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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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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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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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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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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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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2

DUMMY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리고 박병구는 이 두 개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군 중사 박병구라고 해야 옳겠지.


현대인의 시선에서만 아름다운 푸른빛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친하게 지냈던 하사 한 놈이 다가왔다.


“박 중사님. 혼자 뭐 하십니까?”


“최가야”


“예”


“나, 전역좀 시켜주라”


“에이, 또 왜 이러실까? 진급해서 저 중위 계급장도 달아보시고 소령 계급장도 달아보시고 해야지 않겠습니까? 훈장까지 있으신 분이”


“시벌 저 산 올랐다가 이제 배 타니까 진짜 죽을 것 같애”


탐라... 이제는 제주시라고 불리는 곳의 정벌 작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불만을 가진 일부 저항세력을 색출해 제거하기 위해 군단의 병사들은 정말 제주를 샅샅이 뒤졌고 그 중 불행한 일부는 한라산 꽤 높은 곳까지 등반해 수색해야 했다.


그리고 박병구 중사는 굉장히 운이 없는 편이었다.


거기에 바다. 현대에서나 유람선 룰루랄라 타고 바다 예쁘다, 이런 감상을 내놓지 현시대의 항해는 목숨을 반쯤 맡겨놓고 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항해가 몇십 척의 함대라고 할지라도 그 함선들은 끽해야 백 톤 남짓한 좀 내려치자면 통통배 비슷한 수준이었고 특히나 수송함은 노 자체도 별로 없어서 돛대 꺾이면 그냥 죽었다고 복창하는 편이 나았다.


산 역시 마찬가지. 지금이야 등산로가 있고 야생동물이랍시고 있는 건 다람쥐, 청설모 뭐 이런 것 정도나 보이니 운동 삼아 기분 전환 삼아 등산을 하러 가는 것이지 과거에는 등산로라 할 것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야생동물은 고라니, 맷돼지, 심지어는 호랑이까지 심심하면 나타나기도 했다. 조금 오버하자면 과거의 등산은 목숨 반 개쯤 걸고 하는 거라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군인이 다 그런거지 말임다.”


“너 해라. 너 실컷 해. 난 전역할테니까”


그 말에 최가라고 불린 하사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 월급도 짱짱하게 받으시고 미래도 창창한 분이 왜 전역을 하려 하십니까? 아직 말단이기는 해도 국가 관료원의 구성원인데”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출세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군인이 되거나 혹은 이번에 새로이 신설된다는 소문이 돌던 7급 보통관료 시험을 치르고 관료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정답은 군인이 되거나 연구원이 되는 것이었다.


우선 한국은 성과급 제도를 정말 활발하게 이용하는 나라였는데 보통 월급의 3분의 1은 성과급으로 이루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생명 수당이나 훈련수당 같은 수당을 두둑이 받을 수 있는 군인이나 야근이 일상이고 발명품이나 개량품, 혹은 새로운 성과가 나올 때마다 성과급과 추가 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연구원의 월급은 동급의 타 관료에 비해서 높은 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군인은 일반인이 도전해도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있으면서 관료원의 구성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고 쉬운 직종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이런 군인을, 그것도 훈장까지 받아서 미래가 밝은 젊은 중사가 전역하고 싶어한다는게 그의 입장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쯧, 병사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할 만큼 한 거지. 이번 작전 끝나면 전역하고 도시에 가든 촌에 가든 조용히 살란다. 안사람 혼자 집안에 있게 하는 것도 영 아닌 것 같고.”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하신 겁니까?”


“여기 오기 전에, 후딱”


박병구는 이제 신혼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툴툴댔다.


“그럼... 탐라 원정은 빠지실 수도 있었을 텐데”


“...어?”


“그, 규정 있잖습니까?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신혼은 잘 안건들 텐데...”


“썩을”


저 푸르른 바다에 대고 맹세한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반드시 전역하겠노라고!





박병구 중사가 배를 타고 하염없이 어디론가로(그 행선지가 유구이길 바라며) 향하고 있을 동안 고구려는 발칵 뒤집어졌다.


“저게 도대체 무슨 뜻이겠소? 우리가 공격을 하든 말든 혼자서라도 집구석에 틀어박혀 방어만 하겠다는 것 아니오, 겁쟁이같이!”

“맞습니다! 동맹이라면서 이런 신의 없는 행동을 하다니!”


사실 한국의 국경 요새화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두 나라는 동등한 동맹국이고 한국에서 자신의 방위를 위해 요새 좀 짓고 정비하겠다는 걸 다른 쪽에서 뭐라고 하기 그러니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고구려의 고연후 역시 대담의 결과를 고구려 중신들에게 알려주었고 그 결과와 이번이 행동을 조합하면 답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방어 동맹 아니었습니까? 물론 괘씸하기는 하나... 한국이 동맹의 의를 저버린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도 이와 같습니다, 폐하. 지난날에도 양쪽으로 협공당해 나라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지금의 한국은 그때의 무리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성을 쌓는 것 정도는 아국이 간섭할 사안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정치적으로 열세에 있던 온건파에게 있어서는 기회이기도, 위기이기도 했다. 어쨌건 한국은 제1의 우방국이고 최근 고구려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한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적 한국에서 온 막대한 물자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국이 가진 병력만도 대략 7만여 명, 그나마 약점이었던 기병대도 이번에 연해도를 얻으면서 거의 극복했다고 봐도 좋았다. 이런 동맹을, 그것도 등 뒤에 있는 동맹을 적으로 돌린다면 고구려에 있어서 좋을 건 하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당나라는 누가 봐도 명백히 뭉치고 있는 모양 아닌가.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온건파가 열세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고국을 멸망시킨 건 당나라요, 그들의 영토를 강탈한 것도 당나라이며 이 나라를 다시 세울 때 싸웠던 것도 당의 잔당이며 당을 몰아내겠노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분명 온건파의 주장은 합당한 부분이 여럿 있었으나 여러 정치적인 이유 등등으로 인해 영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리 목청을 높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이게 강경파의 독주를 막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탓이었다.


