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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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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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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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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양면3

DUMMY

“유학을 복원하자라...”


“주동자는 왕열이라는 전 대학교수입니다. 추가로 대학 회의 중에...”


“회의중에?”


김양순이 말을 잇지 못하자 지영은 빨리 말하라는 듯이 손을 까딱였다.


“회의 중에... 그것이...”


“아이, 한국인 빨리빨리. 몰라? 빨리 말하게.”


“대숙청 때 죽은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쾅!! 쨍그랑!


“감히! 제깟 것이!!”


대숙청


그건 어찌 보면 지영의 아픈 구석이기도 했다.


분명 빠른 개혁을 가능하게 했으나 지영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더 유화적으로, 부드럽게 해결할 만한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후... 그래서, 국가보안법으로 체포하자... 이건가?”


“... 제 생각에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우선 혼자 생각하고 싶으니 잠깐 나가 주겠나?”


김양순은 조용히 목례 후에 방을 나갔다.


‘... 이를 어찌 써먹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기다렸다가 잡아들인 후 국보법 위반으로 싹 쓸어버리는 것이 있다.


‘... 문제는 그렇게 했다가 얼마가 죽어나갈지 모른다는 건데...’


그냥 좋아보이니까, 대학교수가 그리 말하고 지금의 혼란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유학 복원을 옹호하는 인원도 있다고 들었다.


까놓고 말해서 유학 복원을 옹호하는 무리 중‘유학’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그냥 지영 즉위 20년대 초중반 시기로 돌아가는 것 정도만 생각하고 있겠지.


‘그 인력까지 싸그리 죽일 이유는... 없지’


숙청도 적당히 해야지 자주 해봐야 결국엔 제 나라 인구를 깎아 먹는 짓 이상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을 공적으로 삼아... 여론을 단결시키기에는 너무 이르다...’


분명 당과의 관계는 심각할 정도로 냉각되어 있고 명백한 가상 적국 1순위지만 형식적으로는 한국은 당의 조공국이었고 당이 애매한 상태로 건재한 상태에서 이득을 빼먹고자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당을 공적으로 삼아서 여론을 단결시키고 혼란을 잠재운다? 포기해야 하는 이익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마땅한 적국이 또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한국인 대부분이 알 만한 적국이어야 했다. 그럼 해봐야 고구려나 일본 정도가 전부인데 이들은 굳건한 동맹, 혹은 혼약 관계였다.


‘어지간하면 이번 유학 문제와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게 좋다... 어차피 세대갈등이야 몇 년 지나면 사라진다.’


세대갈등이 사라지는 이유는?


늙어 죽으면 갈등을 빚을 상대가 없으니까.


물론 그 뒷 세대와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혼란한 상태에서 비롯된 갈등은 아니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 결국엔 여론을 다시 돌려야 한다. 저들의 기반조차 완전히 앗아가고 유학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릴 수 있게’


‘그러려면 좀 기다려야겠지... 그들이 논리를 쌓고 추종자를 조금 더 모아서 이 일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을 때 터뜨리는 게 맞다.’


단층 건물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 고층 빌딩이 무너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둘 다 같은 건물이 무너지는 것이지만 후자 쪽이 훨씬 충격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


‘공자님껜 죄송하지만, 낙인을 찍어야겠다.’


공자


사대성인 중 한 분이자 동양의 위대한 사상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공자가 남긴 명언은 아직까지도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괜히 사대성인이겠는가.


‘그래도 천 년이 지났는데’


공자는 무려 기원전 500년 전 사람이고 지금은 기원후 800년대이다. 두 시대 사이에는 1,3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적 간극이 존재했고 당연한 말이지만 공자가 보았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 그리고 지영이 보았던 기원후 2,000년 이후의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더 와닿게 이야기를 하자면 공자가 봤던 시대상과 지금의 시대상 사이에는 진나라-초한지-한나라-삼국시대-진나라-오호십육국-남북조시대-수나라가 있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서서히 당나라 끝물을 향해가고 있으니 어거지로 당나라까지 넣으면 큰 틀에서 아홉 번의 변화가 있는 셈이다.


‘그러니 취할 것만 취해야지. 간단하게 인(仁)하나만 챙겨가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공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나라의 평화와 질서를 되찾는 것. 현시대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는 지영의 입맛에는 하나도 맞지 않는 목표라 할 수 있겠다.


‘내 한국에는 유학은 필요 없다.’









지영은 그 뒤로 정말 양열과 유학자 무리에 대한 것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 쓸 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했으리라.


우선 오랜 기간을 거쳐 827년 막바지에 27년 수송선이 진수되었다.


본래의 계획보다 몇 년은 늦어진 진수였지만 그만큼 그동안의 항해 경험을 충실히 반영한 배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이제 수송선이 몇십 척씩 없어질 일은 없는 건가?”


“침몰하지 않으리라고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수송선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조선소장의 자신감 있는 말에 지영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 건조된 수송선을 바라보았다.


실험작에 가까웠던 13년형 수송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물건이 바로 이 27년형 수송선이다.


뭐, 13년형 수송선도 몇 번의 개량을 거치긴 했으나 본질적인 한계는 존재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며 그동안의 항해 경험을 녹여낸 물건이 바로 이 배 되시겠다.


우선... 돛이 주렁주렁 매달렸다는게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었다.


