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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46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31 11:17
조회
196
추천
3
글자
11쪽

254화-once upon a time(6)

DUMMY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서 어언 200여년.

이전 시대의 잔재는 이미 대부분 사라졌고,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 역시 인간 중에서는 남지 않았다.

새로이 태어난 아이들은 경이로운 재능으로 이전 시대의 지식에서 새로운 문명을 꽃피웠고, 인간들은 다시금 부흥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아시오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저 멀리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도, 지금 이곳에 한가로이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도, 모두.


”그렇게 좋아?“


”네. 아주, 마음에 드네요.“


어느새 성룡이 되어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시즈의 물음에 아시오르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서 답했다.

두 눈을 감고서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로시즈는 툴툴거리듯 입을 비죽였다.


”하여간에 인간들만 보면 실실 쪼개기는. 그러다가 변태로 오해받는다?“


”크게 상관 없습니다. 그저 흡족하기에 웃는 것일 뿐. 그리고 제자들도 마찬가지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웃으면 그냥 좋아 보인다고 하지 변태같다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체, 재미없기는.“


”타고난 천성인 걸요. 고칠 방법도 없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뒤로 벌렁 드러눕는 로시즈의 모습에 잠시 킥킥 거리던 아시오르는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내뱉었다.

대륙에 전체적인 포화도가 낮아진 덕분일까, 아니면 마력의 사용량이 줄었기 때문일까.

점점 대륙의 공기가 싱그러운 생명력을 머금어간다는 게 느껴졌다.

공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도, 식물도, 모든 생명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나만 빼고 말이지.’


예전, 인간이 일어서던 초기에 보았던 환상의 모습. 그때의 광경을 보고서 아시오르는 연구를 거듭했다.

거기에 비친 것은 분명 추방자의 귀환이었고, 그 추방자 중 한명은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얼마 전 원인을 깨달았다.


‘설마하니, 세계 자체가 내 존재를 거부할 줄이야.’


처음, 태어난 이후에는 너무나 미약한 거부였기에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부는 강해졌고, 이제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의 업이 거부를 심화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마법조차 함부로 발현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르고야 말았다.


‘남은 시간은......길어야 10년 정도인가.’


이대로 두면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기에 자신에게 이토록 가혹하고, 소중한 이들을 빼앗으려 하는 것일까.

원망하며 아시오르의 시선이 로시즈를 향했다.

처음 만난 이후로 줄곧 자신의 곁에 맴돌던 어린 검은 드래곤. 그녀는 수면기조차 가지지 않고서 항상 자신의 곁에 머물렀다.

어지간히 둔하지 않고서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아시오르는 너무나 아쉬웠고,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10년. 아니, 100년이라도 시간이 더 주어졌더라면.’


어쩌면, 그러면 그녀와 헤어지지 않아도 되리라.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세계의 거부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대로라면 어디론간 추방당해 다른 세계에 떨어지거나 영원의 시간을 차원의 틈새에서 헤매이게 되리라.


‘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되어, 영원히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그녀와 이별하게 되는 건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번 한번만.’


억지를 피워도 좋지 않을까. 한번쯤은 다른 이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서, 억지 한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로시즈.“


그러니, 나의 사랑하는 이여.


”응? 왜?“


이번 한번만, 제 억지에 어울려 줄 수 없을까요.


”좋아해요.“


정말, 정말 이기적이고, 억지 가득한 그런 행동이라도


”어, 응......으, 에?!“


이번 한번만, 저를 위해서.


”좋아합니다. 로시즈.“


* * *


남아있던 시간 10년. 그 10년을 모두 투자해 하나의 술식을 구성했다.

다른 세계로 피해 있다가 약속된 그때가 오면 비로소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술식.

얼마나 긴 이별일지, 그 귀환을 확신할 수 있는지도 모를 길고긴 이별의 술식.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건 영원한 이별이기에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남은 시간을 모두 부여했다.

보고 싶은 이를 보지 않고, 만나고 싶지만 애써 참으며,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을 견디며 간신히 완성했다.


”로시즈.“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나의 연인.


”원래는, 고백이라도 하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더는 없다.

당장 술식을 가동해 차원의 경계 사이로 숨지 않는다면 그때는 영영 이별하게 될 터이다.


”만약, 만약 내가 돌아올 그때에도 당신이 나를 잊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의식이 멀어지며 공방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 아시오르는 쓰게 웃고 말았다.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게 아시오르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아시오르?“


아시오르가 사라진 직후, 그의 공방에 들어선 로시즈는 의아한 목소리로 아시오르를 찾았다.


”어떻게 된 거야. 공방의 마력회로도 다 꺼져있고, 설비도 다 멈춰있고.“


흡사, 마법사가 떠나버린 공방의 모습과 같은 그 풍경에 잠깐 불길한 생각을 했던 로시즈는 이내 고개를 내저어 생각을 털어냈다.


”아니지. 가긴 어딜 가. 분명 탑에 있는 제자들도 아시오르가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고 그랬는걸.“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력으로 탐색을 시도한 로시즈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시......오르?“


공방의 안에서 그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도사라면, 더욱이 대 마도사라면 으레 있을 법한 마력의 잔향조차도.

