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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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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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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9.04.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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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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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56화-재림(Parusia)(2)

DUMMY

무수한 별로 장식된 차원의 통로를 지나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라도 하는 듯이 너무나 그리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는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

격정에 찬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의 앞에 섰다.


“어서와요. 아인즈.”


“미안. 길이 막히는 바람에 조금 늦었어.”


“으응. 상관 없어요. 결국, 이렇게 와 줬으니까.”


“고마워. 기다려줘서. 그리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줘서.”


“그건 저 혼자만 한 게 아닌걸요. 아인즈도 노력했고, 아이들도, 그리고”


스피카의 시선이 아인즈의 뒤편을 향했다.

어느새 닫혀버린 통로의 앞에는 은색 머리칼과 신비로운 은색 눈동자를 가진 이가 서 있었다.

스피카와 또래로 보이는 외견을 가진 그는 스피카를 보며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할아버지.”


“나도 오랜만이구나. 스피카.”


수천년의 시간을 넘어서 두 조손이 다시금 만났다.

한명은 하염없이 기다렸고, 한명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떠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혼자가 되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졌으니까요.”


“원망......하지는 않았고?”


“처음에는 원망했지만 어쩌겠어요. 원망만 하면서 살수도 없는걸. 언젠가는 돌아오실 거라고 그저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는 걸요.”


당시에는 너무나 아프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스피카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돌아오셨잖아요? 이이와 함께요.”


“그렇구나.”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이 사람도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러면 더 외로워졌겠죠. 혼자가 되는 게, 기다리는 게 힘들고 아플지라도 그 끝에 결국 만남이 기다린다면 기다리지 못할 것도 없었으니까요.”


“강해졌구나.”


“익숙해진 거에요. 믿음을 가지고, 보답이 정해진 기다림을 하는 것에.”


그 말에 아시오르는 미소를 그렸다. 무사히 성장한 스피카를 향한 안도와 자신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에.


“정말, 다행이다.”


꼭, 하고 싶었던 그 말을 내뱉었다.

차원의 틈새에서 부디 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안도의 그 말.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의 모습.


“스피카. 로시즈는......어떻게 되었니?”


“로시즈님은......할아버지를 많이 찾아다녔어요. 수백년을 줄곧. 그러다 결국 수면기에 들었고, 그 뒤에는......”


“그렇구나......”


그늘이 드리운 그를 보며 스피카가 권했다.


“찾아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


“지금쯤이면 4천살이 조금 넘었을 텐데, 그동안 드래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전혀 없었어요. 아마도 잘 지내고 계실 거니까 가서 만나보시는 게 어떨까요?”


“내가......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처연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아인즈가 툭, 입을 열었다.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워하고 있겠죠.”


“아인즈?”


“그게, 무슨 말인가?”


“예전, 에아가 납치당했을 때. 지하 경매장에서 구해온 헤츨링의 엄마가 되는 드래곤을 만났었잖아.”


“하지만 그분은 파일리아스라고......설마?”


의문으로 가득한 스피카의 눈을 마주하며 아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로시즈 파일리아스 몰레스타 하에레시스. 그녀의 용명(龍名)이지. 모든 드래곤은 태어날 때에 진명을 가지고 살아가며 쌓은 업에 따라 여러 수식어를 붙여 용명을 구성하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파일리아스는 로시즈가 맞을 거야. 드래곤은 각 개체의 이름에 단 한 단어라도 겹치는 게 없으니까.”


“하, 하지만 파일리아스는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는 걸요.”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가 맞는 표현이겠지. 그 강대한 드래곤의 정신으로도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망각을 뒤집어 씌우고 스스로를 속여 잊었다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그런......”


아인즈의 설명에 스피카와 함께 아시오르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 정도로까지 잊고 싶었다면 대체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 대체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고 있을까.

그것이 두려워 그녀의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녀는 당신을 원망도, 미워도 않을 겁니다. 그저 슬프고 아파서 잊고자 했을 뿐.”


“슬프고 아픈데 그 원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겠나?”


“됩니다.”


