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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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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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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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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

DUMMY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이라면 탐라 국왕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물론 먼저 쳐들어간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쪽이었지만 탐라는 이전부터 신속해왔고 딱 봐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무려 일 년 넘게 시간을 끌게 한 탓이었다.


“죄인 아닙니까? 적절히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일국의 왕인데 망설임 없이 처벌하자는 사혁의 의견에 최명호는 기겁하면서 말렸다.


“거... 육군 장관님. 그래도 일국의 왕 아닙니까? 적당히 어르고 달래서 탐라를 통치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뭣하러 그자를 이용해 탐라를 통치해야 한단 말입니까? 아국의 문명으로 충분히 통치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탐라 원정에 쏟아부은 물자만 생각하면...”


“이미 날린 비용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아낄 방안을 택하는 게...”


보수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자 지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국토부 장관을 맡은 신후에게 시선을 향했다.


“총리 대리, 경은 어찌 생각하시오?”


설차는 원정대를 끌고 중국을 털러 갔기 때문에 국토부 장관 신후가 총리 대리를 맡고 있었다. 지영 입장에서야 얼마 뒤 내무성 총리로 임명할 생각이었고 따로 인수인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감히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아국의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물자와 인력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나 정보에 따르면 탐라는 개발을 한다 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여, 이러한 탐라국에 지금 당장 행정력을 소비하는 것은 엄연한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탐라 국왕의 죄를 그 아들이 씻게 하시고 주요 항구와 도시 위주로 관리하고 남는 자원은 남방에 힘을 쓰는 것이 옳다 봅니다.”


“흐음...”


그 말에 지영이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의견이 틀린 건 없었다. 제주도가 농사짓기 좋은 땅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인구가 많은 것도, 산업이 발전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제주도에 쳐들어간 것도 중간 기항지 확보가 주목적이었다.


목초지는 이미 연해도라는 훌륭한 대체지가 있었고 감귤은 어차피 얻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유채꽃을 이용해 기름을 뽑는 것도 어차피 쉬나무가 있어 굳이 유채꽃을 이용할 필요가 그리 크게 없었다.


“내 탐라 국왕과 그 세자를 보고 결정하겠소”


그들의 처분은 능력의 유무에 따라 갈리리라.


한 쪽에서 탐라국왕의 처벌 여부를 논의하고 있을 때 한국 내무총리 설차를 비롯한 일만여 명의 연해도 전사들은 이미 배를 타고 당나라로 향하고 있었다.


당나라를 털러 간다는 목적 때문인지 처음 배에 탄 연해도의 전사들이지만 들뜬 기색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건 이들의 족장 역시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선상 생활은 할 만하시오?”


“하! 당나라를 털러 가는데 이 정도는 견뎌야지!”


“맞습니다!”


“거 당나라 털러 간다는데 축 처져 있을 순 없지요!”


거구의 남자가 호탕하게 외치자 주변에서도 왁자지껄하게 동의를 표했다. 애시당초 옛 고구려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던 부족들도 있는 만큼 당나라라는 곳을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거기에 중원 지역 왕조들이 늘 그러했듯 이이제이로 이민족을 다스리다 보니 반감이 쌓인 것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뭐... 그러하다면 다행이오만, 혹시라도 몸이 이상하면 바로 말해 주시오”


“의원이라도 있소?”


“뱃멀미에는 약도 없으니 속을 게우고 푹 쉬면 나을 것이오”


그 말에 거구의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헌데 의외요? 당나라를 칠 줄은 몰랐소만 이렇게 총리께서 직접 오실 줄은”


“어허, 그 무슨 섭한 소리요. 이 늙은이는 그저 양 민족의 화합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 뿐이오”


“하하하하하! 화합 중요하지! 나도 개명을 했다오”


그는 그리 말하면서 오태식이라고 쓰여 있는 신분패를 떡하니 내밀었다.


“굳이 안 하셔도 되는 것을”


“이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로 했으니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겠소? 한국 지배하에 들어간 이후로 우리 부족의 삶이 크게 나아졌다오. 더는 굶주리는 사람도 없거니와 오히려 부유해졌지. 고양 가죽의 오태식 하면 나름 유명한데, 모르시오?”


“이 사람은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오.”


설차는 모르고 있었지만, 고양 가죽이라는 회사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양모와 가죽 생산 업체였다.


“아니, 나이도 젊은 사람이?”


“내 나이가 이제 예순 하고도 네다섯이 되가오만”


“이래 봬도 일흔을 넘긴 늙은이요, 내가”


그 말에 설차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오태식을 바라보았다.


“에잉, 거 젊은 사람이 나이 탓하기나 하고 말이야. 그럼 안 되오. 이 늙은이도 평생소원 이루러 먼바다까지 배를 타고 나가는데”


오태식은 남쪽 사람들은 너무 허약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설차가 보았을 때 저 정도의 거구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허약한’ 사람들이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그런데, 어르신”


“나 원... 이제 늙은이 취급을 해버리는구려”


“본인 입으로 늙은이라 하지 않았소”


“그거야 말이 그렇단 거지, 말이. 에잉... 쯧쯧”


어디선가 가져온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를 꿀꺽인 설차는 술에 대한 욕망을 꾹 참아내고서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 묻겠소만, 어째서 귀의한 거요? 들어보니 그 세력이 결코 약하지 않아 보이오만”


“늙으면 내새끼들 잘사는 게 최고 목표 아니겠소, 거 총리 어르신도 그럴 것 같은데?”


