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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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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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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9.03.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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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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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1화-수면 아래의 전쟁(2)

DUMMY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전쟁은 그 격렬함과 무게에 비해 알려진 바 없이 진행되었다.

과학이라는 개념의 등장 이후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던 신비가 실존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좋을 것이 없다는 암묵적인 의견의 일치 덕분이었다.

그로 인해 수면 아래의 전쟁은 그 여파조차도 수면 위로 올라가지 않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는 전쟁이 되었다.

수 없이 많은 시설이 파괴되고, 인명이 스러지고, 재산이 불타올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비에 발을 걸친 자들의 것.

신비와 일말의 연관조차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쟁 초기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신적한에게 있었다.

오랜 시간의 준비기간. 철저하게 분석한 의회의 힘. 그리고 의도치 않았던 의회 전력의 대거 증발까지.

모든 요소가 신적한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부의 의견을 정돈하고 전력을 끌어 모아 집중하기 시작한 의회의 저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세계를 암중에서 수천년에 걸쳐 지배한 데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의회는 거세게 신적한을 몰아쳤다.

자금력도, 인적 네트워크도, 실질적인 무력조차도. 그 무엇도 신적한에게 유리한 것이 없었다.

특히나 뼈아픈 것은 무력에 대한 계산에서였다.

거의가 초능력자로 이루어진 신적한의 무력은 의회에 비해 유틸성이 극도로 부족했다.

한 분야에 극에 달할 수는 있지만 상성을 만나게 되면 아래의 무력에도 제압될 수 있는 약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상대에 불이 있다면 물을, 폭발이라면 방벽을, 철이라면 맞서지 않고 물러남을.

마법은 만능에 가까운 힘이었고, 최상위 전력의 대부분이 증발했음에도 전략상의 우위를 점하기에는 충분한 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손해를 보기 시작하면서 초반의 우세를 대부분 잃어버렸을 즈음 기적처럼 전혀 뜻하지 않았던 조력자들이 참전했다.

인원은 정확히 73명.

하나같이 강력한 이능을 휘두르는 그들은 의회를 일방적으로 도살했다.

마도사, 소드마스터, 대정령사.

현재는 의회에서도 몇 없는 위대한 경지에 도달한 이들의 갑작스러운 합류는 전쟁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비록 그들이 신적한에게도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의회에게는 아무런 타협의 여지도 없는 명백한 적이었으므로.

마법의 만능한 힘으로 주도권을 가져가던 의회에게 같은 마법을 사용하는 상위 능력자들의 등장은 재앙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이 등장하고서 불과 3일. 의회는 초기의 습격 당시보다 더욱더 심각한 피해를 입고서 처단을 기다리는 상황까지 몰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될 줄은 몰랐다.”


침통하기까지 한 주멘의 말에 리라온과 일리아시아, 로컨이 침묵했다.

그들이 앉은 원탁의 중심에 그려진 세계 전도의 대부분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간신히 불이 밝혀져 있는 곳이라고는 지금 그들이 앉은 원탁이 있는 장소인 영국과 방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북극의 어느 지점 뿐.

사실상 의회는 멸망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설마 했지만 반역자가 여태 살아남아 칼을 갈아오고 있을 줄이야...”


갑작스럽게 등장한 73명의 존재.

의회의 전력이 멀쩡했을 때에야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면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의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주적이었다.


“반역자들을 물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 녀석들이 얼간이가 아니라면 지난 두 번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 아마 선조 대에서 심어둔 제약들은 모두 극복했다고 봐야겠지.”


“원하는 것을 건네는 방법은?”


“우리의 멸망이야말로 그 녀석들이 원하는 것인데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제기랄.”


주멘의 손아귀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한번, 단 한번의 실수였다. 대 마도사를 잡아 그 힘을 의회의 것으로 만들기로 한 것.

딱 그 한번의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심지어는 의회의 존속조차 위협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작금의 위기를 타파하고 의회를 영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던 주멘의 귓가로 로컨의 나직한 한마디가 파고들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


“뭐?”


“미래를 불확실성에 밀어넣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그 말에 주멘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자네...?”


“세계수를 베어낸다면 지금의 위기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로컨! 지금 자네 제 정신인가?”


“그럼, 아주 멀쩡하지. 적어도 확실한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


그래, 알고 있었다. 주멘 역시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더욱이 그것이 미래를 걸고서 하는 도박이라면 더더욱.


“세계수를 베어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네. 마르지 않는 화수분. 끊임없는 지혜의 보고. 세계의 지혜로 통하는 샘. 유일무이한 성배.”


세계수를 관리 하에 둘 수만 있다면 그 힘을 이용해 꾸준히 마도사를 보급할 수 있고, 온갖 영약과 세계의 지혜를 들여다보는 것 역시 가능했다.

그야말로 완전한 성공을 보장하는 축복의 성배(聖杯).


“세계수를 베어내게 된다면 그래, 분명 현재를 극복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잃게 되고 말아.”


“글쎄? 과연 그렇게 될까? 주멘. 그대는 지금의 상황을 좀더 직시할 필요가 있네.”


톡톡. 로컨이 지도를 두드림과 함께 원탁 가득 의회의 중심을 비추며 사방에 붉은 원들을 반짝였다.


“지금 이곳에. 의회의 중심지에 이 세계의 모든 신비가 모여들었네. 숨어있던 이들은 자유를 위해 튀어 나왔고, 지배하던 우리는 흔들리고 있고, 새로인 일어선 자는 패권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지.”