아인즈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아시오르와 마주섰다.

아인즈의 눈에 비치는 아시오르는 비록 성인의 모습이나 어리고 여린,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비록 제가 훨씬 짧은 시간을 살았지만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조언이 가능하겠죠. 당신은 경험이 너무 적어서 잘 모르고 있을 테니까.”


“아인즈.”


아인즈의 말이 선을 넘는다고 생각한 스피카가 조심스레 옷자락을 당겼지만 아인즈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도서를 모두 분석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일기를 보았습니다.”


“미완성 천관의 서를 봤군.”


“예. 봤습니다. 당신과 로시즈에 얽힌 이야기도 모두. 그래서 확신하는 겁니다. 그녀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단지 그 기다림이 너무나 아파서 잊고있을 뿐이라고.”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제가 봤던 그녀는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까요. 제게서 그 모습을 찾을 정도로. 별을 쫓으며 밤을 헤매는 목동의 모습을. 그리고.”


아인즈가 스피카를 끌어 안았다.


“아, 아인즈.”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밀쳐내려 하는 스피카의 머리를 매만지며 아인즈의 눈이 아시오르의 눈을 마주했다.


“제가 제멋대로 행동해 사라진다 한들, 스피카는 여전히 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설령 그것이 너무 힘들고 아파서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싶을지라도.”


“......”


“그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당신만이 그녀에게는 유일한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적어도 그 마음만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테니까요.”


아인즈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고민을 이어가던 아시오르는 이내 결심을 굳혔는지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이런식으로 도망치기만 해서는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겠지.”


“적어도 부딪혀보는 게 나을 겁니다.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


“그도 그렇군.”


피식 웃으며 아시오르가 마력을 움직였다.


“그럼,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너희의 앞에 큰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건 알고 있지만 거기에 내가 개입하게 되면 다시금 세계가 날 배척할 테니. 내게 주어진 인과는 이미 그 옛날 끝을 맺었고, 지금은 쫓겨나지 않으려면 고분고분 따라야 하는 신세라 말이야.”


“굳이 힘을 보태주실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그런 것 같군.”


웃으며 아시오르는 손을 흔들었다.


“그럼, 모든 일이 마무리된 이후에 그때에 다시금 보도록 하지.”


“인연이 닿는다면 언제든지.”


아시오르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스피카가 아인즈에게 물었다.


“저기, 아인즈. 한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얼마든지.”


“할아버지와 로시즈님의 이야기는 어떻게 안 거에요? 미완성 천관의 서라는 것도 본 적 없고, 거기에 아무리 로시즈님이 스스로 잊고자 했다고 해도 저를 봤는데 떠올리지 못한 건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그 물음에 아인즈가 빙긋 웃으며 스피카의 코를 살짝 튕겼다.


“그냥 세계를 관장하는 초월적 의지의 실수라고 알아두면 돼.”


“에?”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아이들이 올 때까지 그냥 지금 이 순간을 누리자구.”


“우음......”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한 얼굴로 아인즈를 불만스레 바라보던 스피카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아인즈의 팔짱을 꼈다.


“어차피 물어봐도 안 알려줄 것 같으니까 그냥 넘어갈게요. 하지만 나중에는 꼭 설명해 주는 거에요?”


“뭐, 기회가 된다면.”


빙긋 웃는 아인즈가 팔짱을 낀 스피카를 부드럽게 이끌자 스피카가 활짝 웃으며 그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에게는 지금 그가 함께 있는 이 시간 가장 소중했으니까.


* * *


대륙 동남부의 용의 산맥. 수없이 많은 드래곤들이 기거하는 금지에 낯선 존재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후우......”


무작정 드래곤들이 가장 많이 기거하는 용의 산맥으로 왔을 뿐이었던 아시오르는 다행스럽게도 다르딘을 만나 로시즈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의 재회라 반갑기는 하지만 지금 자네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 로시즈는 서쪽 레어에 자리를 틀고 있을 걸세. 지금 그 녀석 삐져있거든. 해서 제 레어에 가지도 않고 있는 게지.’


