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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470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4.04 16:28
조회
194
추천
3
글자
13쪽

258화-재림(Parusia)(4)

DUMMY

대륙의 어느 한 구석. 궁벽하기 그지없어 평소라면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을 그 땅에서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무수한 대마법들과 손에 꼽히는 경지에 이르른 기사들의 충돌.

그 어떤 전략적 이점도 없고, 그 어떤 자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그곳에는 각자의 명운을 걸고 대륙의 거의 모든 전력이 모여 있었다.


“버텨! 조금만 더 버텨라! 이곳에서 승리하면 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그게 말이 쉽지! 제기랄-!”


선두에서 지휘하는 기사의 외침에 후열, 마법사들에게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전쟁이고, 전투였다면 후열이 안전하고 편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초인들의 전쟁터.

더군다나 상대는 아군에 비해 절대 다수의 마법사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이쪽에 마도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패배했을 터였다.


“대체 증원은 언제 오는 거야!”


“지금 주변에 둘러쳐진 역장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저거 뚫고 들어오려면 한 세월도 모자라다고!”


“젠-장할-!”


전황은 이미 처음부터 불리했다. 멍청한 지휘부는 전선이 고착화되고 싸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때부터 완전히 방만해져 있었다.

이제는 저 흑마법사들의 세력이 전쟁에 지치거나 재정비에 들어갔다고 확신한 순간 감시망은 흔들렸고 그 틈을 타 흑마법사들의 기습이 진행됐다.

현재까지 저들이 점령한 대지의 영역은 모든 대륙을 통틀어 정확히 절반에서 아주 약간 부족한 정도.

거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민중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곳에서 패배해 대지를 내주게 될 경우 그들은 확실하게 점유율 5할 이상을 가져가게 된다.


‘젠장할 것들이 전략 참 더럽게도 짰어.’


그러나 그것이 지나칠 정도로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들은 전쟁을 할 줄 알았고, 그 결과 이미 기존에 있던 국가들 중 절반은 정복당해 사라졌고, 이제 여기서 패배하게 된다면 나머지도 마찬가지가 되겠지.


“그렇게 되도록 두고보고만 있을 것 같으냐!”


앞으로 3분. 그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은 패배하고, 가족, 지인들은 비참한 처지를 피하지 못할 터였다.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 다수를 위한 세계의 원칙에서 귀족은 배척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이미 복속된 국가들에서 일어났던 귀족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학살에서 그 성향은 충분히 드러났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키는 수 밖에.


-우리의 첫 스승 아르단테여. 만민을 위하여 그 지혜를 흩뿌린 대 현자여. 당신의 먼 제자가 지금,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기적을 간절히 구하나이다.


처음 마법에 입문하면서부터 들었던 단 하나의 기도문.

마법사 주제에 기도문이라는 게 우습기는 했지만 그것을 비웃을 수는 없었다.

그 기도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하여 행하는 자기희생의 주문이었으니까.


“으아아아아!”


라벨학파의 7서클 마법사 아르벨은 그동안 쌓았던 모든 마력과, 서클과, 지식을 버리는 대가로 단 10분. 감히 넘볼 수도 없었던 대 마도의 힘을 잠깐이지만 빌려왔다.


“이 멍청이가!”


옆에서 그와 함께 전선을 지키던 포라스 학파의 마도사가 경악하며 아르벨에게서 멀어졌다.

순간적으로 격에 맞지 않는 힘을 부여받은 아르벨은 그 힘을 제어할 능력도 없이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으니까.

대 마도의 격, 힘을 이기지 못한 육체가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그 정신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하게 살아 있었다.


“이거라면, 적어도 여기는 지킬 수 있겠군.”


클래스로 따지자면 9클래스 정도일까. 자신으로서는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그 높은 곳에 죽기 직전에야 닿았다는 것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죽을 힘으로 노력하면 된다는 게 이런 뜻이었으려나.”


어차피 죽게 될 몸이라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금껏 아등바등 발악하던 것들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잊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너희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단 한번, 바라보았던 그 마법의 형상을 그리고 마력으로 현상을 구현한다.

