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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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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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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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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북전쟁32

DUMMY

“적들이 이미 대비를 하고 있군.”


“어찌합니까.”


사령관 아자개는 보고 있던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물었다.


“저기 보이는 저... 강은...”


“요하입니다. 충분한 장비가 없다면 도하가 불가능하겠군요.”


“과연 그렇군. 강 곳곳에 무언가가 설치되어 있네. 아마 다리겠지. 그렇다면 적은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인가?”


“그렇긴 합니다만 조사 당시에는 하류로 내려간다면 도하가 수월한 가능한 곳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들의 포진을 보면 그걸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군. 좋은 정보가 되었네, 정통참모. 총참모장, 대열을 갖추게. 포대를 활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겠나?”


“다연장포는 가능하겠습니다만 비뢰포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선 해보겠습니다.”


“그래, 기병군단에 통신병을 보내게. ‘가능하면 지정된 구역에서 활동하되 비상시 군단장의 재량 하에 기동 가능’ 이라고.”


“예, 사령관!”


양군이 꾸물거리며 대열을 갖추고 정찰기는 슬그머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총포가 있었다면 격추될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화살 정도로는 닿지도 못했기에 그들은 자신의 할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흠, 뒤에 요하가 있으니 저들의 기동은 제한될 터... 약점을 찾아 계속 선회하며 기동하게. 건안성도 다행히 우리의 것이니 계속 선회하면 불리해지는 것은 저들일 테지. 항상 기병 돌격에 유의하고.”


“알겠습니다, 참모장님!”


활에 통아를 끼운 궁수를 선두로 갑옷을 든든하게 껴입고 할버드를 든 창병과 그 사이사이를 검과 방패를 든 보병이 천천히 뒤따르자 고구려군도 그에 맞춰 조금씩 전열을 움직였다.

(이름은 통아지만 전통적인 통아는 아니다. 모습이 알고 싶다면 유튜브의 The Super Tong-Ah 영상을 참고하자. 그 외에도 생각보다 통아의 개량형들이 많이 보인다.)


“사령관님. 생각보다 땅이 질척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시고 지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자개가 보니 확실히 군화에 진흙이 조금씩 묻어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비뢰포병들은 무거운 쇳덩어리를 나르느라 ‘씨발’과 ‘좆같네’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고 다연장포병들은 바퀴의 나무살이 부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굴려보고 있었다.


“기병도 기동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르겠군.”


멀쩡한 길도 진흙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게 군대 아닌가. 하물며 여기엔 양군 합쳐서 못해도 십오만의 병력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얼었던 것도 군화발로 녹여버리고 멀쩡한 땅도 질척이게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대회전을 벌이라고? 병사들의 체력이 받쳐줄지나 모르겠군.”


하물며 쉬고 움직이는 거면 또 몰라. 배에서 내려 여기에 온 뒤 바로 전투를 준비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질척일지도 모를 진흙 밭에서 최소 10kg에서 20kg는 될 갑옷과 무기를 바리바리 싸고 기동하며 전투를 하라니? 발해군이 아무리 정예라고는 하나 결국엔 사람, 체력이 못 견딜 게 뻔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사령관님. 적에게도 불리한 점이 분명 있겠지만 이 환경은 아군에게 더 불리한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오늘 전투는 하지 않는 것으로 하시지요.”


“전하께서 기다리실텐데.”


“건안성의 방비는 단단해 보입니다. 하루이틀로 판가름나지는 않겠죠. 그리고 성 안에서도 아군을 발견했으니 사기 문제도 해결되었을 겁니다.”


“... 고려해두지. 우선 신호는 보내게.”


아자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각 여단에 ‘병사들의 체력을 안배할 것’이라는 명령을 내리며 전장을 관조했다.


사정은 고구려라고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고구려측이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썩을, 이런 상태에서 기병이 제대로 달릴수나 있겠나!”


“그것도 그거지만 아군도 지친 상태 아닙니까. 저들이 들이닥친다면 큰 피해를 볼 겁니다.”


