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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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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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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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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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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43화-세상의 패권

DUMMY

71. 세상의 패권


별의 바다가 덮쳐드는 것과 동시에 로컨은 최대한의 속도로 단검을 찔러 넣었지만 이미 세계수에게 닿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수없이 존재하는 별들이 행동을 제한하고 단검의 궤적을 뒤흔들고, 막아섰다.


“큭!”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검을 회수해 사방을 경계하는 로컨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사위를 뒤덮은 밤의 한자락과 각자의 방식으로 경계를 끌어올린 동료들.

그리고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네놈, 어떻게 빠져 나온 거냐.”


으르렁거리는 물음에 답한 것은 비웃음을 한껏 머금고 있는 조소였다.


“애초에 그따위 소꿉놀이 같은 것들로 문을 연 이를 묻잡아 둔다는 게 더 어이없지 않을까 싶지만.”


“개소리! 제아무리 대 마도에 도달했다 한들 그 근원인 마력과의 소통을 끊었거늘 아무런 힘도 없는 허수아비가 구속을 끊을 수는 없다!”


“내가 허수아비라고, 누가 그랬지? 무능한데다 오만하기까지 한 어리석은 너희들이 나를 제멋대로 재단해 실수를 저질러 놓고서 탓하는 듯이 지껄이지 마라.”


뚜벅.

유난히 크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내디뎌진 발걸음에 사방의 별이 요동치고 은하가 춤을 췄다.


“멍청하게도 진리에 이르기 위한 수많은 길들을 모조리 묻어버리고서 효율이라는 어리석은 가치를 택해 무한하며 전능한 마법의 가능성을 잊은 너희가.”


현휘의 손이 휘둘러짐과 함께 별들이 마법이 되어 로컨과 의원들을 덮쳐갔다.


“너희의 편협한 사고관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노옴!”


콰아앙!

의원 넷을 모두 뒤덮는 폭발과 함께 일대의 별이 모여들어 폭발력을 제한하고 통제해 다시 안쪽을 향해 분출했다.

설령 용이라 해도 중상을 피하기 힘든 수준의 폭발이었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듯 현휘의 오른손이 검푸른 기운을 두르며 폭발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뻗어졌다.

카앙!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달려드는 검을 잡아채며 현휘는 비죽, 사나운 웃음을 그렸다.


“설마하니, 그런 얄팍한 수에 당할 거라고 생각했나?”


“이, 노옴......!”


언제 뽑아들었는지 모를 붉은 장검을 든 로컨이 이를 드러냈다.

크드드득.

검을 빼내기 위해 손잡이를 당겨냈지만 현휘의 손에 잡힌 검신은 요지부동.

오히려 현휘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검푸른 기운이 붉은 검신을 잡아먹고 있었다.

우우웅.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에 현휘는 진득한 조소를 머금었다.


“꼴에 영성을 지닌 검이라...기껏해야 길에 발을 올리기 직전인 작자에게 과분하다 못해 부끄럽기까지 한 물건이군.”


“잘난 척 떠들지 마라! 어차피 네놈도 어리석기는 매한가지다!”


“글쎄? 내가 어리석다고 해도 적어도 너희처럼 주제도 모르고 날뛰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죽어라!”


로컨의 외침과 함께 현휘의 뒤편에서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사슬이 뻗어 나와 현휘를 휘감았다.

세계수를 구속하고 있던 사슬이니만큼 현휘 역시 묶이게 되면 별 수 없이 제압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멍청하기는.”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간 마력이 로컨과 숨어서 사슬을 잡고 있던 일리아시아와 리라온, 주멘을 강타했다.


“쿨럭!”


“끄, 으으으...”


백색의 사슬을 잡고 있는 리라온과 흑색의 사슬을 잡고 있는 일리아시아. 그리고 사이에서 사슬을 엮은 말뚝을 쥐고 있는 주멘은 하나같이 바닥에 쓰러져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주멘에게 다가간 현휘가 간신히 손에 쥐여있는 말뚝을 뺏어 들며 코웃음을 쳤다.