비록 산산조각 난 서클의 조각들이 강제로 이루고 있는 아홉 개의 서클이지만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이적을 이루는 데에는 그 어떤 무리도 없었다.


“가라.”


-라벨 9클래스

불사조의 날개짓


화염계열 최상위 술식. 불사조가 날개짓을 하며 흩날리는 깃털은 주변 모든 것을 불살랐다.

적어도 대량 파괴에 있어서는 라벨학파의 모든 술식 중 가장 최상위에 있는 것이었지만 아르벨은 쓰게 웃으면서 피를 토할 뿐이었다.


“역시, 가짜는 가짜인가.”


과거 라벨 학파의 학파주 닐 위즈 바이드가 저 술식을 사용 했을 때 산 하나가 통째로 불타올라 암석지대가 되었던 것에 비해 그가 구현한 것은 고작해야 도시 단위의 소각일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전투는 이겼나.”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아르벨의 의식이 끊어질 즈음 전 세계에 하나의 선언이 울려 퍼졌다.


-나는 이 세계의 권세를 움직이는 자이며, 권리의 대행자! 이 세계의 모든 섭리를 지배하는 신이다! 이 세계의 모든 구성이여, 나에게 복종하며 나의 말에 따라 움직이라! 이 세계의 규율은 이제부터 새로이 쓰일 것인즉! 새로이 신이 된 자. 나의 이름은 개혁의 신, 크라켄이다!


본래 이곳으로 보내진 병력은 미끼였을 뿐이었다.

그들이 진정 노리고 있던 것은 전혀 반대쪽에 위치한 영지로 간 크라켄이 직접 이끄는 이들이었고, 결국 그들은 세계의 5할 이상을 가져가는 것에 성공했다.

스스로의 목숨을 버려 기적을 일구어낸 한 마도사는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이 스러지고 말았다.


* * *


흑마법의 기반이 되는 마기로 가득한 성의 중심에서 크라켄은 희열과 결의에 찬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그는 비로소 세계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으며 중간계의 신이 되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마침내, 여기에까지 이루었다.”


단지 신분이 낮았기에, 힘이 없었기에 덧없이 스러져가던 부인과, 수없이 많은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던 크라켄이 굳은 음성으로 선언했다.


-이 세계는 바뀔 것이다. 나 개혁의 신은 오직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신의 위에 올라섰다. 나의 염원은 이 세계의 염원이 될 것이며 나의 언어는 오직 하나뿐인 이 세계의 법이 될 것이다.


품에서 오래된,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고서를 꺼내어 크라켄은 단언했다.


-이제껏 이 세계는 잘못되어 있었다. 위대한 선조들의 유산을 부정하고 은폐했으며 당연하게 누렸어야 할 만민의 평등한 권리를 빼앗았다. 나는 이에 그 모든 것을 본래 있어야 했던 곳으로 되돌릴 것이다. 이는 보다 찬란한, 과거 우리 선조들의 찬란한 문명에 다가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대륙을 떠돌던 중에 우연히 한 유적에서 발견한 책자. 세계의 멸망을 기록한 그 책에는 인간의 오만을 비난하는 글귀로 가득했지만 크라켄은 그 안의 다른 내용에 집중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그것은 이 세계의 모든 지성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누군가의 위에 있을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누군가의 아래에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나의 생명이며 모두가 하나 만큼의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오로지 스스로 존재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는 오직 스스록가 소유한다.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소유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크라켄의 양 팔이 펼쳐지며 고서에 빛이 모여들어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그 내용은 이제 전혀 달랐다. 이 책은 이제 크라켄이 새로이 작성하는 세계의 규칙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일어서라! 당당히 걸음을 내딛어라! 스스로의 권리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해라! 인간의 신분에는 귀천이 없음이니 이것이 세계의 태초부터 있었던 당연한 권한이다!


“지랄하는군.”


“왔나?”


크라켄의 시선이 닿은 곳. 성의 첨탑에는 아인즈가 그를 바라보고 잇었다.

