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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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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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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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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53화-once upon a time(5)

DUMMY

인간의 오만이 있고 나서, 한 신의 희생이 있고 나서, 멸망이 있고 나서.

시간은 그렇게 오래 흐르지도 않았지만 인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일어서 다시금 그들의 문명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리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살려낸 일곱 성. 비록 그 인구는 기백만에 불과했지만 일어서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더욱이 그들에게는 드러나지 않은 조력자가 있었으니까.


“정녕 이것으로 충분하겠는가.”


“이 이상 무엇을 바랄 이유도, 의미도 없습니다.”


일곱 성 중 가장 부유했던 성의 주인, 디비드 루멘 아드리아의 물음에 아시오르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장래의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던 것도, 몇몇 장인을 보호하고 있던 것도, 가장 기초와 진리에 대한 추구를 담고 있는 마도서를 보관하고 있던 것도. 그것들 모두.”


창밖,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시오르가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새로운 시대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니까요.”


“하지만 그대도 알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세상에 남은 대 마도사는 그대뿐일뿐더러 십만에 달하는 마도서를 소지하고 있는 이 역시 그대뿐이네.”


그에 합당한 위치를 가지고, 권리를 지니라. 그리 말하는 디비드에게 아시오르는 그저 고개를 저어보일 뿐이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제가 가질 자리는 없습니다. 있다면 새로 지어질 마탑의 탑주 정도겠지요. 그 외에는 어떤 권력도 지닐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간직하고 있던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그것을 목적에 맞게 쓰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그건......하아. 알겠네. 자네의 뜻대로 하지.”


설득을 포기한 디비드는 잠시 아시오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음 지었다.


“관측자께서도 자네를 자랑스러워하실 것일세.”


멈칫. 그 말에 잠깐 움찔거린 아시오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랬으면 좋겠군요.”


적어도 그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가 원했던 대로 즐겁게, 당당하게, 웃으면서.

그가 원했던 대로 자신은 새로이 일어서는 이들의 곁에서 그리고 뒤에서 지켜보며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용기가 없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역할로 충분할 것이다.

인간은 항상 그렇게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아마도 한동안 인류의 문명은 화려한 꽃을 피울 겁니다. 적어도 300년. 수많은 천재가 나타나고, 경이로운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인류가 다시 대륙에 널리 퍼질 때까지.”


“그건 혹, 용적에 관한 이야기인가?”


“네. 대륙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적어도 4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영혼 용적이 소실되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쇠락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용적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천천히 줄어들고 있겠죠.”


“본래, 한번 팽창한 것은 쉬이 줄어들지 않으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요. 뭐, 그래서 그 용적을 채우기 위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큰 영혼을 지니고 태어날 겁니다. 천재죠. 다른 시기였다면 당대를 뒤흔들 그런 천재. 그런 아이들이 태어나 몰락한 문명을 다시 일으켜 기둥을 세울 겁니다.”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그 마도서들은?”


“그런 셈이죠.”


한 마도사의 모든 생애를 담은 책 마도서.

평범한 재능, 평범한 격이라면 그저 펼치는 것만으로도 책에 잠식되어 광인으로 만드는 물건이지만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교보재가 되어줄 겁니다. 진정한 마법, 진정한 마도의 자세를 가르치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상에 뿌리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가......관측자께는 늘 감사를 드려도 모자라겠군.”


“그분이 스스로 원하셨던 것이니까요. 다만, 앞으로 공학은 조금 발전하기 어려울 겁니다.”


“음?”


“미스릴이 거의 사라질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미스릴이 사라지다니?”


당황해 묻는 그의 모습에 아시오르는 쓰게 웃으며 이곳에 오기 전 다르딘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제 새로 일어설 문명에서 인간은 마도공학의 힘을 빌리기는 어려울 것일세.’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상으로부터의 전언일세. 인간이 인공신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의 힘이 과도하게 팽창한 원인. 그 대상으로 마도공학을 지목했네.’


‘하지만 마도공학의 기록은 모두 남아있습니다. 그것을 말소하겠다는 겁니까?’


‘아닐세. 천상의 전언 이후에 우리 드래곤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 한가지, 세계에 조정을 가하기로 했네.’


‘조정이라 하시면 어떤?’


‘세계에 널려있는 미스릴을 모두 회수하여 드래곤이 보관할 생각이네.’


‘아.’


그 말을 듣고 아시오르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미스릴. 마력이 풍부하게 흐르는 곳의 암석이 신성력의 영향과 마력의 집중으로 변성되어 탄생하는 마력금속.

마력 전도율이 뛰어날뿐더러 그 수량 역시 철보다 많은 수준이라 문명을 떠받치는 기본소재나 마찬가지인 물질.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마도공학은 아마도 지금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출 것이다.

마도공학은 애초에 미스릴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학문이니까.


‘과도한 미스릴이 기적을 행사하게 만들었지. 그 때문에 모두는 아니더라도 과도하게 퍼진 미스릴을 모두 회수할 걸세. 아마 앞으로는 황금보다도 몇배는 비싼 금속이 되겠지. 앞으로는 생성조차 쉽지 않을 테니.’


‘그렇, 습니까.’


중간계와 신계를 잇고 있던 패스가 끊어진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미스릴은 신의 영향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금속. 그렇다는 것은 신의 영향력이 극단적으로 옅어지는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 이상 미스릴이 재생성되지 않을 터였다.


‘해서 하는 말이지만 자네의 의사를 물으러 왔네.’