“기껏해야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효율같은 너절한 가치나 쫓는 반편이나 묶어둘 법한 물건을 가지고 세계수를 구속한다? 개도 웃을 소리지.”


“쿨럭, 그, 게...무슨, 소리...?”


“처음부터 다 듣지 않았나? 세계수가 똑똑히 말했을 텐데? 기다리고 있었다고. 모든 것이 예정대로라고.”


“서, 설마...?”


“그래, 바로 그 설마다.”


주멘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처음 세계수의 말을 듣고서도 설마설마하고 있었다.

설혹 이 모든 것이 세계수가 계획한 그림이라 해도 적어도 구속구는 그 효력을 지니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


“애초에 너희에게서 진리를 향하는 문과 길을 거둔 것도 세계수이고, 잡혀 준 것도 세계수다. 너희는 철저하게 이용해먹기 좋은 장기말 일 뿐이었던 거지. 세계수에게도. 또 나에게도.”


“거, 짓말...!”


“애석하겠지만 모두 진실이다. 나로써도 저 녀석에게 일부 놀아났다는 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된 밥에 재를 치는 멍청한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으니.”


뿌드득.

검푸른 기운이 말뚝을 파고들자 균열이 일더니 부스러져 내리며 흑색과 백색이 섞인 수정을 토해냈다.


“그, 건...?”


“열쇠지. 내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문을 여는 열쇠.”


“무, 슨......?”


“잘 생각해 보고 답하도록 해라. 의회의 제사장 주멘 수즈.”


현휘가 허리를 숙여 주멘의 얼굴을 마주하고 물었다.


“너희가 세운 지혜의 탑이 있는 곳. 천국의 문(Bobylim)은 어디에 있나.”


“너, 끄윽, 네놈! 무슨, 무슨 생...각이냐!”


“무슨 생각이냐니.”


현휘가 비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당연한 것 아닌가? 열쇠를 얻었으니 그 문을 열어야지.”


“그,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내가 왜 모른다고 생각하나?”


현휘가 열쇠를 들어 주멘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그들조차도 모르게 숨겨졌던 과거의 유산.

세계수가 숨겨두었던 혼란의 봉인.

그리고


“다른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그냥,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닿은 결론일 뿐이지.”


세계수의 자의적인 이능 봉인.

과학이라는 현상력을 다루는 학문의 대두.

전설로 남아있는 저쪽의 존재들.

과연 그 모든 것이 우연의 산물일까? 그건 절대 아니라고 현휘는 생각했다.

아니, 우연이어도 상관없었다. 우연조차도 이 정도로 연관성을 보인다면 그건 이미 필연이나 마찬가지이니.


“그 문은! 그 탑은 결코 열어서는 안 된다! 그곳은 지옥으로 향하는 문이야! 어리석은 조상들이 저지른 과오란 말이다!”


“그건 너희에게나 그런 것일 뿐이지. 내게도 그런 건 아니야. 단순무식하게 차원의 경계에 구멍을 뚫고 연결하는 것 외에는 간신히 문을 걸어 잠궜던 너희 조상과 나는 엄연히 달라. 내가 지닌 지식이 월등히 뛰어날뿐더러 난 든든한 조력자도 있어서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그 문을 열었을 때에 세계에 번질 파장을 막을 수는 없다!”


“어째서 막아야 하지?”


“뭣?”


“애초에 그 문을 열어젖혀 나오는 것이라고는 약해빠진 몬스터들과 이형종. 비대칭으로 인한 이상력 뿐이다. 하등 이 세상에, 이 지구에 해로울 것들이 없는 것들이지.”


“그건 이 세상에 닥칠 혼란을 막기 위해서...!”


“너희 기준의 혼란일 뿐. 이 세상, 이 세계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더욱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진보의 기회다. 더 큰 가능성, 더 많은 자원, 더 새로운 모든 것들. 혼란의 틈에서, 진보의 근처에서 도태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건 어느 시대에건 있던 일일 뿐. 네가 주장하는 혼란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지.”