‘예전과......조금 달라지셨군요.’


‘제아무리 드래곤이라 한들 변화는 항상 생기는 법이지. 오히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자네가 더 이질적이라네.’


‘그렇, 습니까.’


‘뭐, 그게 지금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예?’


‘그런게 있네.’


드래곤의 형상이었기에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다르딘은 분명 웃고 있었다.

그것도 뭔가 크게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드래곤은 이해가 힘들군.’


특히나 고룡에 이르른 이들은 더더욱 이해가 힘들었다.

잠깐동안 이어지던 상념을 지워버린 아시오르는 떨리는 걸음으로 바로 앞의 레어를 향했다.

아직 어린 드래곤이 사용하고 있는 듯 작은 규모로 지어진 레어.

어째서 성룡인 그녀가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것인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떨리는 마음이 이내 그 모든 의문을 덮었다.

지금은 로시즈를 만나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 생각이 가득차 있었으니까.


“후......갈까.”


심호흡 후 마침내 발을 떼려던 찰나, 레어가 소란스러워지더니 푸른 덩어리가 날아와 아시오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엄마 싫어-!”


“읏?”


반사적으로 충격을 줄이며 날아든 아이를 받아들었지만 아이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며 온몸을 휘둘러댔다.


“놔아-! 놓으라고오-! 엄마 싫다고-!”


평범하게 아이가 엄마와 싸우고서 떼를 쓰는 것이었지만 그 아이가 드래곤인 이상 이미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더욱이 아시오르는 마법사. 포이멘의 대 마도에 이르른 존재다.

태어날 때부터 강건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기에 아이의 몸부림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마력은 문제가 있었다.

워낙에 공격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마력이 자동적으로 아이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걸 제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이어 레어에서 나온 여성에 의해 아이가 붙잡히면서 상황은 끝을 맺었다.


“이 녀석!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


“싫어어-! 난 가서 에아 보고싶단 말이야~! 아인즈도 보고싶어~! 스피카도~!”


“글쎄 안 된다니까!”


“흐에에엥! 엄마 미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보다 일단 고마워. 덕분에 말썽쟁이를 편하게 잡았네.”


빙긋 웃어 보이는 푸른 눈동자에 아시오르는 잠깐 멍해졌다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어, 어. 그래. 다행이네. 로시즈.”


“어?”


그 목소리에 로시즈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똑바로 아시오르를 바라봤다.

은발, 은색 눈동자. 너무 자연스럽게 입가에 걸린 저 미소까지.


“아, 아, 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이.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어서 거짓 망각을 뒤집어 씌워 잊고자 했던 이.

그 그리운 모습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아......시오르......”


너무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그 이름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정말 아시오르구나.”


뺨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로시즈를 보며 아시오르는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많이......늦었지?”


“너무, 너무 늦었잖아......바보야......”


옷깃을 잡은 채 품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안고서 아시오르는 그저 한마디만을 반복했다.


“정말, 미안해. 너무 늦어서.”


“흐윽, 흐으윽.”


“정말로, 미안해.”


작가의말

아인즈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아니,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 설정을 집어 넣은 게 60화 쯤인데 그건 벌써 2년 전이고, 신나게 쓰다 보니까 다 쓰고 나서 설정 꼬인 걸 알았다고.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냐고.

아인즈 : 해서, 잘못이 없으시다?

???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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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1화-World Unite(2) 19.04.04 211 2 14쪽
262 260-World Unite 19.04.04 204 3 13쪽
261 259화-결전(決戰) 19.04.04 193 3 13쪽
260 258화-재림(Parusia)(4) 19.04.04 19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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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6화-재림(Parusia)(2) 19.04.02 209 3 12쪽
257 255화-재림(Parusia) 19.03.31 214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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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252화-once upon a time(4) 19.03.29 191 3 14쪽
253 251화-once upon a time(3) 19.03.29 198 3 12쪽
252 250화-once upon a time(2) 19.03.28 205 4 12쪽
251 249화-once upon a time 19.03.27 192 4 12쪽
250 248화-목동의 인도 19.03.25 19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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