물론 13년형 수송선도 돛으로만 항해하는 범선이었지만 형태는 매우 단순한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 13년형 수송선의 개량형의 개량형인 13/16-나 수송선 정도나 지영이 아는 범선의 돛 모습이 슬며시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뱃머리 돛대에 돛 하나, 선수, 중앙부에 가로돛이, 선미에는 세로돛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 덕분에 선원이 더 필요하게 되고 돛을 다루는 기술을 더 섬세하게 익혀야 하긴 했으나 그 대가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기존의 80톤과는 비교도 안 되는 135톤 정도 되는 우월한 배수량은 물론이요, 어쨌건 기존의 수송선보다는 항해에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이 부분은 몇 년은 굴려봐야겠지만 어쨌건 지금은 그렇게 보였다.) 속도 또한 기존의 수송선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일부 선원의 말로는 오히려 조금 더 빠른 것 같다고 하던데.


해군부는 곧바로 신형 수송선 건조 예산안을 제출했고 그 결과 828년에 열다섯 척, 829년에 스무 척, 830년에 스무 척, 831년에 스물다섯 척, 총 80척을 건조한다는 계획은 국무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해군부는 구형 수송선을 모두 대체하고 싶어했으나 구형 수송선이라고 해도 이십 년 이상은 더 써먹을 수 있는 물건인데다 연안에서 물건을 나르는 화물선으로는 아직도 충분히 유효한 물건이었기에 그 안은 바로 기각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4년에 걸쳐 총 80척을 건조하고 운용한 뒤에 문제점을 개선해 개량형을 내놓는 방향으로 대충 가닥이 잡혔다.


그와 동시에 지난번 전라도로 편입된 제주 특별자치시도 그냥저냥 굴러가고 있었다.


아니, 정정한다. 아주 잘 굴러가고 있었다.


물론 제주시민들 입장에서야 한국이 썩 마음에 들 리는 없겠지만(본 역사와는 다르게 무력합병을 진행했으니) 한국은 한국 본토와 동일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진행하였고 그와 동시에 만주의 말을 구해다 제주시에 넣는 등 육지보다 척박한 제주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지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그 덕분에 현재 제주시는 드넓은 유채꽃밭을 가지고 ‘한국의 기름밭’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닌 것이 현재 공업용, 비누제작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름의 약 4할 정도가 무려 제주시의 유채꽃밭에서 생산이 되고 있었고 얼떨결에 제주시의 농민들의 생활수준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오죽하면 ‘돈이 없다면 제주시로 이사해서 유채꽃 키워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삽질만 하던 목화 재배도 드디어 성공했다. 문익점이 들여와 키우려고 노력한 나날에 비해 몇 년을 더 쏟아붓긴 했지만, 문익점이 가져온 것은 엄연히 동북아의 기후에 어느 정도 맞춰진 녀석이었고 한국이 얻은 것은 인도산 목화였기 때문에 어찌 생각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목화 재배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27년형 수송선이 돛을 주렁주렁 달 수 있었던 이유도 목화 재배 성공과 유채꽃밭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목화를 재배해 얻은 면으로 돛을 만들고 유채꽃 기름으로 어설프게나마 방수처리를 한 것.


여튼 목화를 대량으로 생산할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조면기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고(원통에 이빨, 하다못해 못이라도 박고 홈이 전부다) 쌍 물레와 플라잉 북은 이미 쓰이고 있던 물건들인지라 목화만 자라나면 그 즉시 면포를 짜서 팔아 재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일이 이렇게 풀리자 제주시와 함께 갑자기 호황을 맞은 지역은 바로 광양만(여수, 순천, 광양) 일대였다.


이유인즉슨 광양만은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였고 전라남도는 원 역사에서도 한국의 목화 주 생산지였으며 한국 최대의 항구 부산과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운 편에 속했다. 거기에 남쪽이라 북쪽보다는 수차를 더 안정적으로 써먹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상당한 장점이었다.


이미 광양만 일대에는 면포를 짜고 기름을 먹여 방수처리를 하는 등의 경공업 공장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이 광양만 일대의 군수들은 이 기회에 시장 혹은 그 급으로 올라가고 싶은지 앞다투어 개발안을 들이밀며 예산을 달라고 징징거렸고 그 덕에 예상보다 광양만 개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지영이 이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와중에 양열은 국가 차원에서의 방해가 들어오지 않자 열심히 세를 불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도를 지키며 하늘의 이치를 따라야 합니다!”


웅성거리긴 했으나 자신을 잡으러 오는 사람들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이를 반역 행위로 볼 수는 없었고(대숙청 비난은 교수 회의실에서만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고 선동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던 것이 어쨌건 말은 ‘우리가 도를 지키며 하늘의 이치를 따르면 이 혼란이 잠재워질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상부에서는 그 어떠한 지침도 내려오지 않았던 터라 경관들은 그저 폭력 등의 범법행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웅성거리며 소란이 일자 양열은 잔뜩 긴장한 티를 어떻게든 숨기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쪽에 있던 사람들은 정말... 정말 예상 외의 사람들이었고 양열이 그 광경에 멍하니 있자니 선두에 선 사람은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하께서 뭇 중생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선업을 쌓고 계시거늘 어찌 그리 훼방을 놓으시오?”


작가의말

양열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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