꼭 수년은 비워져 있던 것 같은 공방에서 그녀가 찾은 것이라고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아시오르가 쓴 것으로 보이는 마도서 한권 뿐이었다.


”대체, 어딜 간 거야.“


‘10년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기다리게 한 주제에 대체 어딜 간 거냐고......“


애써 목소리에서 물기를 지우며 공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 간다고 한 흔적도,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마도서만을 끌어안고 공방을 나설 즈음 공방의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스피카.“


”아, 로시즈님.“


아시오르와 같은 호문클루스이지만 그 영혼은 그의 제자 부부의 딸이 들어가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일 특별한 존재.

스피카가 로시즈에게 물었다.


”스승님은요? 아직 나오시지 않은 건가요?“


”......“


”로시즈님?“


그녀의 침묵에 무엇인가 느낀 것일까. 스피카가 불안하게 되묻자 로시즈가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어.“


”네?“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하, 하지만 스승님은 줄곧 그 안에 계셨는걸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방의 회로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로시즈의 푸른 머리칼이 좌우로 물결치며 흔들렸다.


”아니, 적어도 몇 년은 비워진 느낌이었어. 잔향도 없었고.“


”그럴수가......“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는 스피카의 모습에 로시즈 역시 안타까웠다.

그녀가 어떤 생을 살았는지 로시즈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으니까.

혼혈의 거부반응으로 죽어가는 것을 부모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가며 그녀를 되살렸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보호자는 부모의 스승인 아시오르 뿐. 그녀에게는 할아버지이자,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그런 그의 실종 소식에 감정을 추스르기는 힘들 터였다.


”힘들겠지만 무너지지는 마. 아시오르 정도라면 누군가에게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상대가 신이라고 해도 도망은 칠 수 있어.“


”그렇......겠죠?“


”그래. 우선은 내가 찾아 볼 테니까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잊지 마. 지금 이 탑을 관리하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건 너 뿐이라는 걸.“


당부하며 내미는 마도서에 스피카가 물었다.


”이건......?“


”아마도 아시오르가 쓴 마도서. ‘천관의 서’라고 적힌 제목을 보면 아마도 너희 학파를 위한 거겠지. 네가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사람에게 주도록 해. 아니면 네가 맡아도 돼고.“


”네......알겠어요. 그럼 로시즈 님은?“


”난 떠나야지. 적어도 이 세계 안에만 있다면 찾을 수 있어. 어디에 있건 간에 꼭 찾아서 데리고 올게.“


”네. 믿을게요.“


”그래.“


스피카의 어께를 두드려 준 로시즈가 곧장 창문 밖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대체 몇 년이 흐른 것일까.

아시오르가 사라진 그날 이후 로시즈는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북쪽과 남쪽의 얼어붙은 영구동토의 땅부터 메마른 대륙의 중앙 사막, 용들의 대지, 동쪽의 바다와 서쪽의 산맥에도.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아시오르는 보이지 않았다.

해를 바라보며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기도 해봤다. 그 반대로도 했고, 그것을 무수히 반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아시오르는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일말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세계 그 어디에서도 아시오르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 있는거야......“


이미 그를 찾기 시작한지 수백년이 흘렀다.

아무리 호문클루스에게 주어진 수명이 길다 한들, 그의 격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의 육체는 이미 붕괴하고 있었다.

숨기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록 로시즈가 정박아는 아니었다.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바보야......“


사라질 거라면 말이라도 해주고 가지.

떠나갈 거라면 알려라도 주고 가지.

숨을 거라면 단서라도 남기고 가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수백년의 시간의 끝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수면기의 앞에서 로시즈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렇게 사라질 거라면 10년만 기다리라는 말이라도 하지 말지. 이렇게 떠날 거라면 좋아한다는 말이라도 하지 말지. 이렇게 숨어버릴 거라면 웃어 보이지라도 말지.“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들이 눈물과 함께 가슴에서 흘러나왔다.


”나도, 스피카도, 제자들도, 탑의 마법사들도.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 대체, 대체 넌 어디로 간 거야......“


흘러내리는 눈물을 부여잡으며 로시즈의 몸이 웅크러들었다.


”이제 나도 잠에 들면 스피카는 어떻게 하라고......널 따르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려고......말도 없이, 무책임하게 사라지면 어쩌자는 거야......“


울음소리와 함께 바닥이 눈물로 젖어들었다.

그녀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녀가 그를 보고 싶어하는 만큼.


”보고, 싶어......“


그렇게,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약속의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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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1화-World Unite(2) 19.04.04 21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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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59화-결전(決戰) 19.04.04 19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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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257화-재림(Parusia)(3) 19.04.03 214 4 13쪽
258 256화-재림(Parusia)(2) 19.04.02 208 3 12쪽
257 255화-재림(Parusia) 19.03.31 214 3 17쪽
» 254화-once upon a time(6) 19.03.31 1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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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251화-once upon a time(3) 19.03.29 197 3 12쪽
252 250화-once upon a time(2) 19.03.28 20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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