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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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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480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28 19:50
조회
205
추천
4
글자
12쪽

250화-once upon a time(2)

DUMMY

마력을 주입함에 따라 증축되는 탑을 잠시 바라보던 아시오르는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응? 왜? 뭐가 잘 안 돼? 내가 도와줄까?”


자신의 이름을 로시즈라고 밝힌 어린 블루 드래곤. 엘프의 숲에 기거하는 다르딘의 손녀격인 드래곤이다.

도착한 첫날, 방주로 만들 마탑의 기반을 올린 이후로 계속해서 찾아온 그녀는 아시오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눈을 빛냈다.


“있지, 있지. 어떻게 하다가 영혼을 찾게 된 거야? 인간들이 만든 호문클루스는 죄 엉터리라서 인형 말고는 가능성이 없을 줄 알았었거든.”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결함품이려니 하고 생각할 뿐이죠.”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너 빼고 다 결함품인걸? 호문클루스는 원래 너같은 존재라고.”


그 말에 아시오르는 눈을 찌푸렸다.


“대체 호문클루스의 원형이 뭡니까? 인간이 처음으로 개발해낸 게 아닌 겁니까?”


“당연하지!”


로시즈가 허리에 양손을 올리며 설명했다.


“애초에 호문클루스는 세계수가 이 세계에 뿌리를 박고서 아무런 문명도, 지성도 없는 이들에게 가진바 지혜를 전하고 문명을 꽃피우도록 하기 위해 내려 보낸 사자가 원형인걸? 그걸 인간들은 신의 사자라고 멋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원래는 그래. 그런데 그런 존재가 아무런 감정도, 영혼도 없는 존재였을까? 절대 아니지. 오히려 이 지상의 그 어떤 종보다도 우월한 완성된 존재라구.”


“그렇다면 지금 다른 호문클루스는 어째서 그리 태어나는 것입니까.”


“글쎄? 인간이 애초에 인형을 만들려고 했거나, 호문클루스를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지금의 상태이거나 그렇지 않을까? 뭐, 나야 인간들이랑 별로 친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그렇습니까......”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한 기색이 느껴지는 아시오르의 모습에 로시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내 말에 뭔가 거슬리는 거라도 있었어?”


“아니요.”


아시오르의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그저,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제 형제라고 할 수 있을 그들이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알고싶을 뿐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욱 큰 것을 원할지도 모르지. 쓰게 웃는 아시오르의 뒤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대한 답이라면 내가 들려줄 수도 있네만.”


“다르딘님.”


“할아버지 안녕!”


달려드는 로시즈를 안아들며 다르딘은 아시오르를 바라봤다.

불완전함의 상징으로서 가지게 된 회색 눈동자.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영혼으로 그 눈동자는 탁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지금의 세상 흘러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인간들이 주제넘는 짓을 벌이게 된 원인이 바로 호문클루스라는 말이지.”


“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본래 호문클루스란 세계수가 자신이 뿌리박은 세계에 지혜와 문명을 선물하기 위해 내려보낸 존재.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들이 마치 신의 사도와 같이 보였고, 그리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른 종족과 친밀하게 지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우연히 그와 관련한 정보를 알아내게 되었다.

호문클루스는 세계수가 잉태한 초월종이다.

그것을 알게 된 최정상의 마도사들은 한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신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 세계수가 잉태해 낳은 존재라면, 어쩌면 세계수의 일부를 조합해 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그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수는 본래 세계에 생명을 내리고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존재.

그런 만큼 세계수의 사랑을 받아 그 일부를 선물로 받은 이들 역시 상당수 존재했다.

마도사들은 그런 이들에게서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세계수의 신체들을 끌어모았다.

아군으로 포섭하거나 혹은 제거하는 강경한 수단까지 동원하면서.

그렇게 모인 재료들을 가지고 그들은 연구에 들어갔다.

세계수의 가지, 줄기, 잎, 열매, 꽃, 꿀, 수액.

어느 것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호문클루스의 육체를 구성하는지 알아내야 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답.

모든 나무, 식물의 성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씨앗. 세계수의 씨앗 역시 세계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이용해 씨앗에서 세계수가 아닌 호문클루스를 발아시킨다면 어떨까?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들의 손에서 세계수의 씨앗은 성공적으로 발아했고, 발아한 씨앗은 은발에 적색 눈을 지닌 호문클루스가 되었다.

각기 ‘아담’, ‘이브’라 명명된 최초의 인공 호문클루스.

그들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며 마도사들은 전율했다.

호문클루스는 탄생과 동시에 완전했고, 또한 성장했다.

마도사들이 평생동안 이룬 경지를 이루기까지 불과 10년이 걸리지 않았고,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거기에서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을......인간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지.”


어쩌면 신인류가 되어 인간을 이끌어 줄지도 몰랐던 그 둘의 호문클루스들을 마도사들은 붙잡아 해체하고, 해부했다.

자신들보다 명백한 우위로 올라서 손을 쓸 수 없어지기 전에.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알량한 권력욕이나 명예욕 따위가 아니었다.

그들의 원한 것은 바로 호문클루스가 지니고 있던 완전한 가능성.

