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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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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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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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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19

DUMMY

결과만 말하자면 견훤의 생각은 반만 맞아떨어졌다.


무수히 쏟아지는 수류탄의 세례에 고구려군은 우왕좌왕하면서도 발해군 진영으로 그 일부를 되돌려 던졌고 피해는 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문제는 한창 싸우는 발해군도 되돌아온 수류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식별할 방법이 없으니 자연히 진형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발해군이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그게 고구려군을 무너뜨리고 전진할 정도가 아니라 저울에 돌 몇 개 더 얹은 정도에 불과해서 서로 병력만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래도 영 효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적이 흔들리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측 피해도 덩달아 커지고 있지. 이걸 되돌려 던질 줄은 몰랐네만”


견훤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그냥 수류탄 던지면서 꾸역꾸역 밀어?


‘8 여단을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겠지.’


양길의 공작으로 수색에 병력을 더 할당하겠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겠고 적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데 거기에 여단 하나를 밀어 넣고 싶지는 않았다.


뚫릴 듯 뚫리지 않으니 이거 참 답답할 따름이었다. 결정적인 요소 하나만 잡으면 밀어 볼 만할 것 같은데···.


“일단 이대로 계속 밀어보게. 적이 생각이 있다면 우리와 소모전을 하진 않겠지.”


참호가 있다고 한들 이쪽엔 비뢰포와 다연장포가 있어 충분한 화력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소총에 일부는 되돌아오는 것 같지만 아무튼 수류탄도 있으니 화력 면에서 그야말로 압도적 우위인 데다 인구까지 발해가 많으니 바보같이 소모전을 하진 않겠지.


그 날 이후 발해군은 화력을 내세워 고구려군을 끔찍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동원된 화력 자체는 지난번의 전투들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로라고 한들 결국엔 길이 한정되어 있으니 고구려군이 체감하는 화력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1 연대는 뒤로, 2 연대 진격 준비!”


마치 파도가 차례로 밀려오듯 소총 부대, 척탄병과 창병, 검사들이 고구려군이라는 단단한 암벽을 쉴 새 없이 두들기자 제아무리 약간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고구려군이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구려군은 어쨌건 병력을 교대할 때 발해의 포병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발해군은 끽해야 투구를 두들기는 화살이나 가끔 날아오는 돌덩이가 고작이니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2연대 돌격!”


“와아아아아!!!”


“3연대는 준비되었나?”


“예, 여단장님. 3연대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무기의 보충을 마쳤고 체력도 많이 회복했습니다.”


“오늘은 야간전을 할 걸세. 체력 안배에 특히 유의하도록. 그리고 특히나 대체가 불가능한 소총수의 경우엔 특히.”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병대를··· 아니지, 괜한 만용을 부릴 필욘 없겠지.”


물론 밤이니 대처가 늦을 수도 있지만, 만약 아니라면? 준비된 보병 앞으로 기병 혼자 돌격시키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발해의 장교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차라리 제파전술을 더욱 가다듬는데 시간을 쓰는 게 맞으리라. 견훤은 고개를 휘휘 젓고는 막사를 향해 휘적휘적 걸어갔다.


견훤의 사정이 어쨌건 사령부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뭐 난공불락이라는 성도 두들겨 패 놓고는 무슨 작은 둔덕 하나 삼 주째 넘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이거 우회할 길도 없으니 죽겠구만.”


이대로면 아마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여기서 죽치고 있어야 할 텐데 솔직히 그건 좀···.


“사령관, 난 우리 우수한 사령관이 당연히 무언가 다른 방도를 생각했으리라 믿고 있네만.”


“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계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만.”


“음, 그래. 그래야지. 당장 말해보게.”


“첫째는 해군을 이용해 상륙작전을 펼치는 겁니다.”


“상륙? 비사성에? 쉽지 않을 텐데?”


엄밀히 말해서 상륙 자체는 쉽다. 그 후가 문제지. 그 더러운 지형을 뚫고 성을 점령하기 전에 포위당해서 죽지 않을까 싶은데.


“아닙니다. 비사성은 현재로선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지요. 상륙한다면··· 여기, 건안성입니다.”


“건안? 아, 과연 그렇군. 여길 점령하면 요동반도를 반쯤은 고립시킬 수 있겠어.”


“그리고 안시성을 바로 노릴 수 있는 전진거점으로도 사용 가능합니다. 게다가 그 옆의 보성까지 함락시킨다면···.”


“적이 병력을 나누겠군.”


“예, 아마 그러하겠죠. 만약 안시성이 점령당한다면 지금 선봉대와 대치 중인 병력은 모두 고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물론 우리의 병력도 세 갈래로 찢어지긴 하겠지만 우리는 중요한 길목을 이미 쥐었으니 막기도 쉬울 겁니다.”


“그럼 두 번째 안은?”


“봉황산성에서 양 갈래로 나뉘어 진격하는 겁니다. 북으론 요동성을, 동으론 국내성을 노릴 수 있습니다. 둘 다 고구려의 요충지이니 고구려도 병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겠죠.”


“요동을 노리는 건 무리고···.”


“예, 고대보산성을 점령하면 곧바로 고려 산성과 하고성을 노릴 수 있으니 만약 저 성을 모두 가진다면 국내성의 턱밑에 칼을 들이밀 수 있겠습니다.”


두 작계의 성격은 크게 갈렸다. 첫 번째 작계는 우리가 설정했던 1차 전략적 목표, 요동을 고립시킨다는 목적에 정확히 부합했다.