“......”


“그렇다면 과연 지금 이곳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이는 어떻게 될까? 세계의 모든 신비 중 유일하게 남게 되는 승자는?”


쾅!

원탁을 내리친 로컨의 눈동자가 번들거리는 빛을 품었다.


“이 세계를, 손아귀에 쥐게 되는 거다.”


“하지만 로컨, 네 말에는 오류가 있어.”


침묵하던 리라온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물론 유일의 신비는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세계의 패권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알고 있잖아?”


“그깟 일반인들. 시간만 주어진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건 일반인이 아닌 그 정점에 선 다른 의미의 괴물들이야. 로컨. 우리야 유구한 역사와 신비라는 현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쥐고서 지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력에 기반한 야만의 지배나 마찬가지야. 여기서 승리한다고 한들 우리에게 남은 건 거의 사라진 인적 네트워크와 미약하게 남은 자본, 약간의 무력 정도가 전부겠지. 그걸 가지고는 능구렁이들을 상대할 수 없어. 아니, 어쩌면 오히려 우리가 숨어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지.”


“착각하지 마라 리라온. 야만의 지배라고? 우리가 한 건 철저한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 힘은 그저 PMC 수준 밖에는 보여주지 않았어. 그들이 우리의 지배를 받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에 의한 협박과 콩고물의 유혹이었을 뿐이다.”


자신들은 지배할 뿐, 개입할 생각은 없었기에 세상은 알아서 잘 굴러갈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자본을 세상의 힘으로 만들었고, 그 자본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반이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은 ‘진짜’ 야만의 지배였다.


“평화는 여유가 있고, 배가 부를 때에나 바랄 수 있는 것이지 여기서 살아남게 될 우리가 넉넉히 두를 수 있을 법한 물건이 아니야. 아마도 이번 세대, 우리들은 힘을 이용해 시대의 흐름을 정체 내지는 역행하게 된 가장 어리석은 의원들로 기록될 거다.”


협박, 세뇌. 신비라는 힘으로 지배하는 것은 쉽게 하고자 한다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그 수단이 바람직하지 못한 미래를 이끌어내기에 망설였던 것일 뿐 역량은 충분했다.


“세계수를 베어내고 그 힘을 취해 우리는 승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배를 공고히 한다.”


그것이 비록 미래를 희생해 현재를 붙잡는 것일지라도.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고, 이득을 내 두배를 내든, 세배를 내든 미래는 다시 사면 되는 거다. 현재가 받쳐준다면 미래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그러니 나는 제의하겠다. 비록 그 자격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나는 여전히 경비대의 수장이고 경비대는 의회를 지킬 의무가 있으니. 수단을 가리지 않고 현재를 지킬 뿐이다.”


‘현재’를 지키는 경비대는 주장했다.


“그러니 답해라. 너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퇴보가 있을 지라도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진보와 함께 멸망할 것인지.”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원탁의 붉은 점들이 점차 조여들 즈음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일리아시아가 패를 던졌다.


“그따위로 주장하면 찬성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나.”


애초에 그녀는 대장장이의 수장. 모든 기술의 발원인 동시에 현재를 중시하는 쪽이었다.


“나도 찬성. 적어도 멸망보다는 존속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안고 갈 수 있겠지. 대출을 받는다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니.”


‘과거’를 기록하는 서기관은 크게 나쁘지 않다 판단했다. 적절한 대출은 적절한 투자를 통해 가진 것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기도 하니까.


“후우......”


한숨을 내쉰 주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찬성할 수 밖에 없겠군... 결국 미래란 현재가 있어야 영속되는 것일 터이니.”


‘미래’를 관측하는 제사장의 찬성과 함께 의회의 미래가 지불될 준비를 마쳤다.


“결정되었군. 우리는 세계수라는 미래를 팔아 현재를 구매할 것이다. 그리고 후에 미래를 되산다.”


선언과 함께 의회의 의원들은 각자의 소임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뿐.

부디, 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기를.


* * *


“슬슬 결정이 났나...”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슬이 끌어올려졌다.

여기에 묶여서 얌전히 지낸 것도 어느새 반년 가까이. 슬슬 지루해지려던 차였다.


“할거면 빨리빨리 저질이를 하는 게 좋은데 말이지.”


이미 여기에서 이루려고 했던 목표는 달성한 지 오래. 나가려면 한참 전에 나갈 수 있었지만 괜히 엿을 먹여주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악취미가 심하다 생각지 않나?


“굳이 악취미라 할 것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악취미라는 면에서는 그쪽이 훨씬 더 심한 거 아닙니까? 스스로 원해서 갇혀 있는데다가 힘까지 뺏겨주고. 사실상 자해 아닙니까?”


-그리 말하니 딱히 할 말은 없네만 굳이 어린애들 사탕을 뺏으려 드는 자네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쩨쩨하게 생겨먹은 것을요. 그리고, 애초에 제가 그렇게 넉넉하게 된 성품은 아닌 관계로 감히 이를 드러낸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을 용서해줄 필요를 느끼지를 못해서요.”


-굳이 찾아내서 이를 드러내게 만든 주제에 꽤나 뻔뻔하군.


“뭐 어떻습니까. 좋은게 좋은 거라 생각하시고 계획대로 하시죠. 당신도, 저도 기다려왔던 순간이 아닙니까.”


-그래, 기다렸지. 아주 오랫동안...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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