일말의 감정도 실리지 않은 채 지혜로 가득한 눈동자로.

분명 그는 자신의 적이었으나 이상하게도 크라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제약도 되지 않았으니까.


“이것이 입장의 차이라는 것이로군.”


“뭐라는 건지. 지금 당장 그 얼빠진 선언부터 철회하는 게 좋을 거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은 결과가 나올 테니.”


“무슨 소리. 이것은 완벽하다. 고대에도 증명되었고, 이후에도 응당 증명될 당연한 권리에 대한 것이 어디가 잘못되었는가.”


“이래서 선무당이란.”


혀를 찬 아인즈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너, 저쪽의 제도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크라켄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


“저쪽의 민주주의란 건 말이야. 허울뿐인 개살구지. 그 정신은 숭고하지만 결국 변질됐어. 그들에게는 돈이라는 너무나 분명하고 직관적인 권력이 있었거든.”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것이냐.”


“그렇게 대놓고 단서를 흘리고 다니는데 못 알아볼 리가. 아무튼 그만두는게 좋아. 설령 그 제도가 정착되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들 지금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으니까.”


“천만에. 본래 지녀야 했던 것을 되찾는 데에는 그 어떤 준비도 필요치 않는다.”


“그 제도의 기반은 중산층의 등장과 평민의 교육, 금력 확보다. 괜히 억지를 써서 개혁을 세계에 각인시켜 봤자 피만 흐를 뿐이야.”


“아니, 틀렸다. 이것이 올바른 길이다.”


신념과 고집으로 가득한 그 눈동자를 보며 아인즈는 혀를 찼다.


“말로 들어처먹지를 않는군.”


“너 역시 마찬가지다.”


“하긴, 애초에 말로 해결을 볼 사이는 아니었지. 우리가?”


“나는 설득을 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무슨 자기합리화를. 애초에 내 딸을 납치하고 나를 추방한 때에 이미 결정된 일이지.”


아인즈의 주변으로 마력이 사납게 휘몰아쳤다.


“네놈을 죽이고 망쳐놓은 것들을 복구해야지. 쓸데없이 벌여 놓은 귀찮은 것들을 모두.”


천좌 24성

단일 대상 타격형

아인즈 자작

천벌(天罰)


“어리석다. 네 어찌 인간의 몸으로 신을 대적하려 하는가.”


-사라져라.


도시 하나 정도는 우습게 지워버릴 수 있는 마법이 단 한순가에 사라졌지만 아인즈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애초에 예상하고 있었다. 크라켄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단지 그가 어디까지 신의 권능을 구현하고 있는지 탐색차 던져본 것 뿐이었다.


“귀찮게 되었군.”


결과는 제법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언령을 벌써 그만큼이라......아주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로군.”


혹은 그가 쌓아왔던 것이 신으로서 적합했는지도.

투덜거리는 아인즈의 모습에 크라켄은 비릿하게 웃었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영역은 고작해야 그 정도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그 위에는 닿을 수 없는 법.”


-그러니 죽어라. 필멸자여. 신에게 도전한 오만, 목숨으로 받으라!


세계의 모든 의지가 자신의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아인즈가 손가락을 튕겼다.


천좌 궁극

아인즈 자작

역천(逆天)


-콰창!


크라켄과 아인즈의 사이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투명한 결정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을 보며 크라켄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확실히 마법으로는 그대가 훨씬 낫군. 설마하니 신의 권능에 도전히 가능한 마법이 있을 줄이야. 인정하지. 그대는 진정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이다. 허나.”


-그것이 그대의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도 훨씬 더 거세게 밀려드는 죽음을 보며 아인즈는 살짝 입술을 달삭였다.


-게럴트.


-예스, 마이 마스터.


-주변의 대피는 모두 끝났나?


-예. 분부하신 대로 이 도시의 모든 생명은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너희도 미리 피하도록.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 담긴 물음에 아인즈가 피식 웃었다.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해.


확답과 함께 죽음을 맞이해 별의 바다가 펼쳐졌다.


-이르노니, 펼쳐져라 별하늘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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