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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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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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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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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3

DUMMY

중원정보부장 김진은 굉장히 불쾌한 낯으로 부하 직원을 쏘아봤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탄탄했던 첩보망은 조금씩, 조금씩 구멍이 나고 있었다.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원래 정보라는 게 몇 차례의 교차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였다.


잘린 끈이 진실, 혹은 그에 가까운 정보의 파편을 물어다주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내가, 분명히 몸을 사리라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맞는데, 그런데도 걸려?”


“... 죄송합니다.”


혀를 쯧 찬 그는 절도사가 나가떨어지면 안 되었다고 투덜거렸다. 아무리 미약하다고 하나 중앙의 행정과 감시가 닿게 되면 이전보다는 활동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남부 지방의 상황은 아주 좋습니다. 활빈당이 한번 더 출현해서 그런가 민심이 흉흉하더군요.”

“쯧, 그거야 우리 공적이 아니잖나. 애초에 민심이 흉흉해지면 첩보 넣기 쉬운 건 당연한 거니까... 여튼 괜히 공적에 눈 멀지 말고 조용히 마을에 녹아든 채로 있으라고 해, 알겠나?”


“걱정 마십시오, 부장님. 이미 침투한지 십 년에서 이십 년입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마을의 일원일 겁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마을의 일원이 그리 쉬이 잡히나? 에잉... 나가보게”


사실 중원지부의 조직원들은 굉장히 유능한 인원들이었지만 이번 분기 실적을 조져버린 김진에게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김진이 그리 막되먹은 인물은 아니라서 한두 차례 이렇게 투덜거릴지언정 그 이후에 쪼잔하게 복수하거나 하는 점은 없다는 점이었다.


그걸 알기에 부하 직원도 자연스레 목례를 하고 지부장실을 나선 것이기도 하고.


“이거 잘못하면 중앙정부에 대놓은 선도 다 썰려나가겠는걸...”


아무거나 다 받아 처먹는 환관들일 때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그 환관들이 길가의 낙엽마냥 썰리고 제대로 된 인간들이 들어서면 중앙정부에 인원을 꽃아넣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물론 말단 관료나 일부 관료에게 대놓은 선은 여전히 작동하겠지만 애초에 정보의 질과 양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진은 서류를 툭툭 쳐서 가지런히 정돈하고는 지영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 발걸음이 어째선지 무거워 보였다.


“이미 다 예상했던 것 아닌가.”


“그야 그렇지만...”


지영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 내가 당분간 신입 넣을 때 조심하라고 했나, 안 했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후우... 되었네. 이미 일어난 일 탓해봐야 달라지는 게 있겠나. 유가족들이나 잘 챙겨주게”


“예, 전하.”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끝나는구나 싶었던 김진에게 문득 생각났다는 듯한 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지부장. 집 증축한다 하지 않았나?”


“예, 전하. 집이 조금 좁아져서... 나름 추억이 있는 집이라 새로 짓기엔 좀 그렇더군요.”


“그 증축 계획은 미뤄지겠군, 참 유감스러운 일이야. 그런 줄 알고 가 보게나”


아, 역시.


상여금은 날라갔구나.


김진이 눈물을 삼키며 날아간 상여금에 애도를 표할 때쯤 박병구가 탄 배는 어느 섬에 도착했다.


“여기가... 유구 섬이 맞나?”


“지도 상으로는... 맞는 것 같은데...”


지영이 기억을 되살린 지도상으로는 얼추 맞다.


문제는 이게 기억을 되살려낸 지도라는 게 문제지.


대부분의 사람은 일본 열도가 혼슈, 규슈, 시코쿠, 홋카이도 4개 섬으로 이루어진 것 정도만 알지 오키나와와 일본 사이에 몇 개의 섬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건 지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지도를 비슷하게나마 그릴 정도로 세세하게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길잡이의 안내와도 대략적으로는 일치합니다. 여기부터는 일본인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했으니 이 섬 혹은 이 섬을 따라 지금까지의 해로로 나아간다면 유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뒤에서 지도를 그리며 들리는 소리에 박병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온 줄 알았는데 ‘여기가 여기인 것 같습니다?’ 따위의 말이 들려오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씨벌 지도고 나발이고 계곡이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더우십니까?”


“물 채워얄 것 아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물이라도 쟁여야지”


물론 그보다는 더웠던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따뜻한 지방인지라 제주도에서도 조금 더움을 느꼈던 그로서는 아무래도 영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후... 차라리 북방항로정책에 보내주기나 하지”


그럼 그 북방항로정책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느냐 하면...


“아아-니, 무슨 대화 하나 나누는데 시간이!”


궁복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그리 긴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이토록 답답했던 상황은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답답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우스운 일은 저-에조, 아이누인들도 마찬가지인지 가슴을 쾅쾅 두들기며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쏼라쏼라 대고 있다는 것.


