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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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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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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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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4.03 16:38
조회
214
추천
4
글자
13쪽

257화-재림(Parusia)(3)

DUMMY

로시즈가 진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로시즈가 멋쩍게 웃으며 품에서 빠져나가자 아시오르가 늘 그려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


“진정은 무슨. 그냥 순간적으로 감정이 좀 격해져서 그런 거였다고.”


“그래.”


담담한 아시오르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로시즈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소매를 끄는 손길에 이내 표정을 풀어야만 했다.

물론, 그렇다고 밝아진 건 아니었지만.


“네이. 너 정말이지 내가 몇 번이나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다고”


“엄마, 엄마. 저 사람 누구야? 혹시 엄마의 옛 애인?”


대체 어디에서 배운 것인지 능글능글한 얼굴로 옆구리를 건드리는 그 모습에 로시즈는 한숨을 내쉬며 네이라일의 머리를 잡았다.


“에?”


꾸드드득.


“아아아아아! 아파아파아아파!”


손가락 마디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쥐어짜는 로시즈의 악력에 머리가 그대로 눌리는 네이라일이 비명을 질러댔다.

로시즈의 손을 잡고서 떼어 보려고 했지만 아직 헤츨링인 그녀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는 수 밖에 없었다.


“엄마엄마엄마 아파아파아파아파!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가디언 안 괴롭힐게요!”


“그리고?”


“창고에 있는 것도 안 건드리고 실험 약품이랑 마도서랑 아무튼 다 안 건드릴테니까 이거 좀!”


“그래.”


털썩. 바닥에 널브러진 네이라일이 머리를 부여잡고는 뒹굴면서 격렬하게 중얼거렸다.


“죽을 뻔 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잖아? 이렇게 또 한번의 생존을 쟁취한 거야. 저 무시무시한 엄마의 손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강해져야만 해.”


“뭐라고?”


“히익!”


자신의 실수를 개달은 것인지 비명을 지르면서 네이라일이 레어를 향해 튀어 나갔다.


“잘못했어요오-!”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에 피식 웃은 아시오르가 물었다.


“딸이야?”


“어? 어, 응.”


“귀엽네. 널 꼭 닮았어.”


“아니, 난 저런 적 없거든?”


정색하며 부인하는 로시즈에게 아시오르는 웃음을 흘렸다.


“글쎄, 처음 너랑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면 제법 개구쟁이였던 것 같은데.”


“아니아니, 그때는 어렸으니까.”


“지금 네 딸도 어린걸.”


“......”


완벽한 패배에 로시즈가 푹 고개를 숙였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안 물어봐?”


“뭘?”


“아이......네이에 대한 거.”


“아아.”


불안함마저 묻어나는 그녀의 물음에 아시오르는 그녀에게 다가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었다.


“네 딸이잖아?”


“어? 어. 아빠가 누군지는 안 궁금해?”


“너겟지. 저 아이의 아빠도, 엄마도. 애초에 드래곤이 자가생식이 가능하다는 건 너리 알려진 사실 아니야?”


“어, 응. 맞아. 내 아이지. 네 말이 맞아.”


아시오르의 말에 눈에 띄게 안심한 로시즈가 자기 손을 잡고 있는 아시오르의 손을 힘껏 잡았다.

오해를 사지 않았다는 것보다 그가 자신을 굳게 믿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가득 따스한 느낌이 차올랐다.


“가자. 가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그래.”


이끄는 그녀를 따라 레어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아시오르는 저 북쪽, 자신의 손녀와 그 반려가 있는 곳을 잠시 바라봤다.


‘열심히 해보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원하던 엔딩이 너희를 기다리기를.’


* * *


천문대의 최상층, 별이 보이는 옥상에서 아인즈와 스피카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서로 하고싶은 말도, 듣고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 동쪽에서 새벽별이 빛을 발할 즈음 아인즈가 입을 열었다.


“몸이 많이 상했네.”


“네. 누구 덕분에요.”


“너무 무리할 것 없었잖아.”


“어떻게 무리를 안 할 수가 있겠어요. 내 하나뿐인 님인 걸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점점 더 미안해지는데.”


“그러라고 하는 말이에요.”


