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fle 님의 서재입니다.

Image Ma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631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3.19 09:24
조회
6,723
추천
52
글자
13쪽

2화-로그인

DUMMY

2.로그인


온기라고는 하나 없이 적막만이 감도는 쓸쓸한 방의 한 켠에서 현휘는 손에 들린 작은 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세상 같은 건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그 말. 감정이 치밀어 내뱉었던 말이 아니었던가,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진심이었던 듯싶다.

얼마 전에야 개발이 완료되어 판매가 시작된 수상 그룹의 야심작.

가상현실게임 Parallel.


“가상이라······”


가상현실. 현실이 아닌 가상이 과연 실체를 지니고 의미를 지닌 하나의 세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데이터, 정보로 이루어진 정보체가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까.


“큭.”


어쩐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스워졌다. 아무렴 어떨까. 어차피 자신은 도망치고 있는 비겁하고, 졸렬한 놈일진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버벅거리는 전자의 세계이면 또 어떻고, 현실이나 다름없는 세계면 또 어떨까.

결국 자신은, 현실에서의 슬픔과 상처가 너무나 아프고 두려워서 도망치고 있는 겁쟁이에 불과한 것을.

그저, 그저 도망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 그것으로 족했다.


“그래, 그것이면 족해.”


그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의식이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그대여, 여행자여.

오랜 여행의 행로에 고통과 상처가 많았음이라.

결과에 도달하는 길은 언제나 멀고, 험하며.

도처에 위험과 이별이 존재하니 어찌 상처를 아니 입을까.

허나 그럼에도 그대의 걸음이 멈추지 않는 것은.

그대의 행로에 상처보다도 기쁨이 많았음이라.

위험에 처한다는 것은 그대에게 그것을 이겨낼 능력이 있음이요.

이별을 겪는다는 것은 그보다 많은 만남이 있었음이니.

그대여, 여행자여.

세계수의 가지 위의 이 땅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그대의 지친 육신을 기꺼이 받을지니.

그대여, 여행자여.

그 자비로운 온기와 평안 위에 편히 걸으라.

어떤 상처도, 어떤 아픔도, 어떤 고통도 종래에는 지나가는 꿈과 같음이니.


부디, 편히 잠들거라. 아가.


* * *


“시작인가······”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빌딩의 꼭대기, 한쪽 벽면이 유리로만 되어 있는 그곳에서 신적한은 깊이 가라앉은 시선으로 자신의 발 밑으로 깔린 도시의 풍경을 한 눈에 담았다.

희고, 푸르고, 붉게 빛나는 각양 각색의 빛들이 이 어둠이 깔린 도시에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휘청이는 인간들의 군상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크으······”


잔에 담겨 있던 술을 들이킨 그가 쉽사리 재단키 힘든 감정의 신음을 흘렸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긴 인내를 했던가. 평범하게 성공하고자 했다면 결코 지금까지 견디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 시작이다.

뚜벅뚜벅.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그의 그림자가 유리창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비춰졌다. 그의 싸늘하게 식은 시선이 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저 수많은 인간 군상들. 자신 역시 전에는 저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과 피를 흘린 끝에 이곳에 올라섰다.

저들의 정점. 부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모든 것을 손에 넣어 금력의 최정상에서 옥좌를 거뭐쥐었다.

하지만 겨우 그에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지금껏 참아온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으니까.


“모든 것은 내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발 아래에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친구를 버렸고, 혈육조차 팽개쳤다. 본래는 무력하게 잃고야 만 부인을 위해서였으나 그것을 위해 혈육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아이러니가 종종 닥쳐왔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것이 끝나면 그때에 다시 찾으면 그뿐이다.

그를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준비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을 그저 관람하는 것뿐.

이제, 진정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


“모든 조각이 모였고, 모든 설계가 끝났고, 모든 준비가 마쳐졌다. 자아, 움직여라, 춤을 춰라. 나의 판 위에서 내키는 대로 움직여라.”


그의 눈이 위험한 빛을 발했다.


“결국 너희의 모든 것은 나의 손 안에 있을 것인즉.”


그의 입가가 잔인하게 휘어진다.


“춤춰라, 광대들아.”


이제, 무대의 막이 올랐다.


* * *


그가 눈을 뜬 것은 어둠의 한 가운데에서였다. 아니, 그것을 어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빛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그곳에서 어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위도, 아래도 없고, 시간과 공간마저 애매했다.

그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 뿐. 그 어떤 감각조차 의미도, 실체도 없는 그곳에서는 무의미했다.

얼마나 그렇게 혼돈 가운데에 서 있었을까. 저 멀리에서부터 ‘빛’이라고 부를 법한 것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하늘색이 아른거린다 싶었더니 이내 허리를 숙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니구요······제가 게으름을 피웠던 건 맞는데, 그러니까······”


잔뜩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며 더듬거리는 자주빛 눈을 보자 현휘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미묘하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그런. 하지만 그런 그의 심경을 모르는 그녀는 연신 허리를 방아깨비마냥 숙이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분명히 시간이 남았던 것 같았는데! 제가 일부러 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쪼끔······!”


