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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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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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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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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9화-오월동주(吳越同舟)

DUMMY

69. 오월동주(吳越同舟)


이런저런 선물과 함께 짐덩어리까지 한가득 안겨준 오딘이 떠나고 정현의 생각이 깊어져갔다.


'어떻게 할까.'


-뭘 말이냐.


'그렇게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너도 잘 알잖아? 애초에 그럴듯한 계획같은 것도 없이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잖아. 그걸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는 중이었지.'


-그것 참. 곤란한 고민이로군.


'비꼬지 마.'


정현의 몸이 힘없이 침대에 푹 파묻혔다.


'정말이지......어떻게 해야 할지 까마득하다고.'


제3세력. 그것도 양쪽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수준의 용병.


'말이야 간단하지. 그저 균형만 맞춰주면 되니까. 하지만 결국 용병이잖아. 세력의 소속원이 아니라고.'


하나의 전쟁 중에 양쪽을 오가며 용병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단언컨데 없다.

다른 문제를 모두 제쳐두고서도 일단 신용 자체가 발목을 잡게 된다. 박쥐마냥 이리저리 오가는 용병을, 막말로 첩자일 수도 있는데 누가 흔쾌히 쓰려고 할까.


-혹시 모르지. 그 전설적인 용병왕정도라면 다를지도.


쿡쿡거리며 툭 내뱉은 녹스의 말에 정현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농담할 기분 아니야. 게다가 신용은 둘째치더라도 우선 그만한 힘이 있어야 조율을 하건 어떻게 하건 하는데 지금 내가 가진 힘으로는 턱도 없다는 거, 알고 있지?'


-그렇지. 아무런 힘이 없는 용병따위, 알게 뭐냐. 더군다나 조율이라......그러자면 힘의 총량 중 2할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너로는 어림도 없지. 아니, 유렐 아이스라도 힘들거다. 기껏해야 문조차 시야에 담지 못한 수준으로는 턱도 없는 수준이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이어가다가 비딱하게 턱을 괸 정현이 순간 미소를 그렸다.


'녹스.'


-음?


'답을, 찾은 거 같아.'


정현의 시야 끝에는 오딘 덕에 숙면시간을 즐기고 있는 명인과 문적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 녀석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럭저럭 쓸만하기는 한 녀석들이지. 무엇보다 이능력이라는 게 다재다능한 면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덕에 한군데 특화되기는 편하니까.


'아니, 그것 말고. 저 녀석들의 성향.'


-음?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녹스가 허,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과연, 그렇군.


명인과 문적. 상위 5%안에 드는 실력자인 데다가 그 성격상 어디 한곳에 뭉쳐있을 법한 타입도 아니었다. 게다가 과거의 접점같은 게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둘이 같이 다니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이 필요할까?


-그래, 저런 녀석들을 꽁꽁 묶어둘 수 있을 정도라면 용병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겠지. 음, 그래. 맞아.


'단기계약을 고수하고 양방 어디에 소속되건 간에 철저히 신용을 지킨다면 중립용병으로서의 입지 역시 지킬 수 있어.'


-그래......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네 뜻대로 용병을 만들고, 다룰 수 있을 때의 이야기라는 것. 잘 알고 있겠지?


정현이 씩 미소를 그렸다. 자시만만한, 저쪽에서 유렐이 곧잘 그리고는 했던 그런 미소였다.


"물론."


* * *


"어? 뭐라고?"


순수한 타의로 숙면을 취하고 깨어난 명인은 대뜸 용건을 던지는 정현의 말에 벙찌고 말았다.


"너희 리더를 만나고 싶어. 비즈니스로."


"어, 어......그러니까......"


'이거, 괜찮으려나?'


애초에 며이 정현을 알게된 이유는 현휘를 추적하는 데 있어서의 수단 중 하나였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암초에 좌절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호의가 아닌 적의에 다분히 가까운 의도로 접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지시를 내린 것이 바로 자신의 리더인 한격훈이었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애초에 너희도 그렇고 비밀스럽게 움직이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고."


"뭐......그야 그렇지만서도......"


'야, 야. 이거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뭐가?'


속닥거리는 명인의 말에 문적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명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을 좀 해봐! 지금 저 녀석을 데려다 주면 보나마나 리더가 싸울 게 뻔하잖아!'


'왜?'


'그 미친 놈 목적을 떠올려 보라고! 그 자식은 그냥 복수에 홀린 또라이라고! 게다가 그 대상이 쟤 친군데! 둘이 싸우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봤어?'


'알게 뭐야.'


"야!"


"아, 거 귀따가워서 못들어주겠네."


귀에다 대고 빽 소리를 지르는 명인의 입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면서 문적은 대뜸 손을 내밀었다.


"가지. 일단 소개는 시켜줄 테니까."


"야!"


명인이 그 모습에 고함을 빽 질렀다. 아니, 저렇게 무턱대고 결정하면 어쩌자는 건가.

여태 이것저것 재면서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시끄러. 당사자들 문제는 알아서들 해결하라고 해. 애초에 네가 그걸 왜 고민해. 이제와서 충성이라도 해보려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런 이야기 맞아. 넌 뭔가 조직에 속하면 뭐라도 된 것처럼 날뛰려고 하는데, 애초에 너나 나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


'망할놈이 이럴 때만 더럽게 똑똑하지.'


논리에서 밀린 명인이 속으로 구시렁 거릴 때 문적은 고개를 까딱였다.


"자, 어쩔래. 나도 저녀석이랑 같아. 아마도 아가씨가 우리 아지트에 가면 리더랑 대뜸 싸움박질부터 할 것 같거든? 근데도 갈거야?"


