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fle 님의 서재입니다.

Image Ma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473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21 14:23
조회
174
추천
5
글자
13쪽

244화-세상의 패권(2)

DUMMY

그 모습을 보며 현휘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역시, 너는 죽어 없어지는 편이 좋겠군.”


“흐하하하하하! 으흐하하하!.....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격훈은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 어째서 네가? 너는 여기에서, 어?”


어째서 바닥에 구르며 자신의 발아래에 깔려 최후를 맞이하는 녀석이 저렇게 멀쩡하게 서있을 수가 있는 것일까.

홀린 듯인 벌레에 뒤덮인 존재를 파헤쳐본 한격훈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어, 어? 나, 나......네?”


“애초에 죽일거라고 생각은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새 시대가 열릴 상황이니 적당히 넘어갈까 생각도 해봤지. 하지만 역시.”


현휘의 손에서 의원들에게 던졌던 것과 같은 종류의 마력이 바닥에 쓰러진 한격훈을 향해 던져졌다.


“너같은 쓰레기는 죽어 없어지는 쪽이 여러모로 이롭겠지.”


“아, 안돼! 안돼! 안 된다고!”


한격훈이 손을 휘저어 마력을 막아서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도 마력에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거기에 여태 순순히 명령을 듣던 벌레들도 마력을 향해 몸을 던지기는커녕 더욱 격렬하게 한격훈의 몸을 파고 들었다.


“안돼! 안돼! 안돼!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팔다리를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한격훈을 바라보며 현휘는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 영혼마저 분쇄해버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 적어도 진짜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을 테니. 아니, 어쩌면 살아서 윤회를 계속하는 게 더 큰 형벌일지도 모르겠지만.”


부정한 거래를 통해 부정(不淨)의 힘을 손에 넣은 자의 업은 몇 번의 윤회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참한 삶을 살아도 회복하기 힘들 터였다.

어쩌면, 영원히 비참한 생을 몇 번이고 반복할지도.


“안돼! 안돼! 안돼-!”


부정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의원들과 다르게 불에 타오르며 사라지는 한격훈을 바라보며 현휘는 나직하게 한숨을 흘렸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


“돌아간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뿐.


* * *


“화려하게도 저질렀군.”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마냥 대지에 흉터로 남은 크레이터를 보며 세계수가 감탄했다.

자신 역시 하라면 못할 것 없는 파괴행위였지만 이 정도로 깔끔하게 해치울 자신은 없었다.

정확히 의회가 있던 장소만은 완전히 없애버린 솜씨에서 마력에 대한 완전한 지배와 철두철미한 성미가 느껴졌다.


“해서 다음은 뭐냐? 의회도 지워졌으니 다음은 세계 정복?”


실실거리며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세계수를 바라보며 현휘는 물었다.


“바벨의 탑은 어디에 있지?”


“음? 바벨탑이야 무너진 지 오래고 굳이 그 원래의 자리라도 찾는다면 바빌로니아 유적지로 찾아가보면 있을텐데 굳이 묻는 이유가 뭐냐?”


“모르는 척 하지 마라.”


현휘가 수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열쇠를 눈앞에 들어 보이며 물었다.


“네가 부추겨 연결하고서 다시 문을 걸어 잠근, 저쪽 세계로 통하는 문은 어디에 있지?”


그 물음에 세계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전에 그 뚱보에게 물을 때에는 농락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너, 그 문을 찾는 이유가 뭐냐.”


“그것까지 말해줘야 하나? 나는 네가 그린 그림에 알면서도 협조하고, 너는 내게 협조하는 것. 그게 우리가 맺은 암묵적인 계약. 아니었나?”


“협조에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지. 자칫하면 세계 하나를 고스란히 날려먹을 수 있는 수단에 접근하려는 녀석을 섣부르게 도와줄 수는 없지 않겠나?”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문을 열고 저쪽으로 넘어가는 것뿐이다. 여기에서 문을 닫는 건 네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일텐데?”


“굳이 이쪽의 인간이 기를 쓰고 저쪽으로 넘어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못 열어주겠다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흠, 가족? 가족, 가족이라.”


세계수의 시선이 담담하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현휘의 눈동자를 향했다.

아마 현휘가 작정하고 자신을 속이려면 속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여태 관찰해왔던 현휘는 그럴 인물도 아니었고.


“너, 정말로 이쪽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는 거냐?”


“부모님의 유해가 묻힌 곳.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못해.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저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문제고.”


