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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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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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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1.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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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4

DUMMY

“이게 무슨 소리야! 또 왔어!”


이순은 손을 부르르 떨더니 들고 있던 장계를 내던졌다.


활빈당의 의?적 활동이 낱낱이 쓰인 부드러운 비단쪼가리는 그 품격에 걸맞지 않게 대전을 구르다가 힘없이 펼쳐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것도 저 동이족에게 당하다니!”


사실 당할 순 있다. 중국의 해안이 좀 넓은가. 상륙이 와서 몇 개 마을이 약탈당하고 파괴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레이더도, 고속정도, 위성도 없는 시대에 아무리 해안 순찰을 한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니까.


하지만 그걸 넘어서 내륙의 주요 도시들이 약탈당했다는 건 뭐라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 활빈당은 한 번 방문했지 않은가. 적어도 도시의 방비를 점검만 제대로 했어도 이럴 일이 없었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제일 열이 받는 건-


“내 그렇게 함께 방비를 하고 힘을 합치자 했을 땐 콧방귀나 뀌던 놈이 인제 와서 장계랍시고 이런 누더기를 올려?”

어찌 생각하면 한국보다도 더 열 받는 게 바로 이 망할 절도사 놈들의 행동이었다. 어차피 한국이 한두 번 정도는 더 오리라는 것은 예상하였다. 부호들만 두둑이 털었으니 그 맛을 못 잃고 약탈하는 건 못 배운 오랑캐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어차피 한국까지는 가지도 못한다. 당나라가 멀쩡한 상태라도 산맥과 뻘밭, 강을 건너 고구려와 한국의 방어선을 뚫고 두 나라를 항복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지금의 상태라면? 백만대군은커녕 오만 군사나 제대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나라는 아직 육십만이 넘는 대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걸 해외로 보내서 전투력을 유지하며 원정을 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 그러니 한국의 행동은 열 받기는 하지만 우선은 모른 채 하고 넘겨야 한다. 새로운 전선을 열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하지만 절도사들의 행동은 누가 봐도 꼴 받는 행동이었다. 아니, 역적으로 취급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벌을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비정상적인 권력을 반납하고 황제의 말을 잘 들으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물론 권력이라는 게 한번 쥐면 놓기는 쉽지 않지만, 자신이 당의 충실한 신하고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면 응당 응하고 장안과 보조를 맞췄어야 했다. 아니, 하다못해 제대로 된 지배자라면 최소한 자기 땅이라고 떵떵거리고 다니는 곳이라면 좀 잘 지키던가? 잘 지키지도 못하고 이제 와서 손이나 벌리고...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이놈들을 당장에 쓸어버려야...!”


분노하는 이순을 현실로 끌어내린 것은 이순, 자신이 임명한 재상 두황상이었다.


“송구하오나, 폐하. 군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들의 행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예. 아군은 모든 부분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는 이순의 입이 꾹 다물렸다. 일부도 아니고 모든 부분? 이런데도 원정을 나가면 기껏 확보한 예산과 끌어올리기 시작한 민심이 날아갈 건 뻔했다. 그리고 이순은 이런 상황인데도 고집부릴 정도로 아둔한 인물이 아니었다.


“... 그럼 저 작태를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무슨 방법이 필요하다는 건 확실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지 않은가. 그리고 아까도 언급되었지만, 중국 해안은 넓었고 내륙은 더욱 넓었으며 털 곳은 주위에 널렸다.


이순의 머리에는 온갖 짜증 나는 것들이 휘몰아쳤다. 위대한 천자국을 자칭하면서도 이리도 나약해진 당, 틈만 나면 고토를 찾고 복수하겠다는 고구려에, 말은 더럽게 안 듣는 절도사, 거세당한 주제에 욕심만 그득한 환관, 그리고 말로는 충성을 바치면서 뒤통수란 뒤통수는 다 치고 있는 한국.


“흐... 한국... 한국이라”


무언가를 생각해낸 이순은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해 유려한 붓글씨를 선보이고는 옥새를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걸 수십 번, 수백 번 한 후 살짝 미소지었다.


“한국왕이 한 것을 짐이라고 못하리라는 법이 있느냐? 일이 끝나면 그 오랑캐의 얼굴이 보고 싶구나”


황제의 명을 받든 파발은 수일에서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힘차게 달려 각 고을 장터에 벽보 하나씩을 붙여놓고 읽기 시작했다.


대충 활빈당을 비롯한 도적떼들이 몰리는 것은 모두 말을 안 듣는 절도사들의 탓이며 천자 자신은 도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으나 절도사의 방해로 무산되어 절도사와 손을 잡은 도적들이 마을과 성을 범하였다. 이에 천자로서 내 아이와 같은 백성의 고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절도사를 교체하며 이에 불응할 시 반역죄로 간주할 것이며 이를 위해 백성들의 도움이 있으면 고맙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게 옥새가 찍힌 칙서라는 것. 그리고 사실과 다르지만 어쨌건 대충 생각해보면 말이 얼추 된다는 점. 그리고 아예 틀린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 등등의 요소에 의해 당나라 지방 민심은 급격히 이순을 향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원래가 천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이었고 전근대 동아시아의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왕에게 충성하고 나라에 충성한다. 진짜 자식까지 잡아먹고도 굶어 죽을 지경이 되지 않는 한 농민봉기는 잘 일어나지 않음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이 불만이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다만 그 한계치가 아득하게 높을 뿐. 그런 와중에 천자의 절절한 호소문이 전국에 퍼져버렸다. 글을 읽지 못한다고? 온종일 관리가 목청 터져라 읽고 있는데 귀만 있다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으니 별 상관없었다.