"싸우게 될 이유,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되지."


"그럼 어쩔 수 없잖아. 일단 가는 수 밖에."


"워......새삼 느끼는 거지만 아가씨는 너무 겁이 없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


허리춤에 걸린 종말을 툭 치는 모습에 문적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 두도록 하지."


씨익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명인은 망연한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몰라......다 알아서 하라고 해."


* * *


어째서 불길한 예상은 틀리는 일이 없을까. 복권 살 때 마냥 틀려줄 수는 없는 걸까.


‘하하, 다 조졌어.’


톡. 톡.

단검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명인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망나니같은 팀원 여섯명이 없는 것은 다행이기는 했지만 이미 이 방의 공기는 목줄을 죄어오고 있었다.


‘제발 아무 말이라도 해 보라고!’


정현도, 한격훈도 이 방에 들어선 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이 만나 나눈 것이라고는 그저 지금의 숨막히는 침묵 뿐.

견디다 못해 슬쩍 도망칠까 고민하던 명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한격훈의 손에서 단검이 떨어져 책상에 박혀 들었다.


“해서, 이렇게 친히 찾아온 용건이 뭐라고?”


나른하게 건네진 질문에 정현이 나직하게 답했다.


“상호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조건부 한시 동맹.”


“동맹, 동맹이라......”


한격훈의 눈이 가늘어지며 정현을 바라보았다.

과연 저 아가씨는 무슨 생각인 것일까.

당장 순수하게 현금 동원력으로 따진다면 세계의 제일가는 남자의 금지옥엽은 무슨 생각을 하고 예까지 찾아온 것일까.


“분명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쪽 아가씨와 나는 목숨을 노린 쪽과 목숨의 위협을 느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일텐데?”


“맞아. 내가 피해자지. 실제로 피해를 본 건 없지만.”


“그런데도 여기를 찾아왔다? 그것도 손을 잡자고? 정말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내가 또 목숨을 노릴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그다지.”


짧게 답한 정현이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


“네가 원하는 걸 내가 가지고 있지 않으니 네가 나를 공격할 필요도, 날 노릴 이유도 없지. 위협이 될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동맹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아인즈 에르. 이현휘의 행방.”


“하!”


단호한 답에 한격훈에게서 탄성이 튀어 나왔다. 기가 찬 듯, 화가 난 듯도 한 탄성과 함께 그의 표정이 미미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그래, 내가 그놈을 찾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건 말이지 내가 왜 그놈을 찾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아닌가?”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은 물음에 정현은 한격훈과 눈동자를 마주했다.

본래는 야망과 자신감을 가득했을 그곳에는 이제 흉포한 분노만이 가득했다.


“한격훈. 28세.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졸업생. 최초의 Parallel 영주 유저 라니안 디프로이즈. 성격이 유하고 필요에 따른 처세술이 뛰어나 세력을 일구는 데에 장점을 보임. 현재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유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음. 현재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수준의 자산을 보유 중. 그리고”


정현의 눈동자가 가라앉으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티어 6의 독심술 능력자.”


“너.”


“이 정도면 답으로 충분하겠지?”


“그래, 아-주 충분하군.”


너무 충실하게 충분해서 넘쳐흐를 정도로.


“마음만 같아서는 갈아 마시고 싶은 심정이야.”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정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한격훈.”


이마가 닿기 직전까지 마주 얼굴을 가져간 정현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흘러 나왔다.


“네가 그렇게 찾고, 죽이려고 하는 게 내 친구라는 걸 잊지 마. 지금, 아버지의 뜻조차 거슬러 지키려고 하는 그런 친구라는 걸. 나도 마음만 같아서는 너 따위가 다시는 그 머리로 불순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뇌를 후벼버리고 싶으니까.”


탁. 정현이 책상에 메모리 카드를 내려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너를 찾은 건 어디까지나 조건부 동맹이 목적이야. 너는 죽이고 싶어서. 나는 지키고 싶어서 찾아야 하고, 지금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어서이니까. 절대, 화해같은 허울 좋은 걸 하려고 한 게 아니야.”


“나라고 다를 것도 없지.”


툭. 마주 일어선 한격훈이 품에서 마찬가지로 메모리 카드를 꺼내 책상 위에 던졌다.


“어디까지나 행동의 자유를 위한 동맹. 더불어 양쪽의 정보 교환을 통한 빠른 수색. 목적은 상호 동일한 인물의 추적 및 발견. 목적 발견 즉시 동맹은 파기. 이 정도면 동의하겠지?”


“그 이외의 조건은 애초에 필요도, 의미도 없지. 그럼 동맹은 성사된 거겠지?”


“그래. 빌어먹게도 재수 없는 일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지.”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다 이내 몸을 돌려 문을 나서는 정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격훈이 툭, 내뱉었다.


“이봐.”


“뭐지?”


어느새 소파에 앉은 탓에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보며 한격훈은 작게 이죽거리며 검지를 뻗어 그녀를 가리켰다.


“나는, 네가 싫어. 꼭 나를 보는 것 같거든.”


저 차갑고 비릿한 눈동자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냉정한 이성도,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이기적인 감성도.


“이거 참 우연이네.”


냉혈하고 이기적이어서 자신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자신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못 견뎌하는 그 모든 관점이.


“나도, 네가 참 역겹거든.”


“뭐, 동족혐오라는 거겠지.”


“동감이야.”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녀에게는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에게는 없었다는 것.


“정말이지 재미없는 아가씨야. 빌어먹게도 말이야.”


정현이 나가버린 문의 모습을 더듬어보며 한격훈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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