애당초 고구려군은 여기서 먼저 작전을 했고 심지어 비올 때 군대를 밀어 넣어 땅을 온통 헤집어놓았다. 거기에 포탄에 노포까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공성차까지 끌어버리니 크고 작은 웅덩이가 속도 모르고 태양을 비추며 반짝이고 있었다.


“신병을 뒤로 물리고 고참을 앞세우게. 저들은 우리의 약한 부분을 치고 올 테니. 기병대는 계속 적 기병을 견제하고!”


“예, 장군!”


“...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그것이...”


“괜찮으니 말해 보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군이 너무 불리합니다.”


“흠”


그가 지적한 문제는 길림 역시 알고 있었다. 몇 만일지도 모르는 적군과 대치함과 동시에 약 2~3만명이 주둔하는 건안성의 포위 역시 소홀히 할 수는 없었으니. 그뿐인가? 퇴각할 길도 지켜야 하니 병력이 많다 한들 이리저리 찢어져 정작 회전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제한되어 있었다.


“차라리 군을 물리시지요. 이제 건안을 단기간에 되찾기는 글렀습니다. 차라리 요하 이북에 방어선을 치고 적을 막으시지요. 이제 강도 녹았으니 야음을 틈타 후퇴하고 다리를 불태운다면...”


“우회할 방도도 있을 터인데.”


“물론 그렇습니다만 대군이나 대규모 보급이 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기에 적이 우리의 후방을 잡아도 아군은 안시성에서 원군이 오는게 가능하니 충분히 대처가 가능합니다.”


길림이 가만히 살피니 다행히도 적 역시 체력 안배를 위해 기동에 제한을 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적 역시 지금 회전을 벌이는 것을 껄끄러워 한다는 뜻일 터였다.


“그대의 말이 매우 옳다. 야음을 틈타 후퇴한다. 어차피 짐은 대강 싸 놨지 않나?”


“그렇습니다. 태왕께서 후퇴하신 뒤로 저희 역시 빠르게 후퇴할 준비를 다 했습니다.”


“좋아.”


그렇게 양 지휘관의 이해관계가 대강 맞아떨어지니 다음날 발해군이 맞이한 풍경은 아무도 없는, 정확히는 발해군 이외엔 아무도 없는 건안성 인근의 모습이었다.


“요하 이북이라?”


“예, 전하. 아예 강을 이중으로 끼고 진을 쳤습니다. 주변 지형은... 음, 대군이 통과하기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며칠 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만.”


“뚫어야겠군.”


“예, 뚫어야 합니다.”


“강의 넓이는?”


“못해도 300m는 되보입니다. 물론 강폭이 좁은 곳이 있기도 합니다만.”


“여기는 강 하류고... 물이 짠 하고 증발하는 게 아닌 이상은 강폭이 좁고 수량이 그대로면 존나게 깊겠군. 도섭은 도저히 무리겠어.”


지영은 혀를 쯧 찼다. 여기서 강이 얼기를 바라는 건 너무 도둑놈 심보겠지. 설령 언다고 해도 몇 만의 대군이 건널 정도로 견고하게 얼지도 의문이었고.


“여기는 다 평지라서 우회해도 다 보입니다. 그나마 도하가 가능한 곳은 건안성에서 대략 5km 떨어진 이곳 정도가 할 만할 것 같습니다. 강폭이 수십 미터가 채 안 되니 도하가 편할 겁니다. 자세히 조사하면 도섭이 가능한 곳 역시 찾을 수 있을수도 있고요.”


“알겠네. 상의해서 병력을 배치하고 휴식 후 공세를 취하도록 하게.”


“명, 받듭니다.”



서울특별시 서울 중앙 조병창 설계국


“다들 그간의 전투기록은 다 숙지하셨을 겁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조병창장 김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화기개발연구소가 해체되고 그 인원들은 각기 서울 중앙 조병창, 인천 해군 조선소, 부산 해군 조선소, 평양 조병창 등으로 배속되었다.