“방어동맹 이전에 두 나라는 사돈지간이요, 사돈지간! 저들은 활빈당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이름으로 약탈을 하면서 우리의 행동은 무슨 이유에서 막는단 말인가!”


“그 활빈당이 우리에게 협조를 구하지는 않았지요!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걸 어째서 예상하지 못하십니까!”


“저들이 하는 행동은 명백히 그것을 벗어났소! 국경 지대의 요새는 바꾸어 말하자면 공격의 거점이자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찌 모르시는가!”


실제로 한국이 창설하는 1군단의 숨겨진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저것이었으니 그의 말은 영 틀린 것도 아니었다.


유목기병으로만 편성된 군대가 아닌 이상 당연히 보급 거점이 필요하고 그 전에 병력이 머물 거점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요새는 이 모든 것을 어지간하면 충족시켜줄 수 있다. 심지어 국경지대를 요새화할 만큼 규모가 있는 요새지대라면 더더욱.


“그만! 그만! 다들 그만 하시오!”


논쟁은 고연후가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탕탕 두드리고서야 끝났다. 두 파벌 간의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기에 고연후는 지친 기색으로 물었다.


“우선, 한국이 우리를 침략할 가능성이 있다 보시오?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으로 정말 타당한 근거에 의한 가능성이 있소?”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누구나 세울 수 있다. 다만, 거기에 현실적인 근거가 없다면 그건 그냥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좋은 이야기1 일 뿐이다. 사실 지금 당이 고구려를 친다, 한국이 고구려를 친다... 이런 이야기의 확률은 0이 아니다. 다만 0에 지극히 가까울 뿐이지. 그걸 좀 줄여서 망상이라고들 한다.


“제 식견으로는 한국이 우리를 침략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오로지 우리가 제공할 때 이외엔 없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계속해서 팽창을 주장하다 당나라에 당해 나라가 멸망하기 직전에서야 그들이 우리를 침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 결국에는 뒤통수를 칠 놈들이라 이거 아닌가!”


“반대로 말씀드리자면 그 가능성 이외에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두 나라는 사돈 관계이며 한국 왕가의 적장자는 누가 뭐래도 고구려 왕가의 피를 타고났습니다. 한국이 아무리 유학을 경시한다지만 별다른 명분 없이 아국을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한다면 내적으로는 도덕적인 문제가, 외적으로는 신의와 도덕이 문제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양국의 무역량은 상당하며 한국의 입장에서는 굳이 저 강대한 당나라와 국경을 맞대며 힘을 빼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은 결국엔 한국은 고구려가 옛 영광을 되찾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보아도 좋겠구려”


그래, 결국에는 이게 문제다.


한국의 뜻을 조금만 더 비틀어 들으면 ‘괜한 생각 하지 말고 우리랑 당 사이에서 방패막이 노릇이나 충실히 해라’ 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실제로 지영의 생각과 굉장히 비슷했기에 마냥 없는 소리라고 하기에도 뭣했다.


그렇다고 고토 회복과 과거의 영광을 포기하기엔 기껏 모았던 정치 세력이 흩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구려의 영광을 좇으며 모인 세력이 많았던 고구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남쪽 나라의 누구처럼 인구의 3푼을 모조리 쓸어버릴 생각은 없었던 고연후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적당히 체면치레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중요한 방어선은 모두 가지고 있고 빼앗긴 고토래봐야 별 볼 일도 없는 땅일 뿐입니다!”


“그게 무슨 망발이오! 이제는 선조들의 업적마저 부정할 셈인가! 그대가 정말 고구려인이 맞긴 한 거요?”


“하! 과거의 영광에 눈이 멀어 기껏 되살아난 조국을 다시 망하게 하려는 전쟁광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올시다!”


“뭐라, 전쟁광? 이 겁쟁이 매국노가 감히 뭐라고 지껄이는가!”


이 다툼은 고연후가 다시 한번 노성을 지르고서야 겨우 멎었다. 둘의 눈빛을 봐서는 멎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멈추긴 했으니까.


‘아니 적당히 지지하는 척만 해줬어도 될 것 아닌가. 사람 참...’


이 순간만큼은 지영이 정말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작가의말

여기는 인천공항입니다!

비행기 뜨기까지 몇 시간 정도 남았네요
저는 잠시 해외로 휴식을 하러 떠납니다!
빠르면 이번주 금, 아니면 다음주 월요일날 만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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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남북전쟁41 +2 24.02.29 69 1 11쪽
288 남북전쟁40 +2 24.02.25 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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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남북전쟁36 +2 24.02.11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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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남북전쟁31 +2 24.01.22 69 2 11쪽
278 남북전쟁30 +2 24.01.19 84 1 11쪽
277 남북전쟁29 +2 24.01.16 87 3 11쪽
276 남북전쟁28 +2 24.01.13 8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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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남북전쟁26 +2 24.01.04 82 2 11쪽
273 남북전쟁25 +2 24.01.01 88 2 10쪽
272 남북전쟁24 +2 23.12.28 9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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