“그건, 그건......!”


“애초에 너도 알고 있지 않나? 더러운 자기 합리화와 자기기만으로 이루어진 모순을 여태껏 주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단지 지금껏 그 모순을 지적해줄 상대가 없었을 뿐.”


“......”


침묵하는 주멘을 보며 피식 웃은 현휘는 몸을 일으키며 마력을 거두어들였다.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던 세계수의 요람뿐만 아니라 전장까지 뒤덮고 있던 별의 바다가 거두어지며 새벽의 신광이 스며들어왔다.

세계수가 있던 곳의 위로 모조리 사라져버려 단순히 커다란 크레이터에 지나지 않게 된 의회의 터전을 둘러보며 현휘는 손 위에 모여든 네 개의 마력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너희가 살아서 굳이 태양을 볼 필요도, 새로운 시대에 참여할 필요도 없겠지.”


이미 정신을 잃고 있던 로컨과 일리아시아, 리라온의 몸에 마력이 스며들어 먼지처럼 흩어져갔고,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깨달은 주멘은 몸을 떨었다.


“나, 나는......나는......!”


“아, 굳이 내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어. 애초에 살려줄 생각도 없었을 뿐더러 세계수에게 물으면 그만이니.”


“사, 살려......”


최후의 단말마를 남기며 먼지가 되어 흩어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던 현휘가 고개를 들어 크레이터의 가장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익숙한 마력이 느껴졌다.

자신이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한 검과 자신이 만들어 선물한 육체의 마력.

그리고


“여전히 기분 나쁘고 역겨운, 지저분한 마력을 흘리며 나다니는군.”


부패를 상징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분나쁜 거무칙칙한 녹색의 마력을 흘리고 다니는 남자.


“그런 마력으로 잘도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부끄럽지 않나? 라니안 디프로이즈. 아니, 이곳에서는 한격훈이라고 불러야 할까?”


“여전히 건방지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면상이고 주둥이지 않나. 아인즈. 아니, 이현휘!”


푸스스스.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사방을 부식시키며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검은 벌레의 물결을 보며 현휘는 혀를 차며 마력을 일으켜 장막을 둘렀다.

일국의 역량을 쏟아부은 화력조차도 가볍게 웃을 수 있을 장막이었지만 한격훈의 벌레는 그것을 너무나 간단하게 무시하고 현휘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다급하게 마력을 일으켜 벌레를 태워보려고 했지만 역부족. 마력을 부정하는 특성이라도 있는 것인지 마력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벌레들은 현휘에게 달라붙어 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장막을 유지하던 마력마저 해제되며 쓰러지는 현휘의 모습에 한격훈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 으흐하하하하! 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너 같은 놈은 날 위에서 내려다 볼 수가 없는 거라고! 너한테 허락된 건 오직 그렇게 바닥을 기면서 나를 올려다 보는 거란 말이다!”


엘리트로 태어나 엘리트로 자라난 그에게 주변의 모든 존재는 자신을 떠받들기 위해 존재하는 장식품이었다.

설혹 지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모두 자신보다 이전 세대의 인물들이고, 자신이 그 나이가 되기 전에 그를 눈 아래에 둘 자신이 있었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이현휘. 아인즈 에르였다.

언제고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여태 겪은 적 없는 모욕감을 선사한 장본인.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흐하하하! 으하하하하하! 그래, 그거라고! 으하하하하하!”


비록 이 힘을 얻기 위해 제법 큰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광경을 보는 것이라면 그 모든 대가를 갈음하고도 남는 감이 있었다.


“너 같은 놈에게 딱 어울리는 꼴이고, 딱 어울리는 최후다. 주제에 넘는 짓을 벌였으니 당연히 비참한 꼴로 죽어야지!”


쓰러져 있는 현휘에게 다가가 짓밟으며 외치는 한격훈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최대한의 고통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급소를 피해 전신을 천천히 갉아내며 거기에 분풀이를 해대고 있는 모습에서 과거의 엘리트 한격훈, 최초의 유저 영주 라니안 디프로이즈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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