그들, 100의 마도사가 모두 좌절하고야 만 진리의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

호문클루스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던 그 문을 여는 가능성을 그들은 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인공신 제작 계획’. 바벨론 프로젝트.

호문클루스를 완전히 해부하여 그들이 이상력을 다루는 구조, 마력기관, 뇌의 구조, 영혼의 형태까지.

그 모든 것을 샅샅이 분해하고 해석해냈다.

그리고 그들은 확신했다.


‘신은, 만들 수 있다.’


전승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스스로 신격에 도전한 초인들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 마도의 너머에 있는 진리의 문을 그들 스스로가 원한다면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광기에 빠져들었다.

호문클루스에서 영혼을 제외하고, 마력기관과 이상력 통제 능력을 거세시킨 인형의 제작기술을 널리 퍼뜨렸다.

그것으로 세상의 돈을 끌어 모았다.

충분한 돈이 모인 그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숨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신을 만들 것이다. 나아가 우리 스스로 신이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연구가 아니다. 인류의 과업이다. 세상을 보아라. 세상의 많은 신 중 그 어디에 인간의 신이 있는가! 엘프의 종족신도, 드워프의 종족신도, 요정의 종족신도, 용의 종족신도, 오크의 종족신도 있다. 하지만 오직 우리 인간만이 우리의 종족신이 없다! 우리는 이에 결심했다. 우리의 신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신을 만들 것이다! 오직 우리만을 위해 움직이며, 오직 우리만을 위해 생각하는 우리의 신! 우리는 인간신을 만들 것이다! 이미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다. 스스로 인간이 위대하다 생각하는 이들은 우리에게로 오라! 이 위대한 과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선포는 대륙 전역에 전달되었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환호했다.

다른 종족들은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종족신을 마침내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했다.

하지만 몇몇 깨인 자들은 직감했다.

이것은 인간을,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방아쇠라는 것을.

만약 저 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인간의 어쩌면 모든 지상 종족의 배척을 받을지도 몰랐다. 신의 분노를 감당하게 될 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움직였다.

아시오르의 주인이자 전 대륙에서 가장 빛나는 대 마도의 사역자인 ‘자정의 관측하는 자’타르탄은 그들을 대적하여 인간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동료를 모으고, 후원자를 구하고, 신을 만드는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최초에는 협상을 하려 했으나 결과는 실패.

그리고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전쟁일세. 아마 지금쯤이면 전 대륙이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먼.”


“그, 말씀을 제게 하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아시오르의 떨리는 물음에 다르딘은 무심하게 답했다.


“아무것도. 그저, 자네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네.”


로시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웃던 다르딘이 그녀를 내려놓으며 돌아섰다.


“나는 이만 가보로독 하지. 아, 방주에 들어갈 이들은 모두 도착했네. 엘프들의 거주지 외곽에 있으니 자네가 데려다가 놓도록 하게.”


무심히 숲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시오르는 고개를 떨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쟁? 전쟁이라고?’


현재 전 대륙에 있는 대 마도에 이르른 인간은 120명. 그 중 100명이 인공신 계획에 참여했다.

그리고 타르탄은 나머지 중 일부를 수습해 저들에게 대항하고 있을 것이다.

전 대륙을 상징하는 100명과 불과 스물도 되지 않는 세력의 싸움.

그들은 어떻게 될까?

적어도 타르탄은 인공신 계획을 중지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렇게 된다면, 신의 분노도, 다른 종족의 배척이 있기도 전에 이미 그는 살아남을 수 없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떠는 아시오르에게 로시즈가 걱정스레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몸도 떨고 신음까지......내가 숙소까지 데려다 줄까?”


“크, 흐윽......”


툭. 투둑.

아시오르의 신발 앞코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로시즈는 입을 다물었다.


“음......”


아무리 경험이 적은 그녀라고 해도 저게 무엇인지는 안다.

모든 지성있는 자들이 극히 분노하거나 기쁠 때에, 혹은 슬플 때에 눈에서 떨어져 내리는 감정의 결정.


“차라리, 차라리......”


아시오르는 자신이 되찾게 된, 원래 가지고 있었어야 했을 감정을 되찾은 것을 저주했다.

이제 얼마 뒤면 타르탄은 죽는다.

살아날 가능성 따위 일말의 여지도 없이 반드시 죽는다.


“차라리......!”


아시오르가 얼굴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잿빛 하늘.


“이런 아픔을 알 것 같았다면 차라리......”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그 미소. 아닌 척 인상을 쓰지만 내심 웃고 있던 그 얼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그 손길.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없다.


“차라리, 감정 따위, 영혼 따위.”


툭, 투두둑.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비가 얼굴에 부딪히고,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것들이 하염없이 쏟아져간다.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늘이 무너져 간다.

별이 쏟아져 내린다.

대지가 갈라져 간다.

바다가 솟구쳐 간다.

이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재앙인가.

아니면 신에게서의 징벌인가.

인간의 오만은 스스로를 옥죄고

자신의 세상을 무너뜨려 간다.

아아, 어딘가에 있을 우리의 신이시여.

이것이 정녕 그대가 바라던 것이었습니까.

당신의 자식들이 낙엽처럼 흩날리나이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이

마침내 인간에게도 끝이 오는도다.’


-작자 미상, 유적 발굴품 중 일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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