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132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12.17 20:52
조회
99
추천
2
글자
11쪽

남북전쟁21

DUMMY

“적의 공성차다, 공성차를 노려라!”


온갖 불붙은 것들의 방해에도 공성차는 간지럽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성벽 근처로 다가왔다.


“장군!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불화살론 역부족입니다!”


“사람, 사람을 노려라! 끌 사람이 없다면 공성차가 무슨 소용이냐?”


사람을 노리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증기 엔진이 있었다면 공성차 스스로 움직이는 세기의 기적을 선보이겠으나 지금의 증기기관은 방직기와 방적기 하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무슨.


하지만 발해군에는 든든한 방벽 하나가 있으니-


“방패차 투입. 공성차 전방에서 적의 화살을 막아라.”


“옛, 방패차 투입하라!”


그건 바로 끄는 방패, 방패차였다. 활을 잘 쏘는 동아시아의 특성상 방패차는 나름 만들기도 쉽고 효과도 준수한 존재였다. 거기에 가격조차 싸니 이래저래 찍어나 써먹을 만했다.


한 공성차당 여섯 개의 방패 차가 달라붙어 화살로부터 보호하니 공성차의 속도가 다시금 원 상태를 되찾기 시작했다.


“충차도 투입해라, 한꺼번에 밀어붙인다.”


“예, 전하!”


충차가 꾸물거리며 전진하자 고구려군도 이를 바로 눈치챘다. 위에서 훤히 보이니 싫어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충차···?”


충차는 가까이 오지도 못할 텐데 왜 충차를 꺼냈지?


옹성은 멋으로 있는 게 아니다. 가까이 와도 충차에 사격이 집중될 테니 와도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고 옹성이라는 물리적 방벽에 가로막혀 오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저건···. 설마! 충차! 적의 충차를 집중적으로 노려라!”


“예? 하지만...”


“바보 같은 놈! 적은 폭발을 일으키는 무기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적이 바보가 아니라면 충차 안에 무엇을 숨겼겠나!”


부관의 얼굴이 방금 막 락스에 빤 흰옷처럼 새하얗게 뜨자 그는 더욱 다급해졌다. 아, 지금 이럴 시간이 없는데!


성문을 보강했다지만 저만한 폭발력을 가진 병기를 얼마나 막아줄지 의문이었다. 아마 몇 번의 폭발로 성문과 성벽 일부가 허물어질 텐데.


“막아라, 당장 막아!”


과연, 충차를 박살 내니 무언가 안고 있는 병사가 죽어있었다.


“충차다, 충차가 무조건 일 순위다!”


이 소식을 전해 받은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은 전해져 있는데 명백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 성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병기가 온다니. 근데 그게 화약이 든 충차인지 아닌지는 또 어떻게 알고?


결국엔 공성차와 사다리의 접근을 허락해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지영이 의도한 바였다. 알면 뭐 어쩔 건데? 어쨌건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거늘.


적의 움직임을 예측해 대응할 수는 없으니 적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보급품이 충분하다지만 화약량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 화약을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성문 부수기에 쓰겠다고? 가다가 죽지 않을까? 물론 쓰려면 쓰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그리고...


쿠웅!


“내려라!”


“돌격!”


우리의 공성차가 적의 성벽에 진입했다. 이젠 고도의 열세를 약간이나마 만회할 수 있겠지.


성벽 위에서 검과 도, 도끼와 둔기, 편곤과 창이 오가며 훈훈한 열기의 피를 주고받을 무렵 외곽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쨌건 고구려군은 병력의 우위를 살려 전방위로 압박해 발해군을 섬멸하고 가능하다면 왕을 생포, 그게 아니라면 사살해야 했으며 발해군은 지영이 성을 떨어뜨릴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버티며 왕을 지켜야 했으니 서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총 서른두 문의 비뢰포와 기병이 넘지 못하게 설계된 거마작, 곳곳에 배치된 목제 방벽과 모래주머니로 이루어진 방벽 등,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요새화된 발해군을 뚫으려는 고구려군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침착하게, 사방에서 압박하라! 그러면 발해군도 힘을 쓰지 못할 터!”


