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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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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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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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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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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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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51화-once upon a time(3)

DUMMY

새하얀 대지가 펼쳐져 있는 곳. 그 가운데에 높이 솟은 신전에서 수많은 이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오만이 도를 넘었다.


-스스로 합당한 격을 쌓아 신이 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허나 다른 존재를 베껴 이를 신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역리이며 세계의 법칙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행위이다.


-성공할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역리를 행한다면 그 여파가 세계 그 자체를 종말로 이끌고 갈 것이 마땅한 바.


-지상의 모든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말살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그들의 지식 역시도.


-하여,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지상에서 인간의 잔재를 부정한다.


-찬성.


-찬성.


-찬성.


대부분의 이들이 찬성표를 던지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가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렸다.


-반대.


-음?


-무슨 의미이지 리아?


-무슨 뜻인지 모를 이유가 없지 않아?


하늘색 머리칼의 여인이 자주색 눈동자를 빛내며 나른하게 웃었다.


-나는 인간의 멸종을 반대한다. 그뿐이야.


-너는 지금 그들이 행하고 있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책망이 섞인 말에 리아는 가만히 웃었다.


-그게 어때서? 욕망에 충실한 것이 뭐가 나쁘지? 애초에, 지상의 모든 존재는 욕망으로 움직이고 그로써 발전하지. 모든 종족이 같아. 욕구라고 할 생각 하지마. 욕구도 어디까지나 욕망이니. 단지 인간의 욕망이 유별날 뿐이니까.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 뭐가 나쁘지?


-그 욕망이 스스로를, 나아가 전 중간계를 멸망으로 이끌 것이다. 어쩌면 우리까지도.


-그게 어때서?


-뭐라?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야. 인간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방치한 것도 우리고, 그들에게 지식을 전파한 것도, 멸망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한 것도, 그것을 방치한 것도 모두.


리아의 입고리가 말려 올라갔다.


-인간과, 우리와, 지상의 종족들이 선택한 일이지. 그로 인해 멸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들 그것을 막을 권리따위 그 어디에도, 그 누구에게도 없어. 있다면 오직 인간들과 지상의 존재들에게 있을 뿐.


-우리에게는 세계의 존속을 위해 움직일 의무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탄생한 이유이자 막대한 권능을 지니게 된 이유이니.


-그럼 진작에 막지 그랬어? 호문클루스에 대한 연구를 방치한 것도, 그게 신에 대한 욕망으로 발전하는 것도. 모두가 너희가 막지 않아서잖아? 왜 갑자기 위선을 떨고 그래? 왜, 혼란이 일어나면 정말로 영락할까 두렵기라도 해?


-말이 과하군.


-별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 뿐이잖아? 너희 스스로 지상에 내려가서 그들의 신앙을 부추기며 힘을 얻던 주제에 흥미롭다며, 별거 아니라며 방치했던 주제에 자기들 밥그릇이 위험해지니 이제서야 나선다니. 꼴사납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만. 이대로 가면 언쟁이 끝이 없겠군.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리아와 마주하고 있던 이가 손을 들어 올려 리아를 가리켰다.


-너는 네가 차지하고 있는 권리만큼의 인간을 살려라. 그것이 너에게 허락된 전부다. 이것은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자. 스스로 세계에 지닌 권리를 인간의 목숨으로 갈음하라.


-유치하기는.


리아가 피식 웃었다.


-스스로가 지닌 신의 권능을 버려가면서까지 인간을 구하라? 신의 격만을 지닌 채로 연명하라?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네.


-그것은 너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나. 너 역시 그저 말로만 인간을 위할 뿐. 스스로의 권능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들을 구하지 않을 터.


그의 눈은 리아를 향해 ‘너도 나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하며 리아는 어께에 두르고 있던 휘장을 바닥에 팽개치며 발로 짓밟았다.


-네 멋대로 나를 재단하지 말아줄래? 난 누구처럼 말만 번지르르하게 살아있는 신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 소지를 거부당하며 빛으로 화하고 있는 휘장을 걷어차며 리아는 선언했다.


-내 권능을 모조리 버리겠어. 그에 합당한 인간의 목숨. 분명히 받아 갈 테니 나중에 딴소리나 하지 말도록 해.


옷자락을 펄럭이며 돌아 나가는 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논쟁을 벌이던 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씹어뱉었다.


-어리석기는.


이내 그의 시선이 리아에게서 거두어져 주변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을 향했다.


-그대들은 더 이상 반대할 이가 있는가.


-딱히. 그대도 알다시피 리아는 조금 별나지 않나? 그 스스로 관장하는 것이 욕망이기도 하니 언제나 내키는 대로 행하는 편이니 말이지.


-그대와 같은 모략과는 다르다는 건가?


-글쎄? 그건 그대가 잘 알겠지. 오만.


-흥. 되었다. 그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지.


자리를 옮겨 회의장의 가장 높은 곳. 도장이 있는 곳에 선 오만이 선언했다.


-인간에 대한 처결이 정해졌다. 욕망의 신 리아가 포기한 권능만큼의 인간. 정확히 일곱 성과 하나의 도시의 인간을 제외하고 모든 인간을 죽을 것이며 그들의 문명 역시도 시간의 앞에 풍화되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만신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이며 이후 절반 이상의 신청이 없는 이상 결코 바뀌지 않을 절대명령이다.


쿠웅.

도장이 단상을 내리치며 그의 선언은 그대로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세계의 모든 법칙을 주관하는 만신의 회의 결과가 세계에 집행을 위해 각인되고 있었다.

그 파장을 느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선 리아는 쓰게 웃고 말았다.