“쯧.”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찬 세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에 있는 다면 신이나 다를 바 없는 권세와 권력을 누릴 수 있을 테지만...... 하기야 그건 저쪽에서도 마찬가지인가.”


“......”


“사실 내 입장에서는 너 만한 존재가 세계에 버티고 있는 다면 든든하기 짝이 없겠지만 싫다는 인물을 붙잡아 둘 수는 없겠지.”


아쉬움을 토로하며 세계수가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자 나무와 풀들이 일제히 개화했다.

마치 길을 그려내는 것처럼.


“저걸 쭉 따라가면 바벨탑에 닿을 수 있을 거다. 그 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하면 될 거고.”


“음.”


“하지만 말이야.”


세계수의 손가락이 현휘를 가리켰다.


“너는 스스로를 정돈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조각조각 나뉜 상태로는 설사 신이라고 해도 세계를 건너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


“저쪽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스스로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


입울 꾹 다물고 있는 현휘의 모습에 세계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기야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너 정도쯤 되면 제 앞가림은 할 수 있겠지. 잘 가라.”


나뭇잎으로 흩어지며 사라지는 세계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현휘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 * *


이제는 완전히 멈춰버린 채 각자 상황을 파악하려는 전장을 바라보며 현휘가 입을 열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런, 눈치채고 있었나.”


주변 풍경을 일그러트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새하얀 수염이 풍성하게 얼굴을 덮고 있는 노인 산타 클로스였다.


“산타 클로스. 아니, 의회의 폭압에 맞서 홀로 일어선 자. 엘 다님(El Darnim)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 이름은 버린지 오래 되었네. 시대에 따라 우리의 이름은 달라졌고, 지금은 산타라 불리는 것이 편하니.”


“그럼 산타라 칭하도록 하지요. 해서, 이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엇을 말인가.”


“의뭉떨지 마십시오. 지혜의 왕이라고까지 불렸던 당신이 이런 질문의 의도도 깨닫지 못하는 겁니까?”


“쩝.”


재미 없는 녀석이로군. 라고 중얼거리며 산타는 입맛을 다셨다.


“저번에 봤을 때에는 이렇게 딱딱한 인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뭐, 어떻게라......글쎄 어떨까. 나라고 해도 의회라는 작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말일세. 이 저주받은 굴레에서의 해방 외에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네.”


“의회가 사라지고 저마저 떠나게 된다면 이곳의 가장 강대한 무력은 다름 아닌 당신입니다. 산타. 더욱이 당신에게는 마도사 수준의 72명의 초상능력자가 있고요. 당신의 결정 여하에 따라 세계의 운명이 결정 되는 이곳에서 어떻게 나아갈지 묻고 있는 겁니다.”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조금 쉬고 싶더구먼. 여태 너무 오랫동안 피곤하게 살아와서 말일세. 그건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이고.”


“그 휴식, 조금 미뤄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현휘의 말에 의아한 빛을 띄었던 산타는 이내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자네, 뭔가를 꾸미고 있군?”


“딱히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지금 양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설계에 도움이 필요한 것일 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나?”


“지금은 제가 시간이 부족하니 직접 설명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


“흠, 그렇구먼.”


산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운 태도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분명, 재미있는 일일테지?”


“재미의 범위를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아마 지루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겠지. 사실, 불사의 맹세가 풀리기는 했지만 죽음은 여전히 멀리 있어서 말일세. 무슨 짓을 하며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 다들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리 고민을 덜어주어 고맙구먼.”


“네, 뭐.”


후련하다는 듯 말하는 산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현휘의 주변이 마력으로 감싸였다.


“그럼 인연이 닿는다면 다음에 뵙도록 하지요.”


“음. 자네도 부디 원하던 바를 이루기를 바라겠네.”


“그럼 이만.”


간단히 목례를 남기며 사라진 현휘의 자리를 바라보던 산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기울였다.


“흠, 그러고 보니 얼마나 기다려야 설명할 사람이 오는지 정확히 듣지를 못했군.”


여기서 자리라도 펴고 기다려야 하나, 하고 중얼거리는 산타에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음?”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일곱 살 남짓의 검은색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어린 소녀였다.

길에서 마주쳤다면 이름부터 물었을 테지만 이곳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고 죽던 전장.

그런 곳에서 얼빠진 질문을 던질 정도로 그는 어리숙하지 못했다.


“누구지?”


그간 의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살아왔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다.

산타 클로스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퍼뜨리고 그 존재에 존재감을 숨긴채 매년 전 세계를 돌며 이상력을 지닌 이들을 관찰해 왔다.