그야 어쩔 수 없는게 통역의 과정이 궁복이 한국말로 말을 한다 > 그 말을 말갈족이 쓰던 말로 옮긴다 > 말갈족이 북방의 말갈족(>?)의 말로 옮긴다 > 북방의 말갈족(?)이 더듬더듬 아이누의 말로 옮긴다 > 역순으로 반복한다


이 과정이 서로 문답 1회에 해당하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과정이 너무 길어서 통역의 정확성이 어쩔 수 없이 낮아지게 되고 거기에 북방의 말갈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아이누어를 정말 못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며 아이누어를 한국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도 영 좋지 못했다.


그러니 어렵사리 말을 전해주더라도 원래의 의미랑 다른 경우도 허다했는데 여기에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두 사람은 대화는 정말 어떤 의미로 수준높은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달이 넘는 씨름 끝에 약간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안 통하는 대로 거래를 텄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아이누인들은 자체적으로 철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산 철기와 여러 문물은 그야말로 ‘신세계’라고 해도 무방했으며 한국으로서는 최고급품에 해당하는 가죽을 얻을 수 있어서 그냥저냥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주먹구구긴 하지만 섬에 대한 정보를 나름대로 상세히 획득할 수 있었고 아이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도구, 식량 거래처가 생긴 셈이었다.


“이번에 갈 때 제발 조금 더 제대로 된 통역을 데려오게, 제발”


궁복의 어조가 정말 간절했기에 주변의 인물들은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게, 간수 나리. 나리께서도 정말 여자가...”


간수는 노인의 은근한 말에 허리에 찼던 진압몽둥이로 창살을 쾅 쳤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며 울리는 소리와 진동에 노인이 움찔하자 간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댔다.


“그런 소리는 법 잘 지키면서 떠드는 거요, 노인장. 괜히 간수한테 집적대다가 더 큰 벌 받지 마시고 머리 식한 다음에 가쇼”


태도는 시큰둥했으나 나름의 배려라는 걸 아는 노인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나마 가벼운 싸움으로서 하루 정도 구금되는 선에서 끝났는데 만약에 간수한테 뇌물 혹은 청탁을 했다가는 그 즉시 감옥에 갇혀 최소 달 단위 이상은 썩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랏님이, 장관님들이 다 생각이 있지 않겄소? 지금까지 해오신 일이 얼만데”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박혀 있는 생각이 간수의 입에서 나왔다. 국왕 혼자서 한 일이라면 ‘뭘 좀 잘못 드셨나...?’ 혹은 ‘간신이 옆에 붙어 있어서...?’ 등의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장관들이 모두 모여 투표해 과반수를 넘겼다는 건 그만큼의 권위가 있었다.


아무리 반대한다 하더라도 현 장관들, 총리와 국왕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당장 자기 사는 게 달라졌고 야망 좀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출세길이 더 넓어졌는데 부정하는 사람은 다른 꿍꿍이가 있거나 그냥 이상한 사람이었다.


“병하야”


“예, 간수장님”


간수장은 목을 뚜둑거리며 말했다.


“죄질 나쁜 분들 빼고 풀어드려”


“...예? 원래 하룻동안...”


“신입이 많이도 오셔서 말이지.”


병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싸우더라도 법은 지키는 선에서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싸울거면 좀 으슥한 데 가서 싸우던가 왜 길거리에서 싸우고 난리인지.


인원을 대충 훑어본 병하는 그래도 얼마 전보다는 인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조금씩 주네요?”


“계속 쳐 싸우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사람들이지.”


“하긴... 그것도 그렇죠.”


병하는 열 네명의 죄질이 가벼운 인원들을 나오게 한 후 신입을 감옥 안에 들여보냈다.


“아시겠지만 여기서 난리 피시거나 간수한테 괜한 수작 부리면 진짜 큰 벌 받습니다. 여기서 하루 정도 머리 식히시고 조용히 나가시는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제 말이 이해가 안 가신다면...”


철심 주위에 단단한 목재가 둘러싸인 진압 몽둥이를 툭툭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저랑 좋은 곳에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혹시 이해 안 되는 분 계십니까?”


당연하겠지만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병하의 정의를 수호하고 있는 진압 몽둥이가 쓰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보고는 당연하게도 지영에게 압축되어 올라가고 있었다.


“흠, 나쁘지 않군. 과격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사라진다는 건 좋은 것이지.”


애초에 반대파가 과격하지 않다면 찬성파에서도 과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왜? 가만히 있는게 찬성의 의미인데 추가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과격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보아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찬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기만 해도 한 두세대만 지나도 여성이 이곳 저곳에서 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왜, 10년도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폴더폰에 전혀 익숙하지 않지 않은가.


‘어차피 관직에 도전할 사람들은 하게 되어 있어.’


안 할 사람? 한 이 삼십년 후에는 노인이 되거나 흙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이대로 계속 홍보하도록. 물론, 치안 유지에도 계속 신경을 써야 하네”


작가의말

20~30년동안 존버하면...!


간만에 해외 다녀오니 좋더군요. 확실히 저는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이 더 좋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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