어째서일까. 온몸에 무기력함이 감돌고 다른 데에 신경을 쓸 만큼 감정에 여유가 남은 것도 아니건만.


‘가만히 둘 수가······없네.’


죽은 누이와 같은 또래의 모습이어서일까, 아니면 이토록 선명한 실체의 존재를 눈앞에서 감지하고 있어서일까.

자연스럽게 손이 뻗어나가 어깨를 밀어 올렸다.


“그만해. 그쪽 잘못은 없었으니까 그만 해도 돼.”


“에, 에?”


“애초에, 내가 시간도 확인하지 않고 들어온 거니까. 그쪽이 준비를 다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 없어.”


무감정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말에 잠시 멍해 있던 그녀가 에, 에 하는 소리를 연신 뱉다가 이내 상황 파악이 된 듯 얼굴이 한껏 붉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함소리.


“너, 너! 그런 건 미리 말을 해 줘야지! 나한테 약을 팔아? 나한테! 이 나한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바로 스타팅매니저 리아라고! 나한테 잘못 보이면 국물도 없을 줄······!”


초에 몇 음절을 뱉어내는 것인지. 아무리 썩 듣기 좋은 맑은 목소리라고는 해도 다다닥거리는 효과음이 어울릴 것만 같은 말소리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귀찮아.’


아무런 조짐도, 전조도 없었다. 그저 생각했고, 리아는 밀려났으며 현휘의 눈동자가 굳었다.


“······어?”


공기도 변화가 없었고, 그 어떤 이능의 흔적 역시 없었다. 그저, 원래 그래야 했던 것처럼 갑작스레 생성된 힘이 그녀를 떠밀어 냈다.

그 어이없고,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리아는 멍하니 입을 벌렸고, 현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이게 뭔가.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모양새인가. 대체, 대체.


“이게, 이게 뭐야!”


콰앙!


“꺄악?”


분노라는 감정으로 채색된 발길질이 바닥을 치고, 마찬가지로 원인도 결과도 없이 생성된 힘이 발의 움직임에 편승해 바닥을 부수어 냈다.

그 충격파 탓에 뒤로 튕겨나간 리아는 멍한 눈으로 그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하, 하.”


어이 없다는 듯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린 채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 울어야 할지, 분노를 터뜨려야 할지 방황하고 있는 그 모습에 리아는 멍하게 입을 벌렸다.


“아······”


저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인도, 과정도 없이 곧장 결과와 답만을 도출해 내는 그 힘을.

혹자는 불가사의라 평하겠고, 혹자는 불가해라 평하겠고, 혹자는 무지라 평할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다 말할 것이다.

저것은 ‘신의 힘’이라고.

그저 생각을 했을 뿐이고, 그 어떤 말도, 행동도 없었다. 단지 생각했을 뿐. 단지 그것만으로 세상의 모든 법칙이 흔들리고, 결과가 생겨난다.

그 놀라운 광경에 리아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때, 현휘의 안은 곪다 못해 썩고, 부서져 그대로 무너져가고 있었다.


저주했었다.

자신의 무력함을. 자신의 나약함을.

누이가 죽은 그 순간부터 단 한시도 저주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힘이었다. 숨쉬듯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힘이었다.

신에 가까운 아니, 신의 힘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쓰지 못했다.

아주 어릴 적. 그 힘으로 인해 어머니가 다친 이후 쓸 수 없었던 힘이었다. 아니, 그리 생각했던 힘이었다. 그래서 그때, 누이의 죽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그저 귀찮다고 생각하자 밀려났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인데 그것을 그대로 표출하게 했다.

단지 생각. 단지 감정. 일말의 편린이라 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것들이었는데 그에 움직였다.


“대체······대체, 이게 뭐야······?”


저주했다. 지키지 못했음에.

원망했다. 구하지 못했음에.

절망했다. 다시는 볼 수 없음에.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저주할까?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을 원망할까?

도대체 이제 어떻게 절망할까?

잃어버렸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그 힘이 사실 자신에게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분명히 다시 움직였다. 자신의 사소한 생각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다면,

사실은 자신이 그 힘을 쓰기를 거부한 것이 아닐까.

사실은 자신은 영연을 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사실은 영연을 원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은 자신이 지금 느끼는 이 비통함조차 거짓이......아닐까.


“하, 하하하······이게 뭐냐고······”


자신이 어째서 그토록 슬퍼했는데, 자신이 어째서 그토록 그저 놓고만 있었는데, 자신이 어째서 도망쳤는데!