하지만 그중 어디에도 자신이 존재감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마력 운용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더욱이 그것이 어린아이의 외모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답해라. 바르게 답하지 않는다면 공격하겠다.”


“으응?”


“대답해라. 너는 누구지?”


“웅......”


산타의 물음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딘은 이내 눈을 크게 뜨더니 손가락으로 산타를 가리켰다.


“그쪽이 기다리던 사람일 것 같은데?”


“뭣?”


“아, 사람은 아닌 것도 같은데.”


“지금, 장난하자는 것이냐.”


“아, 으음......”


사실 오딘으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정확한 설명 없이 사라졌을 줄이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설명해줄 사람에 대한 설명은 해 줘야 하는 게 도리인 것 같은데!’


“당장 답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오딘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지 산타의 손으로 마력이 모여들어 험악한 기운을 만들어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잠시 머리를 굴리던 오딘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증명을 할 수는 없는데.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그쪽에게 앞으로 있을 일들을 설명하러 온 건데. 믿건 말건 그건 자윤데.”


성의 없을뿐더러 도발로까지 느껴지는 말투였지만 산타는 손에 뭉친 마력을 흩어버리며 혀를 찼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그런 산타의 태도에 오히려 오딘이 머리를 갸웃했다.


“어레? 왜 의심하지 않는 건데?”


물음에 대한 산타의 답은 퉁명스러웠다.


“애초에 그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를 포기한 지 한참 됐다. 그놈을 재단할 수가 없는데 그 주변이라고 오죽 할까.”


“흠...... 뭐, 그렇다면야.”


그의 말에 납득해버린 오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기야, 자신도 가끔씩 이루어지는 현휘의 돌발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하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굳이 그 의도를 계산하는 데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도 귀찮았고 무엇보다 어련히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도 했으니까.

피식 웃으면서 오딘은 손에 들고 있던 큐브를 들어 홀로그램을 띄워 올렸다.


“그럼 설명을 시작할 건데. 분량이 좀 많으니까 양해를 바라는데.”


그렇게 한시간 가량의 설명이 끝나고. 학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을 떨던 산타는 분노로 가득한 절규를 내뿜었다.


“재미있을 거라며! 이 개자식아-!”


“지루하지는 않을게 분명한데.”


“으아아아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09.09 306 0 -
공지 후일담 관련 공지 19.04.09 279 0 -
공지 연재주기 16.10.09 870 0 -
266 264화-World Unite(5)(완결) +1 19.04.04 511 7 13쪽
265 263화-World Unite(4) 19.04.04 211 2 13쪽
264 262화-World Unite(3) 19.04.04 203 3 13쪽
263 261화-World Unite(2) 19.04.04 211 2 14쪽
262 260-World Unite 19.04.04 204 3 13쪽
261 259화-결전(決戰) 19.04.04 193 3 13쪽
260 258화-재림(Parusia)(4) 19.04.04 195 3 13쪽
259 257화-재림(Parusia)(3) 19.04.03 215 4 13쪽
258 256화-재림(Parusia)(2) 19.04.02 209 3 12쪽
257 255화-재림(Parusia) 19.03.31 214 3 17쪽
256 254화-once upon a time(6) 19.03.31 197 3 11쪽
255 253화-once upon a time(5) 19.03.30 229 3 12쪽
254 252화-once upon a time(4) 19.03.29 191 3 14쪽
253 251화-once upon a time(3) 19.03.29 198 3 12쪽
252 250화-once upon a time(2) 19.03.28 205 4 12쪽
251 249화-once upon a time 19.03.27 192 4 12쪽
250 248화-목동의 인도 19.03.25 196 4 11쪽
249 247화-마왕성의 손님(2) 19.03.24 188 3 13쪽
248 246화-마왕성의 손님 19.03.23 181 2 14쪽
247 245화-천국의 문 19.03.22 179 4 14쪽
» 244화-세상의 패권(2) 19.03.21 175 5 13쪽
245 243화-세상의 패권 19.03.21 173 3 12쪽
244 242화-수면 아래의 전쟁(3) 19.03.20 168 4 12쪽
243 241화-수면 아래의 전쟁(2) 19.03.19 180 3 12쪽
242 240화-수면 아래의 전쟁 +2 18.11.14 208 3 14쪽
241 239화-오월동주(吳越同舟) +4 18.11.07 221 4 12쪽
240 238화-심화(5) +3 17.11.17 323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