“포병의 화력을 더욱 집중하라 해라! 적이 균질한 포위망을 형성하지 못하게!”


서로 노리는 걸 알고 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대응책도 바로바로 나왔다. 그러니 시간은 질질 끌리고 성과는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좋아, 우린 성과가 없어도 된다. 버티는 게 성과다.”


애초에 목표가 방어 아닌가. 성을 떨어뜨리고 나서 공세로 전환해도 충분했다. 그리고 발해군도 전력을 집중시키기가 영 애매한 상황이기도 했고.


“아직은 여유롭겠지만···. 건안성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


건안성이 버틴다는 가정하에 사실 고구려군은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두기만 해도 식량을 소비하다 나서야 할 텐데 굳이 먼저?


하지만 성은 완전히 개조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수비력에 약간의 의문 부호가 있는 게 사실이라 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성전은 반 정도는 심리전인지라 우리가 너흴 구하려 한다는 액션 정도는 취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힘을 얻어서 버티든 말든 하지.


“계속 조이게. 적이 외부와 연결하지 못하게.”


...


왕이 미쳤다.


발해 역사상 희대의 발언을 내뱉은 아자개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발언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잔뜩 생겼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전하께서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되겠다?”


“크흠, 거 말을 좀.”


“미친놈보다는 낫지요. 하여간 일 하나 제대로 났군요.”


지영이 어떤 왕이던가.


발해에서 신왕이라 불리우는 왕이다. 타국의 군주와는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국내에 행사하는 유일무이한 왕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왕이 미끼를 자처해?


“크흠, 전하께서 짜신 작전안은 분명 합리적이긴 합니다. 미끼의 주체만 제외하면요.”


일단 고구려는 장기전을 하기가 어렵다. 정확히는 할수록 불리해진다.


발해는 전부 쥐어짜면 10년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당한 값을 치르고 구매한 식량도 있거니와 애당초 발해의 영토에서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비상금으로 상당한 규모의 금과 은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는 발해의 공작으로 식량 사정에 분명한 타격을 입었고 고구려의 영토에서 전쟁중이며 발해가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고구려의 농토는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요동반도를 잃는다? 고구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고구려는 단기 결전을 원하며 요동반도의 단절을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 그런데 지영이 이 상황에서 요동반도로 건너가 직접 차단을 시도한다? 고구려로서는 함정을 의심하면서도 한 번은 도전해 볼 만했다.


걸린 상품이 너무 크지 않은가. 왕을 잡고 전쟁을 끝내고 오히려 한반도까지 먹어버릴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마침 요동과의 연결도 아직은 끊기지 않았으니 방어에 필요한 병력만 돌리고 건안으로 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건안 뒤에는 안시성-요동성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이 있으니 만일 일이 틀어진다고 해도 후퇴할 수 있을 수도 있고.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본관의 작전권을 존중했다는 것이지. 만일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기존에 하려던 대로 군을 이끌고 출발해도 괜찮다 하시더군.”


사실 지영으로서도 출발 전에 갑자기 떠오른 방안인지라 급하게 서신 하나 휘갈기고 간 터라 택할 방법이라곤 사령관의 재량에 맡기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자개와 그 외의 장군들은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었고.


“본관은 장군들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아무래도 만에 하나의 경우가 걱정되네. 다들 어찌 생각하나.”


“임금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2군단의 김선예 대장은 결코 녹록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라면 전하를 철통같이 지켜주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감히 옥체를 걸고 시도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전하께서 곧 국가이거늘 감히 국가를 걸고 도박을 한단 말입니까.”


“어허, 전하께서 그걸 모르셨겠소. 어지간히 다 계산을 하시지 않았을지.”


그 말에 장군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애매해졌다.


지영은 분명 계획적인 인간이라는 범주에 속하기야 한다. 어지간하면 계획을 짜고 그 계획대로 실행하려 하며 그게 제일 잘 드러나는 순간은 굵직굵직한 5개년 계획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지간하지 않으면 아주 기초적인 계획만 짜놓고 움직이는 사람이란 것이다. 실제로도 발상만 떠올리고 움직인 전적도 몇 번 있으니.