아인즈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로브를 자신의 어께 위로 두르며 어께에 머리를 기댄 스피카가 살짝 눈을 흘겼다.


“이럴 때는 많이 미안해서 먼저 다가와서 로브도 덮어주고 해야지. 꼭 이렇게 제가 먼저 와야겠어요?”


“미안.”


“에휴. 어쩌다 이렇게 심심한 남자를 사랑하게 돼서는.”


말과는 다르게 미소를 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은 아인즈가 살짝, 입을 맞췄다.

꽤 갑잒스러운 느낌이었을까. 눈을 동그랗게 떴던 그녀가 이내 배시시 웃으며 아인즈에게 입을 맞췄다.


“좋아요. 합격. 이걸로 준비했던 잔소리를 없던 걸로 할게요.”


“그런 걸 준비하고 있던 거야?”


“그럼요. 마음대로 뛰쳐나가서는 미아가 돼서 한참만에 돌아오는 남편한테는 당연히 준비되는 거라구요.”


“그런가.”


스피카를 끌어 무릎 위에 앉히며 꼭 끌은 안은 아인즈가 그녀의 어께에 턱을 얹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그동안의 피로도, 응어리졌던 마음도 녹여내리는 것 같았다.


“좋다.”


“그러게요.”


뺨에서 느껴지는 아인즈의 체온을 느끼며 스피카가 몸을 가만히 뒤로 기울였다.

자연스럽게 기대어 지는 아인즈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박동에 가만히,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흠~흐음, 흐음, 흠~”


썩 듣기 좋은 선율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아인즈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력을 움직였다.

마력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선율이 콧노래와 완전히 어울려 화음을 빚어내는 것도 잠시.

스피카의 입술이 달싹이며 싱그러운 미성이 흘러 나왔다.


-차오르는 달 흘러가는 별

뜨고지는 해 속삭이던 말

잡아오던 손 잊지못할 임

약속하던 때 수줍게 걸린 손가락

우리는 바라 보았죠 저 아름다운 하늘을

우리를 비추던 빛들이 기억했죠

우리가 나눈 약속을

하지만 당신은 이제 어디에

찾아도 보이지 않고 그림자마저 닿지 않네요

흘러내린 눈물 안타까운 손짓

닿지못한 바람 찾지못한 당신

하나뿐인 소망 빌고빌던 마음

쓰러지던 몸짓 찬란히 빛나던 하늘에

간절히 바라고 소망해 봅니다 당신이 돌아오기를

저 빛들이 당신을 인도하기를

우리가 나눈 약속들

당신을 기다리고 소망합니다

언젠가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서 나눌 이야기

차오르는 달 흘러가는 별

뜨고지는 해 속삭이던 말

잡아오던 손 잊지못할 임

약속하던 때 수줍게 걸린 손가락

우리는 바라 보았죠 저 아름다운 하늘을

우리를 비추던 빛들이 기억했죠

우리가 나눈 약속을

내밀어진 손에 그저 웃어요

이제야 돌아온 당신이 미워도 사람합니다


스피카의 마음을 그대로 써내린 노랫말에 아인즈는 그저 스피카를 끌어안고 체온을 나눌 뿐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힘들었던 만큼 그녀도 힘들었고, 자신이 그리웠던 만큼 그녀도 그리웠을 터였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듯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크게 상한 곳은 없지만 여전히 다쳤던 상처가 남은 그녀의 근원을 느끼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서로의 마음이 어우러지며 고요한 밤이 흘러갔다.


* * *


“......빠!”


“으음......”


“......아빠!”


“음......”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오랜만의 귀환이고, 마음이 놓여서 였을까.

전에 없이 깊이 잠들어 있던 현휘가 싱그러운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빠!”


“아.”


그리고 보이는 그리운 얼굴.

녹색 머리카락과 투명하게 빛나는 녹색 눈동자.

사랑하는 딸의 모습에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린 아인즈가 팔을 벌렸다.


“에아.”


“아빠-!”


와락 달려드는 에아를 받아든 아인즈는 가슴께가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쓰게 웃었다.


“아빠, 아빠, 아빠-.”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대는 몸을 안아주며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떠날 때보다 몸은 자라있었지만 여전히 어리광쟁이에 여리기만 한 딸이었다.


