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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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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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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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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면2

DUMMY

사형수 한 명이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끌려갔지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국내에는 감찰부와 국가정보성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부터 현대까지 방첩망이 완벽했던 적은 없었다.


거기다 지금은 전근대, 감찰부와 국가정보성은 나름대로 세세하게 정보를 얻고 스파이를 걸러내고는 있었지만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법 자체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독성 물질 연구소는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사람 하나 죽어나가기 참 쉽게 생긴 곳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러니 이곳에 배치된 사형수들은 배치되는 만큼 빠르게 소모되었다.


요구받은 물질의 배합이나 혹은 연구 결과만 제때 내놓으면 이곳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어쩌다 감찰이 오면 적당히 화장터를 보여주며 ‘연구 중 몇 명이 사망했다’라고 답하면 감찰하는 입장에서도 적당한 경위를 확인하고 ‘아 그래? ㅇㅋ 인원 더 필요해?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많이 못 빼줘. 탄광에 인원 좀 필요해’ 등의 반응으로 끝나버렸고 진실은 그대로 잊혀졌다.


결정적으로 강흠민은 우선 ‘이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독성 물질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열심히 세뇌하다시피 했으며 공범 의식을 심어 외부로의 유출을 막았다.


실제로 이곳에 오는 인간 대부분은 사회의 폐기물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이들이었다. 애초에 한국이 어지간해서 사형을 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사형수’들은 이미 반쯤 검증이 된 인간들이다. 뭐, 이번에 끌려간 이현 같은 경우는 억울한 구석이 한가득이겠지만.


그리고 이들은 나름 진지했다.


근대적인 인권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은 1800년 즈음이었고 현대인들이 아는 인권의 형태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1950년대, 즉 2차 세계대전 종전 후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시대는 인권의 ‘인’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법을 위반하지 아니한 한국 신민이나 동맹국의 신민들은 한국 및 현지의 법률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와 '범법자의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형벌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자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법으로 보장한다' 정도가 있는 게 끝이었다.


즉, 독성 물질 연구소원들은 ‘보호받을 권리가 없는’, ‘이미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말살된 생물’을 대상으로 순수하게 의학의 발전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이들은 고문의 목적보다는 의학적 지식을 알기 위해 움직이긴 했다.


오히려 ‘사회의 쓰레기를 이용해 사회에 공헌하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무리도 일부 있긴 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바깥에서 보면 그냥 미친놈들이라는 게 문제지.


이렇든 저렇든 독성물질 연구소는 오늘도 여러모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하! 진짜 머리 하난 잘 썼군!”


지영은 정말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무리 봐도 머리를 정말 잘 굴렸다 싶었다.


“역시 공작이야! 이러니 그 엉망진창이었던 행정부를 어떻게든 이끌고 온 거지!”


지영은 웃으면서도 슬쩍 아쉬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가, 비서실장? 공작은 공작이야, 아직 죽지 않았다고! 사람도 모자란데 공작을 다시 복귀하게 하는 건”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진심 반, 농담 반이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이렇게 하면 대놓고 반감을 보일 세력은 없을 걸세. 자 보게나”


김양순은 조심히 보고서를 받아들어 확인했다.


“... 대단하군요.”


“그렇지?”


설차가 쓴 방법은 간단했다.


공작의 힘으로 안 된다면 ‘공작가’ 전체를 동원한다.


공작가의 남녀 모두를 학교 또는 보통관료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이다.


공작 혼자의 힘이라면 공작이 죽는다면 그 영향력은 빠르게 소멸하지만 공작가 전체가 관료나 학생이 되어 서로를 돕고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어지간한 세력과 충돌해도 견딜 수 있는 체급이 생기고 그 누구도 함부로 그들을 욕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현 유일한 공작인 설차가 사망한다고는 해도 서울 설가는 한국에서 왕가를 제외한다면 가장 크고 번영한 가문이니 어지간한 외압에는 충분히 견뎌낼 수 있고 그동안 그들이 모아온 재산이나 혹은 입김이 닿는 기업들을 이용해 영향력을 떨칠 수 있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지. 아무리 그래도 그 누가 서울 설가를 물어뜯겠나?”


서울 설가가 어지간히 푸짐하게 똥을 싸지르지 않는 이상은 그런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는 걸 지영은 확신했다.


“내가 물어뜯지”


“...예?”


못 들을 걸 들었다는 김양순의 얼빠진 소리에 지영은 피식 웃었다.


“자네도 짐작하고 있으면서 그러지 말게나. 공작에게 말이나 전하게. 단속 똑바로 하라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모종의 이유로 왕권이 흔들리고 서울 설가가 국가 권력을 좀먹는 그런 날이 온다면 지영은 다시금 대숙청을 감행할 각오도 되어 있었다.


... 물론 그런 상황은 지영으로서는 딱히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고 적어도 자신의 왕권이 공고한 상황에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적어도 위대한 선조가 단도리 잘 치면 적당히 알아먹거나 최소한 그런 상황이 올 확률은 줄여주리라.


“알겠습니다.”








“...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말해 주시겠소?”


“수업 시수의 반 정도는 유학을 포함시켜야 한다 말씀드렸습니다, 총장님”


지체 높은 명문.


한국 유일의 대학이자 졸업을 한 것만으로도 출세가 보장받는다는 등용문.


서울 왕립 중앙대학교.