그리고 딱 봐라. 지금만 봐도 이거 급하게 짜낸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느라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체계적인 계획이 있었다면 적어도 며칠 전에 사령관과 단둘이 대화를 나눴겠지. 그나마 보급물자야 넉넉하게 가져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사령관님, 그리고 여러 선배 장성분들, 결정을 빠르게 내리셔야 합니다. 이미 고구려에도 이 소식이 들어가기엔 충분한 시간 아니었습니까?”


맞다. 시간이 끌리면 지영이 제안한 계획밖에는 선택지가 없어지게 된다.


“지금이 대략 9시···. 오늘 내로 회의를 끝내겠네. 다들 좋은 의견 내 주게.”


이들이 이렇게 혼란에 빠졌을 때 건안성의 김선예 역시 어처구니가 없어 지영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보람찬 하루 일과 끝내고 왔더니만 이 미친 왕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 뇌를 두세바퀴 돌린 후에야 무슨 이야기인지 깨달은 김선예는 소리있는 절규를 내질렀다.


“이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


“어허, 왕한테 말버릇하고는”


“제가 전하께 두들겨 맞은 기억이 워낙 많으니 하나 더 더하지요, 아니 것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겁니까?”


“말하지 않았나.”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장 돌아가십시오, 당장!”


“돌아가? 어디로? 길 다 막혔는데. 이거이거, 왕을 죽이려는 역적이로다. 여봐라, 금 부장”


아니, 죽을 길을 스스로 찾아오지 않았나. 그럼 왕이 역적이라는 소린데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김선예는 심히 의심스러워졌다.


“그놈의 금 부장 좀 그만 찾으십쇼. 아니, 애초에 금 부장이 누굽니까? 어디 부서 사람입니까?”


“흠, 그런 게 있다네. 그냥 적당히 흘려듣게. 아, 철퇴는 잘 가지고 있나?”


“아···. 항상 가지고 다니라 하셔서 들고 다니기야 합니다마는”


“음, 든든하군. 항상 철퇴를 기억하게나.”


확실히 철퇴는 든든한 느낌을 주긴 했다. 뭐, 눈앞의 국왕이란 사람은 다른 의미로 말한 것 같기는 한데 저게 하루 이틀이어야지.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험이 거의 막바지라 참... ㅠ

사실 비축분 3개 쌓여 있던 걸로 버티는 거라 이거 없었으면 휴재했을지도...


아무튼 시험은 곧 끝납니다. 마지막 남은 비축분은 수요일날 올리고 그 뒤로는 최대한 빨리 연재 주기 되찾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3/6) +1 24.03.06 23 0 -
공지 휴재공지 +2 24.02.06 35 0 -
공지 리메이크본 연재에 대하여 23.08.19 212 0 -
공지 대충 지도랑 국기 모아놓는 그런 곳 v23.03.31 22.11.05 2,510 0 -
298 남북전쟁49 24.04.22 36 1 11쪽
297 남북전쟁48 24.04.19 38 1 11쪽
296 남북전쟁47 24.04.16 51 1 11쪽
295 남북전쟁46 24.04.12 44 1 11쪽
294 남북전쟁45 24.04.08 51 1 11쪽
293 남북전쟁44 24.04.03 48 1 11쪽
292 남북전쟁43 24.03.30 52 1 11쪽
291 남북전쟁42 +2 24.03.26 55 1 11쪽
290 공지사항 +4 24.03.06 77 1 2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73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8 2 11쪽
287 남북전쟁39 +2 24.02.21 81 2 11쪽
286 남북전쟁38 +2 24.02.18 72 2 12쪽
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284 남북전쟁36 +2 24.02.11 74 2 11쪽
283 남북전쟁35 +2 24.02.04 89 2 11쪽
282 남북전쟁34 +2 24.01.31 83 2 11쪽
281 남북전쟁33 +2 24.01.29 83 2 11쪽
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9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6 2 11쪽
275 남북전쟁27 +2 24.01.10 87 2 11쪽
274 남북전쟁26 +2 24.01.04 85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92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