“왜,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미안하구나.”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거짓말쟁이!”


“정말, 미안하다. 에아.”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내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흐아아앙!”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에아를 안아주며 달래고 있을 때 곁에서 다른 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인즈와 꼭 같은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간신히 참고 있는 듯 눈시울을 잔뜩 붉히고 있는 모습에 오른손을 뻗어 작고 가녀린 손을 잡았다.


“실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따뜻한, 그립던 목소리에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서 꾸벅, 허리를 숙였다.


“다녀오셨어요. 아빠.”


“그래.”


격한 감정에 가늘게 떨리는 그 손을 꼭 잡으며 아인즈가 할수 있는 최대한 다정하게 웃었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아니, 아니에요. 이렇게, 돌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요.”


“고맙다.”


“아빠......”


분명 떠날 때에만 해도 허리께에나 오던 아이가 어느새 에아만큼이나 자라 있었다.

여전히 감정을 잘 내비치려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간절했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납치당하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무력하지만 않았다면. 그랬다면 아인즈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끝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했을 아이.

이제야 겨우 안도해 우는 그 몸을 안아주며 아인즈도 눈물을 흘렸다.

두 딸을 품에 가득 안고서야 완전히 안도할 수 있었다.

정말로, 집에 돌아왔음을. 정말로,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음을. 모두가, 무사함을.


“정말, 다행이야......”


* * *


“아아, 정말 감동적이네요.”


“이제야 완전히 안심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다들.”


부녀의 상봉을 바라보며 호문클루스들이 제각기 소감을 밝혔다.

그간, 누군가는 아인즈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누군가는 힘을 기르고, 누군가는 크라켄을 방해하며 아인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주인, 창조주. 그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끝에 돌아온 그들의 주인은 여전히 강대하고, 여전히 따뜻해 안도하도록 만들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겠군.”


“지금의 전쟁은 이념의 충돌이지 순리와는 상관없지 않나요?”


“우리의 주인께서 원하시는 것이 바로 순리가 아니겠는가.”


“그것도 그렇군요.”


아인즈가 귀환할 때에 그들은 모두 느끼고, 들었다.

여태껏 반신에 머물러 있으면서 비록 반이라 하지만 그 신성(神性)에 여지껏 부여되지 않았던 이름이 비로소 세계에 각인되는 것을.


“마도왕좌(魔道王座)라......실로 어울리는 이름이로다.”


“그야말로 마스터를 위한 칭호로군요. 사실, 그보다는 좀더 상위의 이름이 어울리는 것이 옳겠지만.”


“그랬다가는 정말로 신의 좌를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신으로서의 이름보다는 초월자로서의 이름을 지니기로 결정을 내리신 거겠지. 그것을 마담께서도 느끼시고 그리 행하신 것이겠지.”


“정말이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부부라니까요.”


“그렇지.”


피식 웃으며 잔잔한 미소로 아인즈를 바라보던 게럴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저 평화롭고 따스한 풍경이 영원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죠.”


“그래. 그르 처리하지 않는다면 언제고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터이니.”


-쿠우웅!


그 순간 세계에 하나의 울림이 퍼져나갔다.

전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세계 그 자체에 새겨진 선언은 모든 이에게 전달되었다.


-나는 이 세계의 권세를 움직이는 자이며, 권리의 대행자! 이 세계의 모든 섭리를 지배하는 신이다! 이 세계의 모든 구성이여, 나에게 복종하며 나의 말에 따라 움직이라! 이 세계의 규율은 이제부터 새로이 쓰일 것인즉! 새로이 신이 된 자. 나의 이름은 개혁의 신, 크라켄이다!


실로 그 선언에 어울리는 존재감을 떨치는 선언에 게럴트가 얼굴을 굳히며 아인즈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그래.”


옷자락을 꼭 잡은 딸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내며 웃음지어 머리를 쓰다듬어준 아인즈가 게럴트에게로 돌아섰다.

딱딱하게 굳어진, 결단과 지혜로 가득한 그 모습에 게를트는 고개를 숙이고서 신하의 예를 다했다.


“가자. 마무리를 지으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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