“그게······다, 정말로 거짓이고, 위선이라고? 그게, 내가!”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부정 당하고, 부인 당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일 지도 몰랐다.

눈에 가득차 끝끝내 흘러 넘치는 눈물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들어 올린 손을 덜덜 떨며 자신을 끝없이 혐오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감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주변의 대기가 일그러졌다 터지기를 반복했다. 법칙이 뒤틀리고, 규칙이 부정당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아는 이내 인상을 묘하게 찡그리며 터벅터벅 그의 곁으로 다가가 섰다. 그리고 들어올려지는 손.


“정신 좀!”


빡!


“차리라고!”


언제 나타난 것인지 하얀색으로 빛나는 몽둥이가 현휘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그리고 사라진 이상현상들을 보며 리아가 인상을 썼다.


“작작 좀 해요! 여기가 무슨 그쪽 안방인 줄 알아요! 이렇게 다 부숴먹으면 다 누가 책임지라고!”


“······”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몽둥이에 맞은 탓에 숙여진 그대로 현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앞에서 리아는 계속해서 자신의 짜증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애도 아니고! 분노 조절장애도 아니고! 아니면 우울증이에요? 대체 왜 갑자기 멀쩡한 바닥을 다 부숴먹고 있냐고요!”


“······”


“이봐요! 듣고 있어요? 이봐요!”


“······”


“듣고 있냐고요!”


턱. 현휘의 어깨로 가져가던 리아의 손을 그가 잡아 챘다.

그리고 들어올려진 그의 얼굴은 오름손으로 가려져 볼 수 없었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선명한 자국은 리아가 더 이상 입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됐어. 그만해. 그만해도 돼.”


“어······저기······울어요? 진짜로? 어른이? 내가 몇마디 했기로서니, 그게 그렇다고 울 일은······”


“아니, 됐어.”


착 가라앉은 목소리. 비가 내리는 날의 하늘에 떠있는 먹구름과 같은 그 목소리에 리아가 움찔거렸다.


‘뭐, 뭐야······’


자신이 크게 잘못한 것이 있는지 되돌아 보려는 그녀의 앞에 현휘의 말이 한마디, 두마디 흘러 나왔다.


“······됐으니까, 그냥, 네 할 일을 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그래, 그냥. 그냥 지금은 쉬고 싶었다. 단지, 혼자 있으면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대로 다 포기해버리고 울 것만 같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해야 되는 일을 해······스타팅 매니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있겠지.”


“어, 음······”


그러니까.


“알았어요. 그럼 제 소개를 할게요.”


그러니까.


“제 이름은 리아. 이곳, 영광의 신전을 관리하고 있는 스타팅 매니저에요.”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애써 자신을 위로하려 하지 않는, 그런 말소리가 하나쯤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09.09 307 0 -
공지 후일담 관련 공지 19.04.09 281 0 -
공지 연재주기 16.10.09 873 0 -
266 264화-World Unite(5)(완결) +1 19.04.04 513 7 13쪽
265 263화-World Unite(4) 19.04.04 214 2 13쪽
264 262화-World Unite(3) 19.04.04 204 3 13쪽
263 261화-World Unite(2) 19.04.04 213 2 14쪽
262 260-World Unite 19.04.04 207 3 13쪽
261 259화-결전(決戰) 19.04.04 195 3 13쪽
260 258화-재림(Parusia)(4) 19.04.04 197 3 13쪽
259 257화-재림(Parusia)(3) 19.04.03 216 4 13쪽
258 256화-재림(Parusia)(2) 19.04.02 210 3 12쪽
257 255화-재림(Parusia) 19.03.31 216 3 17쪽
256 254화-once upon a time(6) 19.03.31 198 3 11쪽
255 253화-once upon a time(5) 19.03.30 233 3 12쪽
254 252화-once upon a time(4) 19.03.29 193 3 14쪽
253 251화-once upon a time(3) 19.03.29 200 3 12쪽
252 250화-once upon a time(2) 19.03.28 207 4 12쪽
251 249화-once upon a time 19.03.27 196 4 12쪽
250 248화-목동의 인도 19.03.25 199 4 11쪽
249 247화-마왕성의 손님(2) 19.03.24 191 3 13쪽
248 246화-마왕성의 손님 19.03.23 183 2 14쪽
247 245화-천국의 문 19.03.22 180 4 14쪽
246 244화-세상의 패권(2) 19.03.21 176 5 13쪽
245 243화-세상의 패권 19.03.21 175 3 12쪽
244 242화-수면 아래의 전쟁(3) 19.03.20 170 4 12쪽
243 241화-수면 아래의 전쟁(2) 19.03.19 182 3 12쪽
242 240화-수면 아래의 전쟁 +2 18.11.14 210 3 14쪽
241 239화-오월동주(吳越同舟) +4 18.11.07 223 4 12쪽
240 238화-심화(5) +3 17.11.17 326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