튼 발해의 군의관, 의무병들은 의대에서 특별 과정을 거친 이들이니 실력이야 입증된 이들일 터. 그걸 고구려인들이 알 리는 없지만 그래도 치료해준다고 하면 싫어할 리가 없으니 내부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거란 질랄부



“흠, 역시 발해는 강한 나라로군. 굳이 고구려의 편을 들지 않고 관망한 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소.”


“실례지만 대인, 어떤 부분에서 그리 판단하셨습니까?”


한 부하의 말에 야율아보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곧 물건을 가져오게 했다.


“차? 그리고 이건 빵입니까?”


“그렇다네. 한번 먹어 보겠나?”


그가 먹어보니 각각 먹으면 빵은 좀 달고 퍽퍽한데 차는 약간 썼다. 그러니 이 둘을 함께 먹으면 퍽퍽함은 사라지고 단맛과 쓴맛이 나름대로 조화롭게 얽히니 그냥저냥 먹을만 하다 하겠다.


아, 그렇다고 사서 먹을 건 아니고. 차라리 사 먹을 거면 그 피자···? 라는 것이나 먹고 싶었다.


“이걸 전군에 보급했다는군. 그것도 정기적으로 말이오.”


2차대전 당시 롬멜이 미군 병사의 초코케이크를 보고 국력의 격차를 실감했다고 했던가. 그 사례와 지금의 사례는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발해 내부는 굉장히 잘살고 있다고 내 동생 놈이 편지를 보내왔소. 그들의 수도임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렇다곤 해도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렸다는 건 눈여겨볼 만하지.”


이 시대의 축제라는 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다. 거기에 인력도 사정없이 빨아먹는데 전쟁 중에 축제라? 발해가 여유롭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파운드 케이크(물론 거란은 이 명칭을 몰랐다.)와 차를 전군에 보급해? 한 사람당 한 개씩만 보급해도 십만 개는 족히 될 그걸?


과연 고구려군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그로서는 심히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애타게 오는 사신들을 좋게 돌려보내고 있었고.


“그들이 그리 강성하다면 동부를 노리긴 불가능하겠습니다.”


야율아보기는 쓴맛을 애써 삼키며 동의했다. 지금 고구려에 막혀서 동쪽으로 확장은 꿈도 못 꾸는데 그런 고구려를 쓸어버린 발해 상대로 동방 원정을 가겠다고? 아, 몸에 숨구멍이 여러 개 뚫리고 싶다는 뜻인가?


“오히려 그들이 중원을 노리지 않을지요. 그리한다면···.”


발해가 중원을 노린다.


그리된다면 거란은 아마 몇 세기는 중원을 노리지 못하리라. 그러면 차라리 고구려를 도와 발해를 막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제안이었지만 야율아보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발해왕의 친서가 있노라. 그가 말하길 약간의 토지만 양도해 준다면 중원에 개입하지 않는다 하더군.”


“약간의 토지라 하시면?”


야율아보기는 조용히 칼로 지도를 짚었고 그에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거란의 시점으로 보자면 거대한 땅이긴 한데 중원에서 놓고 보자면 솔직히 못 떼어줄 땅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도의 땅으로 동방에 든든한 우방을 만들고 전선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나았다.


“그를 믿을 수 있습니까?”


“이 친서는 믿을 수 있지.”


발해왕 이지영은 명분을 중요시하는 자. 그리고 굉장히 현명한 자였다. 과연 그가 고구려의 땅을 완전히 집어삼키기 전에 중원 공략을 나서고자 할지도 의문이었다. 아마 이 친서도 그러한 내용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맞았다. 동생놈이 가져온 정보에도 비슷하게 적혀 있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재는 발해만이 거란의 식량난을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앞으로 사신이 오더라도 이에 응하지 마라. 우린 중립을 지킨다.”



발해 건안성



고립 1일 차, 발해군은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성 내에서 약간의 소요사태가 있었으나 의료지원단의 활약으로 민심이 누그러졌고 성벽 역시 수월하게 보수되어가고 있었다.


고립 2일 차, 고구려군의 추가 원군이 도착했다. 이제 자력으로 성을 탈출할 가능성은 완전히 0이 되었다.


고립 3일 차, 적의 투석기가 활동을 시작했다. 약화된 성벽에 공격이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은 잘 막아내고 있다. 다만 성 내부의 자원은 한계가 있으니 하루빨리 원군이 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고립 5일 차, 적의 충차가 활동을 개시했다. 충차 자체는 잘 막아내고 있지만 적이 성벽에 올라오는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고립 7일 차, 성벽 일부분이 점령당하는 아찔한 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금방 제압되었고 다시 방어를 굳혔지만, 점차 힘겹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사령관은 아직이랍니까?”


“... 모르지 우리야.”


의주에 위치한 사령관 아자개의 소식을 고립된 건안성에서 알 리가 없었다.


“아니 그래도 약속한 시간이라던지 있지 않습니까?”


“있긴 한데 그게 미루어지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군.”


지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준비한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성 내부의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은데.”


“저들은 밤에도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분명 많은 피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분명 그렇겠지. 하지만 이걸 이용한다면 어떨까 싶네만.”


지영이 조심스레 내놓은 물건은 글라이더였다.


“이걸 사람이 타고 하늘을 난다는 겁니까?”


김선예의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시선에 지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타고 하늘을 난다고? 뭐···. 성벽 위에서 시도하면 난다기보다는 천천히 낙하한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그리고 뭐 운 좋게 상승기류를 타고 좀 더 멀리 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착륙은? 그나마 운 좋게 숲속에 떨어진다면 비거의 날개가 이리저리 걸리고 하면서 살겠지만, 그냥 바닥이면 그대로 인생을 하직하는 꼴이었다.


“무인일세. 그냥 소식만 전해 날리는 거지. 여기서 상륙 거점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다행히 보급품은 풍족하니 몇 가지 시제품을 만들어 보았네.”


그 말대로 공터에는 정말 가지각색의 비거들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는 화약 추진체를 사용하는 비거까지 있었으니 나름대로 지영도 이래저래 머리를 굴렸다 볼 수 있겠다.


“아니면 이것들을 미끼로 사용하고 전령을 몰래 보낼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우선 이 비거만 보내보도록 하지. 한 열 몇 개 날리면 그중 하나는 상륙 거점까지 갈 수 있지 않겠나.”


김선예는 그럴듯하다고 여겨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왜인지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것이 좀 신나는 것 같기도 했고.


작가의말

'낭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3/6) +1 24.03.06 22 0 -
공지 휴재공지 +2 24.02.06 35 0 -
공지 리메이크본 연재에 대하여 23.08.19 211 0 -
공지 대충 지도랑 국기 모아놓는 그런 곳 v23.03.31 22.11.05 2,508 0 -
298 남북전쟁49 24.04.22 34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8 1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51 1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44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8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2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4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2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8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0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5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2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 남북전쟁26 +2 24.01.04 84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1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