화기개발연구소의 규모가 워낙에 비대하기도 했고 신무기도 개발해야 했고 전시의 생산도 감독하고 지휘해야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차피 조병창이나 해군 조선소도 엄밀히 따지면 국방과학연구소 소속이라 큰 문제도 없었고.

(그 규모가 국방과학연구소 뺨치는 수준이었으니 말 다했다. 참고로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원만 250명이 넘는 발해 최대 규모의 연구소다.)


“지금까지 육군에서 요구한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비뢰포와 유사한, 고각의 소구경 작열탄을 활용한 대포, 둘째는 직사로 활용해 대인, 대물 모두 용이하며 기동력을 확보한 경포, 셋째는 비뢰포와 비슷하되 사거리가 길고 작열탄을 사용 가능한 대포, 넷째는 더 긴 사거리의 다연장포. 이상입니다.”


요약하면 박격포, 야포, 곡사포, 다연장포를 만들어내라는 요구였다.


“첫째와 둘째는 빠르게 해결이 가능합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대포 연구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으며 첫째 조건은 비뢰포를 축소하고 고각 사격만 가능하게 한다면야...”


“문제는 셋째와 넷째 아니겠어요? 비뢰포와 비슷한 성질을 띄는 사거리가 긴 대포라... 아마 전하께서 구상하신 곡사포의 개념이 거기에 들어맞는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말은 쉬웠다. 총기를 만들면서 ‘직접적인’점화 없이도 열기만으로 충분히 화약을 점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비뢰포는 2단 점화를 하지 않고 발포하는 대포였다.

(비격진천뢰가 대표적인 2단 점화를 하는 작열탄이다. 심지에 불 한번 붙이고 대포 화약에 불을 붙여서 발포하는)


“비뢰포야 구경장이 기껏해야 3 혹은 그 이하이니 포탄이 받는 압력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긴 하지만요 곡사포는... 그게 아니잖아요? 이건 포탄 제조 기술이 아무래도 좀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만들고 터뜨리고 해야 할 텐데 이걸 단기간에 하긴 무리죠.”


“음...”


“그뿐인가요? 구경장이 길면 그만큼 사거리나 탄도야 좋아지겠지만 그만큼 대포 자체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죠. 청동 대포야 약간의 진전이 있지만 철제 대포는 아직도... 무리가 있지 않나요?”


그녀의 말대로 발해의 강철 생산은 기본적으로 초강법을 개량한 저품질의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것과 도가니법을 이용한 고품질의 강철을 소량생산 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건만 된다면 주철 대포 생산을 노려봄직 했으나 주철 대포는 특수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했고 발해는 아예 포기하고 처음부터 강철 대포 생산을 목표로 했었다.


그래, 했‘었’다. 이 강철 대포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강철의 품질 문제, 둘째는 주물의 문제.


우선 초강법을 개량했다고 해도 여전히 품질은 들쭉날쭉했다. 냉병기를 만들 때야 크게 부각되는 단점은 아니었지만 대포를 만드려고 하니 어느 부분은 튼튼하고, 어느 부분은 주철에 가깝고 이래버리니 대포가 제대로 만들어질 리가 있나.


그리고 주물도 문제였는데 주물을 만들고 쇳물을 부을 때까진 좋았지만 식히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잘못 식히면 강철 대포가 와장창 깨져버리는데 발해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주철에 비해 강철은 냉각 시 수축률이 훨씬 크다. 이게 균일하게 수축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두 문제에 더해 발해의 강철 수요가 급증하니 그 비싼 강철을 몇 톤씩 부어가며 실험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건 당연했다. 아무리 대량생산을 한다지만 강철이 주철보다 쌀 리가 없지 않나.


“그건 그렇네만 우선 요구사항이 들어왔으니 아예 반영을 안할 순 없네.”


결국 발해의 좋은 전통문화인 야근을 해야 한다는 뜻에 연구원 일동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강철제 대포가 19세기 되서야 나온 이유입니다.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강철을 대포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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