“아, 사고쳤다.”


아마 이후로 그녀는 회의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중간계에 대한 권리도 행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세계에서 자신이 지닌 권리, 권능을 모두 포기한 신의 말로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한점 그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까.”


솔직히 그녀는 지금의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계는 축복 받았고, 지상의 존재들은 신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꽃피웠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진정 그들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득히 높이에 있는 존재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과연, 신들의 바로 옆에서 그 영향을 받은 이들이 꽃피운 가능성이 진정 그들의 가능성이었을까?


“자신의 욕망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일구어내어 스스로 이루어 내는 것. 거기에 신이 개입되는 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겠지.”


해서 그녀는 이번 일을 기회로 봤다.

역리를 행하는 이번 일에 신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이미 뻔했던 상황.

해서 그녀는 직접 지상으로 내려가 한 남자를 만나고 왔다.

만나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남은 건 네 몫이야.”


부디, 그의 모든 일에 세계의 축복이 있기를.


* * *


“이건 대체......”


불길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성한 빛을 뿌리는 검은색의 큐브를 보며 대 마도에 이른 자 카멜은 타르탄을 바라보았다.

자신으로서는 감히 측량할 수 없는 높은 격의 물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이 세계를 통틀어 오직 하나.


“신의......물건인가?”


“그렇소.”


“하지만......신이 왜? 혹, 우리를 지원하겠다는 건가?”


그 순진한 물음에 타르탄이 쓰게 웃었다.


“글쎄요.”


자신의 앞에 놓인 주먹만 한 큐브를 보며 타르탄은 눈을 감았다.

바로 어제 밤. 잠자리에 들기 전 그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누구십니까?’


온갖 마법으로 도배된 그의 방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찾아온 존재. 틀림없는 신이었다.


‘확실히, 대 마도사라 일컬을 법한 실력은 있나 봐?’


하늘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신이 그를 찾아왔다.


‘어쩐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신께서?’


‘한가지,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이라 하시면?’


리아가 품속에서 검은색의 큐브를 꺼내 내밀었다.


‘이건?’


‘너도 알고 있겠지? 이 전쟁에 승산 따위는 없다는 걸.’


‘......’


침묵하는 그를 향해 리아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세상은 잘못되었어. 중간계, 지상의 모든 이들은 스스로의 의견으로, 그 어떤 외부의 개입도 없이 성장해야만 했어. 하지만 신들의 개입으로 인해 이미 중간계는 그 독립성도, 독창성도 없어졌지.’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씀대로 승산 없는 전쟁에서 패배하고 인간이 멸종할 따름이겠지요.’


방주를 마련하라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들끼리의 분쟁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을 뿐인 수단이다.

아시오르 정도라면 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는 인간이 아니라 호문클루스였으니까. 하지만 그 외의 인간은 결국 멸종할 뿐이다.

그것이 신의 권능이니까.


‘멸종하지 않아.’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있어.’


‘없습니다.’


‘있어. 내가 내 모든 권능을 대가로 극히 일부라도 인간을 살릴 수 있을거야. 비록 그 문명은 쇠퇴할지라도 인간의 명맥도, 가능성도 보존할 수 있어.’


권능을 모두 버린다. 그 말을 듣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당신은 신이고, 우리는 인간입니다. 신과 인간의 사이에는 인간과 개만큼의 교감도 존재하지 않을 터입니다.’


‘글쎄?’


가만히 미소르 지은 리아가 피식 웃었다.


‘내가 좀 별난 녀석이라 그런가 봐.’


‘......’


‘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핵심은 이거.’


트리탄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큐브를 바라 보았다.

불길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신성함을 흩뿌리고 있는 큐브를 바라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뭡니까?’


‘이 지상의 모든 이들을 위한 내 선물.’


‘?’


‘그걸 어떻게든 가져가서 인공신이 만들어지고 있는 마법진의 일부에 던져 넣어.’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혹여, 인공신 프로젝트를 실패로 돌리고 인간의 구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타르탄은 물었다.

하지만 리아는 가만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아. 이건 그저 다음 세대를 위한 거니까.’


‘다음 세대를 위해서?’


‘그래. 그건 중간계와 신계를 완전히 분리하는 의지가 담긴 물건이야. 애초에 신계는 중간계에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서는 안 돼. 단지 최초에 세계수가 신들의 출입을 막지 않았고, 그게 지금껏 이어오고 있을 뿐이지만 원래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지. 문명이 이만큼 발전했잖아? 신의 손은 이미 옛날에 떨어졌어야 했어. 오히려 지금이 이상한 거지.’


‘그럼, 이걸 쓰게 된다면 신의 개입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겁니까?’


‘완전히는 아닐 거야. 애초에 신은 적법하게 중간계에 개입할 권리는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지금처럼 원한다면 언제나 강림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된다는 거지. 기껏해야 100년에 한번 기적을 내린다거나 성녀를 선택하는 정도가 전부일 거야.’


‘그렇......습니까.’


어쩌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고 타르탄은 생각했다.

신이 없는 세계. 인간은 오직 인간의 힘만으로 일어서는 세계.


‘나블 것 같지는 않군요.’


‘처음에는 힘들지 몰라도 나는 인간을 믿어. 너희가 가진 욕망과 가능성을.’


‘그렇습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선 피식 웃으며 타르탄은 큐브를 갈무리했다.


‘선물,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응, 그럼 수고.’


흐려져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며 타르탄은 큐브를 움켜 쥐었다.


‘다음 대를 위하여.....인가. 최후의 일로서는 나쁘지 않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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