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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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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476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20 16:37
조회
168
추천
4
글자
12쪽

242화-수면 아래의 전쟁(3)

DUMMY

“찾았다.”


한격훈의 한마디에 신정현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지?”


“지금 모두가 노려보고 있는 곳.”


“그래...”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할까.

현휘를 구속하려면 그 정도 되는 조직이었을 거라 예상을 했었지만 설마 현휘를 누군가가 구속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었다.

분명 그는 저쪽 세계에서의 힘을 온전히 쓸 수 있었고, 그렇다면 현휘를 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게 오히려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건 현휘를 제압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거나, 현휘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잡혀주었거나.

하지만 전자는 터무니없는 가정이었다. 애초에 그만한 존재가 있다면 의회가 이렇게 밀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현휘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잡혀 주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현휘를 구하려 전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현휘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 전장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빠질 생각도 없지만.’


이제 와서 빠지게 된다면 한격훈이 무언가 낌새를 차릴 게 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만나러 가야지.’


어떻게든 가서, 현휘를 만난다.

궁금한 것도 없고, 굳이 도움을 청할 것도 없지만 일단은 가서 만나야 했다.

염치없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 편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것 참 굉장히 염치없는 생각이로군. 자신의 안전을 친구에게 의탁한다니.


녹스의 말대로 였지만 그만큼 바람직한 방법도 없었다.


‘적어도 인질이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


정현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스스로의 주제 파악을 잘 한다고 해야 할까.

그녀의 무력은 아무리 잘 쳐줘도 이 난장판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 살아나갈 만큼 유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혼자 길을 뚫다가 인질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처음부터 현휘와 합류해 동행하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전력에 가담할 수는 있을 테니까.


“그럼, 우리 계약도 여기서 끝이겠군.”


“뭐, 그러고 싶다면 그러면 되겠고.”


한격훈은 정현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눈을 번득였다.


“다음번에는 적으로 볼 테니, 그 목 잘-간수하는 게 좋을 거야.”


“그쪽이야말로.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조심하도록 해. 그 목이라도 간수하고 싶다면.”


“하.”


한격훈이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뭐, 좋아.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죽겠지. 그때까지 잘 지내라고.”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현은 이내 시선을 내려 검을 닦기 시작했다. 1m가량의 검신을 가진 검은 검.

종말을 물질화 시켜 축소해 놓은, 말하자면 검집에 수납된 상태인 종말을 닦으며 유렐은 입을 열었다.


“녹스.”


-왜 그러냐.


“현휘는 뭘 하려고 저기에 들어간 걸까?”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군. 그 녀석의 속은 워낙에 시커매 놔서.


“적어도 추정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아?”


-뭐, 가능성은 여러가지겠다만은 일단 가장 유력한 건 저기에 저쪽 세계와 연결이 가능한 어떤 수단이 있다는 거겠지.


“그럴까?”


-아마도. 너도 잘 알겠지만 그 녀석이 확신 없이 움직일만큼 성급한 녀석도 아니고 어떤 확신이 있었으니까 움직인 거겠지. 그 확신은 상당한 근거를 기반하고 있을 거고.


대 마도에 이르른 존재의 확신이라는 것은 애초에 하나의 예언과 다를 것이 없다. 그 정도 되는 존재의 사고라는 것은 인간의 한계라는 것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것이었으니까.


-아마 이 전쟁, 이 전투의 향방도 그 녀석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원하는 것을 얻고 너그러운 마음이라면 이곳의 모두가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을 거고, 아니라면 뭐, 기적을 바라든, 신에게 소원하든 해야 살 수 있겠지.


“현휘가...그럴까? 그렇게까지 할까?”


-신정현. 너는 유렐 아이스와 다른 존재로서 살고 있지만 이현휘라는 남자는 애초에 이곳에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저쪽에 몸을 던져 넣은 녀석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너에게는 신정현이 주고 유렐 아이스가 부이겠지만은 그 녀석에게는 아인즈가 주이고 이현휘가 부일 터이니. 녀석의 사고관은 이곳보다는 저쪽에 가까울 거다.


“그래, 그렇겠지.”


적어도 돌아갈 집이 있는 자신과 다르게 현휘에게는 굳이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도, 필요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니 더욱더 현휘를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우정의 표현 방법이었으니까.


“가자. 녹스.”


-음, 개전인가.


“그래. 오늘 여기서 세계의 역사가 결정될 거야.”


* * *


쿠-웅.

건물 전체를 둔중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건물을 타고 진동이 전달되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4명의 의원들에게도, 그를 따르는 인원들에게도.

묵묵히 충격을 느끼며 아래로 내려가는 그들이 걸음을 멈춘 것은 거대한 문을 앞두고서였다.

거대한 나무를 조각한 순백의 석문. 언제 만들어 진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석문을 앞에 두고 주멘은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후......”


그들의 조상이 이곳에서 세계수를 발견한 이후 그를 봉인하고 다시는 열지 않았던 문이고, 다시는 열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문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존속 앞에 결국 열 수 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부덕한 후손의 탓에, 선조의 위업이 무너지고 부덕한 선조의 탓에 후손들이 고통을 받겠군.”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후손은 선조의 부덕함을 탓할 수조차 없을 거다.”


“알고 있네. 나 역시 찬성한 일이고. 다만, 주저되는 것뿐이지.”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만 전통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제사장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제사장에게 선조의 위업이란 숭배해야 할 대상 중 하나이지 자신이 훼손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회의 의결을 통해 통과된 사안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안타깝고 부끄러워 주저되는 것일 뿐.


“가지. 우리의 현재를 지키러.”


“음.”