그곳의 총장은 얼굴이 새하얘진 채 발언한 교수를 쳐다보았다.


한국 유학계의 주축 중 한 명인 양열이 꼬장꼬장한 눈빛으로 총장을 야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치 ‘왜, 내가 못할 말 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총장은 한숨을 푹푹 내쉰 채 말했다.


“그래... 이유가 무엇이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삼강오륜이 이 땅에서 모두 무너지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배우지도 않은 채 다른 학문에만 매진하니 이번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아닙니까?”


“... 오륜에 기초한 기본적인 도덕교육은 모두 배우고 있소만”


“배운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익히고 실천할 기회가 없지 않습니까. 공자께서 이르길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하셨습니다.


지금의 한국 학생들이 과연 그 도덕이라는 학문을 배우고 생각한다 보십니까? 그리고 그 배운다는 것도 극히 일부만을 배우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제 이 폐단이 이렇게 드러났으니 마땅히 다시 옳은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총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르듯 말했다.


“세상에 미친놈은 많소. 이번 사건은 극히 일부 불경한 자에 의한 소행이오. 그리고 우리 대학은 최소한의 준법정신과 도덕성을 겸비한 전문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니 모든 학생에게 유학을 강제적으로 가르칠 필요는 없어보이오.”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총장님! 이들이 나중에 관료가 되고 한국의 주축이 될 것이 뻔한데 그저 잡학 몇 개 가르친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곧게 자라 한국의 도를 다시 세워얄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폭탄을 떨구자 즉시 다른 단과대 학장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


대학이 세워지고 짧게는 십몇 년, 길게는 자신의 인생을 걸어 연구하고 발전시킨 학문들이다. 그런데 그런 학문을 ‘그저 잡학’ 정도로 치부해버리니 그들의 자긍심에 스크래치가 잔뜩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뭐라? 말 다 했소? 그저 잡학이라니! 우리 공과대학생들이 지금까지 한국에 건설한 도로며 철도며 건축물이 몇 개인지는 아나? 우리 손에서 새로 태어난 도시만 다섯 개가 넘소! 저 망할 하남시도 우리가 만들었다고! 뒤에서 공자 왈 맹자 왈 이나 하는 양 교수가 비난할 학과가 아니오!”


“우리 농과대학이 그동안 한국의 식량 증산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는 아시오? 모르긴 몰라도 그대의 유학보다는 우리의 잡종 교배와 비료가 한국을 태평성대로 만드는데 더 큰 공헌을 했을 것이오.”


“우린 밤낮없이 한국에서 맥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갈려나가고 있소! 꽃이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리는 아이들의 사망률을 무려 이 할이나 낮췄다고! 그 잘난 유학으로 이 성과의 반의 반이나 낼 수 있나!”


“흠흠... 여러 학장님들께선 우리 자연과학대의 기초 과학이 그러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 날 선 반응에 양열은 차갑게 대꾸했다.


“애초에 선현의 도를 이었으면 없었을 문제요. 내 요순시절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글은 본 적이 없소이다.”


“... 그럼 교수께선 지금 국왕께서 일궈낸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하는 거요?”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군주에게 간하는 것이 올바른 신하요! 공자께서 이르길 여자와 소인은 진실로 대하기 어렵다 하셨소! 가까이하면 공손치 않고 멀리하면 원망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요! 그런데 그들을 길러 관료로 쓰겠다니! 차라리 억울하게 죽은 그들의 후손들을 덕으로 교화하는 것이 빠를 것이오!”


“... 미쳤군. 미쳤소, 교수.”


여기서부터는 유학과 한(韓)학의 충돌이 아니다.


그때의 대숙청은 무슨 뒷사정이 있든 간에 엄연한 반역죄 및 국가내란죄로 처형된 자들이다.


즉... 그 때의 대숙청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국가내란죄에 저촉될 여지가 아주 충분하고도 넘쳤다.


물론 대숙청을 직접적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나 대화에는 맥락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지 않은가. 저 말은 딱 그 대숙청의 날을 지칭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허! 아무리 용을 써도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는가!”


양열은 그리 외치며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모았다.


뛰쳐나오긴 했어도 양열은 대학의 교수, 내막이야 어쨌건 한국에서는 명망을 얻기란 충분했다.


물론, 한국의 유학은 쇠퇴했다.


아니,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유학을 천대한지도 거의 삼십 년이고 당과의 학문적인 교류도 끊기다시피 해(지난번에 갔을 때는 유학은 뒷전이고 동물의 종자나 수차 기술 등을 훔쳐오기 바빴다.) 유학이나 유학자의 수준이나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선현의 도가 무너져 질서가 어지러워졌기 때문이오! 무릇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행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우리가 도를 지킨다면 다시금 원래의 질서를 되찾고 평화로이 살 수 있을 것이오!!!”


와아아아아!!!!!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대학의 교수.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타 학과의 교수들에게는 밀릴지 몰라도 일반 신민들을 상대로는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거기다 지금은 여성의 부분적인 사회 진출 및 그로 인한 노인 살인 사건으로 인해 ‘질서를 회복하고 원 상태로 만들자’라는 문구는 장년-노년층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고 일부 중년층들도 혹하는 이들이 있었다.


추가로 유학의 복원을 원하는 극히 소수의 인간까지 합쳐지니 유학을 복원하자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작가의말

이상한 방향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왔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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