반면 두 번째 작계는 더욱 공격적으로 전선을 늘려 병력의 우위를 살리자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두 작계의 성격이 아예 다르니 장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아니, 무조건 첫 번째 작계를 시행해야 합니다! 해군은 이미 보급 수송대를 어느 정도 준비해 놓았고 육군만 준비하면 그 즉시 상륙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지지부진하지 말고 적의 중심부를 파고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그 파고들 포병대가 턱하고 막혔잖습니까? 우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합시다!”


“우리가 포병만 있나! 기병만 못 해도 삼사만은 넘는데!”


장군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든 말든 지영은 조용히 아자개에게 속삭였다.


“그대의 개인적 의견은 어떤가?”


“아무래도 1안이··· 2안은 너무 모험적입니다. 제대로만 된다면 적을 크게 압박하고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수 있겠지만-”


“애매해지면 보급로만 사방팔방, 병력도 사방팔방. 알겠네.”


병력을 나누는 것도 그 정도가 있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나뉘어버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할 터.


지영은 물끄러미 지도에 적힌 건안성의 글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장군들이 생각해 봐도 2안은 너무나도 모험적인 작전인지라 1안의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갔다.


20개의 포대와 그에 필요한 보급품, 부대의 선별 등이 이루어지며 항구는 연신 활기를 띠었다.


다행스럽게도 연합함대는 상륙작전을 기다리며 보급품을 일정량 적재하고 항해했기 때문에 수송 준비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연합함대 출항이다! 닻을 올리고 돛을 펼쳐라!”


간만에 생기를 되찾은 연합함대장 장건영의 목소리에 해군도 이에 호응하듯 밝은 표정으로 밧줄을 조절하며 함대가 한 척씩 항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전하, 사령관 아자개입니다.”


“...”


“전하”


“...”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막사에 아자개는 불길한 느낌을 애써 떨치며 막사로 다가갔다.


애초에 지영은 발해에서 알아주는 바른 생활 사나이였다.


매일 정해진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었으며 만일 있다고 해도 이렇게 해가 중천에 떴는데 쿨쿨 잠이나 자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했다.


조심스레 막사 안으로 들어가니··· 어라?


지영은 없고 편지 한 통만 덜렁 있었다.


‘아, 사령관. 나는 예전부터 바다가 좋았어.’


에?


에에?


이게 뭐야?


아자개의 뇌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아니 바다가 좋다고 갔다고?


왕이?


적진 한복판으로?


진짜, 미쳤나 봐. 아니 지휘권을 존중하겠다며!


작전 하나 잘못 짰다가 졸지에 왕을 사지로 몰아넣게 생긴 아자개는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온 갑옷이 흠뻑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추신, 왕이 직접 가면 적도 무시하지 못하지 않겠나?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 말게나.’


와, 정말 잘 아시네요. 왕이 저 자리에 가 있으면 누구라도 무시하진 못하겠지.


... 그걸 아는 양반이 지금 저기에 있어!


“비상, 비상! 전 간부 소집해, 당장!”


...


“음, 푸르른 바다여.”


“전하,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음, 김 중장?”


“예”


“자신 없나?”


김선예는 술병의 술을 한 모금 홀짝이고는 딱 잘라 말했다.


“헛소리 마십쇼, 전하. 이건 자신 있고 없고 문제가 아닙니다.”


“아,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온 건 아니네만?”


“누구든 그럴싸한 계획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잘 아는군. 아무튼, 우리에겐 적의 시선을 돌려놓을 무언가가 필요해. 물론, 건안성을 점령해야겠지만.”


그니까, 그걸 아는 사람이 지금 왜 오냐고.


그리고 지영이 보통 왕인가?


백년 넘게 묵은 신으로 추앙받는 유일한 국왕이다! 이 국왕이 만약 다치거나, 혹은 죽기라도 한다면 나라는 어떻게 되라고?


아예 개판이 되겠지. 왜? 왕위 계승 서열이 존나게 꼬여 있는 나라니까, 이 나라는!


아, 그래. 물론 정해져 있긴 하다. 근데 다 나름 그럴듯하게 왕위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무엇보다, 자네들 중에 포병과 다연장포를 지휘해본 사람이 있나? 남 소장이 포대 10개 거하게 말아먹었으면 배우는 게 있어야지.”


사실 비뢰포야 금방 만든다.


아니, 딱 봐도 모양이 단순하잖아. 설마 발해 체급 정도 되는 나라가 드럼통에 다리 하나 못 달까. 차라리 포탄 만들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맞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문제는 이걸 운용할 병력.


기본적으로 이걸 운용하려면 사표를 기반으로 계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빠르게. 이걸···아무나 시키면 말 그대로 개판이 되겠지.


그러니 포병은 ‘기본적인 학식’을 갖춰야 했고 그 기본적인 학식이란 적어도 중학교 정도는 나온 나름 중요한 인력이었다. 이런 병력을 단기간에 찍어내는 건 발해라고 해도 좀 문제가 있었다.


“이 몸은 그래도 이 나라에서 화기 관련된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일세. 그리고 여단급 병력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도 하고.”


물론 그 능력이란 게 견훤, 양길 등 쟁쟁한 장군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1인분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지나치게 걱정하면 될 것도 안 될 법이니.”


지영은 그리 말하며 흔들의자에 앉아 푸르른 하늘을 느긋이 감상하다가 이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아 야전군 지휘엔 안 끼어들었다고 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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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북전쟁37 +2 24.02.15 7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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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남북전쟁32 +2 24.01.25 88 3 12쪽
279 남북전쟁31 +2 24.01.22 73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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