주멘의 신호와 함께 4명의 의원이 문 앞에 정렬하고 따라온 7명의 수행원이 문 옆의 벽에 있는 문양 위로 팬던트를 들어 올렸다.

주멘, 로컨, 일리아시아, 리라온이 문에 있는 가시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어 피를 흘려보냈다.

직후 빛이 뿜어지기 시작한 홈에 팬던트를 끼워 넣자 석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가지.”


마침내 완전히 열린 문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넷은 약한 신음을 내고 말았다.


“으음......”


“이건......”


세계수. 그 외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목이 문 안의 공간에 있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저 평범한 방의 모습일 뿐이었지만 안에 들어가서 보이는 모습은 거대한 초원과 초원을 모두 덮고 있는 거목의 모습.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그 모습에 걸음을 재촉해 세계수의 밑동에 다가갔을 무렵 넷은 얼어붙고 말았다.


“이게, 대체......?”


어지간한 빌딩보다도 두꺼운 세계수의 밑동에는 한명의 남자가 흑색과 백색의 사슬에 꿰뚫려 못박혀 있었다.

어께, 손, 허리, 발, 정강이, 허벅지, 심지어는 목에까지.

온 몸을 꿰어 세계수에 고정해 놓은 그 모습은 어지간한 강심장이라고 해도 놀랄 수 밖에 없는 잔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이내 그들은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녹색의 머리칼과 새하얀 옷. 다만 이상한 것은 반대편이 보일 정도로 크게 뚫린 상처가 있음에도 옷은 아무런 얼룩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남자 역시도 마찬가지. 약간의 피로감 외에는 그 정도로 큰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이......세계수.”


본래 나무였던 것을 강제로 인간의 형태로 의태시킨 후 본체와 그 의식을 나누어 봉인한, 이용당하고 있는 가련한 세계수였다.

그리고 자신들은 이 세계수의 생명을 끊고, 그 나머지 육신조차 모욕하여 이용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


“왔나.”


언제 눈을 뜬 것일까.

녹색의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하자 입이 마르는 감각에 주멘이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 모습에 남사가 비실비실 웃음을 그렸다.


“그래도 아주 양심이 없는 놈들만 온 건 아닌가 보군. 주저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말이야.”


킬킬거리며 웃는 모습에 주멘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고......있었습니까?”


“아무렴, 내가 설마 모르고 있었을까. 너희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족속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상황에 있는지. 이 땅위에 있다면 내가 모를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나?”


“하지만, 당신은 분명 선조에 의해 제약을 당했다고......”


“그걸 믿나?”


세계수의 물음에 주멘이 침묵했다.

과연, 과연 인간에 불과했던 이들이 세계수를 구속할 수 있었을까? 신격에 발을 걸친 이조차 없었던 자신들의 선조들이?

주멘이 의혹으로 혼란에 빠졌을 때 로컨이 앞으로 나서며 코웃음을 쳤다.


“개소리. 애초에 구속하지 못했다면 그 대단하고 고고한 존재가 이리 비루한 모습으로 있을 이유가 없을 터. 혼란을 일으켜 그 목숨을 부지하고자 함이 아닌가?”


“뭐, 제 앞의 것 외에는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것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


절그럭거리며 사슬에 꿰뚫린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그가 비웃음을 머금고 로컨은 마주했다.


“간단하게 말해주지. 내가 굳이 이런 꼴로 여기에 있으면서 네놈들의 배를 불려준 이유는 하나.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다.”


“뭐?”


“이 지긋지긋한 관리자의 직책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얻어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 순간을 위해서.”


“반만 맞았군. 자유는 얻겠지만 삶을 영위할 수는 없을 터이니.”


“글쎄?”


피식 웃은 세계수가 몸을 흔들자 본체인 거목이 울음을 토해냈다.


-우우웅.


세계가 흔들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잎이 떨어지자 로컨이 다급하게 남자를 향해 다가섰다.

그의 손에는 검은 연기를 흩뿌리고 있는 불길한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신조차 죽이기 위해 세상의 온갖 부정한 것들을 모아 만든 단검. 그 흉물이 남자의 목에 다가서는 순간 세계수가 비죽 웃었다.


“이미 늦었다.”


그 한마디와 함께 세상이 별의 바다로 뒤덮였다.


* * *


콰아앙!

폭발과 함께 시작된 최후의 교전의 모습을 보며 오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일까, 하는.


“에에에! 불길한 생각은 하는 게 아닌데! 무조건 이번이 마지막인 게 맞는데!”


무조건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이번 일이 끝나게 되면 반드시 자유의 몸이 되고야 말거라고 다짐하며 오딘은 주변에 깔려 있는 모든 드론에 명령을 내렸다.


-시작! 시작! 모든 계획된 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언뜻 장난스럽기까지 한 명령과 함께 전장의 주변으로 펼쳐진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일제히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얼핏 천체도와도 유사한 그 모습을 저쪽, Parallel의 마법사가 본다면 아마도 무릎을 꿇고 그 경이롭기까지 한 모습에 찬사를 보냈을 터였다.

혹은, 이 정도로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한 존재를 붙잡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댈지도.

저 도형들을 그린 순백색의 찬란한 금속들이 일제히 산화하며 빛과 마나를 뿜어내는 것과 함께 반쪽짜리 신의 권역이 전장을 뒤덮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말의 환상.

내가 원하는 것은 일말의 실재.

내가 원하는 것은 한조각의 꿈.

내가 원하는 것은 두조각의 현실.

내가 빚어내는 것은 나의 장막.

내가 자아내는 것은 나의 휘장.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나의 이들을 위하여.


“펼쳐져라. Divinus Tectum(신의 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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