그냥 한 해 농사지어 그 해 먹고 사는 농민들부터 억?울하게 재산을 빼앗긴 부호들까지 모든 분노는 절도사를 향했다.






지영은 불쾌한 낯으로 중얼거렸다.


“오랑캐니 뭐니 하더니만 그 오랑캐의 방법을 잘도 써먹는군”


“저들도 별반 다를 바 없군요”


조소하는 몇몇 장관들과는 다르게 지영의 얼굴은 심각했다.


“... 그리 웃긴가?”


지영의 묵직한 목소리에 피식피식 웃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나는 무서운데”


지영이 처음 보고를 받아들고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저건, 저건 자신과 같은 언론 플레이다. 비록 미숙하긴 하지만 자신과 같은 통치 방법이다. 자신이 권력을 잡고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를 지금 보란 듯이 따라하고 있다.


“소인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기술을... 거인이 따라하고 있소.”


하나의 중국.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아니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에도 중국의 경제력과 잠재력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중국의 생산량이 유럽 전체를 합한 것과 비교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중국이 근대화되고 현대가 되며 중국은 다시금 유럽연합의 GDP를 뛰어넘고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비록 미국을 넘지는 못했지만 대부분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점쳤다. 지영 역시 마찬가지였고. 질적인 부분에서는 모르겠지만 양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런 중국이 다시금 뭉치고 있다. 비록 지영이 기억하는 현대 중국의 영토도 아니고 전근대의 특성상 그 넓어 보이는 영토에 확고한 지배력을 모두 발휘하지도 못할 것이며 주위에 적이 많기는 했지만 이곳에는 미국이 없다.


그런 만큼 저 ‘하나의 중국’이라는 단어는 지영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저 단어만 봐도 수십 마리의 용이 몸을 옥죄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상상이 가오? 저 거인이, 하나 되지 못한 거인이 소인의 기술을 본받아서 하나가 된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물론 쉽게 지지는 않을 거다. 아무리 당이 한국을 모방한다고 해도 모두 다 모방할 수는 없다. 덩치 차이가 있으니까. 한국의 변화는 훨씬 빠를 것이고 고구려가 방어하는 동안 한국은 자신의 생산력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해 고구려를 지원할 것이니까. 어쩌면 조금만 자존심을 굽히면 멀쩡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번에는 우리의 신문을 따라 했지. 다음에는 뭘 따라 할까? 농사법? 공장? 도시 계획? 물류? 정책? 혹은 철강이나 군사?”


어느 것 하나만 넘어가도 한국의 우위는 위협받고 사라질 것이 뻔한 것들이다. 그만큼 한국은 소프트 파워에 주력했고 그렇기에 고효율이라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저 거대한 당나라의 덩치에 고효율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생각하니... 끔찍했다.


“항시 경계하길 바라오. 우리의 주적이자 영구한 숙적은 그 누구도 아닌 당이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지영은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


“난 오래전부터 중국놈들이 싫었어”


그 말에 기존의 관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과 가까이 있어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지영은 정말 당을 싫어했다.


물론 그들도 당나라가 칙서랍시고 보내오는 것들의 내용을 듣고 있자면 사신놈의 면상을 대전에 갈아버리고 싶은 느낌이긴 했지만, 지영은 더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일이었다. 사신이 오갈 때를 제외한다면 직접 만날 일도 없고 알기로는 지영과 당이 뭐 얽힌 일도 없는 걸 생각하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싫어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럼에도 관료들은 그냥 넘어가는 눈치였다. 이상하고 기묘한 취미를 가지는 폭군보다는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는 것과 당나라를 싫어하는 걸 제외한다면 지영은 충분히 모실만한 왕이었으니까.


“여튼 예상보다 당이 빠르게 혼란을 수습할 것 같으니 1군단의 창설을 조금 서둘러야겠군”


지영이 슬쩍 눈짓하자 사혁이 말을 받았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 진 대장은 이미 1군단장 직을 수락했고 현재 군단 사령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못해도 보름 안쪽으로는 1군단을 창설하고 다음 달 안으로 서북 요새화를 준비하며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건... 든든하군. 서두르지 않아도 좋으니 확실히 준비하게나.”


“예, 전하!”


원래 요새화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활빈당의 활동은 그걸 즉시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외 활동도 할 수 있게 해 주었기에 회의는 굉장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지영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왜 사람들이 ‘한 방’에 매달리는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작가의말

좋은건 같이 써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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