‘제 의사......아, 탑의 미스릴 문제로군요.’


‘그렇네. 우리가 미스릴을 모두 회수하고 나면 탑에 있는 미스릴이 인간이 손댈 수 있는 수량의 절반에 육박하게 되네. 이만한 수량은 제법 위험한 수량이라 자네의 생각을 물으러 왔네. 원칙대로라면 우선 회수하겠지만 일단 자네는 인간이 아니니까.’


‘흠......’


어떻게 할까. 아시오르는 생각했다.

사실, 미스릴이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미스릴이 효용을 발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문명 전체의 향상에 있었다.

개인의 탐구와 격의 향상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 바로 미스릴이다.

게다가 지금 아시오르가 세우려는 마탑의 기본 기치 역시 진리의 탐구가 아니던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별이 빛을 발하며 멀고 먼 어느 순간의 모습이 비춰졌다.

얼마나 더 멀리 있는지 감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멀고 먼 어느 순간. 그 순간을 보며 아시오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제가 보관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탑주만 쓰도록 봉인해 두겠지만 후일, 긴히 쓰일 곳이 있겠군요.’


‘그런가. 그리 알고 있겠네. 내 말해두도록 하지.’


‘편히 가십시오.’


“드래곤들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간의 오만을 부추겨 분수에 맞지 않는 기적을 행사하게 된 마도공학의 주축 미스릴을 회수하기로요.”


“드래곤들이......!”


“이미 회수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인간이 발굴해 수중에 두고 있는 것은 손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전 대륙에, 세계의 퍼져있는 미스릴 광맥은 대부분이 사라질 겁니다.”


“얼마나, 대체 얼마나 사라진다는 건가!”


다급하게 묻는 디비드에게 아시오르는 사실 그대로를 전했다.


“미스릴이 황금의 열배 가치를 지닐만큼.”


“허어......”


그 말을 들었을 뿐이지만 그려지는 암담한 미래에 디비드는 탄식을 토해냈다.


“공학이 없는 세계라. 하, 그런 것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건만.”


“이제는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비를 하셔야겠지요. 물리법칙을 간단히 무시하며 기적을 일으키던 만능의 도구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물리에 순응하며 좀더 효율 높은, 그리고 공학이 없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쌓아야 합니다.”


적어도


“다음 세대가, 그 다음 세대가 자신들에게 마도 공학이 없어 스스로의 세대를 비방하며 암흑이라 평하지 않도록.”


“그런, 가.”


우리는 아직까지 전 세대의 유산 아래에서 사는 중입니다. 당장 이 성만 해도 전 세대의 모든 것들이 유지되고 있고, 그것을 누리고 있죠.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일까요?“


모든 것은 낡아지고, 무너지며, 망가지기 마련.


”더욱이 인구가 팽창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과도기에는 공학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와 누리지 못하는 이가 나뉘게 되겠죠. 그것이 단순한 불평으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과연, 이라고 해야 할까. 평생을 정치판에서 살아남아온 관록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는 서론에 감춰진 목적을 파악해 냈다.


”계급제를 부활시키는 것이 좋을 겁니다.“


”계급제? 그 야만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말인가? 그건 문명의 퇴보이며 인류의, 사상과 문화의 퇴보일세!“:


”이미 문명은 퇴보했습니다. 사상도, 문화도, 인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 시대의 완전무결하던 성벽은 이미 무너졌고 남은 것은 아주 잠깐동안 이어질 평화입니다. 불과 일곱 성, 불과 6백만의 인구. 성의 시설들이 수명을 다하고 나면 인류는 다시금 개척시대와 같이 투쟁하며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계급제를 부활시킬 이유는 돼지 않네!“


”모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스스로를 속이시는 겁니까? 자유민주주의, 의회, 투표, 선거.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상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에나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권익과 인권을 지켜줄 말뿐인 대표자가 아닌, 자신들의 재산을, 목숨을 지켜줄 강력한 지도자입니다.“


”그렇다면 민중이 그 대표자를 뽑을 것일세! 힘이 있는 대표자를!“


”아니요. 절대 그렇게는 안 됩니다. 인간은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했고, 한가롭게 정치놀음이나 하게 될 겁니다. 그럼 늦습니다. 민주주의는 너무 느려요. 의사를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 적법한 절차가 필요하고 너무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의사의 충돌로 갈등을 거듭하고, 협상하고, 그것들을 하기에는 다음 시기는 너무나 혹독합니다.“


”......“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이끌어주고, 자신들을 지켜줄 단 한명의 강력한 지도자이며, 그를 따르는 무력집단, 귀족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주저하는 디비드에게 아시오르는 단호하게 선언했다.


”제가 당신을 찾은 것은 당신이 일곱 성의 서기관 중 가장 우수하고, 공명정대한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라면 왕이라는 권력에 취한다 한들 타락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나만, 약속해 줄 수 있겠나?“


”무엇입니까.“


”내가 죽을 때에. 그때에 사람들이 다시금 자유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자네는 그것을 지지해 주겠나?“


”거기까지 개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번영과 안녕이고, 지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계급제일 뿐이었으니까요. 후에 스스로 결정하여 행하는 일을 뜯어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옆에서 지켜보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을 때에나 개입할 생각이니까요. 이번이 마지막 개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믿겠네.“


엄중히 답하는 디비드의 모습에 아시오르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세상을 지배하는 흑막같은 취미는 없으니 안심하시길.“


아시오르의 확언에 마도시대 최초의 왕 디비드 루멘 아드리아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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