설차는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미 늙은 몸, 부귀와 영화라면 충분하게 누렸다. 더 누린다면 누릴 수 있지만, 어차피 부귀와 영화를 무덤까지 가져갈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더 이상 남자 구실을 못하는 하반신을 내세워 여색을 탐할 생각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남자 구실을 못 하는데 여색을 탐하는 건 미친놈이 아닌가.


그러니 남는 것은 말년에 자식놈들과 며늘아기, 꼭 제 어릴 적을 빼닮은 것 같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 손녀들을 보는 낙으로 사는 것이었다.


“늙으면 다 비슷한가 보오”


설차의 말을 오태식이 킬킬거리며 받았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나름 거물 둘이서 손자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배는 서서히 당나라 동, 남해안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한국이 나름대로 평화를 구가하는 동안 고구려 역시 만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만주는 척박한 지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간이 안 되어 척박할 때의 경우고 본래 만주는 이만한 꿀땅이 없다 싶을 정도로 지하자원이 좋은 땅이다.


토양 역시 비옥해서 우크라이나 평원에 뒤지지 않는 만주벌판의 삼강 평원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흑토 지대다. 지영이 보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빚을 내서라도 빨리 개간하자고 보챌 만큼 비옥한 땅이다. 호남평야? 그런 건 솔직히 말해 명함도 못 내민다.


물론 본래 고구려의 세수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개간 속도는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효율이 좋은 땅이다 보니 세수가 많이 늘어났다. 배곯는 백성들도 많이 사라졌고 관료들의 급료도 제때 줄 수 있었으며 전쟁을 대비하여 군량미를 비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살만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살만해지면 항상 외부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것이 본능이든, 혹은 계획이든


고구려의 경우에는 강경파가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곳간은 비옥하며 군은 날래고, 장군들은 용맹과 지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사오니 지금이야말로 당을 공격해 묵은 원한을 갚을 때이옵니다!”


“실로 그러합니다, 폐하. 당이 약해진 지금이 절호조의 기회라 할 수 있으니 어심을 굳건히 하시고 결단을 내려주시옵소서!”


등의 목소리였다.


사실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닌 것이 고구려가 다시 독립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전까지는 당의 지배하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당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는 없었고 약해진 당을 공격해서 무너진 자존심과 요서 지역을 점령하여 북방 유목민족과 더욱 긴밀하게 교류하며 당을 견제할 연합을 형성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라면 제 1동맹국이자 혈맹국인 한국은 이러한 계획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던 것이다.


태왕, 고연후로서도 한국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굳이 거대한 당을 적으로 돌려서 얻을 만한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재물로 셈하기에는 당과의 전쟁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었고 영토를 얻자니 막상 한국이 얻을 만한 위치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은 자신들이 맺은 조약을 어디까지나 상호방위조약임을 명확히 했다. 즉, 먼저 쳐들어가면 동맹으로서 지원해줄 의무가 없다 이거다.


‘저들을 쳐내어야 한다’


그나마 자신의, 왕실의 힘이 강해졌기에 저들이 저렇게 주장하는 것에 그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왕실이 이미 흔들렸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저 강경파들을 빠르게 제압해야 했다.


자신이 왕위에 있을 때는 괜찮다. 어쨌거나 자신은 창업군주고 고구려를 당의 압제에서 해방한 해방자로서의 지지도 확실하니까. 하지만 자신의 후계자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창업 군주도 아니고 해방자로서의 지지 역시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자신에 비하면 입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차라리 사돈이 부럽군’


전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 군사력을 이용해서 반대 세력을 싹 다 소탕한 과감한 결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군소 연합의 장이었을 뿐이었고 봉기 당시에는 직속 병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한국을 끌어들여 부담을 확실하게 낮추거나 혹은 강경파의 세를 꺾거나...’


전자의 방법은 나름 그럴듯해 보였다. 어쨌거나 한국을 끌어들이면 거기에 있던 몇 만의 정예병력과 물자, 자원, 그리고 해군과 대량의 수송선까지 끌어다 쓸 수 있다. 그리고 마침 당은 골골대는 상황이니 싸워서 이길 확률이 그렇게까지 낮지는 않았다.


후자의 방법은 안전하기는 하나 강경파의 세를 꺾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경파를 제대로 통제할 수만 있고 그 동안에 만주를 더 개발하여 권력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쥔다면 이 나라는 다시금 예전의 성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은 분명했다. 굳이 자신의 대가 아니어도 아들이, 손자가 그 위업을 이루리란 것을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그렇게 태왕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작가의말

주말엔 영업 안 합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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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남북전쟁26 +2 24.01.04 8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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